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부활' 검찰 속사정

정권 연장 프로젝트 가동하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청와대와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16일 예정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연기하는 등 'TK 친정체제' 구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중수부 부활'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고 있다.

지난주(16일) 예정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21일에야 윤곽을 드러냈다. 이날 법무부는 대검찰청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차관 등 고검장급 간부 아홉 자리에 대한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이영렬(18기) 대구지검장이 내정되는 등 예상을 깬 깜짝 인사가 단행됐다.

인사가 지연된 데는 다음 세 가지 이유가 꼽힌다. 먼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현 검찰 수뇌부와 이견을 보였고, 검찰 내 서로 다른 라인의 '교통정리'가 원활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특수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논의가 한 방향으로 조율되지 못했다.

늦어진 인사
청와대의 뜻?

이번 고검장급 인사의 핵심 과제는 ▲PK(부산·경남) '숙청'을 통한 TK(대구·경북) 친청체제 강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경쟁구도 조성 ▲중수부 부활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 과제가 가리키는 바는 명확하다. 검찰력을 동원한 정권 재창출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이상 이번 정권은 TK만 보고 갈 수밖에 없다"라며 "실무진급 인사도 TK 위주로 꾸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검찰 권력 구도에서 TK와 함께 한 축을 담당했던 PK 출신의 몰락을 뜻한다. 전임자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PK 출신이다.


검찰에서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은 검사는 김수남(16기) 검찰총장이다. 김 총장과 막판까지 41대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한 박성재(17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잔류가 확정됐다. 박 지검장은 내후년 대선 정국에서 검찰총장에 오를 유력 후보로 분류된다.

PK 출신 고검장급 검사 대거 강퇴…TK 약진
박성재·김주현 '대선용' 차기 총장감 잔류

김 총장이 내정되자 검찰 안팎에선 '박 지검장이 과연 검사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가 나왔다. 검찰총장 후보자 경쟁 과정에서 김 총장과 감정적인 앙금이 생겼기 때문이다. 포스코 수사 당시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마찰을 빚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희관(17기) 광주고검장, 김주현(17기) 법무부 차관과 함께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고검장급 인사 9명 가운데 정권의 재신임을 받은 검사는 이들 셋이 전부다. 김 고검장과 박 지검장은 각각 법무연수원장, 서울고검장에 내정됐다. 특히 박 지검장은 '중수부' 부활의 키를 쥔 서울고검장에 올라 든든한 '뒷배'를 과시했다.

김 차관의 경우는 서울중앙지검장 임명과 법무부 차관 유임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됐지만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전격 발탁됐다. 김 차관은 박 지검장과 더불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BH(청와대)가 김 차관을 밀고 있다"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장기적으로 김 차관은 김 총장과 박 지검장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조커'로 꼽힌다.

반면 같은 17기 중 김경수 대구고검장과 조성욱 대전고검장은 용퇴를 선택했다. 형식이 용퇴일 뿐 실상은 강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지난 14일부터 이들 고검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한다. 퇴임을 앞둔 임정혁(16기) 법무연수원장을 포함해 고검장 공석은 6자리로 늘었다.

"용퇴 하시오"
법무부의 입김


김 차관은 이번 고검장급 인사에서 탈락한 검사장급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검장 승진이 어렵다"라며 '결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인창(18기) 부산지검장, 강찬우(18기) 수원지검장, 오광수(18기)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등 5~6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고검장과 정 지검장, 강 지검장 등은 모두 PK 출신이다. PK 출신 18~19기 검사 가운데 고검장급 승진대상은 1명도 없다. 사법연수원 20기인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정도가 물망에 올랐지만 유임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반면 검찰 내 소위 '빅4' 자리로 불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는 대구 출신인 박정식(20기) 울산지검장이 내정됐다.

PK 출신이 배제된 이유는 차기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우에 따라 PK가 TK의 앞길을 막을 수 있으므로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 청와대는 박 지검장과 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낙점했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17년 12월까지인데 2017년 12월에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검찰의 힘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권력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때문에 김 총장은 대선 후보의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때쯤 교체되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체가 예정된 검찰총장에게 '충성'을 바치기는 어렵다. 따라서 김 총장의 조직 장악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고검장 승진대상자였던 오세인(18기) 서울남부지검장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장 1순위로 하마평이 돌았다. 지난 11월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의 의중이 '공안통'인 오 지검장에게 쏠려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오 지검장은 이달 들어 진로가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오 지검장의 행로는 비교적 한직으로 분류되는 광주고검장이었다. 광주고검장은 검찰 내 명실상부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비교해 나은 자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김 총장 위의 '누군가'가 '입김'을 넣었다고 추측되는 대목이다.

우병우 천하
동기들 승진

김 총장의 권력 공백은 우병우(19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메우는 모습이다. 오 지검장과 김 차관이 경합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장 후보군에는 김진모(19기) 인천지검장이 막판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김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우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19기로 구성된 이른바 '우병우 라인'의 약진은 18기의 '줄사표'와 대비된다. 18기 가운데 인사 대상에 오른 검사장은 오 지검장과 문무일 대전지검장, 이영렬 대구지검장 정도다. 이들은 광주고검장, 부산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에 각각 임명됐다.

반면 19기에선 윤갑근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김강욱 의정부지검장, 이창재 서울북부지검장, 황철규 서울서부지검장, 조은석 청주지검장 등이 새 진용을 꾸렸다. 윤 부장과 김 지검장은 각각 대구고검장과 대전고검장에 오르며 18기를 압박했다. 이 지검장도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또 조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 황 지검장은 부산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19기의 영전은 남은 18기의 자동 퇴진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인사에서 낮은 기수(21~22기)의 검사를 대거 검사장으로 발탁했다. 모두 11명 가운데 22기(7명)를 중용한 것이 눈에 띈다. 소위 '박성재 사단'으로 불리는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부산고검 차장으로 발령났다. 이밖에 권익환 성남지청장(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보임), 차경환 법무부 인권국장(서울고검 차장으로 보임) 등이 중요한 보직을 받았다.

19기 우병우 라인 부각…힘 빠진 김수남?
총·대선 정국 관리할 부서 편성 고심중?


검찰 내 교통정리가 끝난 만큼 다음 스텝은 '중수부 부활'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중수부 부활'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김 총장은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단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까닭에 검찰이 마냥 모른 척 하긴 어렵다. 대안으로 태스크포스(TF) 형식의 수사팀을 두고 서울고검이 지휘하는 방안이 검토되지만 이 경우 수사권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문제다. 현재 서울고검에는 수사권이 없다.

대검찰청 반부패부 조직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반부패부는 중수부를 대체하는 조직으로 출범했지만 수사 기능은 없고, 지휘·감독·지원 역할만 맡고 있다. 현재 반부패부에는 수사지휘과와 수사지원과만 있다. 여기에 차장급 기획관을 둬 기획수사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도 수사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검찰 복수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능한 수사관을 한꺼번에 끌어 쓸 수 있는 중수부와 달리 반부패부는 인력 차출과 유지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상시적인 특수수사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수부 부활
누구를 위해?

일각에선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기동수사팀이 신설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서울고검에 설치될 기동수사팀은 태스크포스(TF)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 다시 말하면 대검 중수부가 아닌 서울고검 중수부가 되는 것이다.


만약 서울고검 중수부가 생긴다면 검찰총장의 영향력은 중수부가 없던 시절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수부를 대신하던 서울중앙지검의 입지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박 지검장처럼 서울중앙지검을 틀어쥐고 대검찰청과 각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서울고검장의 권한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교롭게도 신임 서울고검장에 선택된 이가 바로 박 지검장이다.

'중수부'가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김수남호' 검찰의 운명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차기 검찰총장의 윤곽도 궁극적으로는 중수부를 누가 컨트롤 하느냐에 달려 있다. 야권 입장에서는 중수부가 어느 곳에 설치되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검찰청과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이 서로 경쟁적으로 '정권 보위'에 앞장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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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