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혹 거의 다 벗었는데…왜?
자살 동기에 대해선 여전히 짙은 안개속이다. 현재로선 인터넷을 타고 확산된 ‘25억 사채설’이 유력해 보인다. ‘고 안재환 자살원인으로 제기된 40억원 사채빚 가운데 25억원이 최진실의 돈이며, 최진실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채업을 하고 있다’는 게 이 루머의 골자다. 이 루머가 사실일 경우 최진실은 빚더미에 깔려 죽은 안재환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최진실은 “하루아침에 사채업자가 됐다”며 사실무근임을 주장했고, 이를 인터넷에 올린 증권사 여직원을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최진실은 숨지기 몇 시간 전에도 취한 상태에서 모친에게 “세상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니 뭐니 나와는 상관이 없는데 나를 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괴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만약 최진실의 주장과 달리 최진실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채놀이를 했다면 그 구체적인 용도나 추심 과정은 몰랐을 수 있다. 따라서 절친한 연예계 후배 정선희의 남편을 사실상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악성루머는 사실여부를 떠나 최진실을 죄책감에 빠지게 했으며, 이를 못이긴 최진실이 죽음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울증이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많다.
경찰 측은 유족 및 측근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최진실의 자살 이유로 악성루머 외에 이혼 후 겪고 있던 우울증, 자녀 양육 문제에 대한 고민 등을 종합적으로 지적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최진실은 약 5년 전 프로야구선수 조성민과 이혼한 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인은 이혼 후 한동안 신경 안정제를 복용해 왔고 사망 1주일 전부터는 증세가 심해져 신경안정제 복용량을 더 늘려왔다. 또 모친을 비롯, 코디네이터, 친구 등 최측근들에게 “외롭다”, “힘들다” 등의 고민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진실의 친구에 따르면 고인은 이혼 후 자녀 양육 문제로 많이 힘들어했고 연예계에서의 위상이 추락할까봐 걱정도 많이 했으며 심지어는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관계자들은 “연예인들의 경우 힘든 일이 있어도 소문이 날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곳도 없이 외롭게 지낸다. 때문에 홀로 앓으며 정신적인 상처를 키워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겉으론 웃고 있어도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증언한다.
‘25억 사채설’ 사실여부 떠나 죄책감 빠지게 해… 우울증도 원인
유서 발견되지 않아 보다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의혹
인간은 자살할 마음을 먹으면 가족이나 친한 주변 인물에게 대부분 유서를 남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어머니, 동생 최진영과 함께 산 최진실이 자살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유서를 남겼을 가능성은 크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부탁하는 글을 남길 수도 있고, 자살 동기에 대해 넌지시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진실의 유서 존재 여부에 대해 경찰 측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일부 메모는 발견됐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고 안재환 사망 이후에 굉장히 괴롭다’라는 내용이 일부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진실은 유서를 남기는 대신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발송했다.
경찰 측은 “최진실씨가 죽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메이크업 담당자 L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진실은 이날 오전 12시42분 L씨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메이크업 담당자)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환희와 준희를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12시45분쯤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다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관계자들은 “유서가 없는 것은 최진실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예계 일각에서는 자살의 보다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낳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최진실의 자살을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잠정 결정지었다. 최진실의 자살을 충동적으로 보는 이유는 뚜렷한 자살 동기가 최근 고 안재환과 관련된 사채설 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진실은 최근 25억원 사채설에 휘말려왔고 이에 수사를 의뢰, 루머 유포자를 체포하는 등 일이 진척되고 있었다. 여기에 전날 동료 연예인 손현주와 광고촬영을 하다가 일정을 연기했고, 이날 저녁 차기 출연작인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시즌2’에 대해 소속사 대표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평상과 다름없는 활동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자살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누구보다도 자신의 두 자녀를 사랑했던 최진실이 아이들이 자고 있는 자택에서 유서도 없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최진실은 이혼 후 자녀 양육문제로 힘겨워한데다 연예계 내 위상이 추락할까 걱정을 많이 하면서 평소에도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는 최진실 주변 친구의 얘기는 충동적인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전직 야구선수로 현재 해설가와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전 남편 조성민과의 이혼 이후 우울증에 시달렸고 이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다가 6개월 후 복용량을 늘렸다는 대목은 심각한 우울증이 최진실을 자살로 몬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최진실은 숨진 당일 밤 매니저 등과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최진실은 자택 안방에서 처지를 비관하며 울다 욕실로 들어갔다.
한 측근은 “최진실이 보기에는 참 꿋꿋하고 당차 보이지만 상처 또한 깊이 받는 성격이다”며 “술을 먹으면 종종 눈물을 흘리며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한 지인은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최진실은 무척 강인한 사람이다”며 “술을 먹으면 감정이 격해져 종종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술을 자주 마시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최진실씨가 술을 먹으면 더욱 감정적으로 변하기도 했다”며 “상처 속에서도 늘 꿋꿋하던 사람이었는데 처지를 비관해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닌가 싶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슬퍼했다.
최진실은 연예계의 가장 큰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날 자살했다. 연예계 일부 관계자들은 “최진실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날 자살한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계 관계자들은 “그것은 억측이다”며 “고인을 욕되게 하지 말자”고 아우성이다.
지난 2일 갑작스런 죽음으로 연예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최진실의 빈소가 있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은 오전부터 동료 연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평소 최진실과 절친한 사이였던 신애, 홍진경, 이영자, 정선희, 이소라, 최화정 등 이른바 ‘최진실 사단’을 비롯해 최진실의 전 남편 조성민, 이병헌, 정웅인, 이현경, 변정수, 이승연, 성진우, 박중훈, 김동현-혜은이 부부, 안성기, 왕영은, 손현주, 엄정화, 조연우, 윤현숙 등 연기자와 가수, 개그맨을 가리지 않고 빈소를 찾아 눈물과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반면 이날 오후 6시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마련된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장에는 국내 영화제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름 값을 입증하듯 국내외 정상급 스타들이 화려한 드레스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장동건, 박은혜, 강수연,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임성민, 이화선, 정진영, 김정은, 홍석천, 주지훈, 유진, 유인촌 장관, 안성기, 정려원, 차승원, 송창의, 신민아, 이완, 이영하, 정선경, 김소연, 이정진, 이진, 김향기, 박진영, 원더걸스 소희, 박준형, 아라, 이다희, 박진희, 강혜정, 신현준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에 일본의 청춘스타 우에노 주리도 모습을 드러내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망 소식 발표 이후
본지에 걸려온 한통의 긴급 제보전화
“진실은 이것” 사실여부 확인취재 중

다행히 요트경기장을 찾은 1만여 영화팬들의 열기와 배우들의 화려한 자태가 어우러지며 부산영화제의 잔치 분위기는 이어졌으나 미소 짓는 스타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아 보였다.
검찰과 경찰은 최진실이 자살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사채설 루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진실의 계좌추적을 벌이는 한편, 사고당일 최진실의 행적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조사키로 했다.
한편, 검·경은 최진실이 고 안재환의 자살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진위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경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아 최진실의 통장에 대해 계좌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검·경은 이와 함께 최진실의 자살동기가 석연찮다고 판단, 사고 전 최진실을 만난 관계자를 소환해 행적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연예계를 중심으로 최진실이 2일 새벽 0시께 귀가했다는 어머니의 진술과 달리 새벽 3∼4시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진술이 잇따르고 있어 사실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경은 최진실의 어머니와 메니저 등 관계자들을 불러 진술이 엇갈리는 4시간여 동안의 최진실 행적에 대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행적만으로는 자살동기가 불투명하다”면서 “진술이 엇갈리는 4시간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최진실의 자살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진실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날 오전 본지에 긴급 제보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익명을 요한 제보자가 전한 내용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번 최진실 자살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보고, 본지는 사실 확인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톱스타 최진실의 죽음이라는 사실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그 진실을 파헤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글 유병철 기자·사진 송원제 기자/ybc@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