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중학교 살인사건 미스터리

친구 죽이고 잘 먹고 잘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1년 전,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했던 부산 K중학교 살인사건. 동창생을 무자비한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던 이 사건은 가해 학생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벌로 비난을 면치 못했다.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 사건에는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단 한 번도 언론에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당시 일각에선 가해 학생의 부친이 굉장한 권력자라는 소문도 돌았다.

2005년 10월1일 부산 K중학교에 다니는 홍모군은 친구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들고 있던 책이 지나가던 최군의 어깨에 부딪히게 된다. 그 순간 최군은 악마로 돌변해 홍군을 때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부딪힌 이유를 5가지 대라” 최군이 던진 말에 홍군은 극심한 공포 속에서 5가지 이유를 만들어낸다. 이유를 한가지씩 말할 때마다 최군의 주먹은 홍군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학교생활 내내
괴롭힘 당했다

다섯 대. 고통의 순간이 끝나고 돌아가려던 홍군을 기다리고 있던 건 분이 풀리지 않은 최군의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얼굴, 가슴, 배를 가리지 않는 폭행은 끝날 줄을 몰랐다. 심지어 의자를 던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홍군은 죽어갔다.

무자비한 폭행에 죽어가고 있을 때 홍군의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친구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군은 당시 14살의 나이에도 178cm의 큰 키를 가졌었다. 같은 학교 학생들은 물론 주위에 다른 학교에서도 무서워하는 일명 ‘짱’이었다.


평소에 학생들은 최군에게 말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최군을 말릴 용기 있는 학생은 없었던 것이다. 끔찍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교사들이 도착했다. 학교에서 병원은 2분 거리. 이때 교사들은 병원에 옮기기보다 심폐소생술을 선택했다.

무능한 교사의 무지한 선택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홍군은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외상이 없는 상태에서 폐가 2/3 이상 파열됐고 지주막하출혈로 인해 머리 전체에 피가 고여 있었다. 더는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 가족들은 동안 죽어가는 홍군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었다. 홍군은 결국 숨을 거뒀다.

홍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원통한 죽음에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2007년 2월 홍군이 다니던 학교인 K중학교의 졸업식에 아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학교에 찾아갔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홍군 부모는 자녀가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주장을 펼쳤다. 홍군의 아버지는 사건이 벌어지기 한 달 전 이미 집에서 최군을 만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홍군의 아버지는 “그때 최군에게 분명히 말했다. 우리 아들은 몸이 약하고 운동신경도 발달하지 않았으니 때리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별히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군이 덩치도 크고 운동도 잘한다는 말을 아들한테 들었는데 혹시 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고 덧붙였다.

가슴 수차례 때리고 의자로 폭행
10년이나 흘렀는데…의문 그대로

사건 전 현장학습 가기 전날 저녁에도 집에서 최군과 관련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홍군의 침대 밑에서 최군의 가발이 발견된 것. 당시 홍군은 최군이 감춰놓으라고 해서 침대 밑에 두었다고 말했다. 홍군의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최군에게 “참회하고, 잘못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업보로 여기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참된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교사들은 회의를 열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토론했다.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요청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피해자 홍군의 아버지는 학교 측이 문제를 은폐하려고만 하고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와 함께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학교 측의 부적절한 대응도 문제가 됐다. 사고 당시 보건교사 및 생활지도부장은 인근 병원이 학교 근처에서 승용차로 1분 거리에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심폐소생술로 20분이라는 시간을 허비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반성 안 보여
네티즌 분노

병원에는 학교에서 나온 교사들과 장학사, 교육감도 다녀갔지만 오히려 그들로 인해 가족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 K중학교 교장은 홍군의 이름도 모르면서 병원에서 날밤을 새웠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홍군의 부모는 “이런 학교에 우리 아들 그리고 수많은 아들의 친구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사연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 쓰기 등을 통해 피의자 최군을 맹비난했다. 최군의 실명과 개인 사진 등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개인 블로그, 미니홈피 등을 통해 퍼뜨려 최군은 물론, 가족들과 학교 홈페이지까지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파문이 확산되자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최군의 실명이나 사진, 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게시물을 삭제하기 시작했고, 관련 기사의 댓글 쓰기를 금지했다.

포털 관계자들은 “피의자 최군이 분명 잘못한 것은 맞지만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포털 사이트가 최군에 대한 글쓰기를 막는 것은 사건을 은폐하는 것”이라며 포털 사이트들에 대해서도 비난을 퍼부었다. 한 네티즌은 청와대의 참여마당 신문고에 “나름대로 인권보호라 하겠지만. 오히려 이것은 역효과를 낳는다”고 포털 측의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또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최군에 대한 거짓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는가 하면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유언비어와 조작된 글이 퍼지기도 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최군에 관련된 글이 모두 삭제된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최군의 아버지가 포털 사이트의 사장이 아닐까 하는 루머 돌기도 했다. 

또 최군의 할아버지가 고위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라는 소문, 포털 사이트에 거액의 돈을 주고 무마했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추측들이 난무했다. 결국 루머는 루머일 뿐 근거는 없었다. 

이 외에 최군 사건과 관련한 몇 개의 루머들은 인터넷에서 창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악의적으로 담임교사 및 최군의 친구로 속인 글을 남기고 이게 다시 인터넷에 퍼지면서 사건을 더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 중에 뭐가 진짜고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인터넷에 떠도는 담임교사의 글에는 “한 명의 선한 아이를 살인자로 만들어 이 세상에서 매장 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하며 “최군이 평소에 얼마나 선한 일을 많이 하고 착한 아이란 걸 아신다면 이런 글을 감히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쓰여있다.

또 “평소 공부도 아주 잘하고 리더십도 있으며 얼굴도 잘생기고 신체 건강한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라며 최군을 옹호하고 있다. 글의 마지막에는 “너무 한쪽의 일방적인 말만 믿지 말길 바라며…사랑하는 sam”이라고 쓰여있었다. 

이후 최군은 폭행치사 혐의로 소년부 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중간에 보석금을 내고 가출소 해 재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종 판결은 불명이지만 살인죄를 저질렀던 터라 그냥 집행유예 등을 받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군은 이름을 개명했으며 2007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당당히 술먹는
사진 올리기도

사건은 잊히는 듯했으나 2009년 9월27일 최군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나 연세대 의대 수시 합격했다’는 글이 캡처된 사진이 인터넷상에 퍼져 다시 한 번 이 사건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연세대에 알아본 결과 그런 학생이 합격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한다. 앞의 글 때문에 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져 한 사이트에서는 처벌하자고 서명운동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웹툰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트 측이 대사와 댓글을 삭제했고 연재가 중단되기에 이른다. 이에 반발한 네티즌들이 외압설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가해자는 공식적으로 처벌을 받았고 위에서 나왔듯 소년원에 가서 복역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이 사건을 맛있는 떡밥으로 강화한 루머 중 많은 부분이 오해와 거짓이었기 때문에 연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주위 학교 평정한 ‘짱’
보석금 내고 가출소 상태 재판

2012년에 가해자 최군이 개명한 상태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 나돌았다. 처벌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반성은커녕 너무나 즐겁게 찍은 사진들이 네티즌들의 혈압을 상승시켰고 맹공격이 쏟아지자 금방 최군의 페이스북은 닫혔다. 

신상털이로 최군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얼굴을 떳떳하게 올려놔서 이게 본인이 맞나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이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로 페이스북의 동명이인들은 악플과 욕설에 시달려야만 했다. 

또한 '누구누구 왕따다. 내가 세 명 다 왕따 시켰으니깐' '살인도 좋은 경험. 덕분에 인간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난 법적으론 살인이 아니니' 등 다수의 네티즌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

이미 고인이 된 피해 학생에게 쓴 편지라고 올라온 글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정말 너한테 한 거 미안하다. 정말 두 손 모아 사죄한다. 너는 아마 좋은 데 갔을 거다. 이 뭐 같은 세상 살 바엔 그냥 죽는 게 안 낫나?”라는 내용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사죄가 아닌 또 다른 폭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캡처 이미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많은 네티즌이 내 일처럼 가슴 아파했던 홍군의 사망과 가해 학생에 대한 비난이 단순한 ‘냄비 근성’으로 비난 받는 것에 대한 방증으로 이들은 다시 가해 학생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이 사건이 이 정도로 퍼져나가게 된 결정적 이유는 ‘학교 내의 교실에서 같은 반 학생들이 보는 앞인 데도 구타해 죽인’ 이례적인 사건의 특징과 한 아이를 구타해서 살인했는 데도 자신의 메신저를 통해 전혀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최군에게 있다. 

애초에 사건의 발단 등 루머가 아닌 진실만 보더라도 피해 학생이 사망하는데 최군의 고의성이 짙게 깔렸으니 말이다. 이렇다 보니 설령 사건이 TV나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졌다 하더라도 최군의 반성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루머 의혹 증폭
외압설도 제기

이처럼 가해자 최군이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러 포털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검색어가 차단되거나 관련 글에 대한 게시중단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잊지 않았다' '반성할 때까지 네티즌들의 응징은 계속 될 것이다'라는 등 이 학생을 혐오하는 여론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K중학교 운동장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추모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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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