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부활' 검찰 속사정

정권 연장 프로젝트 가동하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청와대와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16일 예정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연기하는 등 'TK 친정체제' 구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중수부 부활'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대비하고 있다.

지난주(16일) 예정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21일에야 윤곽을 드러냈다. 이날 법무부는 대검찰청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차관 등 고검장급 간부 아홉 자리에 대한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이영렬(18기) 대구지검장이 내정되는 등 예상을 깬 깜짝 인사가 단행됐다.

인사가 지연된 데는 다음 세 가지 이유가 꼽힌다. 먼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현 검찰 수뇌부와 이견을 보였고, 검찰 내 서로 다른 라인의 '교통정리'가 원활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특수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논의가 한 방향으로 조율되지 못했다.

늦어진 인사
청와대의 뜻?

이번 고검장급 인사의 핵심 과제는 ▲PK(부산·경남) '숙청'을 통한 TK(대구·경북) 친청체제 강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경쟁구도 조성 ▲중수부 부활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 과제가 가리키는 바는 명확하다. 검찰력을 동원한 정권 재창출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이상 이번 정권은 TK만 보고 갈 수밖에 없다"라며 "실무진급 인사도 TK 위주로 꾸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검찰 권력 구도에서 TK와 함께 한 축을 담당했던 PK 출신의 몰락을 뜻한다. 전임자인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PK 출신이다.


검찰에서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은 검사는 김수남(16기) 검찰총장이다. 김 총장과 막판까지 41대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한 박성재(17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잔류가 확정됐다. 박 지검장은 내후년 대선 정국에서 검찰총장에 오를 유력 후보로 분류된다.

PK 출신 고검장급 검사 대거 강퇴…TK 약진
박성재·김주현 '대선용' 차기 총장감 잔류

김 총장이 내정되자 검찰 안팎에선 '박 지검장이 과연 검사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가 나왔다. 검찰총장 후보자 경쟁 과정에서 김 총장과 감정적인 앙금이 생겼기 때문이다. 포스코 수사 당시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마찰을 빚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희관(17기) 광주고검장, 김주현(17기) 법무부 차관과 함께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고검장급 인사 9명 가운데 정권의 재신임을 받은 검사는 이들 셋이 전부다. 김 고검장과 박 지검장은 각각 법무연수원장, 서울고검장에 내정됐다. 특히 박 지검장은 '중수부' 부활의 키를 쥔 서울고검장에 올라 든든한 '뒷배'를 과시했다.

김 차관의 경우는 서울중앙지검장 임명과 법무부 차관 유임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됐지만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전격 발탁됐다. 김 차관은 박 지검장과 더불어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BH(청와대)가 김 차관을 밀고 있다"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장기적으로 김 차관은 김 총장과 박 지검장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조커'로 꼽힌다.

반면 같은 17기 중 김경수 대구고검장과 조성욱 대전고검장은 용퇴를 선택했다. 형식이 용퇴일 뿐 실상은 강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지난 14일부터 이들 고검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한다. 퇴임을 앞둔 임정혁(16기) 법무연수원장을 포함해 고검장 공석은 6자리로 늘었다.

"용퇴 하시오"
법무부의 입김


김 차관은 이번 고검장급 인사에서 탈락한 검사장급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검장 승진이 어렵다"라며 '결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인창(18기) 부산지검장, 강찬우(18기) 수원지검장, 오광수(18기)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등 5~6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고검장과 정 지검장, 강 지검장 등은 모두 PK 출신이다. PK 출신 18~19기 검사 가운데 고검장급 승진대상은 1명도 없다. 사법연수원 20기인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과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정도가 물망에 올랐지만 유임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반면 검찰 내 소위 '빅4' 자리로 불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는 대구 출신인 박정식(20기) 울산지검장이 내정됐다.

PK 출신이 배제된 이유는 차기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우에 따라 PK가 TK의 앞길을 막을 수 있으므로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 청와대는 박 지검장과 김 차관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낙점했다. 김 총장의 임기는 2017년 12월까지인데 2017년 12월에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검찰의 힘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권력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때문에 김 총장은 대선 후보의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때쯤 교체되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체가 예정된 검찰총장에게 '충성'을 바치기는 어렵다. 따라서 김 총장의 조직 장악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고검장 승진대상자였던 오세인(18기) 서울남부지검장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장 1순위로 하마평이 돌았다. 지난 11월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총장의 의중이 '공안통'인 오 지검장에게 쏠려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오 지검장은 이달 들어 진로가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오 지검장의 행로는 비교적 한직으로 분류되는 광주고검장이었다. 광주고검장은 검찰 내 명실상부 '넘버2'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비교해 나은 자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김 총장 위의 '누군가'가 '입김'을 넣었다고 추측되는 대목이다.

우병우 천하
동기들 승진

김 총장의 권력 공백은 우병우(19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메우는 모습이다. 오 지검장과 김 차관이 경합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장 후보군에는 김진모(19기) 인천지검장이 막판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김 지검장은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우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19기로 구성된 이른바 '우병우 라인'의 약진은 18기의 '줄사표'와 대비된다. 18기 가운데 인사 대상에 오른 검사장은 오 지검장과 문무일 대전지검장, 이영렬 대구지검장 정도다. 이들은 광주고검장, 부산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에 각각 임명됐다.

반면 19기에선 윤갑근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김강욱 의정부지검장, 이창재 서울북부지검장, 황철규 서울서부지검장, 조은석 청주지검장 등이 새 진용을 꾸렸다. 윤 부장과 김 지검장은 각각 대구고검장과 대전고검장에 오르며 18기를 압박했다. 이 지검장도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또 조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 황 지검장은 부산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19기의 영전은 남은 18기의 자동 퇴진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인사에서 낮은 기수(21~22기)의 검사를 대거 검사장으로 발탁했다. 모두 11명 가운데 22기(7명)를 중용한 것이 눈에 띈다. 소위 '박성재 사단'으로 불리는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부산고검 차장으로 발령났다. 이밖에 권익환 성남지청장(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보임), 차경환 법무부 인권국장(서울고검 차장으로 보임) 등이 중요한 보직을 받았다.

19기 우병우 라인 부각…힘 빠진 김수남?
총·대선 정국 관리할 부서 편성 고심중?


검찰 내 교통정리가 끝난 만큼 다음 스텝은 '중수부 부활'에 맞춰질 공산이 크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중수부 부활'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김 총장은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단 중수부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까닭에 검찰이 마냥 모른 척 하긴 어렵다. 대안으로 태스크포스(TF) 형식의 수사팀을 두고 서울고검이 지휘하는 방안이 검토되지만 이 경우 수사권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문제다. 현재 서울고검에는 수사권이 없다.

대검찰청 반부패부 조직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반부패부는 중수부를 대체하는 조직으로 출범했지만 수사 기능은 없고, 지휘·감독·지원 역할만 맡고 있다. 현재 반부패부에는 수사지휘과와 수사지원과만 있다. 여기에 차장급 기획관을 둬 기획수사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도 수사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검찰 복수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유능한 수사관을 한꺼번에 끌어 쓸 수 있는 중수부와 달리 반부패부는 인력 차출과 유지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상시적인 특수수사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수부 부활
누구를 위해?

일각에선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기동수사팀이 신설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서울고검에 설치될 기동수사팀은 태스크포스(TF)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 다시 말하면 대검 중수부가 아닌 서울고검 중수부가 되는 것이다.


만약 서울고검 중수부가 생긴다면 검찰총장의 영향력은 중수부가 없던 시절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수부를 대신하던 서울중앙지검의 입지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박 지검장처럼 서울중앙지검을 틀어쥐고 대검찰청과 각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서울고검장의 권한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교롭게도 신임 서울고검장에 선택된 이가 바로 박 지검장이다.

'중수부'가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 '김수남호' 검찰의 운명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차기 검찰총장의 윤곽도 궁극적으로는 중수부를 누가 컨트롤 하느냐에 달려 있다. 야권 입장에서는 중수부가 어느 곳에 설치되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검찰청과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이 서로 경쟁적으로 '정권 보위'에 앞장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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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