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박근혜정부 외교 성적표

계속되는 굴욕 협상 '못 먹어도 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12월, 전격 타결됐던 위안부 협상 후폭풍이 거세다. '굴욕 협상'이란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박근혜정부의 실익 없는 외교가 도마에 올랐다. 국정수행 지지율 40%를 웃도는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무기'는 외교였다. 잇따른 국내 실정에도 불구하고 해외순방으로 지지율을 끌어 올렸던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차 들어 중대 고비를 맞았다.

한국은 바다 건너 일본과 인접한 국가이자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사실상의 '섬' 나라다. 서해로는 중국과 마주하고 있고, 휴전선을 경계로 북한과는 반세기 넘게 갈라져 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미국과는 적대관계를, 중국과는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강대국들 틈에서 한국은 필연적으로 균형 있는 처세를 요구 받는다. 냉전체제 종식 후 특정국가에 편중된 외교정책은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팽창 속에 더는 친미외교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때문인지 역대 대통령은 저마다 외교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균형'을 언급했다.

일본-D등급
"굴욕 외교"

박근혜 대통령도 그랬다. '통일대박'을 대표 브랜드로 앞세운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외교성과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실제 성과는 어떨까. 박근혜정부 4년차를 맞아 '외교 성적표'를 뽑아봤다. 일본군 위안부 협상, 중국 열병식 참석 등 굵직한 사건들을 변수로 놓고 성적을 매겼다. 각 국가별(일본·미국·중국) A~F등급까지 주관적인 기준을 반영했다. 첫 번째 국가는 일본이다.

지난 28일 한·일 양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안을 도출하고 협상결과를 언론에 공표했다. 그러나 "위안부 소녀상 철거의 대가로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97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른바 '굴욕 협상' 논란이 확대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 도쿄신문, 산케이신문 등 주요 외신들이 한목소리로 한국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지난 29일 "더는 사죄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미는 한국 정부가 제공했다. 협상 내용에 '불가역적·최종적'이란 문구를 삽입한 탓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아베 총리가 '앞으로 이 문제(위안부)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겠다. 다음 일·한 정상회담 때도 말하지 않겠다. (박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말해뒀다. 어제(28일)로 끝이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박근혜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소녀상 철거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렇게까지 한 이상 한국이 약속을 어기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라는 등 며칠 새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또 일본 정부는 합의문에 명시된 '책임'이란 표현과 관련해 "법적책임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모든 보상이 끝났다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언행들이 없길 바란다"라고 답했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도 미뤄질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 28일 "한국이 신청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협상 직후 기시다 외무상이 "우리가 잃은 것은 10억엔뿐"이라고 자신한 배경이다.

국내 여론은 이번 합의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 결과에 따르면 '잘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0.7%로 '잘했다'고 응답한 43.2%보다 7.5%P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71.3%가 '잘했다'고 응답했다.

60세 이상의 '콘크리트' 지지는 박근혜정부가 '미완의 협상'을 밀어붙인 원동력이란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외교 실무자들에게 직접 위안부 협상 연내 타결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집권 초 박 대통령이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공언한 것과 대비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벤트'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12·28 한일 위안부 협상 후폭풍 거세
미국은 환영…사드 배치 강수 이어질까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으로부터 1년이 지난 2014년 3월25일에야 아베 총리와 첫 환담을 나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 측의 요구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당시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한국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때만 해도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구애'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대일 노선 변화는 임기 반환점을 돈 지난 9월 무렵 가속화됐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식 참석 당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가 계기였다. 일본은 10월8일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를 통해 친서를 전달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이다.

냉랭했던 한·일관계는 11월2일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당시 일본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에 소녀상 철구를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간 협의내용을 밝히지 않겠다"라고 브리핑했다.

결과적으로 위안부 소녀상 철거 여부는 합의문에 적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지 못한 반쪽짜리 합의문이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청와대는 31일 브리핑에서 '굴욕 협상'이란 비판에 대해 "사회혼란을 야기시키는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재계에선 이번 위안부 협상 타결로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는 점에서 낙제점인 D등급 이상은 매기기 어렵다.

미국-B등급
"Poor Park"

미국은 한·일 위안부 협상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28일(현지시간)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발표한 성명을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정부가 합의를 도출한 것을 축하한다"라며 "양국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보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같은 날 "이번 합의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양국이 경제·안보 협력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길 기대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내 여론과 무관하게 미국 정부의 입장은 호의적이다. 거칠게 말하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 합의인 것이다.

실제 일본 도쿄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이번 위안부 협상 배경에 대해 "동북아 패권을 노린 오바마 정권이 양국의 등을 떠밀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을 의식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수립했다. 한·미·일 공조체제를 구축해 국제무대에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3국 공조체제 역시 흔들려왔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이번 위안부 협상은 미국의 '앓던 이'를 빼준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위안부 협상을 계기로 주춤했던 싸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부각될지 관심이다.

지난 10월29일 마이크 트로츠키 록히드마틴 부사장은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한·미) 정책당국자 사이에 싸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요구가 없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15일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펜타곤(미국 국방부)에 초청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중국을 상대로 '싸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엉뚱한 '북핵' 얘기로 눈총을 샀다. 지난해 10월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장에 나온 박 대통령은 현지 기자로부터 '베이징(중국)을 방문해 중국·러시아 정상과 함께 했다. 이 방문이 미국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의 속내는 이른바 '중국 경사론'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질문 내용을 모르는지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북한 핵이 전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답한 것이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건 중국이 국제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미국처럼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남중국해 등의 문제에서 미국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박 대통령이 미국 기자의 질문을 잊어버리자 "딱한 대통령(The poor president), 질문조차 잊은 것 같네요"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침묵…한중 FTA·AIIB 성패 촉각
남북 정상회담 요원…변수는 반기문?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와는 별개로 한국의 대미 외교는 무난한 수준(B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싸드 배치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적극 강권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박 대통령도 지난 방미에서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란 발언으로 점수를 땄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한·미 관계는 최상의 상태"라고 화답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기념식 당시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을 자신의 옆에 세우고 중국이 '동북아의 맹주'가 될 것임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중국 동북아 정책에서 한국은 다른 의미의 '핵심축'이었던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 취임 후 시진핑 주석은 무려 6차례나 한·중 정상회담에 응하며 한·미·일 공조체제를 깨는데 공을 들였다.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까지 포함하면 한·중 정상회담만 무려 10차례에 이른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수장이다.

중국은 박 대통령을 매개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추진해 왔다. 전승절 이후 경색된 한·일관계가 급작스레 개선된 것이 그 증거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내심 정상회의를 통해 '친미' 성향인 일본을 회유 또는 압박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의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중국 억제정책에 힘을 보탰다. 미국으로서는 북핵을 핑계로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수위를 높일 수 있는 명분을 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이번 위안부 협상으로 자의든 타의든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네트워크에 협력하는 꼴이 됐다. 지난 29일 중국 신화통신은 양국 합의에 대해 "미국의 압력 속에서 만들어진 정치적인 선택으로 볼 측면이 크다"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C등급
불가근불가원

그렇다고 한·중관계가 당장 악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당분간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발효된 한중FTA와 중국 주도의 첫 국제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성공을 위해선 일정부분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수는 북한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요원한 상황에서 중국은 박근혜정권과 김정은체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 이어 북한과도 전면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북한에 대해 사실상의 '고립 외교' 정책을 펴고 있는 박근혜정부는 북·중관계 복원을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련 대목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방북은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반 총장의 방북은 미국의 간접 개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용으로 반 총장의 방북을 돕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꼬일 공산이 크다. 흥미롭게도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 모두 6차례 회동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과 함께 세계 지도자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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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