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박근혜정부 외교 성적표

계속되는 굴욕 협상 '못 먹어도 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12월, 전격 타결됐던 위안부 협상 후폭풍이 거세다. '굴욕 협상'이란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박근혜정부의 실익 없는 외교가 도마에 올랐다. 국정수행 지지율 40%를 웃도는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무기'는 외교였다. 잇따른 국내 실정에도 불구하고 해외순방으로 지지율을 끌어 올렸던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차 들어 중대 고비를 맞았다.

한국은 바다 건너 일본과 인접한 국가이자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사실상의 '섬' 나라다. 서해로는 중국과 마주하고 있고, 휴전선을 경계로 북한과는 반세기 넘게 갈라져 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미국과는 적대관계를, 중국과는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강대국들 틈에서 한국은 필연적으로 균형 있는 처세를 요구 받는다. 냉전체제 종식 후 특정국가에 편중된 외교정책은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팽창 속에 더는 친미외교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때문인지 역대 대통령은 저마다 외교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균형'을 언급했다.

일본-D등급
"굴욕 외교"

박근혜 대통령도 그랬다. '통일대박'을 대표 브랜드로 앞세운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외교성과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실제 성과는 어떨까. 박근혜정부 4년차를 맞아 '외교 성적표'를 뽑아봤다. 일본군 위안부 협상, 중국 열병식 참석 등 굵직한 사건들을 변수로 놓고 성적을 매겼다. 각 국가별(일본·미국·중국) A~F등급까지 주관적인 기준을 반영했다. 첫 번째 국가는 일본이다.

지난 28일 한·일 양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안을 도출하고 협상결과를 언론에 공표했다. 그러나 "위안부 소녀상 철거의 대가로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97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른바 '굴욕 협상' 논란이 확대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 도쿄신문, 산케이신문 등 주요 외신들이 한목소리로 한국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지난 29일 "더는 사죄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미는 한국 정부가 제공했다. 협상 내용에 '불가역적·최종적'이란 문구를 삽입한 탓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아베 총리가 '앞으로 이 문제(위안부)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겠다. 다음 일·한 정상회담 때도 말하지 않겠다. (박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말해뒀다. 어제(28일)로 끝이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박근혜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소녀상 철거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렇게까지 한 이상 한국이 약속을 어기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라는 등 며칠 새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또 일본 정부는 합의문에 명시된 '책임'이란 표현과 관련해 "법적책임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모든 보상이 끝났다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언행들이 없길 바란다"라고 답했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도 미뤄질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 28일 "한국이 신청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협상 직후 기시다 외무상이 "우리가 잃은 것은 10억엔뿐"이라고 자신한 배경이다.

국내 여론은 이번 합의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 결과에 따르면 '잘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0.7%로 '잘했다'고 응답한 43.2%보다 7.5%P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71.3%가 '잘했다'고 응답했다.

60세 이상의 '콘크리트' 지지는 박근혜정부가 '미완의 협상'을 밀어붙인 원동력이란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외교 실무자들에게 직접 위안부 협상 연내 타결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집권 초 박 대통령이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공언한 것과 대비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벤트'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12·28 한일 위안부 협상 후폭풍 거세
미국은 환영…사드 배치 강수 이어질까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으로부터 1년이 지난 2014년 3월25일에야 아베 총리와 첫 환담을 나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 측의 요구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당시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한국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때만 해도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구애'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대일 노선 변화는 임기 반환점을 돈 지난 9월 무렵 가속화됐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식 참석 당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가 계기였다. 일본은 10월8일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를 통해 친서를 전달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이다.

냉랭했던 한·일관계는 11월2일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당시 일본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에 소녀상 철구를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간 협의내용을 밝히지 않겠다"라고 브리핑했다.

결과적으로 위안부 소녀상 철거 여부는 합의문에 적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지 못한 반쪽짜리 합의문이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청와대는 31일 브리핑에서 '굴욕 협상'이란 비판에 대해 "사회혼란을 야기시키는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재계에선 이번 위안부 협상 타결로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는 점에서 낙제점인 D등급 이상은 매기기 어렵다.

미국-B등급
"Poor Park"

미국은 한·일 위안부 협상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28일(현지시간)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발표한 성명을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정부가 합의를 도출한 것을 축하한다"라며 "양국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보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같은 날 "이번 합의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양국이 경제·안보 협력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길 기대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내 여론과 무관하게 미국 정부의 입장은 호의적이다. 거칠게 말하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 합의인 것이다.

실제 일본 도쿄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이번 위안부 협상 배경에 대해 "동북아 패권을 노린 오바마 정권이 양국의 등을 떠밀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을 의식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수립했다. 한·미·일 공조체제를 구축해 국제무대에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3국 공조체제 역시 흔들려왔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이번 위안부 협상은 미국의 '앓던 이'를 빼준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위안부 협상을 계기로 주춤했던 싸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부각될지 관심이다.

지난 10월29일 마이크 트로츠키 록히드마틴 부사장은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한·미) 정책당국자 사이에 싸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요구가 없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15일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펜타곤(미국 국방부)에 초청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중국을 상대로 '싸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엉뚱한 '북핵' 얘기로 눈총을 샀다. 지난해 10월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장에 나온 박 대통령은 현지 기자로부터 '베이징(중국)을 방문해 중국·러시아 정상과 함께 했다. 이 방문이 미국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의 속내는 이른바 '중국 경사론'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질문 내용을 모르는지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북한 핵이 전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답한 것이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건 중국이 국제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미국처럼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남중국해 등의 문제에서 미국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박 대통령이 미국 기자의 질문을 잊어버리자 "딱한 대통령(The poor president), 질문조차 잊은 것 같네요"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침묵…한중 FTA·AIIB 성패 촉각
남북 정상회담 요원…변수는 반기문?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와는 별개로 한국의 대미 외교는 무난한 수준(B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싸드 배치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적극 강권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박 대통령도 지난 방미에서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란 발언으로 점수를 땄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한·미 관계는 최상의 상태"라고 화답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기념식 당시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을 자신의 옆에 세우고 중국이 '동북아의 맹주'가 될 것임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중국 동북아 정책에서 한국은 다른 의미의 '핵심축'이었던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 취임 후 시진핑 주석은 무려 6차례나 한·중 정상회담에 응하며 한·미·일 공조체제를 깨는데 공을 들였다.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까지 포함하면 한·중 정상회담만 무려 10차례에 이른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수장이다.

중국은 박 대통령을 매개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추진해 왔다. 전승절 이후 경색된 한·일관계가 급작스레 개선된 것이 그 증거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내심 정상회의를 통해 '친미' 성향인 일본을 회유 또는 압박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의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중국 억제정책에 힘을 보탰다. 미국으로서는 북핵을 핑계로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수위를 높일 수 있는 명분을 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이번 위안부 협상으로 자의든 타의든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네트워크에 협력하는 꼴이 됐다. 지난 29일 중국 신화통신은 양국 합의에 대해 "미국의 압력 속에서 만들어진 정치적인 선택으로 볼 측면이 크다"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C등급
불가근불가원

그렇다고 한·중관계가 당장 악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당분간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발효된 한중FTA와 중국 주도의 첫 국제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성공을 위해선 일정부분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수는 북한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요원한 상황에서 중국은 박근혜정권과 김정은체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 이어 북한과도 전면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북한에 대해 사실상의 '고립 외교' 정책을 펴고 있는 박근혜정부는 북·중관계 복원을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련 대목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방북은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반 총장의 방북은 미국의 간접 개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용으로 반 총장의 방북을 돕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꼬일 공산이 크다. 흥미롭게도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 모두 6차례 회동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과 함께 세계 지도자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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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