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만6014건’ 구원파 신도들 표적 사찰 의혹

“초등생 개인정보까지 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검거 작전 당시 단기간에 수만건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구원파 교인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조회한 것이다.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일반 교인의 일가족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6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검찰은 유병언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검찰은 유병언 수사가 ‘단군 이래 최대 검거 작전’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유병언 목에 걸린 현상금은 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으며, 검거 작전에 투입된 수사 인력은 100만명이 넘었다.
 
유병언 작전 당시
대대적으로 열람 
 
이외 수사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 역시 역대 최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구원파 교인들을 중심으로 개인정보인 ‘통신자료’ 수만건을 들여다봤다. 통신자료란 전기통신사업법상 전화번호의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뜻한다. 
 
<일요시사>는 검·경이 구원파 교인 2362명의 통신자료 5만6014건을 조회한 사실을 최초 확인했다. 이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년 상반기 통신자료 제공내역’ 49만2502건 중 11.4%에 해당한다. 2013년 동기(46만5304건)와 비교하면 2만7198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유병언 검거 작전 당시 수사기관에서 조회한 통신자료 건수가 지난해 증가 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병언 수사 종결 수개월 뒤 다수의 구원파 교인은 검찰과 경찰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이중 한 교인의 통지서에는 ‘유병언, 양00, 유00, 유00, 박00 사건과 관련하여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집행하였으므로 이를 통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 내역은 엄연히 다르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검경 2362명 5만6014건 개인정보 조회
단지 신도란 이유로…통신자료 넘어가 
 
통지서를 받은 신도들은 한 번도 수사를 받아본 적 없거나 혹은 참고인 조사만 받은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유병언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대다수다. 구원파 관계자는 “평범한 교인들에게 이런 통지서가 와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교단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각자 통신사에 확인해보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당시 교인들 반응은 '설마 내 것까지 봤을까 싶었다'였다. 2492명의 교인은 교단에 위임하거나 자발적으로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확인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130명을 제외한 2362명의 교인이 2014년 5월 중순∼7월 말까지 최소 10건에서 많게는 300여건까지 전국 각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다. 
 
일부 교인들은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은 신앙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내 구원파 교인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되며, 통신자료 제공 내역이 확인된 교인만 2362명인 것이다. 그래서 실제 수사기관에서 더 많은 교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열람된 개인정보가 수십만 건에 달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교인 A씨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보면 5월16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29개 수사기관에서 292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수사기관은 A씨의 통신자료를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여다봤다. 지난해 7월7일 검·경은 하루 만에 A씨의 통신자료를 17건이나 조회했다.
 

조회한 수사기관도 다양하다. 인천지방검찰청, 인천지방경찰청, 전남무안경찰서, 경북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전남목포경찰서, 서울강동경찰서, 서울서초경찰서, 강원지방경찰청, 경기지방경찰청, 충북지방경찰청 등에서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이날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다. 당시 검·경은 유병언의 도피가 장기화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이보다 앞선 6월19일 대검찰청도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데 당시 각 언론은 “유병언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7개 수사기관은 일제히 A씨의 통신자료를 14건이나 조회했다. 관련 자료를 본 경찰 관계자는 “핵심 관계자가 아니면 이렇게 많은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가 조회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참고인 조사만 한 차례 받았을 뿐 구원파 내에서 핵심 간부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시간에 1번꼴
실시간으로 조회 
 
구원파 교인 B씨는 자녀들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사실을 확인됐다. 검·경이 열람한 B씨의 통신자료는 68건, 그의 두 자녀도 5∼10여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아무 관련 없는 아이들의 개인정보까지 굳이 들여다보는 게 맞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외 다수 교인 일가족의 통신자료 역시 비슷한 시기에 수십 건이 수사기관에 넘어갔다. 
 
그러나 똑같은 기관에서 수십 차례 한 사람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인천지방검찰청에서는 유병언 수사 기간 동안 60차례에 걸쳐 특정 교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5월30일 하루 동안 이 교인의 통신자료를 6건이나 조회했다. 같은 기관에서 특정 개인의 통신자료를 이렇게 수십 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유병언 수사는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검거를 위해 기지국 수사(기지국에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는 수사기법)를 했으며, 유병언 검거에 필요한 최소한 정보만 수집했다”며 “특정 개인을 표적 수사한 것은 아니며, 범인과 관련 있을 법한 번호만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경찰은 이에 대해 전기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신자료가 중요한 수사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 사이에 정보공유가 잘 안 된다. 심지어 같은 기관 사람끼리도 잘 안 한다. 당시 수사 인력은 많고, 정보 교류는 안 되서 한 기관에 속한 여러 사람이 조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수 교인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내역’도 수백 건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교인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지 받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집행 사실 통지서는 총 273건이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주체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얼마나 통신을 주고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자료보다 더 민감한 개인정보다. 이 때문에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발급받기 위해선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이를 집행한 경우 처분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집행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아무 연관없는 일가족 대상
자녀들 자료도 무차별 수집
 
구원파 교인 수천명의 통신자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긴 주체는 통신사업자들(SK텔레콤, LG유플러스, KT)이다. 이들은 전기통신사업자법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신사는 고객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혹은 불필요하게 사용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유병언 수사 당시 각 통신사들은 이런 판단 없이 무조건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도 상황이 난처하다. 수사기관에서 주라면 줘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수사기관에 제공하면서도 이를 고객에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다. 구원파 교인들은 각 통신사에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통신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은 “당사자일 지라도 통신사실 확인자료 내역 제공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비밀유지의무’가 있으므로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은 정작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과 통신사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전기통신사업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소송법 개정안 4건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냥 넘긴 통신사 
기본권 침해 우려
 
개정안을 발의한 정청래 의원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정보의 자기 주체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는 자기 결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에는 통신자료를 폐지하는 법안이 포함돼 있다”며 “수사기관은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니인터뷰 박지환 변호사
“통신자료 제공 문제될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부의 무분별한 사찰을 감시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오픈넷은 현재 이동통신를 상대로 수사기관에 부당하게 넘긴 통신자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구원파 교인 사찰과 관련 박진환 오픈넷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수사기관에서 구원파 교인들을 조회했다. 
유병언 검거작전 당시 수사기관은 구원파 교인을 대규모 사찰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수사기관들에게 한 사람당 많게는 수백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무분별하게 통신자료를 들여다봤고, 통신사들은 기계적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동통신사도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줘야하나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은 통신사와는 달리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2012년 10월 법원은 이른바 ‘회피연아’ 사건에서 통신자료를 제공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1건에 50만원)을 인정해서다. 이동통신사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제공 행위가 그 자체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경우에 따라 통신사를 상대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많이 요구한다는데
통신자료 제공에 의한 정보취득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이는 ‘영장주의’(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형사절차에서 강제처분을 함에는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는 주의)에 어긋난다. 2014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무영장 통신자료 제공에 대해 폐지 권고를 한 바 있다.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문제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2, 제9조의3과 제13조의3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집행한 경우 집행사실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 확인자료 및 압수수색 영장집행에 대해 당사자에 통지한 비율은 평균 38.5%에 불과하다. 
올해 2월 대법원은 ‘수사 종료가 되지 않았다면 당사자의 공개요구에도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혐의가 없는 당사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등을 조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판단으로 통지시점을 늦추거나 아예 통지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헌법상에서 보장하는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