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3>

김동이, 일본 호빠 에이스가 되다!

전국 20여 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거기 가면 거의 죽어서 나온다고 하던데 ….”
 “매일 밤 전체 손님의 삼분의 일이 내 손님”


■ 손가락 잘린 형석이
형석이는 마지막까지 사쪼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끝내 야쿠자는 형석이를 끌고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야쿠자 사무실에 끌려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지마마 정우에게 같이 시장을 보러가자고 했다. 현재의 상황이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그곳의 분위기가 너무도 싫었기 때문이다. 정우에게 물었다.
“정우야, 형석이가 저렇게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형석이한테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긴 벌어질 것 같아. 거기 가면 거의 죽어서 나온다고 하던데 ….”
한국의 사채업자들에게 당해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여기는 일본이었다. 한국사람 하나 ‘묻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 형석이에 대해서 걱정했던 것은 나도 도망갈 궁리를 안 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언젠가는 도망가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형석이의 모습은 마치 미래의 내 모습 같았다. 그날은 일을 해도 다른 날보다 더 재미가 없었다. 술도 먹고 싶지 않았고 웃음을 지어도 억지웃음이었다.
그날 퇴근 후 숙소로 가보니 형석이가 방에 누워있었다.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그러나 형석이의 모습을 보고 나는 충격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은 피멍으로 물들어 있는 데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형석이의 새끼손가락이 잘려 나갔다는 것이었다. 야쿠자가 그렇게 한다는 것은 무슨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일이 현실의 내 앞에서 발생한 것이다. 흰색 붕대 사이로는 피가 흥건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형석이의 사건을 접한 뒤로 나는 일본이라는 곳, 일본의 호스트빠라는 곳이 더더욱 싫어졌다.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떠날 수 있는 방법도, 떠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일본어도 전혀 못하던 상태였다. 특히 내가 어딜 가도 사쪼는 날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더 나를 공포에 짓눌리게 했다.
형석이는 충격 때문인지 며칠간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도 형석이에게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괜찮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괜찮을 리가 있는가. 내 손가락이 잘렸다고 생각하면 그 말조차 듣기 싫은 말임에는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형석이는 예전과 똑같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형석이는 과거의 형석이가 아니었다.

■김동이, 에이스가 되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나도 점점 에이스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매일 밤 전체 가게 손님의 삼분의 일이 내 손님일 정도가 됐다. 팁도 매일 하루에 3만 엔에서 5만 엔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팁을 꾸준하게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전에는 ‘몸이라도 팔아라’고 말하던 사쪼도 이제는 나의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풀고 나를 제법 ‘대우’까지 해주었다. 이제는 다른 선수들에게 ‘동이 좀 닮아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사쪼는 언제든 자기 선수들의 손가락까지 자를 수 있는 표독스러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빚에 대한 답은 보이질 않았다.
사채업자들은 자신들만의 이자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 사쪼는 나에게 한 달에 이자만 1000만원씩 갚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차대출을 통해서 고작 500만원의 돈을 빌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자만 1000만원이라니. 그들의 계산법에 따르면 나는 정말 평생을 일해도 그 돈을 다 갚기가 힘들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에이스면 뭐 하겠는가. 매일매일 돈 한 푼 못 벌고 빚만 갚아가고 있는 생활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지만 어쨌든 나는 정우 다음으로 가는 에이스가 되었다. 정우는 내가 넘을 수 없는 큰 산이었다. 정우는 탁월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를 다루는 부드러운 솜씨,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에서 나오는 그 부드러운 말솜씨는 거의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그러다 보니 굵직굵직한 손님만 상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싸구려 술을 시키거나 혹은 정우에게 지나친 집착을 보이는 여자 손님들의 테이블에는 아예 앉지도 않았다. 정우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정우는 일본에 온 지 이미 3년이 넘었다. 그간 나고야, 오사카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쪼 역시 정우를 만난 건 호스트빠에서였다고 한다. 정우의 모습에 꽂힌 사쪼는 그에게 별도의 월급과 옵션까지 제공하면서 어렵게 자신의 가게로 데리고 왔다. 사쪼도 여자다. 내심 정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는 늘 부드러운 말투를 썼고 때로는 고분고분해지기까지 했다. 물론 정우가 그 정도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값어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사쪼를 그저 사쪼 정도로만 대했다. 그 이상을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타인과의 심리적인 경계선을 긋는 것은 정우의 독특한 특징이자 매력이기도 했다. 정우는 늘 자신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든, 손님이든, 마마든, 사쪼든. 심지어 나조차도 100%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누구와 깊게 사귀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정우의 그런 모습이 더 멋있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정우도 아마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됐을 거라 생각됐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있어도 정우 같으면 그 진심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정우를 닮고 싶었다. 노래 한 곡이면 수십만 엔의 팁이 꽂히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떤 질투심도 없었다. 정우가 날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정우가 나에게서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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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