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지는 담배조합비의 비밀

수상한 밀약, 그리고 감쪽같이 증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담배조합비는 담배소상공인들이 담배조합에 매월 납부하는 돈이다. 담배소매업주들과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 점주들 중 담배조합에 매월 돈이 납부되는지 모른 채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편의점 본사와 담배조합과의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 이 같은 현상을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담배조합이 담배조합비를 공개하지 않아 담배소매업주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이하 담배조합)는 1965년에 설립돼 전국 161개의 단위조합과 이를 관장하는 중앙회로 구성돼 있다. 담배조합은 “정부가 지정한 담배소매인들의 권익보호와 복지증진을 위해 활동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담배조합이 매달 걷어가는 담배조합비는 권익보호와 복지증진과는 거리가 멀고 담배조합의 배만 불려가고 있다. 때문에 담배권을 가진 소매상인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이 담배조합과 계약을 맺고 가맹점 주들의 담배조합비를 대신 걷어주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모르고 낸다”

우리나라는 담배판매점 간 50m 이내에 담배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담배권 승인은 시·군구의 사무로 실제적으로 50m를 측정하는 업무는 시·군구와 담배조합이 하고 있다. 시·군구와 담배조합이 계약을 맺어 대신 용역을 제공하는 구조다. 문제는 담배조합이 시·군구와 계약을 체결해 용역을 제공하면서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들과 담배조합비 징수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A편의점 가맹점주는 “저희 브랜드 같은 경우는 계약서 자체에 담배조합비를 걷겠다고 되어 있다”며 “점주분들이 계약서 자체를 잘 확인을 안 해서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담배조합비는 담배 판매수에 따라 매장별로 다르기 때문에 적게는 2000원부터 5000원까지 다양하다. 액수가 크지 않고 정산서상에 담배조합비 항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주 입장에서 담배조합비가 걷어지고 있는지 자체를 확인하기가 힘들다.


담배조합 관계자는 “담배조합과 A편의점 본사와의 담배조합비 관련한 계약건이 있다”고 말했다. A편의점은 3년 전에 담배조합비와 관련해 본인이 직접 낼 것인지 아니면 본사에서 걷어줄 것인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A편의점 가맹점주는 “3년 전 일부 점주님들 중 본인이 직접 내겠다고 사인하신 분들은 별도로 내고 있는 것이 없고 사인을 안 한 분들은 정산서에서 계속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새롭게 출점한 가맹점주의 경우 담배조합비 자체를 모르고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담배조합과 계약을 체결한 곳은 비단 A편의점뿐만이 아니다. 담배조합과 담배조합비 관련해 계약을 맺고 있냐는 질문에 B편의점 본사는 “저희도 담배조합과 계약을 맺고 있다”며 “가맹점주가 개별 납부하겠다고 요청하시면 그렇게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을 맺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것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개별 납부를 한다고 해놓고 담배조합비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담배권을 빼앗기거나 재제를 받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월 돈을 내고 있는 소매업주도 많은 상황이다.

담배조합은 가맹점주에게 매달 담배조합비만 받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담배조합에 가입할 때 가입비 명목의 돈을 받는다. 담배조합 관계자는 “담배조합에 가입할 때 시의 경우 10만원 군·구의 경우 8만원을 받는다”며 “담배조합에 가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배조합에 가입할 때의 절차에 대해 묻자 담배조합은 “담배 판매 업주에게 찾아가 조합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드리면 그분들이 회원가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담배를 팔지 못하냐는 질문에는 “가입을 안 한다고 해서 담배를 못 파는 것은 아니다”라며 “담배조합에 가입해야만 담배 취득권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배조합 관계자의 말처럼 담배조합에 가입하고 매달 담배를 납부토록 권유하는 주체는 담배조합이 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담배조합-편의점본사 계약…점주는 몰라
매달 빠져나가는 돈 ‘대체 어디 쓰이나’

하지만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직접 나서서 담배조합비를 걷어주는 행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A편의점주는 “담배권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하루 매출이 100만원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며 “본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담배조합에서 사람이 나와 조합비를 걷으러 다니면 가맹점주들의 거부감이 높다”며 “기존 방식의 단계를 없애고 본사에서 걷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담배조합에서 직접 나서서 담배조합에 가입을 권유하고 매월 담배 조합비를 받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본사에서 대신 받아주기 때문에 담배조합은 가만히 앉아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전국에는 약 13만개의 담배판매 점포가 있다. 이 중 조합의 가입자는 62% 수준으로 알려진다. 담배조합은 담배조합비로 최소한의 인건비, 조합원 환원 사업비, 기관운영비, 징수비, 세금 및 공과금·적립금으로 쓰인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명목으로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목록만 있을 뿐 관련 집행내역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담배조합 관계자는 “공개되는 것은 없다”며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다. 만약에 판매인께서 궁금하셔서 관할하는 조합에 가서 보자고 하면 조합에서는 보여드린다”고 말했다.

시·군구와 위탁계약을 맺을 때 별도의 수수료가 있냐는 질문에 서울시 한 구청의 관계자는 “시·군구와 협약에서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고 말했다. 담배조합과 프랜차이즈 편의점 본사와의 계약 건에 대해서 “그 말은 처음 들어 보는 소리”라며 “편의점 본사 측에서 조합비를 걷어서 준다면 서로 합의하에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청은 담배권 측정을 할 때 개인이나 편의점이라고 해서 차별적 혜택을 주는 것은 없다”며 “담배조합에 저희가 보낸 민원 처리 순서대로 하도록 지시한다”고 말했다. 담배조합에 가입된 회원은 대략 7만여개의 소매점으로 파악된다. 만약 매달 2000원씩만 담배조합비를 걷는다고 가정하면 매월 1억원을 웃도는 액수다.
 

이에 A편의점주는 “각 소매점한테 걷는 돈을 다 합치면 전 국민한테 100원씩 걷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며 “담배조합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조합비가 무분별하게 쓰여진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민원이 발생하거나 영세사업자들이 피해를 보면 발 벗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야금야금 나가는 돈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돈이긴 하다”고 말했다.

담배회사 직원이…

A편의점 업주는 “담배회사 임직원이 퇴직하면 담배조합으로 간다고 들었다”며 “업주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담배조합 관계자는 “그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냐”며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것인데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랫사람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