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만6014건’ 구원파 신도들 표적 사찰 의혹

“초등생 개인정보까지 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검거 작전 당시 단기간에 수만건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구원파 교인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조회한 것이다.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일반 교인의 일가족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6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검찰은 유병언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검찰은 유병언 수사가 ‘단군 이래 최대 검거 작전’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유병언 목에 걸린 현상금은 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으며, 검거 작전에 투입된 수사 인력은 100만명이 넘었다.
 
유병언 작전 당시
대대적으로 열람 
 
이외 수사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 역시 역대 최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구원파 교인들을 중심으로 개인정보인 ‘통신자료’ 수만건을 들여다봤다. 통신자료란 전기통신사업법상 전화번호의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뜻한다. 
 
<일요시사>는 검·경이 구원파 교인 2362명의 통신자료 5만6014건을 조회한 사실을 최초 확인했다. 이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년 상반기 통신자료 제공내역’ 49만2502건 중 11.4%에 해당한다. 2013년 동기(46만5304건)와 비교하면 2만7198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유병언 검거 작전 당시 수사기관에서 조회한 통신자료 건수가 지난해 증가 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병언 수사 종결 수개월 뒤 다수의 구원파 교인은 검찰과 경찰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이중 한 교인의 통지서에는 ‘유병언, 양00, 유00, 유00, 박00 사건과 관련하여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집행하였으므로 이를 통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 내역은 엄연히 다르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검경 2362명 5만6014건 개인정보 조회
단지 신도란 이유로…통신자료 넘어가 
 
통지서를 받은 신도들은 한 번도 수사를 받아본 적 없거나 혹은 참고인 조사만 받은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유병언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대다수다. 구원파 관계자는 “평범한 교인들에게 이런 통지서가 와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교단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각자 통신사에 확인해보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당시 교인들 반응은 '설마 내 것까지 봤을까 싶었다'였다. 2492명의 교인은 교단에 위임하거나 자발적으로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확인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130명을 제외한 2362명의 교인이 2014년 5월 중순∼7월 말까지 최소 10건에서 많게는 300여건까지 전국 각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다. 
 
일부 교인들은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은 신앙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내 구원파 교인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되며, 통신자료 제공 내역이 확인된 교인만 2362명인 것이다. 그래서 실제 수사기관에서 더 많은 교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열람된 개인정보가 수십만 건에 달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교인 A씨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보면 5월16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29개 수사기관에서 292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수사기관은 A씨의 통신자료를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여다봤다. 지난해 7월7일 검·경은 하루 만에 A씨의 통신자료를 17건이나 조회했다.
 

조회한 수사기관도 다양하다. 인천지방검찰청, 인천지방경찰청, 전남무안경찰서, 경북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전남목포경찰서, 서울강동경찰서, 서울서초경찰서, 강원지방경찰청, 경기지방경찰청, 충북지방경찰청 등에서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이날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다. 당시 검·경은 유병언의 도피가 장기화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이보다 앞선 6월19일 대검찰청도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데 당시 각 언론은 “유병언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7개 수사기관은 일제히 A씨의 통신자료를 14건이나 조회했다. 관련 자료를 본 경찰 관계자는 “핵심 관계자가 아니면 이렇게 많은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가 조회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참고인 조사만 한 차례 받았을 뿐 구원파 내에서 핵심 간부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시간에 1번꼴
실시간으로 조회 
 
구원파 교인 B씨는 자녀들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사실을 확인됐다. 검·경이 열람한 B씨의 통신자료는 68건, 그의 두 자녀도 5∼10여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아무 관련 없는 아이들의 개인정보까지 굳이 들여다보는 게 맞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외 다수 교인 일가족의 통신자료 역시 비슷한 시기에 수십 건이 수사기관에 넘어갔다. 
 
그러나 똑같은 기관에서 수십 차례 한 사람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인천지방검찰청에서는 유병언 수사 기간 동안 60차례에 걸쳐 특정 교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5월30일 하루 동안 이 교인의 통신자료를 6건이나 조회했다. 같은 기관에서 특정 개인의 통신자료를 이렇게 수십 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유병언 수사는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검거를 위해 기지국 수사(기지국에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는 수사기법)를 했으며, 유병언 검거에 필요한 최소한 정보만 수집했다”며 “특정 개인을 표적 수사한 것은 아니며, 범인과 관련 있을 법한 번호만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경찰은 이에 대해 전기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신자료가 중요한 수사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 사이에 정보공유가 잘 안 된다. 심지어 같은 기관 사람끼리도 잘 안 한다. 당시 수사 인력은 많고, 정보 교류는 안 되서 한 기관에 속한 여러 사람이 조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수 교인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내역’도 수백 건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교인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지 받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집행 사실 통지서는 총 273건이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주체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얼마나 통신을 주고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자료보다 더 민감한 개인정보다. 이 때문에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발급받기 위해선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이를 집행한 경우 처분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집행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아무 연관없는 일가족 대상
자녀들 자료도 무차별 수집
 
구원파 교인 수천명의 통신자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긴 주체는 통신사업자들(SK텔레콤, LG유플러스, KT)이다. 이들은 전기통신사업자법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신사는 고객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혹은 불필요하게 사용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유병언 수사 당시 각 통신사들은 이런 판단 없이 무조건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도 상황이 난처하다. 수사기관에서 주라면 줘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수사기관에 제공하면서도 이를 고객에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다. 구원파 교인들은 각 통신사에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통신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은 “당사자일 지라도 통신사실 확인자료 내역 제공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비밀유지의무’가 있으므로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은 정작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과 통신사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전기통신사업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소송법 개정안 4건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냥 넘긴 통신사 
기본권 침해 우려
 
개정안을 발의한 정청래 의원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정보의 자기 주체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는 자기 결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에는 통신자료를 폐지하는 법안이 포함돼 있다”며 “수사기관은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니인터뷰 박지환 변호사
“통신자료 제공 문제될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부의 무분별한 사찰을 감시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오픈넷은 현재 이동통신를 상대로 수사기관에 부당하게 넘긴 통신자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구원파 교인 사찰과 관련 박진환 오픈넷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수사기관에서 구원파 교인들을 조회했다. 
유병언 검거작전 당시 수사기관은 구원파 교인을 대규모 사찰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수사기관들에게 한 사람당 많게는 수백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무분별하게 통신자료를 들여다봤고, 통신사들은 기계적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동통신사도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줘야하나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은 통신사와는 달리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2012년 10월 법원은 이른바 ‘회피연아’ 사건에서 통신자료를 제공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1건에 50만원)을 인정해서다. 이동통신사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제공 행위가 그 자체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경우에 따라 통신사를 상대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많이 요구한다는데
통신자료 제공에 의한 정보취득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이는 ‘영장주의’(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형사절차에서 강제처분을 함에는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는 주의)에 어긋난다. 2014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무영장 통신자료 제공에 대해 폐지 권고를 한 바 있다.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문제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2, 제9조의3과 제13조의3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집행한 경우 집행사실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 확인자료 및 압수수색 영장집행에 대해 당사자에 통지한 비율은 평균 38.5%에 불과하다. 
올해 2월 대법원은 ‘수사 종료가 되지 않았다면 당사자의 공개요구에도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혐의가 없는 당사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등을 조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판단으로 통지시점을 늦추거나 아예 통지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헌법상에서 보장하는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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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