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016 최악의 사건사고

충격의 연속 “조용할 날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던 사건들로 조용할 날 없던 한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던 사건들을 <일요시사>에서 다시 한번 정리해본다.

지난 5월17일 오전 0시33분경 피의자 김모(34)씨는 강남역 근처 노래방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온 C(23)씨를 흉기로 4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와는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여성 노렸다
[강남역 살인]

서울지방경찰청은 프로파일러를 투입, 두 차례 심리면담해 종합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 당시 김씨의 망상 증세가 심각한 상태였고 표면적인 동기가 없다는 점,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 요인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묻지마 범죄 중 정신질환 유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보자마자 바로 공격한 점으로 미루어 범행 목적성에 비해 범행 계획이 체계적이지 않아 전형적인 정신질환 범죄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 움직임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트위터에는 '강남역 10번 출구, 국화꽃 한 송이와 쪽지 한 장, 이젠 여성폭력, 살해에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라는 트윗이 올라왔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사건이 발생한 상가 건물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출구였다.

한 시간 뒤에는 강남역 10번 출구에 국화꽃 한 송이와 추모의 글을 담은 쪽지를 남겨 피해 여성을 추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제안에 호응한 시민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 벽면에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글을 적은 포스트잇(접착식 쪽지)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커뮤니티와 추모현장을 아울러 이성혐오 문제를 중심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이런 류의 묻지마 살인은 이전에도 가끔씩 있어왔으나 이번 사건은 인구의 중심지 서울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나 2015년경부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돼 왔던 이성혐오 프레임이 크게 불붙으며 반향을 일으켰다.

지하철 참사
[구의역 사고]

지난 6월1일 오후 지하철 스크린도어 보수작업을 하던 김모(19)군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선로작업시엔 작업 인원, 작업 지점은 물론, 작업자의 안전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당시 해당 역과 역무원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자주 드나들어 수리하곤 했고 작업자도 협력업체나 서울 메트로가 구의역에 작업 사실을 알렸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수리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평소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항상 가방에 컵라면을 가지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안타까운 사건으로 남았다. 이 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서울 메트로의 자회사로 전환되면 공기업 직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해당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글에 의하면, 피해자는 사고 직후에도 잠시 살아있었다고 한다.

강남 묻지마 살인으로 여혐 논란
전대미문 서울도심 공포의 총격전

김군 모친에 의하면 시신 상태가 처참했다고 한다. 부은 얼굴은 피범벅에 뒤통수가 없어져서 단번에 아들인지 알아보지 못했고, 짙은 눈썹과 벗겨놓은 옷가지를 보고서야 아들이 죽은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사고 현장인 ‘9-4 승강장’ 유리벽엔 숨진 김군을 기리는 포스트잇 600여장이 붙어 있었다. 구의역 역무실 옆에 별도로 마련된 추모의 벽엔 포스트잇 1200여장이 더 붙었다.
 

추모의 벽 앞엔 조화 100여다발과 김군의 가방에 들어 있던 것과 같은 컵라면, 생일 케이크 등이 놓여 있었다. 이들이 남긴 추모 글에는 성실히 일하다 죽음을 당한 또래 청년에 대한 공감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나도 당신처럼 영세 업체에 취업해 일하는 공고생이다. 당신의 죽음을 보면 남 일 같지 않다’는 등의 글이 주를 이뤘다. 김군에 대한 추모는 SNS를 통해 확산됐다.

사제총의 위험성
[오패산터널 총격]

지난 10월19일 저녁 서울 강북구 미아동 오패산 터널 부근서 성모(46)씨가 대치 중인 경찰에게 사제 총을 쏴 현장에 있던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 경위가 총에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시간 만에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성씨가 총격전을 벌이기 전 근처에서 이모(67)씨에게 사제 총을 쐈고 이씨가 달아나자 쫓아가 흉기로 가격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서 행인 이모(71)씨가 총에 맞았다고 덧붙였다.

폭행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패산 터널 쪽으로 달아나던 성씨를 발견한 뒤 대치 과정서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발사하는 등 총격전을 벌였고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합세한 끝에 검거했다.

범행 현장 주변 등에선 성씨가 준비한 사제 총 17정과 흉기 7개가 발견됐으며 성씨는 검거 당시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씨는 평소 자신의 SNS 계정에 경찰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등 범행을 암시하는 게시글을 자주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씨는 페이스북에 ‘경찰 한 명이라도 더 죽이겠다’ ‘나를 상대로 한 현행범 체포 현장에 출동하지 말기 바란다. 괜히 진급 욕심내거나 상관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다간 죽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썼다.

범인을 검거하는 데 있어 시민들의 역할이 컸는데 사건 발생 뒤 6시20분 쯤에 빠르게 신고됐고 동료와 술을 마시던 일용직 노동자였던 김모(56)씨는 총소리를 듣고 풀숲에 숨어있던 범인에게 달려들어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는 데 일조했다.

같이 술을 마시던 이씨(33)는 총에 맞은 경찰을 발견하고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하기도 했다. 범행 현장 인근 상인들 역시 범인 검거에 나섰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원영이 암매장
[평택 아동 살해]

2013년 8월 당시 5세이던 원영이는 누나와 함께 친모와 살다 부모의 이혼으로 양육권이 친부에게 넘어가 친부와 함께 살게 됐다. 그 후 계모 김모씨가 들어와 함께 살게 됐는데 계모는 남매에게 아침밥을 먹이거나 제대로 씻기거나 입히지 않았고 회초리로 자주 학대하고 베란다로 가두기도 했다.

남매는 학대의 두려움에 말수가 줄어들었고 그해 겨울에는 얇은 옷차림으로 밖에서 놀았으나 누구도 남매를 돌보지 않았다.
 


원영이의 누나는 2015년 4월 평택시에 거주하던 조모에게로 옮겨졌으며 친부와 조모는 왕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부는 원영이를 2016년 1월7일에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에 데려가지도 않았고 14일에는 입학 유예를 신청했다.

남일 같지 않은 수리공의 죽음
뻔뻔한 학부모들의 여교사 윤간

원영이의 성장이 늦고 이사할 예정이라고 변명했으나 사실 원영이는 2015년 11월부터 욕실에 감금되어 극심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모는 1월28일부터 원영에게 락스를 퍼부었고 2월1일에는 옷을 벗기고 찬물을 퍼부었다.

이 상태로 20시간이 지난 무렵 결국 원영이는 사망했고 친부와 계모는 시신을 이불에 말아 세탁실에 방치했다가 부패가 심하자 12일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원영이 남매가 다니던 아동 센터는 원영이의 사망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읍사무소를 통해 아이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4일 원영이의 입학 유예 관련 심의를 앞두고 부부가 “아이가 없어졌다”고 변명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닷새 뒤인 9일, 경찰은 원영이 누나로부터 학대 사실에 대한 진술을 받고 친부와 계모를 아동 학대 혐의로 구속했다.

신안서 또…
[여교사 성폭행]

지난 5월21일, 흑산도에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던 피해 여교사는 평소 자주 가던 흑산도 우체국 앞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과정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학부모가 술을 권하면서 주인을 포함한 학부모 2명 및 지역민 1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 3명은 술을 거절하는 피해 여교사에게 억지로 계속 술을 권해 만취상태로 만든 후 학교 관사로 데려다 준다며 잠들자 집단 윤간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네티즌이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에 의해 사건 발생 일주일 이상 지난 후에야 세상에 드러났다.

자식의 스승을 윤간한 극에 달한 패륜범죄는 카페 글로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됐으며 피해자가 침착하게 대응, 가해자들의 정액과 체모 등의 증거를 수집했다.

일각에선 관사의 남교사들이 모두 육지로 외출을 하는 주말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만간 외지로 돌아갈 피해 여교사에 대한 계획적인 집단 성폭행이 아니었느냐는 주장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범행을 전후로 술자리를 갖고 전화통화를 주고받은 점이나 각자의 차량을 뒤이어 운행한 점 역시 공모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특히 가해자들이 경찰 수사 도중 웃으면서 담담하게 조사에 임하는 모습이나 피해자의 몸에서 DNA 증거가 나왔는데도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며 억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 등은 논란이 됐다.

경찰이 정액 검출 결과를 명백한 물증으로 제시했는데도 가해자 중 한 명은 오히려 “내 정액이 왜 거기 있죠?”라고 되물으며 모르쇠로 일관해 비난 여론을 부추기기도 했다.

한편 2007년 대전의 한 원룸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주먹으로 때려 제압하고 성폭행한 미제사건 범인의 DNA를 수사 당국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조사 과정서 본 사건 피의자 3명 중 1명인 김모(39)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이 밝혀져 과거의 동종 범죄 사실까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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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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