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8>

사채 빚에 팔려온 ‘선수’의 혹독한 ‘신고식’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그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그녀의 손이 내 뺨을 후려갈겼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넌 이 새끼야 여기 돈 벌러 온 게 아니고 팔려온 거야, 이 XXX야!”

■ 막무가내 신고식
“네, 저는 김동이이구요, 나이는….”
일행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게 무슨 신고식이냐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신고식이란 팬티만 남겨둔 채 옷을 전부 벗고 다른 테이블에 가서 술을 한 잔 얻어오는 것이었다. 그 테이블에서는 술 한 잔을 주는 대가로 노래도 시키고 춤도 시킨다. 한국에서도 신고식은 있지만 이렇게 다른 손님들과 엮이는 신고식은 아니었다.
이제 막 출근한 초짜가 뭘 못하겠는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이 바닥 생리이기도 했다. 막 일어나 옷을 벗으려는데 일행 중의 한명이 외쳤다.
“야, 됐다. 오늘은 우리 집에 대머리 오는 날이니까 그냥 대충 먹고 가자. 나 빨리 가봐야 되거든.”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대머리’는 스폰서를 의미했다. 그러니까 이곳에 오는 그녀들도 다들 돈 많은 남자를 스폰서로 잡고 있으면서 술집 생활을 하는 여자들이었다. 그들 중에서 팔자 핀 여자들은 스폰서로 인해 술집을 그만두는 사람이다. ‘술집 아가씨’에서 ‘사모님’이 되는 것이 그녀들의 가장 큰 꿈이기도 했다.
사실 난 그녀들의 대화에 단 한마디로 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라면 상황을 주도하며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겠지만 이곳은 좀 달랐다. 걸핏하면 자기들끼리 일본어로 이야기하는가 하면 지금 말하고 있는 상황이 뭔지를 모르니 끼고 싶어도 자칫 민망한 일만 당할 것 같았다. 그렇게 1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뻘쭘하게 앉아있기만 했다.
시간은 점점 아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둔탁한 마이크 음성이 들렸다.
“지금부터는 댄스타임입니다. 여러분의 끼를 마음껏 발산해 주세요!”
흥겨운 리듬이 업소에 가득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아까 나에게 신고식을 하라고 했다가 말린 손님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스테이지로 나간 그녀는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가슴으로 내려와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싫다는 식으로 몸을 움츠렸다. 춤을 멈춘 그녀가 나를 째려보더니 갑자기 하이힐로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일종의 경고였던 셈이다. 그런 후 그녀는 다시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벗기 싫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짝- !’
그녀의 손이 내 뺨을 후려갈겼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뭐 이런, X같은 새끼가 다 있어!”
느닷없이 뺨을 맞으니 나도 갑자기 흥분상태가 되어버렸다. 여자에게 뺨을 맞았다는 사실이 내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내 입에서도 욕이 나왔다.
“에이~ XX.”
그때부터 여자는 완전히 미친 듯이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맞고 있다가 약간 그녀를 밀었는데 만취해서인지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 것이다. 그때부터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마마, 부쪼(부장)가 말려도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 함께 있던 일행들도 나에게 컵과 얼음통을 집어 던졌다. 상황은 일파만파, 도저히 제어할 수가 없게 됐다. 그녀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야이, XXX들아, 너희들 앞으로 장사할 수 있는지 보자!”
첫 출근한 초짜가 만들어낸 상황치고는 너무 큰 것이었다. 마마는 제발 전화를 하지 말라고 사정을 했고 부쪼는 그녀들에게 보란 듯이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퍽, 퍽, 퍽….

■ 계속되는 발길질
나는 부쪼에 의해 어느 골방으로 끌려갔다. 그는 그때부터 집요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한 차례 복부를 가격당한 나는 배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부쪼는 계속해서 나를 짓밟았다.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나를 때리는 부쪼의 얼굴마저 희미해졌다. 단지 기억이 나는 건, 그의 몸을 휘감고 있던 문신뿐이었다.
“죽고 싶어? 넌 팔려온 새끼야.”
“야, 너 죽고 싶냐?”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신음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부쪼가 마지막으로 이야기했다.
“넌 오늘 이 일 해결 못 하면 죽는다.”
무서운 소리였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업소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난 억울했다. 그냥 옷을 벗기 싫었다. 물론 호빠 선수라면 당연히 벗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원치 않는 일본에 팔려 와서 그런 식의 대접을 받기 싫었나 보다. 부쪼는 옷을 다시 입더니 또 이야기를 했다.
“빨리 나가서 손님에게 빌어 이 XXX야.”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을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도 그를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는 댄스타임이 계속되고 있었다. 스테이지로 나갔지만 몸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멍하니 잠시 서 있었다. 그랬더니 부쪼가 다시 나를 밀실로 끌고 가 또 때리기 시작했다. 눈에 번쩍번쩍 별이 빛났고 이렇게 계속 맞고 있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모든 힘을 다해 간신히 이야기했다.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못 들었는지, 아니면 들었는데도 못 들은 척하는 건지 구타는 계속됐다. 안간힘을 다해 겨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빌면서 말했다.
“살려주세요.”
부쪼가 구타를 멈추고 나에게 물었다.
“너 여기 돈 벌려고 왔냐?”
“네.”
영문도 모른 채 또 부쪼는 발길질을 시작했다.
“넌 이 새끼야 여기 돈 벌러 온 게 아니고 팔려온 거야, 이 XXX야!”
그래 맞는 이야기다. 나는 다른 선수들하고는 달랐다. 돈을 벌려고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사채 빚이 많아 팔려서 온 것이다.
나도 모르게 숨을 ‘헉, 헉’ 하고 내쉬고 있었다. 온 몸의 감각이 다 무뎌진 것 같았다. 그때 마마가 술 한 병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마셔.”
그 술을 안 마시면 또 맞을 것 같았다. 벌컥벌컥 들이마시자 술기운이 온 몸으로 퍼졌다. 그래도 그들은 얼굴은 안 때린다. 얼굴이 선수들에게는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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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