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 IT문화원장 “편리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전문가 일문일답> "거대 변화 수용해 자기 것과 연결시켜야 생존가능"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자율주행차(무인전기차)가 내달부터 국내에서도 시험운행을 시작한다. 무인운전으로 무(無)교통사고시대가 열렸다고 전망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기에 주행시간 동안 차 안에서 주식거래를 하고 쇼핑할 여유가 생겼다. 보험·자동차산업, 컨텐츠와 유통시장까지 연결된 변화다.

지난해 6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의 초기물량 1000대가 1분 만에 매진됐다. 자연스러운 관절 움직임에 인간과의 대화도 똑똑하게 해낸다. 친구가 돼주고 일정을 관리할 뿐 아니라 수만 가지 프로그램을 입력하면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다. 가격은 불과 180만원.

김중태 IT문화원장은 “재미가 아니라 편리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며 모바일로 운용되는 미래사회와 비즈니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이러한 변화가 모든 이에게 다 유리한 것은 아니다. 모토로라, 노키아, 팬텍, 소니 등 유수의 대기업이 몰락했다. 김 원장은 이것을 동화 <잭와 콩나무>에 비유해 ‘레드빈’이라고 명명했다. 거인까지도 쓰러뜨리는 거대한 변화를 수용해 자기 것과 연결시켜야 살아남는다는 것. 그는 ‘암묵지(형식화시킬 수 없는 지식)와 주문형 경제’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 현 정부 들어 IT산업이 홀대받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 정통부가 해체되면서 ICT산업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태다. 방통위 정도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보화진흥원의 경우 상급기관이 행자부를 비롯해 3개나 된다. 주관부서가 부재한 상태다 보니 업무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   

-FBI가 이슬람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를 애플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우리도 테러방지법이 이슈화 되고 있고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 사건마다 특정인의 특정 통화기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테러방지법은 절대권력을 갖고 모든 시민을 감시·감청하겠다는 거다. 정상인이라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

-IT혁명으로 인해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나?
▲ 기업뿐 아니라 브라질, 러시아, 사우디, 카타르 등 수많은 국가가 쓰러지고 있다. 미국이 석유수출금지를 40년 만에 해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십 개 나라가 불과 1년 만에 끝장이 난 거다. 10년 후면 전기에너지 혁신으로 에너지 무료시대가 열리고 태양광으로 충전한 전기차(자율주행차)를 타고 다닐 거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첫째, 위험을 인정하고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후지필름 고모리 회장은 위기를 바로 인정했다. 2000년대 초반 2조원을 들여 필름 사업부문을 없애고 오랜 화학의 노하우를 살려 의약품, 화장품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에볼라 백신을 개발했고 현재는 연매출 24조가 넘는 잘 나가는 기업이 됐다. 아모레퍼시픽도 태평양증권을 SK에 매각하고 화장품에만 집중했다. 현재 연매출 4조가 넘는다. 잘 나갈 때에도 위기를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보통 개인과 중소기업엔 이것을 따라할 능력이 없다. 자기 일과의 ‘관련성’을 찾아야 한다.
둘째, ‘주문형 경제’로 가야 한다. 개인의 욕구에 따라 주문한 것을 맞춰줘야 한다. 우버택시, 음악·사진의 공유 같은 것이 예가 된다. 호텔에 투숙하면 룸키로 호텔 안에서 결제할 수있도록 해서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 
셋째, 암묵지를 배워야 한다. 창조, 가치판단, 감성을 아우른 것이 바로 암묵지다. 이것들은 로봇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암묵지와 주문형 경제로 극복해야 한다.

모바일로 운용 미래사회 제시
“암묵지와 주문형경제가 해답”

-IT가 우리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놨지만(형식은 달라졌지만) 한편으론 그 안의 본질은 여전히 같지 않나? 
▲ 타인에게 잘 보여서 잘 살겠다는 욕망, 남을 지배하고자 하는 권력욕은 같다. 인간의 4대 욕구 중 권력욕이 가장 크고 통제가 잘 안 된다. 페북, 인스타그램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욕망이라는 점에선 안 바뀌었다. 방법론만 계속 바뀌어왔다.  
 

- 언론계 내에도 위기의식이 있다. 앞으로 언론의 미래와 나아갈 방향을 어떻게 보는가?
▲언론사도 주문형 경제로 가야 한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컨텐츠를 독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EBS 곽덕훈 사장이 2010년에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일괄 지급했는데 당시 직원들이 바쁘다며 시큰둥했다.

곽 사장은 앞으로 모바일에서 모든 컨텐츠를 볼 것이라며 EBS는 방송국이 아니라 ‘컨텐츠 서비스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전엔 학생들 보는 채널이라는 인식이 컸다. 지금은 역사채널, 지식채널, 다큐가 유명하고 매출도 2배로 늘었다. EBS 사이트를 웹표준으로 바꾸는 데 3년이 걸렸다.

우리 언론은 혁신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유일한 혁신사례는 <오마이뉴스>다. 뉴스소비자였던 시민이 기자가 됐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시민기자시스템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상근기자를 늘렸다. 다음에서도 블로거뉴스를 시도했다. 직언을 하니까 여러 말이 나오고 그러면서 폐지됐다.

그나마 혁신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대기업인 CJ와 중앙일보(jtbc)정도다. 나름대로 독립성도 보장해 준다. 잡지도 다 사라졌다. 대신 분야별로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현 시대엔 커뮤니티가 잡지를 대신한다.      


-노인세대는 전근대사회에서 태어나 산업화사회를 거쳐 21세기 정보화사회까지 살아왔다. 엄청난 사회변동을 전세대가 겪고 있다. 김 원장이 속한 세대(60년대생)가 더 그런 것 같다.
▲ 요즘 30대 중반까진 칼라세대다. 우리 세대는 흑백에서 칼라로 넘어가는 시대에 태어났다. 부모님 세대는 흑백세대다. 우리 세대는 불량식품, 전자오락, 만화에 대한 추억과 감성을 갖고 인터넷을 경험했다. 구시대와 칼라시대 사이에 끼인 세대라는 것이 장점이다.

양쪽 시대가 융합된 사고와 경험이 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장점이 되고 잘못 활용하면 이도저도 아닌 불행한 세대가 될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불행한 노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20대는 적응할 능력이 있어서 현재는 힘들어도 앞으로는 잘 될 거다.    

-지금까지 강연을 얼마나 다녔나?
▲ 정부기관, 기업, 연구소 등으로 한달 평균 20회, 연간 300회, 매일 1회씩 강연해왔다. 2011년께 삼성만 일주일에 2번씩 80번을 갔다. 당시 삼성 임직원이 2만명이었다. 전경련 강의는 동영상이 현재까지 700회 정도 재생됐다. IT전문가들을 대신해 전달하고 해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 뿐 내가 전문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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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