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에서 ‘연습벌레’로 거듭난 우지원<매력탐구>

울산 모비스 소속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35·모비스)이 변했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프로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그가 ‘연습벌레’로 탈바꿈한 것이다. 실제 그는 이번 일본 도쿄 전지훈련지에서 가장 먼저 몸을 풀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슈팅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모비스 전지훈련장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우지원은 연습 내내 즐거움을 표출하고 있다. ‘경쟁의 즐거움을 배워가는 중’이란 게 그의 말이다. “올 시즌 슛은 자신 있다”고 말하는 우지원의 매력을 좇아봤다.

 “경쟁을 통해 주전과 우승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의 닉네임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코트의 마당쇠’로 변신했다. 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애칭도 있다. ‘된장’이 그것이다. 곱상한 외모를 보면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된장같이 진득하고 구수한 성격을 지닌 것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비스의 이번 주전 경쟁은 치열하다. 우지원은 그 속에서 10년 이상 어린 후배들과 주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만년스타로서 누구보다 화려했던 그가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은 팬들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우지원이 바뀐 것은 지난 대회 우승을 경험했을 때부터다. 당시 그의 입장에선 프로 10년 만에 첫 우승을 한 것. ‘그동안 내가 무척 나태했다’고 진단한 그는 팀과 자신이 강해진 것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아픔도 겪었다. 유재학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팀 내에서 경쟁이 시작된 당시 그는 무척 힘든 시절을 보냈다. 항상 당연하게 생각했던 주전이란 자리를 잃어버린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벤치에 앉아있을 땐 불안감이 팽배했다. 교체되어 들어가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곤 했다. 자신이 대적하고 있는 것이 상대 팀뿐만 아니라 한솥밥을 먹고 있는 동료들이란 생각에 생소함을 느꼈다.
이후 우지원은 현재 코트 위에선 선배도 후배도 없고, 만년스타도 후보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력이 좋은 선수만 있을 뿐이란 얘기다. 경쟁이 자기 자신은 물론 팀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란 판단이다.

“코트 위에선 선·후배도 없고, 만년스타도 후보도 없다”
가장 먼저 몸 풀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슈팅연습 삼매경
    

사실 우지원이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연세대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농구대잔치에서 최강팀 실업 기아전에서 과감한 3점포로 연세대의 공격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물론 설움도 있었다. 경복고 시절 동기인 전희철 SK 2군 코치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노력의 결실로 ‘코트의 황태자’로 군림한 것이다. 그러면 우지원의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농구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인간승리의 주인공’인 것을 주저 없이 꼽는다. 장애를 강점으로 승화시키며 만년스타로 자리매김 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우지원의 오른팔은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초등학교 시절 교통사고의 후유증 때문이다.
당시 그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자동차와 부딪혔다. 그때 오른팔에 실금이 가면서 휘어져 버렸다. 문제는 바로 치료를 하지 않아 후유증으로 연결된 것. 실금이 가서 제대로 상처 치료를 하지 못하고 연습에 임한 게 화근이 됐다.정확한 3점포를 자랑하는 그의 슛폼이 정석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도 이 후유증에 기인한다. 오른팔을 곧게 뻗었지만 똑바로 릴리즈가 되지 않고 오른쪽으로 휘어지게 만들어져 버렸다. 완벽하게 나은 다음에 볼을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결국 그는 독특한 슛폼을 교정했다. 오른팔의 각도를 정상보다 오른쪽으로 더 벌리는 게 그것이다. 릴리즈를 할 때 볼이 왼쪽으로 휘지 않고 똑바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우지원의 부단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애를 강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렸다. 일례로 서울 삼선중학교를 다닐 당시 먼지를 마시며 흙바닥 코트에서 매일 7백~8백개의 슛을 던졌다고.
뿐만 아니다. 연습장 등불이 꺼질 때까지 코트에 남아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한 때는 연습량을 늘려 매일 1천개의 슛을 던지기도 했다. 연습이 충분하니까 언제 어디에서도 슛을 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셈이다.
현재 우지원은 이번 시즌에서 남다른 각오를 보이고 있다. 해결사 역할을 부여받은 탓이다. 그는 “올 시즌 모비스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주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중요한 순간에 해결을 많이 하고 싶다”면서 팀의 공헌에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많은 팬들 역시 올시즌 우지원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가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서 고비 때마다 외곽포를 가동하는 역할을 소화해 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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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