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판' 전국 성범죄 위험지도 공개

옆집에 강간범이…변태 어디에 살까?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정부는 2000년부터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시작으로 2010년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2016년 현재 '성범죄알림e'에 공개된 성범죄자들은 총 4378명이다. <일요시사>는 성범죄자들의 실제 거주지를 분석했다.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2010년 여성가족부와 법무부는 성범죄자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성범죄알림e’를 개설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이하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법무부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거주지, 신체정보(키와 몸무게), 사진, 성범죄 요지, 성폭력범죄 전과 사실, 전자발찌부착여부 등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중랑구 최다
서초구 최소

공개 및 고지 대상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인 대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 등이다. 

전국의 성범죄자는 2013년 3805명, 2014년 4200명, 2015년 442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3월3일 현재 지난해보다는 50명 가량 줄어든 모습이다. 시·도별로 가장 많은 성범죄가 일어난 곳은 경기도 1051명, 서울 747명, 경남 295명, 부산 288명, 경북 276명, 인천 267명, 전남 236명, 충남 232명 순이다. 서울에서 구 별로 살펴보면 중랑구가 69명으로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 강북구와 관악구에 각각 46명이 거주하고 있다. 40명 이상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중랑, 강북, 관악, 은평, 강서 등 5개 구다. 서울시에서 가장 적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은 구는 서초구로 10명이 살고 있다. 그 다음으로 적은 구는 종로구로 11명이 거주하고 있다. 3번째는 중구로 12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만명당 성범죄자 1명…2000년부터 확인     
정보공개 실시간 변동…매년 꾸준히 증가

서울의 1만명당 성범죄자 수는 0.79명으로 전국 평균 1.01명에 못 미치고 대전 0.63명, 대구 0.71명에 이어 3번째로 적은 비율이다. 서울 25개 구 중에서 1만명당 성범죄자 수가 전국 평균을 넘어가는 구는 중랑구, 영등포구, 금천구, 강북구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각 구에 1만명당 성범죄자의 거주비율을 살펴보면 중랑구의 경우 1.69명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고 그다음 강북 1.41명, 금천구 1.42명 순으로 집계됐다. 가장 낮은 비율의 구는 서초구로 1만명당 0.22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구수 대비 가장 적은 숫자를 보이기도 했다. 강남구 0.31명, 송파구 0.44명, 마포구 0.47명이 뒤를 이었다.
 

성범죄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은 ‘낙후지역’으로 일컬어지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이 다수를 이룬다. 지난해 서울 자치구별 재정자립도 평균은 31.5%였다.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 중랑구의 재정자립도는 23.3%, 관악구 21.6%, 강북 18.6% 로 나타났다.

반면 적은 숫자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구인 서초구의 재정자립도는 57.4%, 강남 60%, 송파 42.1%, 마포 33.3%로 평균을 웃돌거나 평균의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것은 가정구조 자체가 건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구조에서 아동·청소년들이 성범죄에 노출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개자 총 4378명
수원·부천 100명

경기도에는 1051명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전국 4378명의 24%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95명의 성범죄자들이 살고 있다. 구별로 나누면 권선구 29명, 영통구 8명, 장안구 24명, 팔달구 34명이다.


2016년 1월 기준 수원시 인구는 117만7710명으로 이 중 95명의 성범죄자 숫자는 1만명 당 0.8명에 해당한다. 전국 성범죄자의 1만명당 평균인 1.01명에 비하면 조금은 낮은 수치지만 단순 성범죄자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도시인 셈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강력범죄 건수 연속 1위를 기록해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부천은 소사구 19명, 오정구 21명, 원미구 46명으로 총 86명으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도시로 확인됐다.

서울 경기와 인접한 인천의 경우 총 267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인천 전체 인구는 292만8596명으로 1만명당 0.91명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부평구가 55명으로 가장 많고 남구 52명, 서구가 44명으로 뒤를 이었다. 옹진군은 4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1만명당 성범죄자가 1.92명으로 인천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낙후지역·재정자립도 낮은 지역 거주
과천·화천·장수·영양…청정도시 4곳

제 2의 수도 부산에는 총 287명의 성범죄자가 있어 1만명당 0.81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부산의 16개 구 중에서 1만명당 성범죄자가 전국 평균을 넘는 곳은 북구 1.29명, 사상구 1.57명, 서구 1.14명, 동구 1.11명 등 4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4월 기준 부산지역 622개 초·중·고교 가운데 반경 1km 이내 6인 이상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학교가 136개교로 전체의 21.8%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장군과 강서구에 해당 학교가 없는 점을 볼 때 지역별로 성범죄자가 밀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서 의원은 “성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아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성범죄자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는 총 162명이 거주하고 있다. 달서구가 45명으로 가장 많고, 중구가 6명으로 가장 적게 집계됐다. 광주는 총 144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북구 44명, 광산구 40명, 남구 23명, 동구 16명, 서구 21명 순이다. 

대전은 총 118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대덕구 11명, 동구 22명, 서구 26명, 유성구 10명, 중구 23명으로 집계됐다. 1만명당 성범죄자는 5개 구 모두 전국 평균인 1.01명에 미치지 않았다. 울산은 남구 18명, 동구 15명, 북구 7명, 울주군 15명, 중구 13명으로 자치구별로 고르게 분포된 모습이다. 강원도는 총 155명이 거주 하고 있다.

강릉시 32명, 원주시 24명, 춘천시 23명이 뒤를 이었다. 강원도의 1만명당 성범죄자 숫자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1.05명을 기록했다. 충북에는 총 127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주시 서원구가 26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청주시 흥덕구가 20명으로 뒤따랐다. 충북에서 1만명당 성범죄자 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도시도 청주시 서원구로 나타났다. 서원구는 1만명당 1.19명이 거주하고 있다.

1만명당 무주 최대
광역시·도 전남 최대

충남에서는 당진시와 서산시가 나란히 26명의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두 도시 각각 1만명당 성범죄자 수가 1.58명, 1.53명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그리고 공주시는 1만명당 범죄자가 2.18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충남의 16개 도시 중 전국 평균보다 높은 도시는 9개 도시에 달했다. 또한 충남의 1만명당 범죄자 수는 1.17명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북에서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사는 시는 김제시로 조사됐다. 김제시는 33명이 거주하고 있고 그다음 전주시 덕진구 28명, 익산시 27명, 전주시 완산구 25명이 뒤를 이었다. 전라북도의 1만명당 범죄자 수는 1.01명으로 전국평균과 동일하다. 무주군은 2.79명으로 전국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에 거주하고 있는 성범죄자 수는 236명이다. 전남에 성범죄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는 목포 39명, 여수 36명, 광양 19명 순이다. 전남은 1만명당 성범죄자 수가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1.24명이다. 이밖에 구례군과 장흥군은 각각 전국 평균 1.01명의 두 배가 넘는 2.59명, 2.18명의 비율을 보였다. 전남에서 가장 적은 숫자의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은 곡성군으로 1명이 거주하고 있고 그다음은 신안군 2명, 진도군 3명으로 집계됐다.

경북의 경우 성범죄자 수가 271명으로 집계됐다. 경북에서 가장 많이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곳은 포항시로 44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거주하는 인구가 많아 1만명당 성범죄자 수는 전국 평균에 미치지는 않는다. 경북에 성범죄자가 1명씩만 거주하고 있는 곳은 군위군, 울릉군, 청도군이다. 

경남에는 모두 288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특히 거제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단일 시·군·구에서 가장 많은 55명이 살고 있다. 1만명당 인구수도 전국평균의 두배가 넘는 2.15명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경남의 1만명당 인구수 평균은 0.98명으로 전국의 평균을 밑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18명, 제주시 39명으로 집계됐다. 조사결과 50명 이상 성범죄자가 사는 시·군·구는 인구가 50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성범죄자가 살지 않는 도시는 경기도 과천시, 강원도 화천군, 경상북도 영양군, 전라북도 장수군 4곳뿐이다.

전북 장수군의 경우 인수구는 2만3165명, 강원도 화천군 2만6607명, 경북 영양군 1만7636명이 거주하고 있다. 과천은 6만8181명이 살고 있다. 과천의 경우 나머지 청정구역 3곳보다 3배가까이 인구가 많음에도 성범죄자가 없는 모습이다. 또한 대도시에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천시민의 높은 의식수준과 경찰의 성폭력 예방활동이 이 같은 결과를 낳게 했다는 평가다. 과천경찰서는 성폭력 등 범죄 예방을 위해 2개월마다 한 차례씩 수색을 벌이며 밤길 여성 안전귀가를 위해 범죄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타 범죄보다 재범률 높아”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과천에는 성범죄자가 단 한 명도 거주하지 않지만 과천지역에서도 지하철 등지에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성범죄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범죄 유발지역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범죄유발 지역·공간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구 개발·적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연구(Ⅲ)> 보고서를 지난 2014년 12월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과 강제추행은 대도시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에서 일어난 성폭행은 1만905건, 경기도 1만7920건으로 수도권에서 전체의 47.7%에 달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서울, 부산, 광주, 인천, 제주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경남, 경기 ,경북 등에서는 적게 나타났다. 성폭력 범죄의 공간적 특성을 살펴보면 ‘실내’가 73.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상업시설’ 41.5%, ‘주거시설’ 21.1%, ‘도로 및 교통시설’ 17.8%, ‘공공시설’ 11.3% 순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발생장소의 특징은 ‘복잡하고 좁은 공간’이 30.4%, ‘인적이 드문 곳’ 20.3%, ‘어두운 곳’이 15.0%로 과반 이상이 자연적인 감시가 어려운 장소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 성폭력 발생장소와 가해자 및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범죄자의 거주지와 동일하지 않은 장소’가 86.4%, ‘범죄자의 업무지와 동일하지 않은 장소’가 90.3%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경우는 ‘거주지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가 81.1%, ‘업무지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가 86.4%로 범죄자, 피해자 모두 거주지와 업무지가 동일하지 않은 장소에서 주로 범행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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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