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추적>톱스타 최진실 죽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톱스타 최진실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최진실은 지난 2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택 화장실 샤워 부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최진실의 죽음이 가져다준 충격의 여진은 크다. 최진실의 사망은 고 안재환의 죽음과 관련해 인터넷을 떠돌았던 ‘25억 사채설’과 맞물려 갖은 억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최진실의 죽음과 관련해 의문점을 풀 수 있는 긴급제보가 들어와 사실확인에 들어간 상태다.

의혹 거의 다 벗었는데…왜?

자살 동기에 대해선 여전히 짙은 안개속이다. 현재로선 인터넷을 타고 확산된 ‘25억 사채설’이 유력해 보인다. ‘고 안재환 자살원인으로 제기된 40억원 사채빚 가운데 25억원이 최진실의 돈이며, 최진실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채업을 하고 있다’는 게 이 루머의 골자다. 이 루머가 사실일 경우 최진실은 빚더미에 깔려 죽은 안재환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최진실은 “하루아침에 사채업자가 됐다”며 사실무근임을 주장했고, 이를 인터넷에 올린 증권사 여직원을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최진실은 숨지기 몇 시간 전에도 취한 상태에서 모친에게 “세상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니 뭐니 나와는 상관이 없는데 나를 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괴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만약 최진실의 주장과 달리 최진실이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채놀이를 했다면 그 구체적인 용도나 추심 과정은 몰랐을 수 있다. 따라서 절친한 연예계 후배 정선희의 남편을 사실상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악성루머는 사실여부를 떠나 최진실을 죄책감에 빠지게 했으며, 이를 못이긴 최진실이 죽음을 택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울증이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많다.
경찰 측은 유족 및 측근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최진실의 자살 이유로 악성루머 외에 이혼 후 겪고 있던 우울증, 자녀 양육 문제에 대한 고민 등을 종합적으로 지적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최진실은 약 5년 전 프로야구선수 조성민과 이혼한 후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인은 이혼 후 한동안 신경 안정제를 복용해 왔고 사망 1주일 전부터는 증세가 심해져 신경안정제 복용량을 더 늘려왔다. 또 모친을 비롯, 코디네이터, 친구 등 최측근들에게 “외롭다”, “힘들다” 등의 고민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진실의 친구에 따르면 고인은 이혼 후 자녀 양육 문제로 많이 힘들어했고 연예계에서의 위상이 추락할까봐 걱정도 많이 했으며 심지어는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관계자들은 “연예인들의 경우 힘든 일이 있어도 소문이 날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곳도 없이 외롭게 지낸다. 때문에 홀로 앓으며 정신적인 상처를 키워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겉으론 웃고 있어도 신경안정제나 수면제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증언한다.

‘25억 사채설’ 사실여부 떠나 죄책감 빠지게 해… 우울증도 원인
유서 발견되지 않아 보다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의혹

인간은 자살할 마음을 먹으면 가족이나 친한 주변 인물에게 대부분 유서를 남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어머니, 동생 최진영과 함께 산 최진실이 자살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유서를 남겼을 가능성은 크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부탁하는 글을 남길 수도 있고, 자살 동기에 대해 넌지시 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최진실의 유서 존재 여부에 대해 경찰 측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일부 메모는 발견됐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고 안재환 사망 이후에 굉장히 괴롭다’라는 내용이 일부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진실은 유서를 남기는 대신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발송했다.
경찰 측은 “최진실씨가 죽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메이크업 담당자 L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진실은 이날 오전 12시42분 L씨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메이크업 담당자)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환희와 준희를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12시45분쯤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다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관계자들은 “유서가 없는 것은 최진실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예계 일각에서는 자살의 보다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낳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최진실의 자살을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잠정 결정지었다. 최진실의 자살을 충동적으로 보는 이유는 뚜렷한 자살 동기가 최근 고 안재환과 관련된 사채설 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진실은 최근 25억원 사채설에 휘말려왔고 이에 수사를 의뢰, 루머 유포자를 체포하는 등 일이 진척되고 있었다. 여기에 전날 동료 연예인 손현주와 광고촬영을 하다가 일정을 연기했고, 이날 저녁 차기 출연작인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시즌2’에 대해 소속사 대표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평상과 다름없는 활동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자살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누구보다도 자신의 두 자녀를 사랑했던 최진실이 아이들이 자고 있는 자택에서 유서도 없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나 최진실은 이혼 후 자녀 양육문제로 힘겨워한데다 연예계 내 위상이 추락할까 걱정을 많이 하면서 평소에도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는 최진실 주변 친구의 얘기는 충동적인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전직 야구선수로 현재 해설가와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전 남편 조성민과의 이혼 이후 우울증에 시달렸고 이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왔다가 6개월 후 복용량을 늘렸다는 대목은 심각한 우울증이 최진실을 자살로 몬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최진실은 숨진 당일 밤 매니저 등과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최진실은 자택 안방에서 처지를 비관하며 울다 욕실로 들어갔다.
한 측근은 “최진실이 보기에는 참 꿋꿋하고 당차 보이지만 상처 또한 깊이 받는 성격이다”며 “술을 먹으면 종종 눈물을 흘리며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한 지인은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최진실은 무척 강인한 사람이다”며 “술을 먹으면 감정이 격해져 종종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술을 자주 마시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최진실씨가 술을 먹으면 더욱 감정적으로 변하기도 했다”며 “상처 속에서도 늘 꿋꿋하던 사람이었는데 처지를 비관해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닌가 싶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슬퍼했다.
최진실은 연예계의 가장 큰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날 자살했다. 연예계 일부 관계자들은 “최진실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날 자살한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계 관계자들은 “그것은 억측이다”며 “고인을 욕되게 하지 말자”고 아우성이다.  
지난 2일 갑작스런 죽음으로 연예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최진실의 빈소가 있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은 오전부터 동료 연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평소 최진실과 절친한 사이였던 신애, 홍진경, 이영자, 정선희, 이소라, 최화정 등 이른바 ‘최진실 사단’을 비롯해 최진실의 전 남편 조성민, 이병헌, 정웅인, 이현경, 변정수, 이승연, 성진우, 박중훈, 김동현-혜은이 부부, 안성기, 왕영은, 손현주, 엄정화, 조연우, 윤현숙 등 연기자와 가수, 개그맨을 가리지 않고 빈소를 찾아 눈물과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반면 이날 오후 6시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마련된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장에는 국내 영화제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름 값을 입증하듯 국내외 정상급 스타들이 화려한 드레스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장동건, 박은혜, 강수연,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임성민, 이화선, 정진영, 김정은, 홍석천, 주지훈, 유진, 유인촌 장관, 안성기, 정려원, 차승원, 송창의, 신민아, 이완, 이영하, 정선경, 김소연, 이정진, 이진, 김향기, 박진영, 원더걸스 소희, 박준형, 아라, 이다희, 박진희, 강혜정, 신현준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에 일본의 청춘스타 우에노 주리도 모습을 드러내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망 소식 발표 이후
본지에 걸려온 한통의 긴급 제보전화
“진실은 이것” 사실여부 확인취재 중
 
이중 ‘국민 배우’ 안성기는 최진실의 빈소를 방문한 뒤 곧바로 부산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부산영화제 조직위는 갑작스런 최진실의 사망으로 노심초사했다. 개막식 일부 게스트가 최진실의 빈소를 방문하기 위해 개막식에 불참할까봐 우려했고 정상급 영화배우의 사망으로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실제로 일부 영화배우와 연예계 관계자, 언론사들은 부산으로 내려가다 일정을 바꿔 서울로 돌아오기도 했다.
다행히 요트경기장을 찾은 1만여 영화팬들의 열기와 배우들의 화려한 자태가 어우러지며 부산영화제의 잔치 분위기는 이어졌으나 미소 짓는 스타들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아 보였다.
검찰과 경찰은 최진실이 자살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사채설 루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진실의 계좌추적을 벌이는 한편, 사고당일 최진실의 행적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조사키로 했다.
한편, 검·경은 최진실이 고 안재환의 자살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진위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경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아 최진실의 통장에 대해 계좌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검·경은 이와 함께 최진실의 자살동기가 석연찮다고 판단, 사고 전 최진실을 만난 관계자를 소환해 행적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연예계를 중심으로 최진실이 2일 새벽 0시께 귀가했다는 어머니의 진술과 달리 새벽 3∼4시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진술이 잇따르고 있어 사실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경은 최진실의 어머니와 메니저 등 관계자들을 불러 진술이 엇갈리는 4시간여 동안의 최진실 행적에 대해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행적만으로는 자살동기가 불투명하다”면서 “진술이 엇갈리는 4시간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최진실의 자살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진실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날 오전 본지에 긴급 제보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익명을 요한 제보자가 전한 내용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번 최진실 자살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보고, 본지는 사실 확인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톱스타 최진실의 죽음이라는 사실 뒤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그 진실을 파헤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글 유병철 기자·사진 송원제 기자/ybc@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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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