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박근혜 출구전략 넷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05 10:43:12
  • 호수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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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국에 노후까지 대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불통은 계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국민 정서와 괴리를 보였다. 하야·탄핵 등 자신의 거취 문제보다 최순실 사태와 선을 긋는 데 방점을 둔 인상이 강했다. 오히려 공을 국회로 넘겨 일련의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박 대통령의 출구전략이 드디어 발동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에 무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의 핵심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모두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라는 것 ▲대통령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 이 두 가지다. 사실상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야는 없을 것이란 대부분의 시민들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직접 자신의 거취 문제를 매듭짓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에 시민들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담화 발표가 있은 지 하루가 지난 11월30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실시한 정기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내용이 ‘퇴진 요구에 충실이 화답한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8.7%에 불과했다. 반면 ‘특검과 탄핵을 피하려는 정치적 꼼수’라고 답한 사람은 74.2%로 약 4배가량 많았다.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해도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담화 발표 후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창원시청 광장에 모인 5000여명의 지역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거리로 나와 “즉각 내려오라”고 소리쳤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서도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담화 직후 긴급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담화는 국민의 즉각 퇴진 요구와 특검, 국정조사, 탄핵 등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해당 단체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언급한 이유가 시간 끌기를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출구전략1]
개헌 물타기

담화 내용을 보면 표면적으로 정치권 안팎서 불거진 ‘질서 있는 퇴진’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정치권에 공을 넘기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그간 하야가 위헌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즉 국민과 야당이 촉구하는 조기 퇴진을 위해서라도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국회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정치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담화도 개헌을 담보로 한 결정으로 읽힌다. 개헌이란 단어를 직접 꺼내진 않았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를 위해서는 개헌이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상 국회가 개헌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 셈이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직전, 국회 시정연설서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앞서 박 대통령은 개헌을 두고 ‘블랙홀’이라고 정의내린 바 있어 정치권은 그 진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개헌 얘기가 정치권서 흘러나올 때마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다며 ‘개헌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를 전후로 박 대통령은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비난의 화살을 자신들에게 돌리기 위해서라고 진단하고 있다.


두 번째 개헌 카드로 정치권 싸움 부추겨
인력·시한 등 검찰보다 못한 특검 선택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정치권은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의 접점을 찾기 힘든 구조다. 차기 정권 창출을 두고 정면대결을 펼치는 여야이기에 지루한 합의 과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 개헌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당내 대선주자들의 유불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야 간 갈등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비공개 회동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추 대표는 내년 1월까지 즉각적인 퇴진을 주장한 반면, 김 전 대표는 내년 4월 말까지 퇴진하면 된다고 맞섰다.

야권은 여야 협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이후 더민주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회서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이 요구한 ‘임기단축을 위한 여야 간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불확실한 여야 협상에 맡겨 갈팡질팡하는 것보다 국회 절차에 맞춰 탄핵하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최근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야3당에 대해 “참으로 오만한 태도”라며 “야당은 국회가 할 일, 정당이 할 일을 내팽개쳤다”고 비난했다. 여야 간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시민들의 화살은 정치권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출구전략2]
특검 선택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특검의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수사에 대해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형사상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을 버리고 사실상 특검을 선택한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대면조사 일정을 세 차례 어긴 바 있다. 지난달 29일 마지노선도 결국 지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검찰은 안 되고 특검은 된다는 것일까. 박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수사를 ‘사상누각’이라고 혹평했다. 대통령 영향권 안에 있는 행정부 소속 검찰조직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특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국면전환을 위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수사팀은 특검 임명 후 20일간 준비기간을 거쳐 구성된다. 이후 70일 동안 1차 수사, 미진할 시 30일 추가 수사가 가능하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장 120일이 소요되는 것이다.

더민주 금태섭 의원은 “검찰수사는 당장 받아야 하지만 특검으로 가면 3개월 이상 시간을 벌게 된다. 그 사이 총리 문제 등으로 여야 진흙탕 싸움을 만들고 촛불집회가 시들해질 때를 노려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찾으려는 게 아닌가”라며 국면전환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이유로 특검이 검찰에 비해 화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인력, 조직력 등 수사의 힘을 결정짓는 사항 중 검찰에 비해 특검이 우위에 있다고 볼 만한 점은 없다.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인력 지원, 시간 제한 등에 자유롭다. 또한 국세청, 금감원, 공정위 등 유관기관의 측면지원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은 이러한 부분들에서 한계가 있다.

특검 키포인트는 당연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이다. 이는 탄핵과도 직결되는 혐의다. 그러나 특검이 이를 밝혀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관측이 법조계서 흘러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검찰은 대기업에 대한 압박 수사가 가능하지만, 특검은 한시적 조직이기 때문에 대기업을 압박하기 힘들다.
 

또한 역대 특검이 새로운 혐의를 입증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선택의 이유로 꼽힌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의 경우 경호실 관계자를 기소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BBK특검 또한 이 전 대통령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삼성 특검 역시 검찰수사에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한 채 종결됐다.

[출구전략3]
동정심 유발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다.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나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담화 초반부터 지난 18년간의 정치인생을 언급하며 “가슴이 더 무너져 내린다”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등 감성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촛불로 들끓는 민심에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을 모색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등 자신의 결백을 강조한 부분은 일련의 의혹에 대한 모든 책임이 최순실씨에게 있다고 방점을 찍은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이어지는 담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정심 유발해 보수 재집결 의도
‘탄핵 불필요’ 기류 비박계 감지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나의 큰 잘못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 그동안 나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해왔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호소에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당청 지지율이 드디어 멈췄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에 내줬던 2위 자리를 다시 되찾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 ‘레이더P’ 의뢰로 실시·발표한 ‘11월 5주차 주중집계(11월28∼30일, 1518명, 응답률 11.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0.1%포인트 오른 9.8%로 조사됐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 역시 0.4%포인트 내린 86.0%로 회복세를 보였다.

새누리당도 최순실 사태로 지난 8주 동안 하락하던 지지율이 16.3%서 멈췄다. 국민의당이 15.3%로 하락함에 따라 새누리당은 2위 자리를 회복했다.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소수의 보수성향 지지층이 결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출구전략4]
탄핵 결사 저지

결국 탄핵을 막기 위한 담화 발표였다는 의혹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줄곧 탄핵보다 퇴진에 무게를 둬왔다. 이정현 대표는 지난달 30일 “야당이 12월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러한 기류는 비박계 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시점은 담화 발표 이후다. “탄핵에 앞장서겠다”던 김무성 전 대표 또한 “4월 퇴진이 적당하다”며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하야와 탄핵은 주체가 누구냐의 차이다.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야라면 탄핵은 국민의 손에 끌려 내려오는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탄핵에 대해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새누리당서 얘기하는 퇴진은 시한을 정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란 의미에서 하야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담화 발표 후 당청이 힘을 합치는 모습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과 하야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대한 법률적 지원 부분이 현격히 차이나기 때문이다.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할 경우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없다. 경호동 마련과 경호 경비 예우 등을 제외한 연금과 각종 지원이 모두 사라진다.

반면 하야 시에는 임기를 마친 대통령과 동등한 지원을 받는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4조2항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임기 후 월급의 70% 정도를 연금으로 받는다. 또한 경호 지원, 비서관 3명, 운전기사 1명, 사무실, 통신, 본인 및 가족의 치료 지원, 기타 필요한 예우 등을 모두 국민 혈세로 지원받게 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절대 놓칠 수 없는 혜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흔들리는 탄핵 대오
9일도 장담 못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1일 탄핵안 발의-2일 본회의 표결’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대오에서 이탈할 것을 우려해 2일 표결을 반대했다.

박 위원장은 회동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은 발의가 목적이아니라 가결이 목적”이라며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하도록 개별적으로 말했지만 불행히도 비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오는 7일까지 퇴진 약속을 하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해 내일 탄핵 (의결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더민주는 탄핵소추안 2일 표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의지를 보였으나, 국민의당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비박계 측이 말한 것처럼 7일까지 박 대통령의 퇴진 약속이 없을 시 오는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에 붙여질 예정이다. 그러나 비박계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어 9일 표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지 않고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경우 국회 탄핵안 통과 뒤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180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헌재가 탄핵을 확정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일정을 감안하면 최소 8개월의 시간이 필요, 빨라도 내년 8월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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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