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하루를 설계하지 못한 사회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어 관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시간을 관리하지 못한 채 시간에 끌려 다니고 있다. 새벽과 오전, 점심과 오후, 저녁이 서로 다른 시간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개인과 조직, 정치와 사회 모두 하루 전체를 동일한 긴장과 속도로 밀어붙인다. 그 결과는 만성 피로, 판단 오류, 감정 과잉, 그리고 사회 전반에 퍼진 번아웃이다. 이는 개인의 생활 습관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사회 구조의 실패다. 새벽은 원래 하루의 방향을 설계하는 시간이다. 개인에게는 사고가 가장 맑고, 조직에게는 전략이 정리되며, 국가로 치면 정책의 기본 철학을 가다듬어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새벽은 이미 소진된 시간이다. 야근의 연장이거나, 과도한 일정 속에서 겨우 잠을 청하는 최소한의 휴식일 뿐이다. 숙의 없이 밀어붙인 정책, 충분한 검토 없이 쏟아지는 개혁 구호는 이 ‘새벽 없는 사회’의 단면이다. 출발선이 무너진 하루는 방향을 잃고, 방향 없는 하루가 쌓이면 사회 전체가 흔들린다. 오전은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이고 판단력이 높은 시간이다. 개인에게는 핵심 업무를, 조직에게는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 2025-12-28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