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6) 청평 나들이

임박한 거사…마지막 회포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좋지요. 그러나 좌석은 행사 주최 측에서 사전에 배치하기에 쉽지 않을 수 있소.”

“그런데…초청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남조선에 입국하면 초청장을 받을 수 있다 하였는데.”

“물론 행사 당일 초청장을 전하도록 하겠소. 그런데 지금 고타로 상의 말을 들어보니 한번 모험을 강행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오.”

“자세하게 말씀 주십시오.”

“초청장을 무시하자는 이야기요. 어차피 고타로 상에게 발급될 수 있는 초청장 자리는 거사를 위한 최적의 장소는 될 수 없을 테니 말이오.”

“그 말씀은?”

“행사장에 들어가서 고타로 상이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거사를 성공시키자 이 말이오.”

석원이 마치 그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카소네 상, 그 문제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요. 저, 이왕에 남조선에 입국한 김에 윤대중 선생을 만났으면 싶습니다.”

“윤대중!”

“어차피 이 일이 그 분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한번 뵙고 싶습니다.”

“그 사람에게 무엇을 제공하려 하오?”

잠시 침묵을 지켰던 동일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제공하다니요?”

“지금 윤대중 선생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아요. 그 사람 주변을 남조선 중앙정보부 사람들이 24시간 감시하고 있소. 또한 만난다고 한다면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런 경우라면 이 일을 반드시 성사시킨 연후에 이 일의 결과를 가지고 만나는 게 옳을 듯하오.”

동일의 차분한 말에 석원이 윤대중 선생을 되뇌었다.

“지금 나이아가라 호텔에 투숙했습니다.”

밤 열 시쯤 호텔로 경수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곳에서 뭐하고 있는가?”

“나이트 클럽의 호스티스와 함께 룸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놈이 그야말로 섹스관광 왔군.”

동일이 가볍게 말을 받고는 실소를 터트렸다.

“그런데 단순히 호스티스가 맞는가. 혹여 무슨 연고라도 있는 사람이 아닌가?”

“연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지금 들어갔으면 밤새 작업하겠다는 의미인데. 굳이 감시할 필요는 없을 듯하네. 그러니 자네가 판단하도록 하게.”

경수가 잠시 생각한다는 듯 침묵을 지키는 모양으로 전화기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제가 이곳에서 머물고 이 친구와 일정을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여하튼 수고해주게나.”

경수가 알겠다며 전화를 끊자 동일 역시 전화를 내려놓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뭐라 합니까?”

경수의 급보를 받고 강철이 호텔 룸으로 동일을 찾아왔던 터였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나이트 클럽에 들른 모양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호스티스와 함께 룸에 투숙했다 합니다.”

“그러면 그 짓거리 하려고 청평까지 갔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보아야지요.”

“허허, 거참 진짜 미친놈일세. 아니 그런 미친놈이…”

“미쳤으니까 대통령 각하를 암살하겠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하기야.”

강철이 말문이 막히는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오늘만이 아닙니다.”

“네! 그러면?”

“어제 저녁에도 시도했던 모양입니다.”

“어제도요!”

“아니,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그저께부터라고 해야지요.”

“그날은 그 친구에게 자유 시간을 준 첫 날 아닙니까?”

“당일 호텔 내에 있는 여행사를 찾아 서울 시내를 관광한 모양입니다. 그쪽을 통해 알아보니 창경궁, 비원, 동대문 시장 그리고 남산을 순환하는 코스라 합디다.”

“그건 단순한 관광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이 친구가 그 과정에서 일본인 여행객들을 만나 중요한 정보를 받은 모양입니다.”

“바로 그 정보요?”

“그래서 어제 저녁 역시 시내 야간 관광을 빌미로 모종의 거사를 획책했었는데 착오가 발생하여 무산되고 말았지요. 그리고 오늘 아예 작심하고 택시를 대절해서 청평으로 날아간 거지요.”

“참나, 이 나라 어떻게 되려고 일본 놈들의 섹스관광 천국이 되었다는 말입니까.”

“일본이 대만과 수교를 단절한 이후 일어난 일 아니겠습니까?”

1972년 일본이 실리를 지향하여 대만과 외교관계를 청산하고 중공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으로의 섹스여행의 대안으로 떠오른 게 한국이었다.

당시까지 대만은 일본인들의 섹스관광 천국으로까지 떠오를 정도였다.

그러나 국교단절로 일본 여행사들이 엔화강세를 빌미로 대한민국의 매춘 시장을 공략했던 데에 따랐다.

강철이 가볍게 혀를 차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왔다.

“이 친구 이거 끝까지 가겠습니까?”

강철이 동일의 잔을 채워주며 다시 혀를 찼다.

“막상 자신 있게 대하고는 있지만 이 친구 하는 모습을 살피면 흡사 살얼음판을 걷는 듯합니다. 도대체가…”

동일 역시 잔을 비우며 가볍게 혀를 찼다.

“여하튼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단단히 고삐를 죄어야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그런데…”

청평으로 향한 석원…동일·강철의 감시
VIP저격 위치 점검…호텔방 비밀문서는?

동일이 말하다 말고 강철의 얼굴을 주시했다.

“왜 그러십니까?”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무슨…”

“각하께서 윤대중 납치사건과 관련해 조만간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강철이 잠시 동일을 주시하다 잔을 비워냈다.

“저도 어제 실장께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광복절 전날 윤대중 사건을 정식으로 종결하신다 합니다.”

“그게 사실이군요. 하면 각하께 지금의 일이 보고된 걸로 봐도 무방합니까?”

“그는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를 두고 오비이락이란 사자성어가 생겨난 듯합니다.”

“우연의 일치라는 말입니까?”

“실장께서 아직 보고 드리지 않았으니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실장께서는 보고 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동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광복절 당일 하실 말씀과 연계시켜보아야 할 문제인 듯한데. 여하튼 참으로 당혹스럽습니다.”

“실장께서 보고 드렸다면 당연히 저희들에게 통보해주셨을 테지요. 그리고 본인 역시 그를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니 그리 알아야지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 사건을 반드시 완벽하게 성사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당연히 그러하시겠지요.”

“그건 그렇고. 이전에 말씀하셨던 행사장 연단 배치가 중요할 터인데 가능하겠습니까.”

“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행사장 좌석 배치도 경호상 필요하다면 실장의 소관입니다.”

동일이 안심된다는 듯 표정을 밝게 했다.

“며칠 전 문석원과 함께 국립극장을 사전 점검한 바 있습니다.”

“내부도 들어가 보셨습니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요.”

동일이 답하고는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대신 극장 배치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하면, 저격 위치는 결정하였습니까?”

“여러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이 특보께서 행사장 내에서 저격하도록 유도해야겠지요.”

“당연히 그리할 일입니다. 그런데 문석원이 행사장 내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행사 당일 접하겠지요.”

“허허, 거 참.”

잠시 허탈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던 강철의 눈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생각 들어 그런데. 지금 우리가 술 마시는 것도 좋지만 저 친구 방에 들어가서 그간 행적을 한번 살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철의 제안에 동일이 자동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말 나온 김에 지금 당장 가보지요.”

강철 역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이 석원의 룸으로 들어갔다.

석원의 성정을 그대로 나타내듯 어지러웠다.

아니 일본에 머물 당시 주선을 통해 단단히 일러두었었다.

퇴실하는 순간까지 그 어느 누구도 룸에 들이지 말라고.

그를 생각하며 룸 이곳저곳을 둘러보자 더욱 어지러워 보였다.

이어 잠시 전경을 훑다가는 비닐장갑을 끼고 석원의 흔적이 남아 있는 물건들에 대해 세심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거 좀 봐주시겠습니까?”

동일이 침대 위에 있던 물건들을 살피는 중에 강철이 뭔가를 발견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강철에게 시선을 돌리자 술병이 널려 있는 테이블에서 노트를 들고 그 내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일이 급하게 다가서자 강철이 노트를 동일에게 건넸다.

동일이 일본어로 휘갈겨 쓴 노트를 받아들었다.

그야말로 술 마시다가 울적한 마음에 휘갈겨놓은 듯했다.

“무슨 내용입니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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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