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박근혜 출구전략 넷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05 10:43:12
  • 호수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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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국에 노후까지 대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불통은 계속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국민 정서와 괴리를 보였다. 하야·탄핵 등 자신의 거취 문제보다 최순실 사태와 선을 긋는 데 방점을 둔 인상이 강했다. 오히려 공을 국회로 넘겨 일련의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박 대통령의 출구전략이 드디어 발동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에 무성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의 핵심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모두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라는 것 ▲대통령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것, 이 두 가지다. 사실상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야는 없을 것이란 대부분의 시민들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직접 자신의 거취 문제를 매듭짓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에 시민들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담화 발표가 있은 지 하루가 지난 11월30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실시한 정기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내용이 ‘퇴진 요구에 충실이 화답한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8.7%에 불과했다. 반면 ‘특검과 탄핵을 피하려는 정치적 꼼수’라고 답한 사람은 74.2%로 약 4배가량 많았다.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해도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담화 발표 후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창원시청 광장에 모인 5000여명의 지역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거리로 나와 “즉각 내려오라”고 소리쳤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서도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은 담화 직후 긴급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담화는 국민의 즉각 퇴진 요구와 특검, 국정조사, 탄핵 등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해당 단체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언급한 이유가 시간 끌기를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출구전략1]
개헌 물타기

담화 내용을 보면 표면적으로 정치권 안팎서 불거진 ‘질서 있는 퇴진’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정치권에 공을 넘기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그간 하야가 위헌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즉 국민과 야당이 촉구하는 조기 퇴진을 위해서라도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국회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정치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담화도 개헌을 담보로 한 결정으로 읽힌다. 개헌이란 단어를 직접 꺼내진 않았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를 위해서는 개헌이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상 국회가 개헌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 셈이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직전, 국회 시정연설서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앞서 박 대통령은 개헌을 두고 ‘블랙홀’이라고 정의내린 바 있어 정치권은 그 진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개헌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개헌 얘기가 정치권서 흘러나올 때마다 박 대통령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다며 ‘개헌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를 전후로 박 대통령은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비난의 화살을 자신들에게 돌리기 위해서라고 진단하고 있다.

두 번째 개헌 카드로 정치권 싸움 부추겨
인력·시한 등 검찰보다 못한 특검 선택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정치권은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의 접점을 찾기 힘든 구조다. 차기 정권 창출을 두고 정면대결을 펼치는 여야이기에 지루한 합의 과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 개헌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당내 대선주자들의 유불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야 간 갈등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비공개 회동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추 대표는 내년 1월까지 즉각적인 퇴진을 주장한 반면, 김 전 대표는 내년 4월 말까지 퇴진하면 된다고 맞섰다.

야권은 여야 협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이후 더민주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회서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이 요구한 ‘임기단축을 위한 여야 간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불확실한 여야 협상에 맡겨 갈팡질팡하는 것보다 국회 절차에 맞춰 탄핵하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최근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야3당에 대해 “참으로 오만한 태도”라며 “야당은 국회가 할 일, 정당이 할 일을 내팽개쳤다”고 비난했다. 여야 간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시민들의 화살은 정치권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출구전략2]
특검 선택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특검의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수사에 대해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형사상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을 버리고 사실상 특검을 선택한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대면조사 일정을 세 차례 어긴 바 있다. 지난달 29일 마지노선도 결국 지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검찰은 안 되고 특검은 된다는 것일까. 박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수사를 ‘사상누각’이라고 혹평했다. 대통령 영향권 안에 있는 행정부 소속 검찰조직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특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국면전환을 위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수사팀은 특검 임명 후 20일간 준비기간을 거쳐 구성된다. 이후 70일 동안 1차 수사, 미진할 시 30일 추가 수사가 가능하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장 120일이 소요되는 것이다.

더민주 금태섭 의원은 “검찰수사는 당장 받아야 하지만 특검으로 가면 3개월 이상 시간을 벌게 된다. 그 사이 총리 문제 등으로 여야 진흙탕 싸움을 만들고 촛불집회가 시들해질 때를 노려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찾으려는 게 아닌가”라며 국면전환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이유로 특검이 검찰에 비해 화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인력, 조직력 등 수사의 힘을 결정짓는 사항 중 검찰에 비해 특검이 우위에 있다고 볼 만한 점은 없다.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인력 지원, 시간 제한 등에 자유롭다. 또한 국세청, 금감원, 공정위 등 유관기관의 측면지원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은 이러한 부분들에서 한계가 있다.

특검 키포인트는 당연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이다. 이는 탄핵과도 직결되는 혐의다. 그러나 특검이 이를 밝혀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관측이 법조계서 흘러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검찰은 대기업에 대한 압박 수사가 가능하지만, 특검은 한시적 조직이기 때문에 대기업을 압박하기 힘들다.
 

또한 역대 특검이 새로운 혐의를 입증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선택의 이유로 꼽힌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의 경우 경호실 관계자를 기소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 데는 실패했다. BBK특검 또한 이 전 대통령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삼성 특검 역시 검찰수사에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한 채 종결됐다.

[출구전략3]
동정심 유발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다.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나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담화 초반부터 지난 18년간의 정치인생을 언급하며 “가슴이 더 무너져 내린다”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등 감성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촛불로 들끓는 민심에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을 모색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등 자신의 결백을 강조한 부분은 일련의 의혹에 대한 모든 책임이 최순실씨에게 있다고 방점을 찍은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이어지는 담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동정심 유발해 보수 재집결 의도
‘탄핵 불필요’ 기류 비박계 감지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나의 큰 잘못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내에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 그동안 나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해왔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호소에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당청 지지율이 드디어 멈췄다. 특히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에 내줬던 2위 자리를 다시 되찾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 ‘레이더P’ 의뢰로 실시·발표한 ‘11월 5주차 주중집계(11월28∼30일, 1518명, 응답률 11.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0.1%포인트 오른 9.8%로 조사됐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 역시 0.4%포인트 내린 86.0%로 회복세를 보였다.

새누리당도 최순실 사태로 지난 8주 동안 하락하던 지지율이 16.3%서 멈췄다. 국민의당이 15.3%로 하락함에 따라 새누리당은 2위 자리를 회복했다.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소수의 보수성향 지지층이 결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출구전략4]
탄핵 결사 저지

결국 탄핵을 막기 위한 담화 발표였다는 의혹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줄곧 탄핵보다 퇴진에 무게를 둬왔다. 이정현 대표는 지난달 30일 “야당이 12월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러한 기류는 비박계 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시점은 담화 발표 이후다. “탄핵에 앞장서겠다”던 김무성 전 대표 또한 “4월 퇴진이 적당하다”며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하야와 탄핵은 주체가 누구냐의 차이다.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야라면 탄핵은 국민의 손에 끌려 내려오는 것이다.

헌법 제65조는 탄핵에 대해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새누리당서 얘기하는 퇴진은 시한을 정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란 의미에서 하야와 별반 차이가 없다.

담화 발표 후 당청이 힘을 합치는 모습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과 하야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대한 법률적 지원 부분이 현격히 차이나기 때문이다.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할 경우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없다. 경호동 마련과 경호 경비 예우 등을 제외한 연금과 각종 지원이 모두 사라진다.

반면 하야 시에는 임기를 마친 대통령과 동등한 지원을 받는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4조2항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임기 후 월급의 70% 정도를 연금으로 받는다. 또한 경호 지원, 비서관 3명, 운전기사 1명, 사무실, 통신, 본인 및 가족의 치료 지원, 기타 필요한 예우 등을 모두 국민 혈세로 지원받게 된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절대 놓칠 수 없는 혜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흔들리는 탄핵 대오
9일도 장담 못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1일 탄핵안 발의-2일 본회의 표결’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 대오에서 이탈할 것을 우려해 2일 표결을 반대했다.

박 위원장은 회동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은 발의가 목적이아니라 가결이 목적”이라며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하도록 개별적으로 말했지만 불행히도 비박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오는 7일까지 퇴진 약속을 하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하겠다고 해 내일 탄핵 (의결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더민주는 탄핵소추안 2일 표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의지를 보였으나, 국민의당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비박계 측이 말한 것처럼 7일까지 박 대통령의 퇴진 약속이 없을 시 오는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에 붙여질 예정이다. 그러나 비박계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어 9일 표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지 않고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경우 국회 탄핵안 통과 뒤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180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헌재가 탄핵을 확정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일정을 감안하면 최소 8개월의 시간이 필요, 빨라도 내년 8월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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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