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만6014건’ 구원파 신도들 표적 사찰 의혹

“초등생 개인정보까지 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검거 작전 당시 단기간에 수만건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구원파 교인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조회한 것이다.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일반 교인의 일가족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6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검찰은 유병언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검찰은 유병언 수사가 ‘단군 이래 최대 검거 작전’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유병언 목에 걸린 현상금은 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으며, 검거 작전에 투입된 수사 인력은 100만명이 넘었다.
 
유병언 작전 당시
대대적으로 열람 
 
이외 수사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 역시 역대 최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구원파 교인들을 중심으로 개인정보인 ‘통신자료’ 수만건을 들여다봤다. 통신자료란 전기통신사업법상 전화번호의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뜻한다. 
 
<일요시사>는 검·경이 구원파 교인 2362명의 통신자료 5만6014건을 조회한 사실을 최초 확인했다. 이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년 상반기 통신자료 제공내역’ 49만2502건 중 11.4%에 해당한다. 2013년 동기(46만5304건)와 비교하면 2만7198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유병언 검거 작전 당시 수사기관에서 조회한 통신자료 건수가 지난해 증가 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병언 수사 종결 수개월 뒤 다수의 구원파 교인은 검찰과 경찰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이중 한 교인의 통지서에는 ‘유병언, 양00, 유00, 유00, 박00 사건과 관련하여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집행하였으므로 이를 통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 내역은 엄연히 다르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검경 2362명 5만6014건 개인정보 조회
단지 신도란 이유로…통신자료 넘어가 
 
통지서를 받은 신도들은 한 번도 수사를 받아본 적 없거나 혹은 참고인 조사만 받은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유병언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대다수다. 구원파 관계자는 “평범한 교인들에게 이런 통지서가 와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교단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각자 통신사에 확인해보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당시 교인들 반응은 '설마 내 것까지 봤을까 싶었다'였다. 2492명의 교인은 교단에 위임하거나 자발적으로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확인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130명을 제외한 2362명의 교인이 2014년 5월 중순∼7월 말까지 최소 10건에서 많게는 300여건까지 전국 각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다. 
 
일부 교인들은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은 신앙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내 구원파 교인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되며, 통신자료 제공 내역이 확인된 교인만 2362명인 것이다. 그래서 실제 수사기관에서 더 많은 교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열람된 개인정보가 수십만 건에 달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교인 A씨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보면 5월16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29개 수사기관에서 292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수사기관은 A씨의 통신자료를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여다봤다. 지난해 7월7일 검·경은 하루 만에 A씨의 통신자료를 17건이나 조회했다.
 

조회한 수사기관도 다양하다. 인천지방검찰청, 인천지방경찰청, 전남무안경찰서, 경북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전남목포경찰서, 서울강동경찰서, 서울서초경찰서, 강원지방경찰청, 경기지방경찰청, 충북지방경찰청 등에서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이날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다. 당시 검·경은 유병언의 도피가 장기화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이보다 앞선 6월19일 대검찰청도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데 당시 각 언론은 “유병언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7개 수사기관은 일제히 A씨의 통신자료를 14건이나 조회했다. 관련 자료를 본 경찰 관계자는 “핵심 관계자가 아니면 이렇게 많은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가 조회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참고인 조사만 한 차례 받았을 뿐 구원파 내에서 핵심 간부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시간에 1번꼴
실시간으로 조회 
 
구원파 교인 B씨는 자녀들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사실을 확인됐다. 검·경이 열람한 B씨의 통신자료는 68건, 그의 두 자녀도 5∼10여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아무 관련 없는 아이들의 개인정보까지 굳이 들여다보는 게 맞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외 다수 교인 일가족의 통신자료 역시 비슷한 시기에 수십 건이 수사기관에 넘어갔다. 
 
그러나 똑같은 기관에서 수십 차례 한 사람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인천지방검찰청에서는 유병언 수사 기간 동안 60차례에 걸쳐 특정 교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5월30일 하루 동안 이 교인의 통신자료를 6건이나 조회했다. 같은 기관에서 특정 개인의 통신자료를 이렇게 수십 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유병언 수사는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검거를 위해 기지국 수사(기지국에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는 수사기법)를 했으며, 유병언 검거에 필요한 최소한 정보만 수집했다”며 “특정 개인을 표적 수사한 것은 아니며, 범인과 관련 있을 법한 번호만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경찰은 이에 대해 전기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신자료가 중요한 수사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 사이에 정보공유가 잘 안 된다. 심지어 같은 기관 사람끼리도 잘 안 한다. 당시 수사 인력은 많고, 정보 교류는 안 되서 한 기관에 속한 여러 사람이 조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수 교인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내역’도 수백 건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교인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지 받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집행 사실 통지서는 총 273건이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주체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얼마나 통신을 주고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자료보다 더 민감한 개인정보다. 이 때문에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발급받기 위해선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이를 집행한 경우 처분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집행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아무 연관없는 일가족 대상
자녀들 자료도 무차별 수집
 
구원파 교인 수천명의 통신자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긴 주체는 통신사업자들(SK텔레콤, LG유플러스, KT)이다. 이들은 전기통신사업자법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신사는 고객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혹은 불필요하게 사용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유병언 수사 당시 각 통신사들은 이런 판단 없이 무조건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도 상황이 난처하다. 수사기관에서 주라면 줘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수사기관에 제공하면서도 이를 고객에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다. 구원파 교인들은 각 통신사에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통신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은 “당사자일 지라도 통신사실 확인자료 내역 제공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비밀유지의무’가 있으므로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은 정작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과 통신사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전기통신사업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소송법 개정안 4건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냥 넘긴 통신사 
기본권 침해 우려
 
개정안을 발의한 정청래 의원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정보의 자기 주체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는 자기 결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에는 통신자료를 폐지하는 법안이 포함돼 있다”며 “수사기관은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니인터뷰 박지환 변호사
“통신자료 제공 문제될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부의 무분별한 사찰을 감시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오픈넷은 현재 이동통신를 상대로 수사기관에 부당하게 넘긴 통신자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구원파 교인 사찰과 관련 박진환 오픈넷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수사기관에서 구원파 교인들을 조회했다. 
유병언 검거작전 당시 수사기관은 구원파 교인을 대규모 사찰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수사기관들에게 한 사람당 많게는 수백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무분별하게 통신자료를 들여다봤고, 통신사들은 기계적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동통신사도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줘야하나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은 통신사와는 달리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2012년 10월 법원은 이른바 ‘회피연아’ 사건에서 통신자료를 제공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1건에 50만원)을 인정해서다. 이동통신사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제공 행위가 그 자체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경우에 따라 통신사를 상대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많이 요구한다는데
통신자료 제공에 의한 정보취득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이는 ‘영장주의’(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형사절차에서 강제처분을 함에는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는 주의)에 어긋난다. 2014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무영장 통신자료 제공에 대해 폐지 권고를 한 바 있다.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문제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2, 제9조의3과 제13조의3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집행한 경우 집행사실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 확인자료 및 압수수색 영장집행에 대해 당사자에 통지한 비율은 평균 38.5%에 불과하다. 
올해 2월 대법원은 ‘수사 종료가 되지 않았다면 당사자의 공개요구에도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혐의가 없는 당사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등을 조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판단으로 통지시점을 늦추거나 아예 통지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헌법상에서 보장하는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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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