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2>

굳은 신념, “몸 팔아 돈 벌진 않겠어!”

전국 20여 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필 꽃힌 여자 있으면 섹스로 붙잡으란 말이야”
“넌 도대체 애들 관리 어떻게 하는 거야?”

■ 도항은 절대 안 돼
사쪼가 말하는 ‘남들처럼’이란 곧 섹스를 의미했다. 호빠에 있던 대부분의 선수들은 섹스를 통해서 손님을 붙잡았고 돈을 받아냈으며 가게로 오도록 했다. 낯선 타향에 살던 여성들에게 섹스만큼이나 좋은 ‘치료제’는 없는 듯싶었다. 사쪼가 또 말한다.
“야, 너한테 필 꽂힌 여자 없어? 있으면 그냥 섹스로 붙잡으란 말이야!”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것만큼은 수긍을 할 수 없었다. 몸을 팔아서 손님을 유치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한국에서도 나의 굳은 신념이었다. 어떻게 마음이 가지 않는데 몸을 허락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관계는 ‘동물들의 관계’에 다름 아니라고 여겨졌다. 아무리 내가 노예로 팔려왔다고는 해도 내 자존심만큼은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관해서만큼은 사쪼도 어쩌지 못했다. 내가 여자와 섹스를 하거나 안 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이제 어느덧 점점 에이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나름대로 지명 손님들도 있었다. 준꼬, 야나기, 아끼꼬… 일본 이름이지만 다 한국 여성들이다. 도항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 내가 벌금을 내지 않도록 해주었고 남모르게 조금씩 팁도 주었다. 몸을 팔지 않고도 얼마든지 손님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도 언제나 나에게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가게가 끝나면 퇴근을 한 후 자신과 함께 있어주기를 원했고 그때는 늘 섹스를 요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녀들은 나에게 마치 보라는 듯이 다른 선수들이 노래를 할 때 많은 팁을 주기도 했다. 사실 나도 약이 올랐다. 내 손님인 그녀들이 다른 선수들에게 더 많은 팁을 준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나에게 오는 팁은 모두 사쪼가 강탈해 간다. 그러니 팁에 대한 욕심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럴수록 여자들은 더욱 더 나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번은 지명 손님이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너를 가질 수 있어?”
물론 대놓고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너희들은 절대 나를 가질 수 없다.’
돈을 버는 일은 지지부진했지만 나는 이제 일본 호빠 생활에 거의 적응을 했다. 이제 사쪼도 나를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는 부분도 있었고 경계심도 어느 정도는 푼 것 같았다. 나를 함부로 때리지도 않았다. 뭐랄까, 그냥 묵인이라고 할까. 나도 그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그저 밤이 되면 출근하고 여자들과 술 마시고 노래하고, 또 허탈하게 잠자리에 드는 생활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나마 정우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는 늘 나를 배려해 주었고 가게에서도 여러 가지를 챙겨주었다. 그 시절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지금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정우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무료하고 허무하던 시절에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유일한 것은 빠찡고였다. 물론 매번 돈을 잃었다. 하지만 굉음 속에서 구슬이 굴러가고 있는 모습은 현실과 희망이 교차하는 꼭짓점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빠찡고는 나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고 숨 막히는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였다.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버는 돈은 모두 빠찡고로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겐 희망이 없었으니 빠찡고를 멈출 수도 없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할수록 나의 인기는 점점 높아졌다. 함부로 자기 것이 되지 않으니 더욱 더 탐이 나는 것일까.

■ 형석이의 운명은?
그런데 무료하던 나의 일상을 순식간에 깨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형석이의 탈출 사건이었다.
“마마 어디 있어!”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사쪼의 목소리가 오후의 정적을 깼다. 잠을 자고 있던 선수들은 모조리 일어나 긴장감에 휩싸였다. 도대체 또 무슨 일일까. 사쪼의 뒤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고, 그들은 형석이를 질질 끌듯이 데리고 오고 있었다. 형석이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묻어났다. 형석이를 데리고 있는 사내들은 누가 봐도 야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덩치가 크지는 않지만 짧고도 강인한 인상, 다부진 체격이 형석이 하나쯤은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마가 사쪼 앞으로 튀어나갔다.
“야, 마마, 넌 도대체 애들 관리 어떻게 하는 거야?”
뒤에 있던 야쿠자는 그 순간 형석이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형석이가 저만치 굴러 떨어져 버렸다. 사쪼는 형석이의 뺨을 무자비하게 갈겼다. 그렇게 때리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번에는 주변에 있던 빗자루로 마구 때린다. 형석이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퍽!’ ‘퍽!’하는 소리만이 숙소에 울렸다. 하지만 사쪼의 무서운 기세에 누구하나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새끼는 가만 두면 안 돼!”
씩씩거리는 사쪼는 드디어 야쿠자들에게 일본말로 뭐라 뭐라 속삭였고 야쿠자들은 형석이를 데리고 사라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형석이는 내가 이곳 가게에 온 며칠 뒤에 도망을 쳤다. 이유는 ‘반스’라는 것 때문이다. 반스란 한국의 ‘마이낑’이랑 비슷한 개념이다. 일을 하기 전에 업주로부터 선불을 받는 것이다. 형석이가 땡긴 반스는 총 50만 엔이었다. 하지만 사쪼가 형석이 혼자만을 위해 50만 엔을 준 건 아니다. 형석이는 사쪼에게 여러 명의 선수들을 데려올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잘 안됐던 모양이다. 사쪼에게 계속해서 독촉을 받게 되자 형석이는 결국 도망갈 생각을 하게 되고, 어느 날을 골라 도항을 한다고 일찍 나간 뒤 그때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화가 난 사쪼는 그때부터 백방으로 형석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수십, 수백 개의 호스트빠가 산재해 있는 상태에서 한 명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요한 사쪼는 결국 야쿠자를 동원해 형석이를 찾아내고야 만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형석이를 선수들 앞에서 무자비하게 때린 것이다. ‘너희들도 도망가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보여주고자 함이다. 사쪼는 정말로 무서운 여자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그때까지 내가 본 여자들 중에서는 가장 잔인한 성격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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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