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황당한’ 2016 X파일

[일요시사 취재2팀] 김경수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6년. 그만큼 황당한 사건·사고도 많았다. 지난 1년간 본지 <금주의 X파일>에 실린 기사 중 진짜 황당했던 사건·사고를 월별로 추려봤다.

[1월] 집안 꼴이…조카에 마약판 이모부

서울 관악경찰서는 1월12일, 20대 조카에게 마약을 판 임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모부 임씨는 2015년 4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길가에서 조카 하모(25·여)씨에게 돈을 받고 마약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가 마약 전과가 있는 임씨에게 마약을 요구, 이에 임씨는 하씨에게 60만원을 받고 필로폰 0.25g을 넘겼다.

하씨는 친구 김모(25·여)씨와 함께 맥주에 필로폰을 타 마셨지만, 곧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119대원들이 이들의 마약 투약을 의심,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2월] 여성 12명과…성관계 동영상 올리고 자수

서울 강남경찰서는 2월10일 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상습적으로 인터넷에 올린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2월9일 오후 3시쯤 여성 2명과 성관계 당시 찍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자수했다.

경찰은 A씨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컴퓨터 저장장치서 여성 10여명과의 성관계 영상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보이는 약품을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3월] 왕따 화나서…마을 우물에 살충제 투약

전주지법 형사5단독은 주민이 자신을 비난하자 이에 보복성으로 마을 공동우물에 살충제를 넣은 A(53)씨에게 3월28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5년 9월18일 오후 8시쯤 전북 임실군의 한 마을 우물에 다량의 살충제를 부어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주민들은 평소와 다르게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자 경찰에 신고,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A씨는 “어떤 주민이 마치 내가 봉지커피를 훔쳐간 것처럼 말해 홧김에 공동우물에 살충제를 부었다”고 진술했다.

[4월] 사장, 변호사, 법원 직원…‘1인 3역’ 사기꾼


서울 노원경찰서는 휴대전화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으로 중국 동포 여성을 만나 자신을 ‘M&A 회사 사장’이라고 소개한 뒤 법원 직원과 변호사 등으로 1인3역을 하며 6400여만원을 받은 김모(42)씨를 4월13일 구속했다.

김씨는 자신을 서초동 법원 직원, 변호사 등으로 속인 뒤 지난 2014년 11월부터 2106년 1월까지 총 143회에 걸쳐 64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회사 법인 카드를 잃어버렸다며 5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등 2016년 1월까지 “거래처에 수수료가 필요하다. 회사의 돈이 국고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로 돈을 가로챘다.

김씨는 서울의 유명대학을 졸업한 M&A 회사 사장이라고 행세하면서 피해자들이 한국 물정에 어둡고 한국 사람의 목소리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약점을 이용, 공중전화로 목소리를 변조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송금받았다.

김씨는 법원 국제금융처리과 직원, M&A 회사 법무팀 변호사로 속이면서 1인3역으로 중국 동포 여성을 속였다.

[5월] 난간서 애정행각 중 키스하다 추락사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태원동 3층 주택 옥상서 키스를 하던 미국인 남성 A(31)씨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인 여성 L(26)씨가 5월8일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주변 목격자의 증언에 따라 이 둘이 옥상 난간 근처에서 키스를 하다가 L씨가 먼저 떨어졌고 A씨가 L씨를 잡으려고 하다가 같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주택은 A씨가 세들어 살던 집이었다. 이들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머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6월] 귀가하던 중 날벼락…투신남에 부딪혀 사망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퇴근해 귀가하던 A(40)씨가 아파트 20층서 떨어진 공무원 시험준비생 B(25)씨에 부딪혀 둘 다 숨졌다.

5월31일 오후 9시48분께 북구 오치동 한 아파트 20층서 투신한 대학교 4학년 B씨가 이 아파트 입구를 지나던 A씨를 덮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두 사람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아파트 20층서 발견된 B씨의 가방에선 B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공무원 시험준비가 외롭다. 사회적 열등감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전남 한 군청 공무원인 A씨는 마중나온 부인과 집으로 가던 중 이같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7월] “엄마 교회 줘” 목사님의 소유욕

7월25일,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교회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로 목사 A(44·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같은 달 21일,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전주 시내의 한 교회 주차장서 경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교회 운영권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가 어머니에게 “이제 나도 교회를 맡고 싶다”고 했으나 어머니가 이를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8월] 이발비가 52만원? 장애인에 바가지


8월9일, 충북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단독(황병호 판사)은 충주의 한 미용실 주인 A(48·여)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A씨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과다한 요금을 상습적으로 청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좋은 약품과 특수 기술로 미용시술을 한 것처럼 속여 뇌병변 장애인에게 비용 52만원을 받는 등 2015년 4월부터 범행을 저질렀다.

대상은 장애인·탈북자·저소득층 등 8명으로 알려졌다. A씨는 총 11회에 걸쳐 239만원의 부당 요금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9월] 취중 닥터헬기 소동…술주정 대가가 25억?

9월18일, 충남 천안 동남경찰서에 따르면 A(42)씨 등 30∼40대 남성 3명이 8월11일, 천안 동남구 단국대병원 헬기장에 들어가 닥터헬기의 구동축을 휘어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3년 전 무선 조종 비행기 동호회서 만난 사이로, 이날 모임을 가진 뒤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밀 검사 진행 과정서 고가의 부속품까지 파손된 점이 확인돼 이들은 법적 처벌뿐 아니라 수리비 25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0월] 강남 유명 한의사 알고 보니 중졸

서울 강동경찰서는 오피스텔에 진료실을 차리고 수년간 불법 의료행위를 해 약 10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모(58)씨를 10월14일 구속했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간호사 정모(40·여)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지씨 등은 지난 2007년부터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 진료실을 차리고 70∼80대 노인을 대상으로 불법 한방 의료행위를 해 총 10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약 2000명에 달한다.

지씨는 ‘생체파동 분석기’라는 기계를 구비하고 환자의 머리카락을 넣어 건강상태를 분석해 그에 맞는 한방약을 처방하는 식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했다.

지씨가 사용한 기계나 한방약은 전혀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중졸 학력인 지씨는 환자들에게 “대체의학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과거 한의원 운영 경력이 있다”고 속여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11월] 독극물 풀어 민물고기 싹쓸이

경북 영양경찰서는 전국을 돌며 고압전류와 독극물로 잡은 민물고기를 시중에 유통한  A(42)씨 등 2명을 11월1일 구속했다.

A씨 등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경북 영양과 청도, 경남 하동 등지서 청산가리를 하천에 살포하고 고압전류를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138차례에 걸쳐 민물고기 1380㎏, 시가 1억6000만원 어치를 잡아 식당가에 팔아넘긴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차량에 고압 건전지와 대형그물, 소형보트 등을 싣고 다니며 심야시간에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독극물로 포획한 민물고기를 그대로 시중에 유통시키고, 자라와 얼룩새코미꾸리 등 멸종위기 어종도 닥치는대로 포획했다.

경찰은 이들이 독극물을 사용해 불법 포획·유통시킨 민물고기의 양이 10톤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12월] 봉지값 50원 때문에…편의점 종업원 살해

경북 경산경찰서는 편의점 종업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A(51)씨를 12월14일, 붙잡아 조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3시30분쯤 경산시의 한 편의점서 종업원 B(35)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음료수를 사려다 ‘비닐봉지 값을 달라’는 B씨와 시비가 붙자 집에 있던 흉기를 들고 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을 목격한 주민의 신고로 현장서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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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