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부추기는 힐링의 숲을 찾아서 ②강원 평창군

평창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고장이다. 오대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불법이 길이 번창할 것’이라 한 불교의 성지이자 나무의 성지다. 오래되고 기품 있는 전나무, 자작나무, 신갈나무 등은 오대산의 여름 풍경을 더욱 깊고 묵직하게 한다.

속세를 씻어내는 깨달음의 길, 오대산 선재길
쭉쭉 뻗은 전나무 향기 그윽한 천년의 숲길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1400여년 전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신라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적멸보궁에 모시기 위해 지나간 유서 깊은 길이다. 호젓한 숲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속세의 근심이 청정 계곡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오대산은 백두대간에 핀 연꽃이다. 비로봉(1563m),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31m)이 꽃잎을 이룬다. 꽃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오대천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재길이다. 출발점은 월정사지만, 월정사 입구 매표소부터 걷는 것이 좋다.

매표소에서 상원사까지 10.7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 200m쯤 도로를 따르면 월정사 일주문이 나오고,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약 700m 이어진 길을 특별히 ‘천년의 숲길’이라고 부른다.일주문 안의 나무들이 어서 오라는 듯 손짓한다.

불교의 성지
평창 오대산

길 양편으로 쭉쭉 뻗은 전나무가 1000그루도 넘는다. 보기도 좋지만 전나무 특유의 알싸한 향이 온몸을 정화한다. 성황당을 지나면 쓰러진 전나무가 보인다. 속이 텅 빈 나무 일부가 서 있고, 나머지 몸체는 편안하게 누웠다. 수령이 약 600년으로, 2006년 쓰러지기까지 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였다고 한다. 전나무 숲길이 끝나면 월정사 경내로 들어선다.


월정사는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지만, 한국전쟁 때 모조리 불타 오래된 건물이 없다. 다행히 적광전 앞에 팔각구층석탑이 남았다. 탑 앞에는 두 손을 모아 쥐고 공양하는 자세로 무릎을 꿇은 석조보살좌상이 있는데,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월정사가 끝나는 지점에 선재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선재길은 오대산이 배출한 방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이 오간 구도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이다. 선재는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호젓한 오솔길 옆으로 오대천 계곡이 재잘재잘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선재길에서 가장 수려한 계곡이 펼쳐진다. 설악산처럼 반질반질한 암반이 흐르는 물줄기와 어우러진다. 암반에 주저앉아 손을 씻는다. 시원하고 촉감이 좋다. 내 안의 번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오대산장을 지나면 동피골 합류점과 만나고, 호젓한 계곡 길이 상원사 입구까지 이어진다. 상원사로 가는 길은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숲길이다. 길 초입에 관대걸이가 있는데, 세조가 이곳에 옷을 걸고 계곡에서 목욕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세조가 목욕할 때 마침 가까운 곳에 동자승이 있었다. 세조는 동자승을 불러 등을 밀어달라 했고, 동자승은 열심히 등을 밀었다. 흡족한 세조는 장난기가 발동해 “어디 가서 왕의 등을 밀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왕께서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줬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준 덕분에 세조는 피부병이 다 나았고, 이를 고맙게 여겨 상원사에 문수동자상을 세웠다고 한다.1984년 문수동자상을 문화재로 지정하려고 조사하던 중, 세조가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저고리와 다라니경 등 많은 복장 유물이 발견됐다. 문수전 안 문수보살상에 인사를 올리며 선재길 탐방을 마무리한다.

월정사 명물
석조보살좌상

선재길이 오대산의 그윽한 숲길이라면, 백룡동굴은 백운산의 동굴 속을 탐험하는 길이다. 정선아리랑 곡조처럼 구불구불 내려온 동강이 잠깐 평창 땅에 발을 담그는 지점에 백룡동굴이 자리한다. 동굴 체험은 750m 들어갔다가 돌아 나오며, 1시간30분쯤 걸린다. 먼저 안내소에서 탐사용 옷으로 갈아입는다. 랜턴이 달린 헬멧, 장갑과 장화 등으로 무장하니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강원도 사투리가 구수한 가이드와 함께 보트를 타고 백룡동굴 입구에서 내린다. 잠깐이지만 배를 타고 동강과 함께 흐르는 맛이 기막히다.

 덜컹! 동굴 문이 열리자 가슴이 콩콩 뛴다. 뚜벅뚜벅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니 구들장이 보인다. 조선 시대에 사람이 산 흔적이다. 가이드가 앞쪽의 작은 웅덩이를 가리킨다. 쭈그리고 앉아서 물속을 들여다보니 새우 같은 것이 눈에 띈다. 아시아동굴옆새우다. 백룡동굴에는 생명체 56종이 산다고 한다. 겨울에는 박쥐도 볼 수 있다. 웅덩이를 지나면 빛은 완전히 사라진다.


백룡동굴은 훼손을 막기 위해 조명을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배를 바닥에 깔고 기어 ‘개구멍’을 통과하자, 비로소 백룡동굴의 진면목이 펼쳐진다. ‘신의 손’이란 별명이 붙은 대형 종유석, 피사의 사탑처럼 생긴 석순, 천장에 길게 형성된 베이컨 시트는 일명 만리장성이라고 한다. 석순이 1mm 자라려면 1년이 걸린다고 하니, 동굴 안에서 인간의 존재는 참으로 하찮다. 동굴 생성물의 화려한 모습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종착점인 대광장에 이른다. 가이드가 눈을 감으라고 하더니 랜턴을 모두 끈다. 잠시 후 눈을 뜨자 온통 어둠이다. 이런 완벽한 어둠을 만난 적이 있던가. 백룡동굴 탐사의 마지막 ‘어둠 체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알펜시아리조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주 무대다. 스키점프와 바이애슬론, 스노보드, 알파인스키 등 경기가 펼쳐진다. 리조트 안에 들어서면 언덕 위에 솟은 스키점핑타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키점핑타워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알펜시아스타디움에서 모노레일과 엘리베이터를 번갈아 타면 전망대로 올라간다. 전망대에서는 알펜시아리조트와 대관령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알펜시아스타디움 안에는 대관령 스키역사관이 자리한다. 스키의 발상부터 우리나라 스키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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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오대산 선재길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전망대)&대관령 스키역사관
· 둘째 날: 오대산 선재길

관련 웹사이트
· 평창문화관광 http://tour.pc.go.kr
· 오대산국립공원(선재길) http://odae.knps.or.kr
·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http://cave.maha.or.kr
·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http:www.alpensiaresort.co.kr

문의 전화
·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762
· 오대산국립공원 033-332-6417
·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033-334-7200~1
·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033-339-0000

대중교통(버스)
· 서울-평창: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9회 운행(07:00~18: 46), 약 2시간 5분 소요.
· 서울-진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4회 운행(06:22~20:05), 약 2시간 15분 소요.
· 진부-월정사: 진부공용버스정류장에서 하루 14회(06:30~19:40) 운행, 약 20분 소요.
· 진부-상원사: (월정사 경유), 진부공용버스정류장에서 하루 9회(07:30~16:40) 운행, 약 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진부공용버스정류장 033-335-6307

자가운전
· 영동고속도로 새말 IC→안흥면→방림면→평창읍→미탄면→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평창읍→진부 IC→오대산→대관령 IC→알펜시아리조트

숙박
· 숲속의요정: 봉평면 팔송로, 033-336-2225
· 알펜시아리조트: 대관령면 솔봉로, 033-339-0000
· 용평리조트: 대관령면 올림픽로, 033-335-5757
· 켄싱턴플로라호텔: 진부면 진고개로, 033-330-5000

식당
· 오대산농원식당: 산채정식·산채비빔밥, 진부면 진고개로, 033-332-6738
· 부일식당: 산채정식·산채비빔밥, 진부면 진부중앙로, 033-335-7232
· 이조막국수: 막국수·편육, 평창읍 여만길, 033-334-2157

주변 볼거리
방아다리약수, 대관령하늘목장, 이효석 문학의 숲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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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