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린 강신명 경찰청장 속사정

한상균, 충성경쟁 제물 됐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1급 수배자의 실질적인 죄명은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죄다. 경찰은 1계급 특진까지 내걸며 '한상균 검거'에 매진했다. 검거 과정에서 청와대 출신 전·현직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누가 더 '충심'이 깊은지 경쟁했다. 충성경쟁의 제물이 된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께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조계사를 깜짝 방문했다. <연합뉴스> 등 국내 주요 언론은 구 청장의 조계사 방문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이날 구 청장은 조계사 주지인 지현스님과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을 만나고자 했다. 구 청장은 면담에서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를 요청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 방문
충성경쟁 전조

그러나 구 청장은 이들 스님을 만나지 못했다. 두 스님 모두 면담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구 청장은 조계사에서 삼배를 올리고 준비해 온 서한을 전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구 청장의 조계사 방문은 사전 조율이 생략된 '일방적인 진입'이었다.

비공개 면담이 가능했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구 청장의 조계사 방문 소식을 흘렸다. 면담이 거부되자 구 청장은 "한상균 위원장의 도피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라며 "빠른 시일 내로 자진 퇴거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수십대의 마이크가 구 청장 앞에 몰렸고, 이곳저곳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구 청장은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을 할 수 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구 청장의 강경발언에 여론은 들썩였다. 주목할 것은 강신명 경찰청장의 급작스런 입장 변화다. 하루 전인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 청장은 "여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중략) 제일 낮은 단계는 경찰이 조계사에 물밑작업을 하는 것이겠고, 제일 높은 단계는 영장을 집행하는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조계사 진입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 예컨대 1∼5단계를 계획했을 때 2단계쯤에서 해결되면 진입을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런데 강 청장은 구 청장이 조계사에 방문하자 하루도 못가 입장을 바꿨다. 8일 오후 경찰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 청장은 "9일 오후 4시까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에 나서겠다"라며 조계종을 압박했다.

'사생결단'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신병확보 과정서 구은수와 신경전

특히 이날 강 청장의 발언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즐겨 쓰는 표현인 '배신'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강 청장은 "12월6일까지 자진 퇴거 약속을 어기고 불법투쟁을 선언한 것은 20일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국민과 불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후 상황은 경찰의 조계사 경내 진입과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의 중재,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로 이어졌다. 경찰 입장에서 보면 목표했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그럼에도 강 청장의 입지는 여전히 위태롭다. 11일 오전 강 청장의 거취와 관련한 풍문이 확산되는 등 경찰 안팎에서는 교체론이 대두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강 청장의 교체설과 얽힌 인물이 바로 구 청장이다. 지난 7~8월쯤 구 청장은 '강 청장이 총선을 앞두고 사임하면 경찰 총수를 꿰찰 것'이란 소문에 휩싸였다. 강 청장은 이 같은 '총선 출마설'을 적극 부인했다. "내년 8월로 예정된 임기를 마치겠다"라는 입장을 수차례 드러냈다.

지난해 8월까지 구 청장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치안감)을 역임했다. 파견이 종료되자 구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에 내정됐다. 이는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 출신 서울청장' 코스를 밟았던 강 청장과 같은 이력이다.

불거진 경질설
박심은 구은수?


단 이들은 경찰 내 서로 다른 이익집단을 대변한다. 강 청장은 엘리트그룹인 경찰대 출신이며, 구 청장은 기존 기득권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출신이다. 때문에 강 청장과 구 청장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강 청장 측에서는 총선 출마설을 비롯한 '음해성 루머'를 퍼뜨린 배후로 '동국대 라인'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구 청장은 지난 2일 검찰 수장이 된 김수남 검찰총장처럼 청와대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8일 조계사 방문도 강 청장의 지시가 아닌 다른 경로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강 청장의 발언 수위가 높아진 배경에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강 청장의 '라이벌'이자 소위 '조정정년' 대상자인 구 청장은 어떤 형태로든 연말 인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정정년은 경찰청장을 제외한 만 57세 이상 경무관이 스스로 용퇴하는 경찰 조직만의 관행이다. 조정정년에 따를 경우 구 청장은 늦어도 올해 안에는 옷을 벗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찌감치 강 청장의 후임으로 구 청장을 낙점했다고 한다. 차기 경찰청장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보호의 책무를 진 막중한 자리다. 때문에 강 청장은 지난 6월 "조정정년 폐지를 검토하겠다"라고 한 바 있다. 자신의 임기를 보장해주면 'BH(청와대)의 뜻'에 따르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위기의 강신명
제물이 필요해

그러나 2000년부터 이어 내려온 관행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경찰 고위간부의 인사 적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구 청장의 조계사 방문은 청와대를 의식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보안수사대, 광역수사대, 정보과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사본부를 설치해 지난달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를 수사하기도 했다.

이를 견제하듯 강 청장은 '조계사 진입 예고'라는 초강수로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했다. 수천명의 경찰 병력은 한 위원장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박심'을 붙잡기 위해 움직였다. 다시 말하면 경찰 내 충성경쟁의 불똥이 조계사로 옮아붙은 것이다. 현재 강 청장은 민주노총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며 청와대와의 교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일 경찰청은 한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쌍용차지부 조합원 이모씨를 구속했다고 알렸다. 같은 혐의로 구속된 사람은 11일 기준 10명이다. 경찰은 관련 수사대상자가 731명에 이른다고도 밝혔다.

청와대 출신 전현직 서울청장 
인사설 맞물려 '박심' 경쟁

지난달 21일 강 청장은 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민주노총 본부를 겨냥한 압수수색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강 청장은 지난 2013년 12월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재직했을 당시 경향신문 사옥 민주노총 본부에 50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철도노조 간부 검거 작전을 지휘했다. 이때 남긴 강렬한 인상이 지금의 강 청장을 있게 한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 청장에 대해 "양면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말단 직원의 경조사를 기억하고, 고충을 상담하면서 '격려 문자'도 직접 보내는 등 배려가 있는 리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처럼 제거해야 할 '적'이라고 인식되면 가혹할 정도로 수사를 밀어붙인다고 덧붙였다.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직사살수, 사고 수습 과정에서의 사과 거부는 강 청장의 양면성을 잘 드러내는 사건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19일 3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집회의 명분은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5법' 통과를 막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업종을 뿌리산업까지 확대하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주류 언론이 만든 '폭력시위' 프레임에 갇혀 시민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16일과 19일 집회를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강 청장과 구 청장의 명암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 청장의 해임은 구 청장의 영전을 의미하며, 강 청장의 유임은 구 청장의 인사 발령과 연결된다. 강 청장이 유임된다면 구 청장은 공석인 청와대 경호실 차장으로 내정될 가능성이 있다.

19일이 기로
구은수 거취는?

11일 유포된 '경찰 고위간부 인사설'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공석이 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구 청장의 후임으로 윤종기 인천지방경찰청장, 황성찬 경찰대학장, 이상원 경찰청 차장 등이 경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강신명 교체설'의 연장선으로 풀이되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민주노총에 대한 공세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질서 확립을 부르짖고 있는 권력 이면에는 청와대를 향한 '충성경쟁'과 '자리싸움'이 혼재한다. 경찰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731명 외에도 시위 가담자 800명에 대한 신원확인을 진행 중이다. 최근 경찰이 한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충성경쟁의 발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 당시 집회 참가자를 "아이스(IS)"라고 지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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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