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현대차그룹vs현대그룹 인수전 관전 포인트

대우건설처럼 실패하지 않으려면…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인수해야”


현대건설 채권단이 오는 24일 매각공고를 내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재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의사를 밝혀온 것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매각공고 이후 또 다른 인수 희망자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일단 그룹의 외형이나 실탄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재무 평가항목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섣불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두 그룹이 마지막까지 피 터지는 싸움을 이어가리란 것만은 확실하다.


자금 동원력 ⇒ 현대차 4조6000억원, 현대 1조317억원
현대차그룹, 계열사 신용등급 높아 외부조달에 문제없어


외환은행(8.70%)·정책금융공사(7.90%)·우리은행(7.50%) 등 현대건설 지분 35%를 보유한 주요 3개 채권단은 오는 24일 매각공고를 내는 데 합의했다. 당초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소 앞당겨진 일정이다. 회계법인 실사 등의 절차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10월 중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후보군을 추린 후 인수자 실사 등을 거쳐 11월쯤 본입찰을 실시, 12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지지부진 매각 일정
예정보다 앞당겨져

현재 현대건설 인수전에는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도이체방크와 맥쿼리를 일찌감치 인수 자문사로 선정했고 각 계열사들은 인수전 준비에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골드만삭스와 계열 증권사인 HMC투자증권을 재무자문사로,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을 법률과 회계자문사로 선정하며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공고 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조만간 공식 인수 선언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매각공고가 나간 후 또 다른 인수 희망자들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채권단이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 등을 공개하지 않아 우세를 저울질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자금동원력만 놓고 본다면 현대차그룹이 앞서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당초 재계의 예상을 뒤엎고 독자 인수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다른 형제 그룹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6월말 기준 4조6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 둘러싼 마찰 걸림돌 될 것
현대차그룹 기아차 한보철강 등 대형 M&A 성공 플러스


현대모비스가 1조4363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차 1조3170억원 ▲현대캐피탈 9159억원 ▲기아차 7850억원 ▲현대엠코 1827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현대건설의 예상 매각 가격이 3조~4조원 사이임을 감안하면 단독 인수에 큰 어려움이 없는 셈이다. 또 이들 계열사의 신용등급도 높아 외부조달에도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A+’,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은 한 단계 낮은 ‘AA’여서 언제든지 외부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3인방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글로비스가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을 비롯, 전 계열사의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어 하반기 긍정적인 실적 전망까지 부각되면서 현대건설 인수 전선엔 파란불이 들어왔다.

이밖에도 과거 대형 M&A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큰 이점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8년 기아차를 인수, 각고의 회생 노력 끝에 외환위기 주범에서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탈바꿈 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4년 현대제철(전 한보철강)을 인수해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끝에 국내 굴지의 제철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재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엠코 매출의 66%가 빌딩, 공장, 도로, 항만 등 공사부문에 치중돼있는 만큼 토목과 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현대건설과 합병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계산이다. 반면, 현대그룹은 약 1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상선 7312억원 ▲현대증권 1750억원 ▲현대엘리베이터 746억원 ▲현대로지엠 509억원 등 총 1조317억원을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다.

외형, 실탄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앞서

하지만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매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압박해온 외환은행과 이를 거부하면서 주거래은행 교체를 추진해온 현대그룹 간의 마찰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채권단은 지난 7월29일 대출 만기 연장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물론 전 계열사는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4000~5000억원 상당의 대출을 갚아야 하게 됐다.

현대그룹이 대출을 갚지 못 해 부도에 처할 위험은 적지만 현대건설 인수에 차질이 생기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에 대해 ‘결의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배제하지 않고 약정을 체결할 경우 경쟁에 차질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측 관계자는 “법적 다툼과 현대건설 매각 건은 별개이고 절차가 엄연히 다르다”며 “현대그룹의 인수전 참여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변수 작용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대그룹이 약정을 맺을 경우 자산 매각과 부채비율 개선 등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또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 변경 요구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란 입장을 취했다. 외환은행 측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면 외환은행에 주채권은행의 지위가 사라지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주채권은행이 변경되더라도 재무 평가를 다시 받을 수 없고 최근 실적으로도 재무약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룹의 외형이나 실탄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이 유리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재무 평가항목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인 상황이다. 문제는 우선협상대상자 평가기준이다. 채권단이 자금회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경우 인수가격에 가장 큰 배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현대차가 유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도덕성 등 비계량적 요소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 사례가 있어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건설 인수전 때 도덕성을 비롯한 비계량적 요소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실제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 당시 모기업의 경우 도덕성 분야에서 감점이 예상되면서 입찰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점을 미뤄보면 현대차그룹의 경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처벌을 받은 적이 있어 감점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 관계자는 “이미 사면을 받은 상황이어서 감점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무적 투자자 참여 여부도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 현대그룹이 자금동원력이 우수한 재무적 투자자를 찾는데 성공한다면 현대건설 인수전은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M&A는 언제나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일인 만큼 섣불리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부실기업 정상화는 국내 산업기반의 유지발전과 국가경제 발전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현대건설의 주인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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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