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7>

“내가 명자씨와 잠자리를 한다면?”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명자씨의 벗은 상체는 꽤  섹시해 보였다
공사의 최대 분기점은 역시 ‘잠자리’야


명자씨와 함께 보낸 밤
백마담의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야, 빨리 빨리 준비해라!”
손님들이 들이닥친 모양이다. 늘 그렇듯이 초이스 전에는 항상 긴장감이 가득하다. 나 역시 재빨리 초이스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룸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때 백마담이 나를 보며 말했다.
“동이는 빠져”
“네?”
사실 이런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손님이 나를 ‘지명’했거나 그게 아니면 나를 아예 처음부터 ‘뺀찌’를 놓거나.
알고 봤더니 명자씨 일행이었다. 룸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그녀의 웃음은 언제나 내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럴 때면 다른 선수들에게 ‘가오’가 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초이스를 당해야 하는 입장이고 나는 이미 사전에 선택받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자씨와 함께 온 여성들은 늘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인사해요, 동이씨, 여기는 내 친구들이예요”
그렇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명자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백마담에게 ‘바가지’를 달라고 했다. 바가지. 선수들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양주와 맥주를 ‘때려 넣는다’고 할 정도로 가득 부은 뒤 마시는 술이다. 일반적인 폭탄주와 제조 방식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바가지가 폭탄주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폭탄주는 매번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취기가 오르다보면 나중에는 만드는 것 자체가 귀찮게 돼서 그냥 양주를 마시게 된다. 그런데 바가지는 다르다.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들이붓는 스타일이라서 자칫하면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3일 동안 세상이 멸망하는 느낌이랄까. 그날은 명자씨 친구인 명주씨의 생일이었다. 축하 노래가 울려퍼진 후부터는 계속해서 술이었다. 마시고, 취하고, 또다시 들이붓는 일들의 연속이다. 바가지도 모자라 또다시 새로운 술이 만들어 진다. 골프주, 회오리주, 만만세주… 결국 나도 기억이 끊기고 말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은 어슴프레 떴지만 천장의 윤곽조차 희미해져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괴로움에 신음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의 허리띠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병구인가? 내가 집으로 업혀왔고 병구가 편하게 자라고 바지를 벗겨주는 것일까?
눈을 제대로 뜰 힘도 없었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허리띠를 완전히 푼 뒤에 바지가 벗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벨트와 바지는 명자씨가 사준 것이었다. 벨트는 카르티에, 바지는 알마니 블랙라벨. 돈으로만 쳐도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게 그렇게 비싸다는 사실조차 믿겨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매장에 가서 알아보니 정말 수백만원짜리였다. 명자씨는 늘 나에게 그렇게 대해주었다.
바지가 벗겨지니 그나마 좀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다음부터였다. 누군가의 손길이 나의 팬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병구나 선수 친구들은 아닌 듯 싶었다. 여자 좋아하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녀석들이 순식간에 호모나 게이로 변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누구지?

가슴과 따로 노는 몸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데 갑자기 오바이트가 쏠렸다. 입을 틀어막았다. 손쓸 틈도 없이 간밤에 먹은 술과 안주가 튀어나오려고 했다. 온 몸이 뒤틀리고 공간은 빙글빙글 돌았다. 주변에서 변기를 찾아 얼굴을 들이댔다. 고통스러운 토악질이 계속됐고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됐다. 겨우 정신을 차릴 즈음해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니 상당히 낯선 곳이었다. 분위기로만 봐서는 분명 모텔이었다. 또다시 토악질이 계속되고 결국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편했다. 화장실 바닥이 이렇게 편한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생각났던 사람은 어젯밤 나와 함께 있었던 명자씨가 아니고 은영씨였다. 그녀의 웃음소리, 그녀의 눈매, 손가락, 하얀 목, 길게 드리워진 머리… 정말로 나는 은영씨를 사랑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은영씨와 행복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변기 앞에서 헤매고 나니 겨우 정신이 들었다. 그곳은 모텔이 분명했고 침대에는 누군가가 누워있었다. 살며시 다가가니 그곳에 명자씨가 있었다.
갑자기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뭐 실수한 건 없었나?
“기억 안나요? 테이블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 걸 동료 선수들이 업고 왔잖아요”
그놈의 바가지는 늘 이렇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시간은 이미 오후 2시. 명자씨의 벗은 상체는 꽤 섹시해 보였다. 순간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모텔에 단 둘이 있는 남녀. 여자는 남자의 벨트를 풀어 팬티 속에 손을 집어넣기까지 했고, 또 그 여자는 이제까지 수백만원의 돈을 들여 남자에게 각종 선물을 사주기까지 했다. 이럴 때면 그 어떤 남성이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나에게 ‘공사 프로젝트’라는 것이 없었다. 공사는 선수들이 돈많은 여자에게 돈을 빼내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명자씨에게 공사를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은영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를 공사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은영씨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공사 정도는 두 눈 꼭 감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빨리 진전됐다. 공사의 최대 분기점은 ‘잠자리’라고 할 수 있다. 상대가 나에게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바로 그때가 내가 상대에게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단물을 빼먹히기 전에 내가 먼저 단물을 빼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공사의 절대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명자씨와 잠자리를 함께 한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공사도 첫 삽을 잘 떠야 한다. 은영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안했다.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해야 한다는 것도 미안했지만, 아직 공사 프로젝트도 짜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맞아버린 내 자신이 미웠고 그것이 또 은영씨에게 미안했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명자씨, 저 잠시만 씻고 올게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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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