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내는 거물들 추적 '최종회 결산'

체납자, 그들은 낼 생각이 없는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을 연재하고 51명의 고액체납자(또는 법인)를 추적했다. 대기업 회장부터 종교인, 미술상, 외국계 기업까지 납세의 의무를 회피한 체납자는 다양했다.

'<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이 다룬 첫 번째 체납자는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이다. 나 전 회장은 국세 38억4600만원, 지방세 40억3400만원을 체납했다. 그러나 나 전 회장은 딸 명의의 초고급 아파트에 살며, 만강학원이라는 학교법인을 세금 없이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줬다. 그의 손녀는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했다가 적발됐다.

돈 없다는 회장님

나 전 회장은 세금을 받으러 찾아간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에게 "거지라서 6000원도 없다"라며 적반하장으로 응대했다. '거지'인 나 전 회장과 달리 그의 일가·측근들은 수십·수백억원대 주식·부동산 부자로 살고 있다.

<일요시사>가 주목한 두 번째 체납자는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이다. 2014년 12월 기준 설 전 회장은 국세 156억2000만원, 지방세 14억4900만원을 체납했다. 설 전 회장은 지난 5월27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기자는 보도 이후 설 전 회장의 옛 비서실장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는 설 전 회장이 보유했던 차명 주식 및 부동산과 관련해 "일가·친척들이 재산을 편법 승계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은 기자의 제보에 "안타깝게도 시효가 지나 추적이 어렵게 됐다"라고 말했다.


피앤디밸리 대표 이용백씨는 <일요시사>가 다룬 세 번째 체납자다. 이씨는 여전히 '회장님'으로 살고 있다. 해외골프는 덤이다. 이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 피앤디밸리는 국세 90억3700만원과 지방세 11억4000만원을 체납했다. 이씨가 회장인 피앤디그룹은 2014년 8월 '그룹회장님 수행기사'를 채용했다. 세금 낼 돈은 없지만 개인비서는 필요했던 셈이다.

특히 이씨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한 인터넷매체 간부는 보도 이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의 부탁을 받았다"라며 "기사를 내려달라"라고 요구했다. 앞선 해명 과정에서 "당신이 뭔 상관이냐"라고 윽박질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체납자 가운데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감 중인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재성 아르누보몽드 대표는 분양사기 사건에 연루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취재 결과 이 대표가 선임한 변호인은 대형 로펌 Y사로 확인됐다.

당시 담당 변호사는 "(보수가 얼마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했다. 한 분양사기 피해자는 서울 서초동에서 기자와 만나 "이 대표는 꼬리일 뿐 몸통은 따로 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국세 2225억2700만원, 지방세 28억5100만원을 체납한 '특별관리' 대상이다. 정태수 일가가 체납한 세금의 합은 3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4남 정한근씨의 경우 EAGC라는 회사의 실소유주이기도 했다. EAGC는 국세 387억4700만원, 지방세 68억9900만원을 체납했다. 정씨의 소재는 10년 넘게 오리무중이다. 부친 정 전 회장도 2008년 키르기스스탄으로 도주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성남상가개발㈜의 대표 전길동씨는 개인과 법인 모두 합쳐 1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체납한 뒤 잠적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전씨에 대해 "세금 낼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남종 룩엣유스 대표는 행방불명 처리돼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됐다. 개인과 법인 체납액을 합하면 610억2000만원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조가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인호 전 J&B 대표는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현지 공안에 붙잡혀 옥살이를 하고 있다. 체납한 세금은 94억3900만원이다. 체납자 가운데는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도 있었다. 이씨는 최근 출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12월부터 고액체납자 51명 취재
회장·종교인·미술상·외국인까지 다양

종교단체 또는 종교인의 이름도 눈에 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은성교회는 31억3500만원을 체납했다. 법인 대표자인 정봉규 목사는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을 위해 수십억원을 썼지만 체납 세금은 해결하지 않았다. 취재 당시 은성교회는 매주 지하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며 헌금을 걷고 있었다.

홍달수 유일주택 대표는 성림교회 장로로 확인됐다. 보도 이후 성림교회 측에선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체납법인 케이디프레야PFV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지광스님 측 역시 "법적대응을 하겠다"라며 별렀다.

많은 체납자는 학교법인·사회복지법인 형태로 재산을 보전한 뒤 '2차 납세자' 지정을 회피하고 있다.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명예훼손을 당했다"라며 기자를 고소했다가 합의 취하했다. 보도 직후 이 회장은 방산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처럼 독실한 크리스천인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은 선교단체인 횟불재단을 통해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000억 체납자' 최 전 회장의 교회 내 직함은 장로다.

798억8700만원을 체납한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서울 장충동 소재 고급 빌라에 살고 있다. 조 전 회장의 자택에선 비밀금고와 현금뭉치가 발견됐다.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은 서울 한강변에 있는 전세 13억원짜리 호화빌라에 살고 있다. 최근 한 벤처업체는 이 전 회장을 회사 고문으로 영입했다.

체납자 상당수는 부동산 투자 혹은 개발사업 실패와 함께 체납자 명단에 등재됐다. 71억7100만원을 체납한 지포럼에이엠씨(대표 천세명)는 용산 선인상가를 인수했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기획부동산' 대부로 알려진 김현재 삼흥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김영활 엘루체코리아 대표는 분양대금을 가로채 해외로 달아났다가 남미에서 체포됐다고 전해진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실제 징세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주수도 JU그룹 회장은 중국 내 방문판매업체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중국 현지로 날아가 주 회장의 투자금 70억원 상당을 압류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측은 "<일요시사> 보도가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또 고미술가 김모씨는 타인 명의를 빌려 사업을 벌이다가 적발됐다. 김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덕분에 힘들게 됐다. 더는 연락하지 마시라"라고 했다.

김연회 궁전특수자동차 대표는 국세청의 과세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의 아들 김모씨는 "기사거리가 안 된다"라며 "쓰지 마시라"라고 했다.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은 소위 불법 금지금 거래에 가담했다가 세금 폭탄을 맞았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경우는 그의 내연녀가 대부분의 재산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회사인 타가즈코리아는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가 기술만 빼돌리고 철수했다. 이들 모두가 세금을 완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온갖 편법 동원

최동열 기륭전자 회장과 한형구 코츠디앤디 대표는 올해 기준 66억1300만원을 체납했다. 이들은 2000일 넘게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싸운 기륭전자 노조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고액체납자'인 최 회장은 따로 변호사를 선임해 여러 법정 시비를 방어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언제 임금을 받아봤는지 까마득하다. 대한민국에 조세 정의가 실현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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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