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염 예방 및 대책

메르스가 남긴 과제는 무엇인가

보건복지부와 ‘의료관련감염대책 협의체’는 전문가, 의료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모아 의료관련감염대책 추진 권고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응급실 감염 예방 인프라 확충 및 운영 개선
감염병 신고·감시·의료전달체계 개선

대형 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
의료기관 시설기준 개선

지난해 10월1일부터 2개월 간 메르스로 제기된 의료관련감염 관리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10개 과제를 검토하여 ‘의료관련감염대책 협의체’(이하 협의체) 논의결과를 권고문으로 정리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의료단체 등이 구성한 실무작업반에서 제안한 개선방안을 의료현장에서의 시급성과 적용가능성의 차원에서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검토했다.

취약점 개선

조기 추진과제로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캠페인을 조속히 실시하고 응급실 내의 감염 관리를 강화한다.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문을 마련했고, 민·관 합동으로 병문안 자제를 위한 대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환자단체연합회와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주도하는 시민사회 차원의 캠페인과 병행하여 권역별로 병문안 개선 선도병원과 MOU를 체결하여 지역사회로 실천 분위기를 확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2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환자 병문안 권고기준’ 선포식을 개최했고, 지난해 12월10일 강북삼성병원과 첫 번째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올해 1~2월에 전국적으로 10여개 병원과 맺을 예정이다.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되었던 응급실에서의 감염관리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평상시와 위기 상황을 나누어 응급실에 환자분류소(선별진료소)를 설치하면서 전담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여 감염의심환자 사전 선별·분리 진료체계를 구축한다.
먼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환자 중증도 분류와 감염의심환자 선별·분리를 강화한다.
향후 협의체 권고에 따라 현장 전문가와 협의하여 선별진료소 설치 및 운영 상세 절차를 마련하여 현장에 안내할 계획이다.
응급실 격리병상·중증환자 진료구역은 보호자 출입이 전면통제되고, 응급실 다른 구역도 보호자 1인만 출입할 수 있게 제한된다.
비응급환자나 경증환자가 대형병원(권역응급센터 및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유입되는 것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구급대에서 비응급환자를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응급의료법)를 마련하고, 운영평가를 강화한다.
환자 스스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을 때에는 응급실 전문의료인력이 사전 분류단계에서 중증도를 판단하여 비응급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로 회송하도록 한다.
의료인의 요청에 따라 환자가 중소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면 본인부담을 완화하고, 계속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면 본인부담을 늘린다.
협의체 권고에 따라 누가 보더라도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비응급-경증환자에 한하여 본인부담을 늘리고, 세부 기준은 시민사회단체 등과 논의하여 마련할 계획이다.
일부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완화하기 위하여 응급실에서 24시간을 초과하여 체류하는 환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위반시 권역·지역응급센터 및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법제화한다.
대형병원의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및 진료프로세스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비응급환자가 24시간 이상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때에는 본인부담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협의체는 암환자 등이 응급실을 입원 경로로 활용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하여, 과밀한 대형병원에 한하여 일정 수준의 단기입원병상을 자율적으로 지정·운영하는 것을 선택지로서 제안함을 권고하였다.
단기·중장기 추진과제로 포괄간호서비스를 조기에 확대하고, 병원감염관리실 설치 및 전문인력 확충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전문 간호인력이 간호와 간병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포괄간호서비스를 간호등급 3등급 이상인 상급종합병원 및 서울지역종합병원·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올해부터 확대한다.
포괄간호서비스 제공 희망 병원은 감염관리 필요성이 큰 병동 1~2개를 자체적으로 선정하여 신청하면 된다.
지방 중소병원 등의 간호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덜기 위하여 금년부터 ‘간호인력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시간선택제 근무 간호사 채용 활성화를 위하여 건강보험 수가를 가산한다.
협의체 권고에 따라 환자단체·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모니터링단을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적절한 보상체계, 인력 확충여건 등을 고려하여 병원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병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1단계로 현재 중환자실이 있는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중환자실이 없는 200병상 이상 병원으로 설치 대상을 확대한다.
2단계로 병상 기준을 200병상에서 150병상으로 조정하고, 3단계로 한 병원 내에서 병상 수에 비례하여 전담 실무인력과 감염관련 전문의(겸임근무 가능)를 배치하도록 기준을 마련한다.
중장기적으로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감염관리업무를 전담(원칙) 또는 겸임(예외)하는 인력을 지정하도록 한다.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기 어려운 중소병원의 감염관리를 지원하기 위하여 질병관리본부에 ‘중앙 의료관련감염관리 사업단’(가칭)을 설치하고, 올해 1개 지역 시범운영 후 단계적으로 권역별 사업단으로 확대한다.
전문 인력이 감염관리 분야에 보다 적극적으로 종사할 수 있도록 감염관리활동·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보상을 강화한다.


단계적 제도 발전

학회를 중심으로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보다 체계화하고 확대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감염 예방에 효과적인 의료기기·용품 사용이 활성화될 수있도록 건강보험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의료기관에서 감염 예방 활동에 필요한 개인보호장비 구비기준을 마련하고, 감염 예방 표준지침을 순차적으로 개발한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이용자의 손 씻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별도 전문센터를 설립·운영한다.
국립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권역별 전문치료병원’을 3~5개소 내외로 지정·운영한다.
현재 세부 추진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하고 있으며, 이후 설립비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신종감염병 해외 발생동향, 진단·신고 방법 등을 ‘신종감염병 위기대응보고서’로 발간하여 일선 의료기관에 안내하는 등 의료기관과의 감염정보 공유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금번 권고문의 주요 내용을 현행 의료기관 인증제에 반영하고, 평가위원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인증제 운영을 내실화한다.
앞으로 의료기관 인증을 받아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감염관리활동에 대한 평가지표·비중을 확대하여 감염관리활동에 대한 평가와 연계하여 보상을 강화한다.
향후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이 감염관리와 환자안전 분야에 대한 평가를 받도록 인센티브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세부 방안을 학회, 병원협회,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과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

프로그램 체계화

의료기관의 감염관리·진료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개편한다.
상급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 일정수준의 음압병상(1인실)을 설치하고, 설치 기준·관리 수준에 따라 적정 수준의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한다.
급성기환자의 일반 입원실 내 병상 수를 4개 이내(요양병원은6개)로 개선하고 병상 간 이격거리 및 환기 기준을 마련한다.
그리고 중환자실에도 병상 규격(면적), 병상 간 이격거리, 손 씻기 설비 설치기준 등을 마련한다.
병상 수 기준 마련과 함께 건강보험 수가 조정으로 4인실 중심으로 다인실 개편을 유도한다.
협의체는 현재의 의료기관 시설환경과 법령상의 기준을 개선할 필요성과 함께 작업반에서 제안한 주요 내용의 원칙·방향에 공감하면서 향후 현장 시뮬레이션과 의견 수렴, 전문가 논의를 거치고 의료기관이 실제 이행할 수 있도록 경과기간을 충분히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하였다.
협의체는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해서는 감염병 신고·감시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논의했다.
법정 감염병 및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 운영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고, 감염병의 특성에 따라 신고기간을 세분화하고 절차·양식을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는 정부와 민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하여 책임성과 질 관리를 강화하고, 참여병원 및 감시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의료기관간 진료 의뢰·회송 절차와 요건을 강화하면서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의뢰)하거나 인상(회송)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와 별개로 복지부에서 별도의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가칭)를 구성하여 올해 중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협의체 논의과정에서 국가적인 의료관련감염 및 신종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해 범정부 차원과 지원과 협력방안을 모색할 추가 검토 필요과제를 권고하기로 했다.
우선적으로 질병관리본부의 기능·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감염병 감시체계의 효과적인 개편을 위하여 정부 전담부서-전문가 조직-의료기관을 엮는 네트워크 구축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선 지자체, 보건소의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중앙정부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민·관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함을 건의했다.
감염병환자가 먼저 찾는 일선 의료기관의 대응체계 구축, 신종감염병 유입 초기단계에서의 대책 마련, 위기상황 시나리오에 따른 민·관 합동 모의훈련 실시 등도 함께 권고했다.
향후 계획은 협의체 권고결과에 따라 올해에 각종 법령과지침을 개정하여 제도개선사항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대응체계 구축

의료관련감염 관련 수가 개편사항은 현재 건강보험정책위원회 내 소위원회에서 방안을 논의 중에 있으며 2016년 1분기 중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협의체 권고사항 등에 대한 추진상황을 2분기 중에 점검하여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2017년 예산안에 반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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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