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3>

소 팔아 마련한 500만원, "나는 철없는 아들이었다"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아, 어떻게 한다? 나에게 돈을 빌려줄 사람은 전혀 없는데…’
“이번에 엄마가 돈 안 해주면 나 다시는 시골에 안 올 거야.”

■ 첫 작품이 주·조연?

대표님이 나보고 잠시 나가 있으라 했다. 밖으로 나온 나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담배맛이 달랐다. 공기도 상쾌했고 몸도 날아갈 듯 가뿐했다. 이제 방송국 PD까지 만났으니 모든 게 다 확실해진 듯했다. 실질적인 캐스팅 담당자가 나에게 확신을 주었는데 이제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는가.
PD와의 길지 않은 만남이 끝나고 나는 회사 사장님과 단둘이 차에 앉았다.
“동이야, 오늘 수고했다. 잘했어. 이제 남은 건 네가 열심히 일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말이야 이제 네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는 알지? 이번에 저 PD하고는 첫 거래다.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이제는 내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3000만원이 아니라 6000만원이라도 만들라면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돈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보고 친구들에게 조언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그건 다름 아닌 ‘카드깡’이라는 것이었다.
카드를 만들어서 그 한도 전체를 현금으로 바꿔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중간 업자에게 10%의 수수료는 떼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내가 가장 빨리 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특히 그때는 지금처럼 신용에 대한 규제가 많지 않아서 카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단 3일 만에 7개의 카드를 만들어 버리고 중간 브로커에게 넘겼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략 2500만원 정도는 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500만원이 문제였다.
‘아, 어떻게 한다? 나에게 돈을 빌려줄 사람은 전혀 없는데…’
그런데 그때 생각났다. 강원도에 계신 엄마. 마지막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나는 그날 바로 강원도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가보는 시골길로 향했다.
어스름한 저녁. 동네에는 인기척도 없었고 불빛도 별로 없었다. 겨우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만이 쓸쓸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엄마~!”
나지막이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또다시 불렀다.
“엄마~.”
그제야 엄마는 눈을 비비시고 밖으로 나오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막내야! 네가 갑자기 웬일이냐!”
엄마도 적지 않게 놀라셨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집에 찾아간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말은 ‘그냥 왔어’라고 대답했지만 내 심정은 여간 복잡하지 않았다. 엄마는 다리가 여전히 아픈 듯했다. 10년간 앓아온 관절염이었다. 지난 세월 동안 엄마의 다리 한번 제대로 주물러드리지 못한 불효자라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위안했다. 이제 곧 스타가 되면 관절염 수술비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그때 이제까지 못했던 효도까지 전부 해드리자.
엄마는 그 늦은 시간에도 고기 한 덩이를 꺼내 구우시며 혹시나 배가 고플 막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셨다. 나도 그때서야 겨우 배가 고픈 것이 느껴졌다. 생각이 복잡하니 밥 생각도 전혀 없었던 것이다.

 ■ 철없는 막내아들

“엄마.”
막상 돈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꼭 해야 했다. 내가 이 말을 하지 못하면 나의 성공도 없었다.
“막내야, 무슨 일이냐? 왜 불러 놓고 아무 말도 안 해?”
“실은… 나 돈 500만원이 필요해. 그리고 자동차도 있어야 하고. 이제 나도 방송국에 뻔질나게 드나들 텐데 차도 없이 어떻게 해.”
강원도 깡촌에서 500만원이면 적지 않은 돈이었다. 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슴으로 가져가 쓸어내리고 계셨다. 알고 봤더니 얼마 전에 형이 다녀갔다고 했다. 사업이 흔들리고 있어서 엄마에게 돈을 빌리러 왔다는 것이다. 엄마는 막내까지 이러는 모습에 무척이나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 엄마에게 돈이 남아있을 리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온갖 떼를 다 썼다. 농협에서 대출을 받아달라는 둥, 남아있는 소 두 마리를 팔아달라는 둥, 정말이지 그때 내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필요한 돈 500만원이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나에게 딱히 답을 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내가 또 얼마나 철이 없어 보였을까. 엄마는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아들이 먹었던 밥상을 치웠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둘을 갈라놓았다. 급기야 나는 이런 몹쓸 말까지 하고 말았다.
“이번에 엄마가 돈 안 해주면 나 다시는 시골에 안 올 거야.”
엄마는 아무 말도 없으셨지만, 가슴이 찢어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말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엄마 젖을 먹으며 뒤뚱뒤뚱 걸음마 연습을 했던 자식이 이제 돈 때문에 엄마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하다니. 나도 속이 상했다. 물론 엄마와 같은 심정은 아니었다. 돈이 필요한데 돈을 주지 않으니, 그게 속상했다. 문을 쾅 닫고 건넌방으로 가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 어쩌지, 엄마가 돈이 안 되면 안 되는데, PD님에게는 뭐라고 말할 것이며, 대표님의 얼굴은 또 어떻게 본단 말이야’
새벽이 깊어갔고 그렇게 나도 어슴푸레 잠이 들고 말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잠결에 시끄러운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렸다.
‘뭐지?’
창문을 내다보니 집 밖에는 커다란 트럭이 한 대 와있었고 엄마는 소를 끌고 나가고 계셨다. 순간적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밖으로 뛰어나가 엄마에게 소리쳤다.
“엄마, 소 파는 거야? 이거 팔아서 나 돈 해주는 거야?”
엄마는 그저 짧게 ‘으응’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엄마가 우시장으로 향하는 트럭기사 아저씨에게 이야기했다.
“아저씨, 우리 막내를 위해 파는 거예요. 좋은 값에 좀 팔아주세요. 조금 있다가 첫차 타고 우시장에 갈게요. 거기서 봐요.”
그렇게 해서 어머니가 평생 동안 소중하게 키워온 소를 500만원이라는 돈으로 바꾸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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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