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①구리 동구릉

조선 왕릉의 박물관을 만나다

구리 동구릉(사적 193호)은 조선 왕릉 가운데 가장 많은 9기가 모여 있어, 조선 왕릉 박물관이라 할 정도의 다양한 왕릉과 역사가 전해진다.

구리 동구릉은 조선왕조 500여년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왕릉이다. 태조의 건원릉부터 가장 늦게 조성된 추존 문조와 신정황후의 수릉까지 9기 17위를 모셨다. 건원릉을 조성한 뒤 능이 하나씩 늘어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가, 1855년 수릉을 조성하면서 동구릉이 되었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

동구릉은 가히 ‘조선 왕릉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4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조성되다 보니 왕릉이 변하는 과정이나 문석인과 무석인, 병풍석과 혼유석 등 조형물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봉분 하나에 한 분을 모신 단릉, 왕과 왕비를 함께 모신 합장릉, 봉분이 2기인 쌍릉, 정자각 하나를 중심으로 봉분이 다른 언덕에 있는 동원이강릉 등 형태도 다양하다. 건원릉과 휘릉, 혜릉은 단릉이고, 수릉은 합장릉, 원릉과 숭릉은 쌍릉, 현릉과 목릉은 동원이강릉이다. 경릉은 조선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봉분 3기가 나란히 배치된 삼연릉이다.

먼저 동구릉역사문화관에 들러보자. 조선 왕릉과 동구릉에 대한 정보가 전시되어 있고, 조선 왕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역사문화관을 둘러보면 왕릉과 조선의 역사가 좀더 쉽게 다가온다.

역사문화관에서 나오면 동구릉의 유일한 합장릉이자, 추존 문조의 능인 수릉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문조는 조선 23대 순조의 아들로 22세에 요절했다. 학문과 예술 분야에 재능이 뛰어나 효명세자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 이영(박보검 분)이 바로 효명세자다. 수릉에 이어 만나는 현릉은 조선 5대 문종과 현덕왕후가 잠든 동원이강릉이다. <국조오례의>에 따라 만든 첫 번째 능으로, 선대의 능보다 검소하다.


동구릉을 대표하는 능은 건원릉이다. 조선왕조를 개창한 태조의 능이고, 조선 왕릉의 기준이 된다. 건원릉은 규모가 크고 조형물도 웅장하다. 봉분 위로 거칠게 자란 억새가 인상적인데, 고향을 그리워한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흥 땅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가 덮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목릉은 조선 14대 선조와 정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를 모신 동원이강릉이다. 건원릉 왼쪽으로 휘릉을 지나 원릉이 이어진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오래 재위한 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가 잠든 곳이다. 원래 17대 효종의 능이 있던 자리인데, 석물에 틈이 생겨 여주 영릉으로 옮기면서 원릉으로 조성했다. 원릉에서 나오면 삼연릉인 경릉, 단릉인 혜릉, 쌍릉으로 조성된 숭릉이 차례로 이어진다.

동구릉에 잠든 왕과 왕비들은 조선 최고의 위치에서 나라를 좌지우지했지만, 이들도 사람인지라 지극한 사랑도 시기와 질투도 있었다. 살아서는 뜻대로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죽어서는 그러지 못했다. 건원릉의 태조는 계비 신덕왕후 곁에 묻히길 원했으나 건원릉에 홀로 남았고, 영조 또한 정비 정성왕후가 있는 홍릉에 묻히길 원했지만 계비 정순왕후와 함께 원릉에 잠들었다. 가장 행복한 왕을 꼽으라면 헌종이 아닐까 싶다. 정비 효현황후, 계비 효정황후와 나란히 경릉에 잠들었으니 말이다.

태조의 능이자 조선 왕릉의 기준
고구려 유적을 품고 있는 아차산

동구릉은 수릉, 현릉, 건원릉, 목릉, 휘릉, 원릉, 경릉, 혜릉, 숭릉 순으로 돌아보면 된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와 3시에 문화재 해설 안내를 한다.

아차산(287m)은 서울과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한강을 끼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 곳곳에 1500여년 전 고구려의 군사시설인 보루가 있다. 장수왕이 남하 정책으로 한강 유역을 점령한 475년부터 한강 유역을 다시 빼앗긴 551년까지 고구려가 남긴 흔적이다. 아차산 일대 보루군(사적 455호)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고구려 유적으로 가치가 높다. 특히 4보루는 복원돼 고구려의 웅장한 기상을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다.

아차산 등산로로 고구려대장간마을을 거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촬영한 고구려대장간마을에는 아차산고구려유적전시관이 있다. 아차산 일대 보루군에서 발굴된 투구와 도끼날, 마구인 등자와 재갈, 구절판, 밑바닥이 평평한 시루, 쇠스랑, 삽날 등 고구려 유물을 전시한다. 특히 아차산 4보루를 재현한 공간에는 일자형 온돌, 저수 시설, 배수 시설, 대장간 등이 갖춰져 있어 이곳에서 군사들이 자급자족하며 한강을 경계로 대치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는 국내성과 평양성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물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아차산고구려유적전시관은 꼭 가봐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는 최근 드라마 〈마녀보감〉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10월 방영 예정인 〈사임당, 빛의 일기〉를 촬영했다.

탁 트인 전경

고구려대장간마을 위로는 아차산 등산로가 이어진다. 초입의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풍광은 오를수록 더욱 장쾌해진다. 산등성이에 이르면 아차산 5보루, 2보루, 6보루, 3보루를 거쳐 4보루가 나오고, 6보루를 지나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가 있다. 시야는 잠실종합운동장부터 관악산, N서울타워, 인왕산, 북한산 인수봉까지 거침없다. 성곽이 복원된 아차산 4보루로 정상에 올라서면 가장 뛰어난 풍광이 펼쳐진다.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 아차산 4보루까지는 왕복 2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구리시 자원회수시설에는 구리타워, 구리시곤충생태관,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둘러보기 편하다. 구리타워는 지상 100m 높이에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구리시 일대를 조망하기 좋다.

이웃한 구리시곤충생태관에는 곤충전시관과 나비전시관이 있다. 특히 나비전시관은 나비의 일생을 관찰할 수 있도록 생태조건을 최적화한 곳이다. 남방부전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별선두리왕나비 등 남방 계열 나비와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 사는 나비가 태풍에 떠밀려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 나타나는 미접(길 잃은 나비)을 만나는 공간이다. 특히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부화해 나비가 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구리한강시민공원에는 9월이면 코스모스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강 변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색·분홍색·자주색 코스모스가 장관이다. 코스모스 길을 따라 산책로와 포토 존이 마련돼 있어 초가을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오는 23~25일 구리코스모스축제가 열린다. 

 

=== 여행 정보 =======================================

당일 여행 코스
구리 동구릉→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 4보루)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 4보루)→장자호수공원→돌다리곱창골목
둘째 날: 구리 동구릉→구리타워→구리시곤충생태관→신·재생에너지홍보관→구리한강시민공원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구리시 문화관광 www.guri.go.kr/brd/board/1045/L/menu/2091
- 동구릉(조선왕릉 홈페이지) http://royaltombs.cha.go.kr
- 고구려대장간마을 http://gbv.guri.go.kr/main/goguryeotown
- 구리타워&신·재생에너지홍보관(구리시 자원회수시설 홈페이지) http://guritower.guri.go.kr
- 구리시곤충생태관 www.guribugs.go.kr

문의 전화
- 구리시청 문화예술과 031)550-8353
- 구리 동구릉 031)563-2909
- 고구려대장간마을 031)550-2363
- 구리타워 031)550-2880
- 구리시곤충생태관 031)551-8816
- 신·재생에너지홍보관 031)553-2282
- 구리한강시민공원(구리시청 공원녹지과) 031)550-247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잠실역 6번 출구에서 1115-6번 버스 이용, 동구릉 정류장 하차, 약 50분 소요.
지하철: 경의중앙선 구리역 2·3번 출구 롯데백화점 정류장에서 2-1·10-5번 마을버스 이용, 동구릉 정류장 하차, 약 15분 소요.
*문의: 서울특별시 교통정보센터 http://topis.seoul.go.kr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도로 구리 IC→구리·태릉 방면 진출→100m 직진, 동구릉으로 좌회전→동구릉

숙박 정보
- 호텔아프리카: 구리시 안골로57번길, 031)566-3256, www.hotelafrica.co.kr
- 호텔팝: 구리시 안골로57번길, 031)555-5556, www.hotelpop.co.kr
- 부티크호텔 여기: 구리시 체육관로172번길, 031)557-7900

식당 정보
- 두메골: 한정식, 구리시 동구릉로, 031)573-5558, http://doomegol.co.kr
- 어랑추: 고등어조림, 구리시 동구릉로, 031)568-6866
- 황가네밥상: 갈치조림, 구리시 동구릉로, 031)555-8509
- 시골산장: 옻닭, 구리시 벌말로70번길, 031)557-9638
- 골목안채: 낙지볶음, 구리시 경춘로, 031)569-2665
- 시골식당: 동태탕, 구리시 검배로15번길, 031)551-1113

축제와 행사 정보
- 구리코스모스축제 : 2016년 9월23~25일, 구리한강시민공원, http://cafe.naver.com/guri92

주변 볼거리
장자호수공원, 돌다리곱창골목, 광개토태왕비, 신·재생에너지홍보관, 망우산묘역, 구리 명빈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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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