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비리 백태

뇌물 줄기는 커녕...유명무실 박원순법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서울시가 1000원 이상만 수수해도 바로 해임까지 가능케 하는 ‘박원순법’을 도입했지만 공무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더불어 박원순법  과잉 논란까지 일면서 실효성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득이하게 금품을 받게 된 경우 자진신고 하는 ‘클린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물품과 현금 등 123건, 1367만원 어치가 접수됐다.

허점투성이

서울시는 2014년 일명 ‘박원순법’이라 불리는 서울시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라 공직자 지위를 이용해 100만원 이상 받거나 단돈 1000원이라도 적극 요구한 경우 해임 이상 중징계 처벌을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자진신고 액수만 1367만원에 달해 모른 채 수수하거나 적극적으로 요구해서 챙긴 금품은 액수는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는 공사에 서울시 소속공무원들이 건설업체 대표에게 뇌물을 받아 챙겨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 산하 한강사업본부 6급 최모씨 등 5명은 2010년 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7건의 공사를 수주하도록 도와주고 건설업체 대표 김씨로부터 16차례에 걸쳐 1억327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공사 전 과정에 관여해 건설업체 공사 대금을 지급하는 역할까지 하면서 건설업체로부터 지급한 공사대금의 2∼5%가량을 현금이나 차명계좌를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공무원 비리에 강력히 대처한다고 했지만 공무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지난해 7월 건축물을 사용승인하면서 대가로 1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서울시 공무원 김모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0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건축물 사용승인처리와 건축 민원인 소개 등의 명목으로 건축업자로부터 총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월이면 일명 박원순법으로 불리던 공무원행동강령이 적용되던 시기다. 하지만 해당공무원에게 박원순법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모습이다.

서울시 공무원의 뇌물수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 중구청 소속 공무원 이모씨와 김모씨 등은 2010년 1월부터 2014년까지 공문서를 조작 또는 누락하는 방법으로 불법 건축물을 정상 건물로 둔갑시켜주고 건물주로부터 1억46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묵인해준 서울 중구 일대 불법 건축물은 439곳으로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위반 건축물 사진을 수정하는 등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난 공무원은 구속된 2명을 포함해 총 8명이였다. 경찰은 “이들은 화재 위험이 크다며 지역 소방서에서 30차례 이상 철거를 요청한 건물에 대해서도 못 본 체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에는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 공무원 강모씨가 항소심에서 징역5년 추징금 1억3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강씨가 취득한 이익이 1억3000만원이 넘는 거액이고 이 사건 범행으로 서울시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대한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및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훼손됐다”고 판시했다.

자진신고 123건…비리액 1367만원
공무원 수억 수수 사건도 잇달아

강씨는 2006년경 서울시청 토지관리과에 근무하던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 김모씨로부터 서울대공원 내 원숭이학교 부지를 장기임대 받아 골프연습장과 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서울대공원 부지 정보를 김씨에게 전달하고 대가로 45만원 상당의 휴대전화1대와 시가 3억7000만원 상당의 전원주택을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넘겨받았다.


박원순법으로 알려진 서울시 공무원행동강령이 과잉한 행정처분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의 한 구청 도시관리국장인 박씨가 지난해 2월 한 건설업체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50만원의 상품권을 받아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에 적발됐다.

이 때문에 박씨는 해임처분을 받았다가 한 달 뒤 소청심사를 통해 강등으로 징계수위가 감경됐다. 이어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강등 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 사건은 박원순법이 적용된 첫 사례였다. 법원은 “직무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요구해 수수한 것이라기보다는 호의를 베푸는 것에 마지못해 응한 것”이라며 “강등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넘어섰다”고 판시했다. 

판결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렸다. 지난해 9월23일 금태섭 변호사는 CBS인터뷰에서 “박원순법은 매우 적절하고 지금 시대에 딱 맞는 법”이라며 “전체적인 부정한 네트워크를 깨려면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고쳐가야 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방송에서 노영희 변호사는 “전관예우는 나쁘지만 그 동안에 알아왔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공무원의 경우에는 매우 엄격하게 법 적용을 요구하는 등 이중 잣대를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이 한 행동에 대해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모욕감을 주는 법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하는 측면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설 명절을 앞두고 25개 자치구와 합동 특별감찰반을 구성해 다음달 5일까지 본청을 비롯해 강도 높은 집중감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박원순법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업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인허가 관련 업무, 대민 접촉이 많은 규제·단속 관련 업무 담당자를 중심으로 금품·상품권·선물·향응 수수행위, 공직자의 품위손상 행위, 근무시간 중 도박시설 및 당구장, PC방 출입 등 근무태만 행위를 집중 감찰한다.

또한 지역의 기관장들이 관내 주민들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는 행위, 투자·출연기관 인사·회계분야 비리 등 불법적 관행도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공직자들이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을 자진 신고할 수 있는 클린신고센터와 시민들이 직접 공직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원순씨 핫라인’등을 운영한다.

특별감찰 실시

김기영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설 명절을 앞두고 실시하는 이번 특별 감찰을 통해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것이 공직자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상식임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밥그릇 챙기는 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가 경기도의 준예산 사태와 보육 대란이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후원회 도입관련 건의안을 발의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의회는 장동길 의원 대표로 후원회 도입을 위한 정치자금법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다. 경기도의회는 “정치후원회는 ‘정치자금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나 유독 지방의원에게만 후원회 구성을 금지하고 있다”며 “헌법상의 평등원칙과 정치적 활동권의 제한으로 형평성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후원회 제도를 지방의원에게도 예외 없이 도입하여 민주정치와 지방자치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 개정을 강력이 촉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지난 22일 공문을 통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행자부는 후원회 개설 자격을 확대할 경우 국고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중앙선관위의 검토 결과를 인용해 설명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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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