[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6>

‘블루문’ 입성 “김동이의 진면목 보여줄 때”

“이제 우리 업소의 지마마를 맡을 거예요”
결국 호빠는 ‘남자 장사’라고 할 수 있다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 새로운 도전, 희망
사쪼인 정우의 사촌누나는 참으로 따뜻하고 인간적인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를 해서 상대를 기분 좋게 했다. 사쪼의 남편은 야쿠자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형석이의 잘린 손이 다시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쪼의 말에 따르면 야쿠자도 두 종류라고 한다. 하나는 지바에서와 같은 양아치들이고, 또 다른 야쿠자는 정말로 신사적이라고 했다. 사쪼의 남편은 그런 신사적인 거물급 야쿠자라고 했다. 지바의 양아치들하고는 게임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다소 안심이 됐다.
숙소에서 만난 또 다른 선수들을 본 후로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총 다섯명 정도가 선수로 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외모와 생김새가 지바보다 약간 떨어졌다. 그런데 정우의 말에 의하면 이 정도의 선수를 가지고 대박을 쳤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나는 에이스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사쪼는 우선 나를 고깃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동안 잘 먹지도 못했을 텐데 많이 먹어.”
얼마 만에 느껴본 따뜻함이었던가.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지려고 했다. 지바의 사쪼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간의 고생이 또 한 번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잘해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나도 반드시 돈을 모아 성공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업소 이름은 ‘블루문’이었다. 구조는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9개 정도의 테이블에 앞쪽에는 가라오케 무대가 있었다. 선수들의 수는 총 12명. 모든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쪼가 나를 인사시켰다. 그런데 이전에는 전혀 합의되지 않은 놀라운 말을 했다.
“오늘부터 새로 일하기로 한 김동이씨구요, 이제 우리 업소의 지마마를 맡을 거예요.”
당장 식구들 앞에서 티를 낼 수가 없어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 말했다. 나는 아직 지마마를 맡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쪼의 생각은 달랐다.
“정우한테 이야기 다 들었어요. 난 잘해낼 거라고 믿어요.”
지마마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선수들을 잘 이끌어야 하고 매출을 올려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권한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장사가 잘되고 못되고는 지마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선수들의 신상 파악에 들어갔다. 상당수가 초보자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유학생 신분도 있었다. 마마는 나와 동갑내기인 우진이라고 했다. 썩 훌륭한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선수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나서야 한다. 그간 지바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이곳에서 토해내고 이 가게가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곧 나의 성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블루문’의 지마마
그런데 문제는 사쪼 역시 이 호스트빠가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그간 술장사는 했다지만 일반적인 유흥주점과 호스트빠는 완전히 다른 업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기틀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할 듯했다. 물론 정우가 말한 ‘대박’이라는 것도 분명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위 말하는 ‘오픈빨’에 불과하다.
업소가 새로 오픈을 하면 사람들은 호기심에 한두 번 정도 찾기는 한다. 하지만 이때 손님을 꽉 붙들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없으면 오픈빨은 두세 달이면 거의 끝난다. 그때부터는 내리막길이 남아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기 전에 최대한 빨리 업소의 기틀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가씨들의 동선 파악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동네에 있는 호빠에만 가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 정도라면 호빠를 찾아서 이리 저리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충분히 있는 일이다. 사쪼를 통해 파악해 본 결과 가와사키의 아가씨들은 대부분 요코하마에 있는 호빠로 간다고 했다. 그곳의 유흥가가 더욱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와사키에는 그간 여러 개의 호빠가 생기기는 했는데 대부분 다 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그냥 안일한 마음으로 일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현재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한 후에 사쪼에게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우선 선수들의 ‘각’을 잡는 것이 필요했다. 모두들 품질 좋은 양복을 입어야 하고 헤어스타일도 배워서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려면 선수들에게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쪼가 반스(선불금)를 풀어야 했다. 또한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선수들을 영입할 필요성도 있었다. 결국 호빠는 ‘남자 장사’라고 할 수 있다. 남자가 괜찮지 않으면 여자들은 더 이상 술을 마시러 오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나의 신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성 손님과의 성관계를 금지시키는 일이었다. 팁을 좀 뿌린다고 함부로 몸을 섞었다가는 곧바로 망하는 지름길로 들어서게 된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하려던 사쪼는 이 모든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 후 성현, 민수, 창의, 동석이라는 괜찮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여기에다 2차로 더 많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총 선수들이 21명이 됐다. 이제 어느 정도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후에는 공격적인 홍보를 하는 일이었다. 전단지를 만들어 가와사키는 물론 요코하마에까지 뿌렸고 한국 비디오 가게와 한국 세탁소를 섭외해 한국여성들이 사는 곳을 일일이 파악해 정확하게 홍보하기 시작했다.
나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매일 밤 테이블이 꽉 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멈출 수는 없었다. 손님들이 요코하마로 다시 빠져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이벤트’였다. 매일 특정한 시간에 전 선수들이 동일한 춤을 추면서 뭔가 ‘볼거리’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토요일에는 ‘감사이벤트’라고 해서 한주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의미의 이벤트를 별도로 열었다.

<다음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