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부활' 검찰 속사정

정권 연장 프로젝트 가동하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청와대와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16일 예정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연기하는 등 'TK 친정체제' 구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중수부 부활'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고 있다.

지난주(16일) 예정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21일에야 윤곽을 드러냈다. 이날 법무부는 대검찰청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차관 등 고검장급 간부 아홉 자리에 대한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이영렬(18기) 대구지검장이 내정되는 등 예상을 깬 깜짝 인사가 단행됐다.

인사가 지연된 데는 다음 세 가지 이유가 꼽힌다. 먼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현 검찰 수뇌부와 이견을 보였고, 검찰 내 서로 다른 라인의 '교통정리'가 원활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특수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논의가 한 방향으로 조율되지 못했다.

늦어진 인사
청와대의 뜻?

이번 고검장급 인사의 핵심 과제는 ▲PK(부산·경남) '숙청'을 통한 TK(대구·경북) 친청체제 강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경쟁구도 조성 ▲중수부 부활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 과제가 가리키는 바는 명확하다. 검찰력을 동원한 정권 재창출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이상 이번 정권은 TK만 보고 갈 수밖에 없다"라며 "실무진급 인사도 TK 위주로 꾸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검찰 권력 구도에서 TK와 함께 한 축을 담당했던 PK 출신의 몰락을 뜻한다. 전임자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PK 출신이다.


검찰에서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은 검사는 김수남(16기) 검찰총장이다. 김 총장과 막판까지 41대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한 박성재(17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잔류가 확정됐다. 박 지검장은 내후년 대선 정국에서 검찰총장에 오를 유력 후보로 분류된다.

PK 출신 고검장급 검사 대거 강퇴…TK 약진
박성재·김주현 '대선용' 차기 총장감 잔류

김 총장이 내정되자 검찰 안팎에선 '박 지검장이 과연 검사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가 나왔다. 검찰총장 후보자 경쟁 과정에서 김 총장과 감정적인 앙금이 생겼기 때문이다. 포스코 수사 당시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마찰을 빚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희관(17기) 광주고검장, 김주현(17기) 법무부 차관과 함께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고검장급 인사 9명 가운데 정권의 재신임을 받은 검사는 이들 셋이 전부다. 김 고검장과 박 지검장은 각각 법무연수원장, 서울고검장에 내정됐다. 특히 박 지검장은 '중수부' 부활의 키를 쥔 서울고검장에 올라 든든한 '뒷배'를 과시했다.

김 차관의 경우는 서울중앙지검장 임명과 법무부 차관 유임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됐지만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전격 발탁됐다. 김 차관은 박 지검장과 더불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BH(청와대)가 김 차관을 밀고 있다"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장기적으로 김 차관은 김 총장과 박 지검장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조커'로 꼽힌다.

반면 같은 17기 중 김경수 대구고검장과 조성욱 대전고검장은 용퇴를 선택했다. 형식이 용퇴일 뿐 실상은 강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지난 14일부터 이들 고검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한다. 퇴임을 앞둔 임정혁(16기) 법무연수원장을 포함해 고검장 공석은 6자리로 늘었다.

"용퇴 하시오"
법무부의 입김


김 차관은 이번 고검장급 인사에서 탈락한 검사장급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검장 승진이 어렵다"라며 '결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인창(18기) 부산지검장, 강찬우(18기) 수원지검장, 오광수(18기)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등 5~6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고검장과 정 지검장, 강 지검장 등은 모두 PK 출신이다. PK 출신 18~19기 검사 가운데 고검장급 승진대상은 1명도 없다. 사법연수원 20기인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정도가 물망에 올랐지만 유임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반면 검찰 내 소위 '빅4' 자리로 불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는 대구 출신인 박정식(20기) 울산지검장이 내정됐다.

PK 출신이 배제된 이유는 차기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우에 따라 PK가 TK의 앞길을 막을 수 있으므로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 청와대는 박 지검장과 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낙점했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17년 12월까지인데 2017년 12월에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검찰의 힘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권력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때문에 김 총장은 대선 후보의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때쯤 교체되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체가 예정된 검찰총장에게 '충성'을 바치기는 어렵다. 따라서 김 총장의 조직 장악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고검장 승진대상자였던 오세인(18기) 서울남부지검장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장 1순위로 하마평이 돌았다. 지난 11월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의 의중이 '공안통'인 오 지검장에게 쏠려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오 지검장은 이달 들어 진로가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오 지검장의 행로는 비교적 한직으로 분류되는 광주고검장이었다. 광주고검장은 검찰 내 명실상부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비교해 나은 자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김 총장 위의 '누군가'가 '입김'을 넣었다고 추측되는 대목이다.

우병우 천하
동기들 승진

김 총장의 권력 공백은 우병우(19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메우는 모습이다. 오 지검장과 김 차관이 경합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장 후보군에는 김진모(19기) 인천지검장이 막판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김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우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19기로 구성된 이른바 '우병우 라인'의 약진은 18기의 '줄사표'와 대비된다. 18기 가운데 인사 대상에 오른 검사장은 오 지검장과 문무일 대전지검장, 이영렬 대구지검장 정도다. 이들은 광주고검장, 부산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에 각각 임명됐다.

반면 19기에선 윤갑근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김강욱 의정부지검장, 이창재 서울북부지검장, 황철규 서울서부지검장, 조은석 청주지검장 등이 새 진용을 꾸렸다. 윤 부장과 김 지검장은 각각 대구고검장과 대전고검장에 오르며 18기를 압박했다. 이 지검장도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또 조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 황 지검장은 부산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19기의 영전은 남은 18기의 자동 퇴진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인사에서 낮은 기수(21~22기)의 검사를 대거 검사장으로 발탁했다. 모두 11명 가운데 22기(7명)를 중용한 것이 눈에 띈다. 소위 '박성재 사단'으로 불리는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부산고검 차장으로 발령났다. 이밖에 권익환 성남지청장(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보임), 차경환 법무부 인권국장(서울고검 차장으로 보임) 등이 중요한 보직을 받았다.

19기 우병우 라인 부각…힘 빠진 김수남?
총·대선 정국 관리할 부서 편성 고심중?


검찰 내 교통정리가 끝난 만큼 다음 스텝은 '중수부 부활'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중수부 부활'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김 총장은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단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까닭에 검찰이 마냥 모른 척 하긴 어렵다. 대안으로 태스크포스(TF) 형식의 수사팀을 두고 서울고검이 지휘하는 방안이 검토되지만 이 경우 수사권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문제다. 현재 서울고검에는 수사권이 없다.

대검찰청 반부패부 조직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반부패부는 중수부를 대체하는 조직으로 출범했지만 수사 기능은 없고, 지휘·감독·지원 역할만 맡고 있다. 현재 반부패부에는 수사지휘과와 수사지원과만 있다. 여기에 차장급 기획관을 둬 기획수사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도 수사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검찰 복수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능한 수사관을 한꺼번에 끌어 쓸 수 있는 중수부와 달리 반부패부는 인력 차출과 유지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상시적인 특수수사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수부 부활
누구를 위해?

일각에선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기동수사팀이 신설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서울고검에 설치될 기동수사팀은 태스크포스(TF)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 다시 말하면 대검 중수부가 아닌 서울고검 중수부가 되는 것이다.


만약 서울고검 중수부가 생긴다면 검찰총장의 영향력은 중수부가 없던 시절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수부를 대신하던 서울중앙지검의 입지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박 지검장처럼 서울중앙지검을 틀어쥐고 대검찰청과 각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서울고검장의 권한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교롭게도 신임 서울고검장에 선택된 이가 바로 박 지검장이다.

'중수부'가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김수남호' 검찰의 운명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차기 검찰총장의 윤곽도 궁극적으로는 중수부를 누가 컨트롤 하느냐에 달려 있다. 야권 입장에서는 중수부가 어느 곳에 설치되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검찰청과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이 서로 경쟁적으로 '정권 보위'에 앞장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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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