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이태원 짝퉁골목 가보니…

“A급 있어요” 삐끼들 철수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짝퉁공화국’ 대한민국. 명품이 비싸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기현상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울 정도다.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과도한 욕망은 낮은 가격에 진품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 짝퉁에 눈을 돌리게 만들기도 했다. 수십 년째 지속되어 온 짝퉁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도가 바뀌었을 뿐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짝퉁 거래의 ‘메카’ 이태원. 지난 14일 오후 1시 이태원역에 도착했다. 짝퉁거래가 활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호객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상가에 들어가 짝퉁 거래를 하는 곳을 알려 달라고 말하자 상인은 “이제는 이태원에 짝퉁거래를 안 한다”며 “단속이 심해 짝퉁파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짝퉁의 메카라고 불리던 이태원 뒷골목 인근 상점 주인에게 언제부터 이태원에서 짝퉁 열기가 식었냐고 묻자, 상인은 “2∼3년 전부터 안 보인다”고 말했다.

사라진 판매상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짝퉁시장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했고, 단속을 피해 더욱 더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이태원은 짝퉁시장의 메카로 이름을 떨쳤다. 짝퉁으로 악명을 떨치다 보니 특허청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여왔고 그 결과 대놓고 영업을 펼치는 짝퉁 판매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프라인 거래가 줄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짝퉁시장 크기 자체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위조상품제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위조상품 압수량은 82만2370점, 액수는 567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은 압수량 111만4192점, 액수 880억8000만원, 지난해는 7월까지 113만2473점, 액수는 915억7000만원에 달했다. 매년 압수량과 액수가 증가한 모습이다. 연도별로 위조브랜드도 다르게 나타났다.

2013년에는 의약품 화이자가 28만3007점으로 가장 많이 압수됐고 시알리스, 비아그라 등 의약품류가 각각 10만점 넘게 압수돼 뒤를 이었다. 2014년도에는 INA 차량부품이 25만6595건으로 가장 많이 압수됐다. 그 다음으로 GMB 차량부품이 25만2560점을 기록했고 헬로키티, 탐스, 블랙야크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식품, 화장품류의 짝퉁이 활개를 쳤다. 정관장이 63만9185점을 기록했고 화장품인 리더스인솔류선과 헤라가 각각 21만3176점, 8만2690점으로 뒤를 이었다. 매년 유행에 따라 짝퉁의 종류도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짝퉁 구매는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명품전문업체라고 소개된 A온라인짝퉁 업체는 가방, 지갑, 신발, 벨트, 시계, 의류, 악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수천 점에 이르는 물건을 팔고 있다.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짝퉁 사이트는 고객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었다.

10만원대 가격으로 올라온 유명브랜드 지갑의 구매를 의뢰하자 홈페이지 관리자는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며 “통관사정에 따라 10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조품이냐고 묻자 “정품과 거의 같게 만든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특별제작제품이나 세관단속이 있을 경우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이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통하지 않고 짝퉁 물건이 우리나라로 유입됨을 알 수 있다. 또한 교환, 반품 정책도 현행법과는 거리가 있다. 사이트에는 “구매대행과 해외배송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쇼핑몰이므로 원칙적으로 제품하자를 제외한 교환, 반품은 불가능하다”며 “교환하실 상품의 재고가 없을 경우에 환불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비밀 매장들 속속 문닫아…온라인 활개
한물간 시계 가방 “SNS로 은밀한 거래”

현행법에 따르면 배송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고 만약 청약철회할 경우에 반품비는 구매자가 부담하게 된다. 쇼핑몰에서 반품,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쓰여 있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제품에 훼손이 없다면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다른 홍콩명품 도·소매 구매대행으로 소개된 B짝퉁업체는 “보통 사기 사이트들은 당일배송품목도 없고 카카오톡도 추가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상품 품목들도 저희 사이트처럼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짝퉁사이트와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이밖에 짝퉁사이트들은 공통적으로 홈페이지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재해 단골손님을 유치하는 영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에 매물을 올리면 구매자들은 그것을 보고 구매하는 방식이다.

또한 블로그, 카페 등도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매물을 올리거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재해 손님을 유도한다. 이처럼 최근에는 온라인상에 홈페이지 사이트 및 블로그, 카페 외에 한층 진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짝퉁 판매가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30일 서울본부세관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등 신종수법을 통해 중국에서 밀수한 유명상표 위조시계, 위조가방 등 8000여점을 판매한 김모씨 등 2명을 상표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이들이 판매하려고 한 짝퉁은 정품 가격으로 3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관에 따르면 김씨 등은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SNS를 통해 짝퉁을 판매하기로 모의했다. 이들은 ‘명품’ 상표를 위조한 중국산 짝퉁 제품의 일부를 SNS에 본인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올려 판매목적이 아닌 것처럼 속이고 카카오스토리에 상품을 모델별로 사진을 찍어 게시하고 홍보했다.

친구추가를 맺은 사람이 카카오스토리에 게시된 물품에 구입 의사를 밝히면 다시 카카오톡 화면으로 유인해 가격을 흥정하거나 판매했다.

이 같은 수법은 홈페이지 사이트나 블로그, 카페와 달리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은밀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입소문을 타면 판매가 수월해진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위조상품단속통계를 살펴보면 2010년 9월부터 2012년까지 형사입건 45명, 압수물품은 2만8629점에 달했다.

2011년도에는 3배 넘게 늘어난 139명이 입건됐고 압수물품은 2만8589점을 기록했다. 2012년도는 형사입건 302명, 압수물품 13만1599점, 2013년에는 형사입건 376명, 압수물품 82만2370점, 2014년도 형사입건 430명, 압수물품 111만4192점, 2015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형사입건 230명, 압수물품 113만2473명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위조 상품 판매사범과 압수물이 매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종 판매수법

짝퉁 실태에 대해 세관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통한 공정한 시장 질서유지를 위해 지식재산권 침해사범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라며 “특히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등 사이버를 이용한 신종판매수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품-짝퉁 구별팁

명품가방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가까운 매장에서 고유번호를 확인하는 것이다. 각 매장에서는 제조사별로 진품 확인 매뉴얼과 고유번호를 통해 짝퉁 여부를 구별해준다. 그리고 짝퉁의 경우 가방 내외부의 박음질이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화의 경우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어려운데 밑창의 품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쿠션감에서 확실한 차이가 나고 인터넷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가의 손목시계의 경우 시곗줄로 짝퉁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다. 짝퉁은 진품에 비해 광택이 떨어지며 디자인 자체가 확실히 다르고 착용시 가볍게 느껴진다. 위조시계는 시계 앞면에 특수 플라스틱이 아닌 일반 유리판을 넣어 쉽게 깨진다.

위조 담배의 경우 육안으로 위조 상품을 구별해내기 어렵다. 주로 유흥업소 및 남대문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편의점 또는 정식 담배판매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정품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업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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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