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4>

지옥에서의 탈출, 새로운 자유를 꿈꾸다

전국 20여 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너 지금 거기서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는데”
“너무 걱정 마세요. 언제 그쪽에서 출발할 수 있어요?”

■ 정우의 빈자리
내가 일본에 도착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정우는 이제 한국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일본이 지겹고 호스트빠가 싫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정우가 부러웠다. 그는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여권이 있었고, 또 그렇게 간다고 해도 아무도 그를 쫓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정우는 떠날 때 ‘더 이상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필요할 테니 꼭 돈을 모으라고 했다. 정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치 마음속의 큰 대들보라도 잃는 듯 했다. 그날부터 빠찡고도 재미가 없어졌다. 정우와 함께 빠찡고를 하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하루하루가 너무 무료했다. 내가 일본에서 알고 있는 것은 무척 단순했다. 택시를 부르고 타는 방법, 시장가서 반찬 사고 옷 맡기는 방법, 그리고 빠찡고와 업소 출근. 한번은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부쪼와 사쪼에게는 의심거리가 된다. 이곳 선수들이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을 싫어한다. 나 역시 일본어를 공부할 수 없게 됐다.
거기다가 나는 불법체류자 신세였다. 밖에 나가서 운동도 할 수 없었고 사회생활 같은 건 꿈도 못 꿨다. 자칫 단속에 걸렸다가는 곧바로 철창행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지금과 같이 살아갈 수는 없었다. 평생 빚만 갚아야 하는 생활, 아무런 발전도 없고 꿈과 희망도 없는 생활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도망가야 했다. 나중에 잡혀서 형석이처럼 손가락이 잘린다고 해도 도망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필요했다. 손님들에게 받는 팁을 숨겨놓을 곳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마땅치 않았다. 개인 사물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은행을 이용하는 것도 말이 안됐다. 겨우 찾아낸 곳이 1층 화단 아래였다. 흙을 파고 돈을 비닐에 넣고 그 안에 숨겨 놓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주변의 눈을 피해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필요한 건 일본 지도였다. 도망을 간다면 어디로 도망가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오사카는 어딘지, 요코하마는 어딘지, 택시를 타면 돈은 얼마나 나올 것인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예측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우선 그래도 일단 돈은 꾸준히 모아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내가 맨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우가 많은 도움을 주었듯이, 한국으로 돌아간 정우는 나에게 또다시 탈출의 기회를 선사해주었던 것이다.

■ 새로운 자유를 향해
정우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 한 달. 어느 날 숙소 공용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통화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분명 정우였다. 정우는 돌아가면서 선수들의 안부를 묻고 있는 듯 했고 제일 마지막에 나를 바꿔달라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정우야!’를 소리쳤지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동이야, 그냥 듣고만 있어. 너 지금 거기서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는데, 한번 해볼래?”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내가 그토록 갈망하는 바깥 세상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솟았다. 하지만 통화는 오래되지 못했다.
“오늘은 그냥 이 정도에서 끊을게. 내가 다시 전화해서 자세한 걸 알려줄게. 통화가 너무 길면 의심받을 수 있잖아.”
정우는 나랑 통화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선수들의 안부를 일일이 물은 것 같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무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전화를 받았다. 정우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 요코하마 옆에 가와사키라는 곳이 있어. 사촌누나가 이번에 가게 하나 차리거든. 전화번호는 000-0000 이야. 내가 전부 이야기 해놨으니까 통화 한 번 해봐. 택시 타고 가면 한 3만 엔 정도 나올 거다. 일본말로 ‘가와사끼 에끼 오네가이시마스’라고 하면 가와사끼 전철역까지 데려다 줄 거야.”
곧 인기척이 들렸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받아 적은 쪽지를 들고 재빨리 욕실로 들어갔다.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선 급한 건 이 쪽지를 숨겨야 했다. 역시 숨길 만한 곳은 정원 나무 밑이었다.
그렇게 흥분된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시장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와 공중전화 박스를 찾았다. 전화 한 통 하는 데에도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려야 했다.
“저, 김동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은 이미 나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정우의 사촌누나며, 그러니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특히 야쿠자 문제는 더욱 확고하게 이야기했다.
“야쿠자 같은 건 걱정 하지 마세요. 저희도 그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언제 그쪽에서 출발할 수 있어요?”
여권 문제도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나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그쪽에서 야쿠자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해도 정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공중전화 옆에는 공원이 있었다. 마지막 결단을 내려야 했다. 공원길을 걸으며 한참 생각에 잠겼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에 생각이 많아지니 자연히 말수가 줄었다. 마마가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날 이후 하루하루는 끊임없이 ‘탈출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 연기를 해야 했다. 그렇게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러던 또 어느 날 오후 2시. 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나는 순식간에 몸을 일으켰다. 직감적으로 정우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이야, 나야 정우.”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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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