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부추기는 힐링의 숲을 찾아서 ④전북 완주군

몸과 마음 치유하고 위로하는 공기마을

힐링은 몸과 마음의 쉼이자, 어질러진 일상의 치유와 회복이다. 오늘을 사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그 안에 숨었다. 귀촌이나 귀농의 관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작정 삶의 터전을 바꾸기 어려우니 잠시 자연 가까이, 자연의 사람들 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일상의 환기, 자연에 잠시 기대는 여유
살균작용과 피톤치드의 대명사 편백나무

완주군은 일찌감치 마을 단위 공동체나 마을 기업 등을 꾸렸다. 덕분에 청정 자연을 빌려 새로운 삶을 도모하는 사람이나 마을이 많다. 완주를 힐링의 고장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그 가운데 상관면의 공기마을과 구이면의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은 도시의 일상을 잊고,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공기마을은 완주군 남쪽 상관면 죽림리에 위치한다. 1976년 마을 주민이 편백 10만 그루를 심었는데, 40년이 지나니 그 기세가 여간하지 않다. 보물처럼 숨어 있다가, 지난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소문이 났다.

공기마을 편백숲은 국도 변에서 약 1.8 km 더 들어간다. 도로를 벗어나 전주천을 건너면 한적한 시골길이다. 이 일대는 예전에 대나무가 많아 죽림리, 대밭뜸 등으로 불렸다. 이제는 편백숲이 대신한다. 숲의 출발점은 편백숲 관광안내센터와 편백숲 쉼터다. 보통 편백숲 오솔길에 올라 임도의 산책로 반환점까지 다녀오는 데 편도 3.5~4km 거리다. 느린 걸음으로 왕복 2~3시간 걸리며, 숲을 마주하고 나를 돌아보기에 충분한 코스다.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내친김에 한오봉이나 옥녀봉까지 오른다. 정상에서 보면 마을이 밥공기를 엎어놓은 모양이라 공기마을이다.

부담없이 걷는
편백숲 오솔길

편백숲 오솔길은 편백숲 쉼터에서 유황 편백탕 갈림길을 지나 왼쪽이다. 임도 옆 샛길에 ‘편백숲 오솔길’ 안내판이 있다. 그 안쪽으로 높이 자란 편백이 푸른 숲을 이룬다. 편백은 항균·살균 작용이 뛰어나며 피톤치드의 대명사다. 코끝에 상쾌하게 퍼지는 향이 이를 방증한다. 도시에 없는 초록의 냄새다. 입구 주변은 삼림욕장 역할을 한다. 경사지에 너른 숲이 펼쳐져, 쉴 때 상대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편백숲 오솔길을 잊은 채 그곳에 터를 잡는 이도 있다. 눈을 감고 숲의 향을 느끼거나 담담히 이야기를 나눈다. 책 한 권 가져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른 무더위도 금세 잊힌다.


적당히 쉬고 나면 편백숲 오솔길을 걷는다. 숨이 차지 않을 만큼 완만한 길을 오르내린다. 편백과 나란한 걸음이고, 편백의 품을 가로지르는 걸음이다. 그 사이로 참나무 등 활엽수가 조화롭다. 소박한 계곡의 나무다리와 갈지자 오솔길 역시 정겹다. 편백숲 오솔길은 끝에서 다시 임도와 만나고 곧 갈림길이다. 유황 편백탕 쪽으로 내려올 수 있지만, 너른 산세가 드문드문 드러나는 산책로 반환점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반환점은 아담한 정자를 키 큰 나무들이 호위한다. 길 끝에서 누리는 여유가 정상에 오른 쾌감 못지않다.

유황 편백탕으로 돌아오는 길에 통문(通門)을 지난다. 통나무로 만든 문이라 통나무의 의미도 담았다. 통문 옆에는 삼림욕장이라 적힌 또 다른 통나무 문이 있다. 편백숲 아래 평상이 놓여 삼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통문에서 유황 편백탕을 오가는 길은 숲길 그 자체로 아름답다. 길은 나선을 그리며 흔들리고, 곁으로 작은 개울이 따라든다. 발이 지칠 때쯤 유황 편백탕에 이른다. 원래 온천 개발을 계획했다가 족욕탕으로 만들었다. 온천의 뜨거운 물은 아니고 개울물을 끌어와 시원하다. 나무는 오전 6시경에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어낸다. 공기마을에서 하루 묵고 이른 아침 산책에 나서도 좋겠다.

무더위 잊히는
삼림욕장

공기마을 서쪽 구이면 국사봉 아래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도 이름값을 한다. 이곳은 공기마을보다 깊은 산골이다. 전주 시내에서 하루 다섯 차례 버스가 다닌다. 안덕이라는 이름 역시 ‘안쪽의 깊은 땅’을 의미한다. 주민이 사는 장파마을에서 산 쪽으로 더 들어가 힐링과 체험을 위한 마을을 조성했다. 숙박은 황토방에서 하며, 토속한증막과 쑥뜸실, 금광굴 등 부대시설이 특별하다. 토속한증막은 한약재 달인 물로 구들을 만들어, 장작을 피울 때 한약재 성분이 나온다. 한증실에서 나오면 쑥뜸실이나 금광굴로 이동한다. 쑥뜸실은 인진쑥을 태운 쑥뜸 기구로 몸을 덥혀 혈액순환을 돕는다. 옛 금광을 활용한 금광굴에서 더위를 피하고 냉탕을 즐긴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 농산물로 음식을 내는 웰빙식당도 있다.

숲길 산책은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에서 민속한의원을 지나 정자까지 약 3.8km 노르딕 워킹 코스다. 길과 나란한 내운암천 계곡이 시원스럽다. 고즈넉한 정취를 원할 때는 체험 학습이나 수학여행 일정을 피해서 찾기를 권한다. 장기 숙박도 대안이다. 황토방과 민속한의원 중간 지점에 있는 숙박동은 10일 이상 장기 숙박만 가능하며, 음주는 금지된다. 조용히 휴양하며 머물 수 있다.

완주군 북쪽은 고산자연휴양림을 베이스캠프 삼아 돌아본다. 대아수목원이나 화암사 등이 힐링의 명소다. 특히 화암사는 안도현 시인이 〈화암사, 내 사랑〉에서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노래한 숨은 절집이다. 길목의 숲길로도 마음이 풍족하다. 주민이 함께 만든 안심다리를 건너고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시와 그림, 이야기가 있는 147계단’에 오를 때는 시나브로 인간세가 지워진다. 그 끝자락에 우화루(보물 662호)와 극락전(국보 316호)을 품은 화암사가 있다. 

경내에 머무노라면 번뇌가 사라지고 절로 참선에 든다. 진짜 절집의 모습이지 싶다. 지붕 너머 푸른 산과 귓가에 지저귀는 새소리마저 부처님의 경전인 양하다. 그 깊은 산중에 의상대사나 원효대사 같은 고승이 수도한 이유나,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라고 한 안도현 시인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완주군은 세로로 긴 형태로 가운데 전주시를 에워싸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여행할 때는 그 지형을 염두에 두는 게 편리하다. 전주시를 가로질러 남북을 오가므로 지역에 따라 전주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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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 힐링 여행 코스: 공기마을 편백숲→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화암사
· 체험 여행 코스: 공기마을 편백숲→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삼례문화예술촌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공기마을→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
· 둘째 날: 고산자연휴양림→대아수목원→화암사
관련 웹사이트
· 완주군 문화관광 http://www.wanju.go.kr/tour
·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 http://www.poweranduk.com
· 고산자연휴양림 http://www.rest.wanju.go.kr
문의 전화
· 완주군청 관광마케팅과 063-290-2623
·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 063-227-1000
· 고산자연휴양림 063-263-8680
대중교통(기차)
· 용산역-전주역: KTX 하루 10회(05:20~21:4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전주역에서 119번 버스 이용 대우빌딩 하차 혹은 105번 버스 이용 전동성당 한옥마을 하차, 752번 버스 환승 원죽림 정류장 하차, 공기마을까지 도보 이동.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 서울-전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5:30~24: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금암광장이나 KB국민은행 금암지점 정류장까지 도보 이동, 752번 버스 이용 원죽림 정류장 하차, 공기마을까지 도보 이동.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상관 IC→남원·임실 방면 춘향로 900m→죽림리 경로당 지나 정좌마을 방면 우회전→죽림편백길 1.85km→공기마을 편백숲
숙박
· 모악산모텔: 구이면 모악산길, 063-222-2023~4
· 상관리조트&스파: 상관면 죽림편백길, 063-230-4500
·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 구이면 장파길, 063-227-1000
· 고산자연휴양림: 고산면 고산휴양림로, 063-263-8680
식당
· 웰빙식당: 건강밥상, 구이면 장파길(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 내), 063-226-4061
· 행복정거장: 뷔페식 자연밥상, 구이면 모악산길, 070-7008-4403,http://blog.naver.com/happyst4
· 화심순두부 본점: 순두부찌개, 소양면 전진로, 063-243-8268
주변 볼거리
대아수목원, 삼례예술촌, 비비정마을,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전북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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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