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중학교 살인사건 미스터리

친구 죽이고 잘 먹고 잘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1년 전,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했던 부산 K중학교 살인사건. 동창생을 무자비한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던 이 사건은 가해 학생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벌로 비난을 면치 못했다.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 사건에는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단 한 번도 언론에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당시 일각에선 가해 학생의 부친이 굉장한 권력자라는 소문도 돌았다.

2005년 10월1일 부산 K중학교에 다니는 홍모군은 친구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들고 있던 책이 지나가던 최군의 어깨에 부딪히게 된다. 그 순간 최군은 악마로 돌변해 홍군을 때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부딪힌 이유를 5가지 대라” 최군이 던진 말에 홍군은 극심한 공포 속에서 5가지 이유를 만들어낸다. 이유를 한가지씩 말할 때마다 최군의 주먹은 홍군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학교생활 내내
괴롭힘 당했다

다섯 대. 고통의 순간이 끝나고 돌아가려던 홍군을 기다리고 있던 건 분이 풀리지 않은 최군의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얼굴, 가슴, 배를 가리지 않는 폭행은 끝날 줄을 몰랐다. 심지어 의자를 던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홍군은 죽어갔다.

무자비한 폭행에 죽어가고 있을 때 홍군의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친구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군은 당시 14살의 나이에도 178cm의 큰 키를 가졌었다. 같은 학교 학생들은 물론 주위에 다른 학교에서도 무서워하는 일명 ‘짱’이었다.


평소에 학생들은 최군에게 말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최군을 말릴 용기 있는 학생은 없었던 것이다. 끔찍했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교사들이 도착했다. 학교에서 병원은 2분 거리. 이때 교사들은 병원에 옮기기보다 심폐소생술을 선택했다.

무능한 교사의 무지한 선택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홍군은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외상이 없는 상태에서 폐가 2/3 이상 파열됐고 지주막하출혈로 인해 머리 전체에 피가 고여 있었다. 더는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 가족들은 동안 죽어가는 홍군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었다. 홍군은 결국 숨을 거뒀다.

홍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원통한 죽음에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2007년 2월 홍군이 다니던 학교인 K중학교의 졸업식에 아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학교에 찾아갔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홍군 부모는 자녀가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주장을 펼쳤다. 홍군의 아버지는 사건이 벌어지기 한 달 전 이미 집에서 최군을 만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홍군의 아버지는 “그때 최군에게 분명히 말했다. 우리 아들은 몸이 약하고 운동신경도 발달하지 않았으니 때리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별히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군이 덩치도 크고 운동도 잘한다는 말을 아들한테 들었는데 혹시 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고 덧붙였다.

가슴 수차례 때리고 의자로 폭행
10년이나 흘렀는데…의문 그대로

사건 전 현장학습 가기 전날 저녁에도 집에서 최군과 관련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홍군의 침대 밑에서 최군의 가발이 발견된 것. 당시 홍군은 최군이 감춰놓으라고 해서 침대 밑에 두었다고 말했다. 홍군의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최군에게 “참회하고, 잘못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업보로 여기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참된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교사들은 회의를 열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토론했다. 방송사에서도 취재를 요청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피해자 홍군의 아버지는 학교 측이 문제를 은폐하려고만 하고 공식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와 함께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학교 측의 부적절한 대응도 문제가 됐다. 사고 당시 보건교사 및 생활지도부장은 인근 병원이 학교 근처에서 승용차로 1분 거리에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심폐소생술로 20분이라는 시간을 허비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반성 안 보여
네티즌 분노

병원에는 학교에서 나온 교사들과 장학사, 교육감도 다녀갔지만 오히려 그들로 인해 가족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 K중학교 교장은 홍군의 이름도 모르면서 병원에서 날밤을 새웠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홍군의 부모는 “이런 학교에 우리 아들 그리고 수많은 아들의 친구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사연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 댓글 쓰기 등을 통해 피의자 최군을 맹비난했다. 최군의 실명과 개인 사진 등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개인 블로그, 미니홈피 등을 통해 퍼뜨려 최군은 물론, 가족들과 학교 홈페이지까지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파문이 확산되자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최군의 실명이나 사진, 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게시물을 삭제하기 시작했고, 관련 기사의 댓글 쓰기를 금지했다.

포털 관계자들은 “피의자 최군이 분명 잘못한 것은 맞지만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포털 사이트가 최군에 대한 글쓰기를 막는 것은 사건을 은폐하는 것”이라며 포털 사이트들에 대해서도 비난을 퍼부었다. 한 네티즌은 청와대의 참여마당 신문고에 “나름대로 인권보호라 하겠지만. 오히려 이것은 역효과를 낳는다”고 포털 측의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또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최군에 대한 거짓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는가 하면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유언비어와 조작된 글이 퍼지기도 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최군에 관련된 글이 모두 삭제된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최군의 아버지가 포털 사이트의 사장이 아닐까 하는 루머 돌기도 했다. 

또 최군의 할아버지가 고위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라는 소문, 포털 사이트에 거액의 돈을 주고 무마했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추측들이 난무했다. 결국 루머는 루머일 뿐 근거는 없었다. 

이 외에 최군 사건과 관련한 몇 개의 루머들은 인터넷에서 창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악의적으로 담임교사 및 최군의 친구로 속인 글을 남기고 이게 다시 인터넷에 퍼지면서 사건을 더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 중에 뭐가 진짜고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인터넷에 떠도는 담임교사의 글에는 “한 명의 선한 아이를 살인자로 만들어 이 세상에서 매장 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하며 “최군이 평소에 얼마나 선한 일을 많이 하고 착한 아이란 걸 아신다면 이런 글을 감히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쓰여있다.

또 “평소 공부도 아주 잘하고 리더십도 있으며 얼굴도 잘생기고 신체 건강한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라며 최군을 옹호하고 있다. 글의 마지막에는 “너무 한쪽의 일방적인 말만 믿지 말길 바라며…사랑하는 sam”이라고 쓰여있었다. 

이후 최군은 폭행치사 혐의로 소년부 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중간에 보석금을 내고 가출소 해 재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종 판결은 불명이지만 살인죄를 저질렀던 터라 그냥 집행유예 등을 받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군은 이름을 개명했으며 2007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당당히 술먹는
사진 올리기도

사건은 잊히는 듯했으나 2009년 9월27일 최군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나 연세대 의대 수시 합격했다’는 글이 캡처된 사진이 인터넷상에 퍼져 다시 한 번 이 사건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연세대에 알아본 결과 그런 학생이 합격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한다. 앞의 글 때문에 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져 한 사이트에서는 처벌하자고 서명운동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웹툰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트 측이 대사와 댓글을 삭제했고 연재가 중단되기에 이른다. 이에 반발한 네티즌들이 외압설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가해자는 공식적으로 처벌을 받았고 위에서 나왔듯 소년원에 가서 복역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이 사건을 맛있는 떡밥으로 강화한 루머 중 많은 부분이 오해와 거짓이었기 때문에 연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주위 학교 평정한 ‘짱’
보석금 내고 가출소 상태 재판

2012년에 가해자 최군이 개명한 상태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 나돌았다. 처벌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반성은커녕 너무나 즐겁게 찍은 사진들이 네티즌들의 혈압을 상승시켰고 맹공격이 쏟아지자 금방 최군의 페이스북은 닫혔다. 

신상털이로 최군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얼굴을 떳떳하게 올려놔서 이게 본인이 맞나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이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로 페이스북의 동명이인들은 악플과 욕설에 시달려야만 했다. 

또한 '누구누구 왕따다. 내가 세 명 다 왕따 시켰으니깐' '살인도 좋은 경험. 덕분에 인간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난 법적으론 살인이 아니니' 등 다수의 네티즌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

이미 고인이 된 피해 학생에게 쓴 편지라고 올라온 글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정말 너한테 한 거 미안하다. 정말 두 손 모아 사죄한다. 너는 아마 좋은 데 갔을 거다. 이 뭐 같은 세상 살 바엔 그냥 죽는 게 안 낫나?”라는 내용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사죄가 아닌 또 다른 폭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캡처 이미지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많은 네티즌이 내 일처럼 가슴 아파했던 홍군의 사망과 가해 학생에 대한 비난이 단순한 ‘냄비 근성’으로 비난 받는 것에 대한 방증으로 이들은 다시 가해 학생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이 사건이 이 정도로 퍼져나가게 된 결정적 이유는 ‘학교 내의 교실에서 같은 반 학생들이 보는 앞인 데도 구타해 죽인’ 이례적인 사건의 특징과 한 아이를 구타해서 살인했는 데도 자신의 메신저를 통해 전혀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최군에게 있다. 

애초에 사건의 발단 등 루머가 아닌 진실만 보더라도 피해 학생이 사망하는데 최군의 고의성이 짙게 깔렸으니 말이다. 이렇다 보니 설령 사건이 TV나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졌다 하더라도 최군의 반성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루머 의혹 증폭
외압설도 제기

이처럼 가해자 최군이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러 포털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검색어가 차단되거나 관련 글에 대한 게시중단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잊지 않았다' '반성할 때까지 네티즌들의 응징은 계속 될 것이다'라는 등 이 학생을 혐오하는 여론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K중학교 운동장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추모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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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하이브 사태’ 결정적 장면 셋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작은 분명 하이브였다. 하지만 나락에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하이브다. 연예기획사 최초로 대기업에 지정되는 등 업계 1위로 군림하던 상황이라 추락의 속도가 더 빠른 모양새다. 불과 6개월 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요시사>가 ‘하이브 사태’의 결정적 장면을 꼽았다. 내부서 시작된 갈등이 외부로 분출됐다. 여론이 움직이고 대중의 뭇매가 이어졌다. 정치권이 나서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그사이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오랜 시간 모래 위에 성을 쌓아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민낯도 드러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이브가 케이팝에 독물을 풀었다’는 말이 돌았다. 업계 1위 나락 갔다 시작은 민희진 당시 어도어 대표이사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었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국·내외서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였다. 모회사인 하이브는 산하에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하는 식으로 체제를 완성했다. 각 레이블은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전담하고 하이브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멀티레이블은 ‘독립적 운영’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졌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실제 BTS의 ‘군백기(군대+공백기)’에도 하이브의 매출은 성장세를 보였다. 어도어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하나로 그룹 뉴진스가 소속돼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20%(민 전 대표 18%)를 보유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제작자로, 2019년 하이브에 합류했고 2021년 어도어 대표가 됐다. 지난 4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레이블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감사는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소속 가수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을 맡은 걸그룹이다. 민 전 대표 측의 주장으로 전선이 다른 레이블로까지 확대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와 산하 레이블 대표 간의 갈등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다. 폭로와 반박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휘청였고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이 과정서 한 무속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중대사를 무속인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때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졌다. 민 전 대표는 4월25일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명과 함께 한국컨퍼런스센터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가 자청한 회견이었다. 파란 모자에 녹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반박했다. 민희진에 대한 감사 나비효과 국감에서 다뤄지며 뭇매 맞아 민 전 대표는 중간중간 욕설을 섞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2시간 남짓한 기자회견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여론이 급격하게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었고 그가 착용한 모자와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엄청난 화제로 기록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이후 둘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도 비화했다. 첫판은 민 전 대표의 판정승이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해임하기 위한 어도어 주주총회서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이브가 민 대표의 해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 하이브가 주장했던 민 전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에 대해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압박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팔게 만들어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 방법의 모색 단계를 넘어 구체적 실행 단계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민 대표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승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 대표로서 계속 일하고 싶다. 뉴진스와 함께 계획한 것들을 하고 싶다. 그게 하이브에도 이익이다. 그만 싸우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며 화해를 제안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앞서 열린 임시주총서 민 전 대표 측 이사 2명을 해임하고 3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아일릿의 레이블 빌리프랩서 민 전 대표가 주장한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레이블 간의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때부터 팬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속 가수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어도어와 또 다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쏘스뮤직에는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돼있다.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어도어 측이 쏘스뮤직의 연습생을 빼앗아 뉴진스를 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레이블 간의 반박, 재반박이 거듭됐다. 또 레이블서 직접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기자회견 첫 분기점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 ‘민-합(민희진-하이브) 대전’은 8~9월 분기점을 맞았다. 역시 선공격은 하이브의 몫이었다. 지난 8월27일 어도어는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며 “김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정비를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어도어 사내이사가 교체될 때 하이브 쪽 추천으로 들어간 인사다. 민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밝혔다. 제작과 경영을 분리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권한을 제작으로만 축소하겠다는 뜻이었다. 민 전 대표는 “일방적인 해임”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또 주주 간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도 했다. 민 전 대표가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맡는 문제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했다. 어도어의 선공격과 민 전 대표의 반박으로 공은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뉴진스가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 4월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부터 지난 9월까지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적은 없었다. 시상식 등에서 민 전 대표와의 유대감을 표현하거나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목소리를 낸 경우는 있었지만 직접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9월11일 뉴진스는 유튜브 계정을 열고 하이브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토로했다. 이들은 “라이브를 결정한 이유는 (민희진)대표님의 해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스태프들이)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고생하는 것을 보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저희 다섯명의 미래가 걱정돼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버니즈(뉴진스의 팬덤명)까지 나서서 도와주고 있는데 우리만 숨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방송 배경을 밝혔다. 뉴진스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 어도어를 저희는 바란다.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오는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현명한 결정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날짜를 못 박았다. 당시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라면서 특정 날짜를 언급하는 등 ‘최후통첩’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하이브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 변곡점 됐다 특히 이날 방송서 뉴진스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사옥서)혼자 복도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다른 팀원들이랑 매니저가 지나갔다. 서로 인사했는데, 그분들이 나오셨을 때 그쪽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 제 앞에서. 다 들리고 보이는데 ‘무시해’라고 했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번졌다.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의 파급력은 컸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갈등이 민 전 대표+뉴진스와 하이브 간의 갈등으로 재규정된 순간이었다. 방송 자체는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뉴진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정치권이 하니의 주장을 문제 삼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하니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이브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파헤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인사책임자인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의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아이돌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하니에게 묻고 김 대표에게 대응에 대해 질문하겠다는 것이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화제가 일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하니와 김 대표 간의 공방이 벌어졌다. 하니는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고 하이브가 CCTV를 삭제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김 대표는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맞섰다. 하니의 국감 출석으로 아티스트의 근로자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티스트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정 의원은 “(아티스트가)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니까 대응할 수가 없다고 하면 이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아이돌 굿즈 관련한 문제로도 국감서 지적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이 쟁점이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하이브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이브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은 거셌다. 이 과정서 하이브의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하이브에서는 ‘모니터링’ 문서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업계 동향 보고서’다. 해당 문건의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하이브는 바닥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때 케이팝을 선도한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연예기획사가 타사 아이돌의 외모를 품평하고 방송 출연 모습을 일일이 꼬투리 잡아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팬덤은 물론 대중도 경악하고 있다. 모니터링 문건 대중 반응 최악 뒤에 숨어있는 방시혁 나와야? 엔터 업계서 오랜 시간 일했다는 관계자들도 ‘이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해당 문건에 대한 하이브의 대응은 엄청난 역풍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24일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서 ‘위클리 음악산업 리포트’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이 파장을 일으키자 하이브는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내고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당시 하이브는 “국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입장문에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만하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국감 도중에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하이브의 태도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던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발로 시작된 문건의 파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천장에 달하는 문건 중 극히 일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케이팝 팬들까지 반응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 본 사람, 공유한 사람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민 전 대표가 이미 지난 4월 첫 번째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하이브는 지난달 29일 이재상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입장문을 게재했다. 문건이 처음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사과문이다. 이 CEO는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을 인정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사과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언론을 통해 추가 문건이 공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 하이브 소속 가수가 SNS를 통해 말을 얹으면서 사태가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이미지는 물론 소속 가수의 호감도 또한 수직 낙하하는 중이다. 정치권발 카운터펀치 결국 방시혁 의장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 의장은 BJ 과즙세연과의 LA 목격담 이후 두문불출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계속해서 ‘위’를 향하고 있다. 결국 하이브를 총괄 지배하는 사람은 방 의장이기 때문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