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0>

동이, 환멸의 선수생활 접다?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병구야, 소주 한잔 하자, 나 정말 미치겠다!”
선수들의 인생…참 험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엇갈린 사랑
둘은 마치 연인처럼 친근한 사이처럼 보였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동이씨, 들어갈래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약간의 불만이 묻어나왔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온 나에 대한 불만이었을까.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를 집으로 안내했다.
“누구예요? 아까 그 남자?”
“아, 그냥 아는 오빠예요.”
나 역시 당장 그녀에게 뭐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식적인 연인 사이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는 참기 힘들었다. 순간적으로 욕실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나름대로의 직감이라고 할까.
욕실에는 수증기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마치 방금 누군가가 샤워라도 한 듯했다. 욕조 역시 물기가 흥건하게 남아있었다. 은영씨가 했든, 그 남자가 했든 상관 없었다. 남녀가 함께 있으면서 둘 중에 하나라도 샤워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입에서 나오는 한숨이 수증기 열기보다 더 뜨거웠다.
밖으로 나오자 은영씨는 소파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다.
“은영씨, 저 갈게요.”
그녀 역시 아무 말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나에 대한 호의가 사라진 듯했다. 표정은 차가웠고 눈빛은 냉정했다.
나는 서서히 다시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서려는 순간, 물어서는 안 되는 것을 묻고 말았다. 아마도 평상시의 나라면 절대 그런 건 묻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선수들에게 그런 질문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은영씨, 한 가지만 알고 싶어요. 방금 그 사람, 누구예요?”
사실 그녀가 변명이라도 해주기를 바랐다. 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말을 둘러댄다면 나는 그것을 믿으면 그만이었다. 다시 한 번 ‘그냥 아는 오빠’라고, 아니면 ‘친척 오빠’라고 말해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제 정리가 된 듯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스폰서요.”
그 순간 은영씨와 나는 아무런 사이가 아닌 듯했다. 그저 화류계에서 지나가다가 만난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랑이라는 것은 눈곱 만큼도 개입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 은영씨가 나의 가슴을 후비는 말을 했다.
“빚을 갚아준다고 해서요.”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아팠다. 그래, 화류계가 바로 이런 데구나. 속고 속이고, 돈이라면 의리도, 사랑도 아무 것도 없는 곳이 바로 이 비정한 화류계구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명자씨와의 관계도 은영씨와의 관계도 모두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왕자에서 거지가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병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구야, 소주 한잔 하자, 나 정말 미치겠다!”

■병구의 일본행
소주잔을 앞에 놓고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병구는 뭔가를 눈치 챘는지 녀석도 별 농담도 하지 않고 그렇게 내가 말을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조금 취기가 오르자 그때부터 오늘 있었던 기묘하고도 허탈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런데 병구가 좀 이상했다. 처음에는 내 말을 기다려주는 의미에서 아무런 말도 없는 듯했다. 그런데 그게 아닌 듯싶었다. 녀석의 얼굴이 시무룩했다.
“그런데, 너 무슨 일 있냐? 오늘 왜 그러냐? 이 친구가 이렇게 험한 꼴을 오늘 하루에 두 번이나 당했는데.”
알고 봤더니 병구도 나만큼이나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었던 듯 했다.
“동이야, 나 일본 간다. 일본에 있는 한국 호스트바 가서 돈 많이 벌어야 돼.”
갑자기 일본이라니.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본에 ‘한국 호스트바’가 있는지도 처음으로 알았다. 병구의 말에 따르면 일본에는 일본 남성들을 상대하는 한국 술집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 그녀들 역시 호스트바에 가서 남자들을 만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병구는 바로 그런 여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일본일까?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돈을 버는 병구였다.
“아버지가 지금 빚 때문에 도망다니고 계셔. 사업하다가 망하셨거든. 일본은 환율이 높아서 한국보다 훨씬 돈을 더 많이 번대. 이거 아니고는 방법이 없다, 동이야.”
우리네 선수들의 인생살이, 참으로 험하고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선수하는 것도 모자라 머나먼 타국까지 가야한다니. 병구에게 이야기했다.
“그래, 잘 가라. 우리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일본 가서 돈 열심히 벌고, 스폰도 엄청 땡겨서 네 인생 달라지는 것 좀 보자!”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었지만, 내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로 운 더럽게 없는 날이네, 세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를 떠났잖아’
헛웃음이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술을 샀다. 어차피 매일 먹는 술, 집에까지 가서 먹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그날만큼은 술에 진탕 취하고 싶었다. 어제 먹은 술이 아직 다 깨지도 않은 상태였건만, 술 취한 상태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그 순간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백마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마담형, 저 오늘 못 나갈 것 같아요, 죄송해요.”
하지만 나는 그날부터 호빠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 길지 않은 호빠 생활이었지만 환멸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그들과 함께 있다가는 내 인생조차 지리멸렬함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가난해도 참자, 호빠 기웃거리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자.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호빠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가난했던 과거의 모델일을 하기 시작했다. 몸은 고달팠지만 명자씨와 은영씨와의 관계 속에서 입었던 상처를 달래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내가 계속 호빠를 나갔다면, 밤마다 그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적은 돈에 만족하는 소박한 일상에서 어느덧 나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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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