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만6014건’ 구원파 신도들 표적 사찰 의혹

“초등생 개인정보까지 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검거 작전 당시 단기간에 수만건의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구원파 교인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집중적으로 조회한 것이다.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일반 교인의 일가족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6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검찰은 유병언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검찰은 유병언 수사가 ‘단군 이래 최대 검거 작전’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유병언 목에 걸린 현상금은 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으며, 검거 작전에 투입된 수사 인력은 100만명이 넘었다.
 
유병언 작전 당시
대대적으로 열람 
 
이외 수사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 역시 역대 최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구원파 교인들을 중심으로 개인정보인 ‘통신자료’ 수만건을 들여다봤다. 통신자료란 전기통신사업법상 전화번호의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뜻한다. 
 
<일요시사>는 검·경이 구원파 교인 2362명의 통신자료 5만6014건을 조회한 사실을 최초 확인했다. 이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년 상반기 통신자료 제공내역’ 49만2502건 중 11.4%에 해당한다. 2013년 동기(46만5304건)와 비교하면 2만7198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유병언 검거 작전 당시 수사기관에서 조회한 통신자료 건수가 지난해 증가 요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병언 수사 종결 수개월 뒤 다수의 구원파 교인은 검찰과 경찰로부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이중 한 교인의 통지서에는 ‘유병언, 양00, 유00, 유00, 박00 사건과 관련하여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집행하였으므로 이를 통지합니다’라고 적혀 있다(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 내역은 엄연히 다르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검경 2362명 5만6014건 개인정보 조회
단지 신도란 이유로…통신자료 넘어가 
 
통지서를 받은 신도들은 한 번도 수사를 받아본 적 없거나 혹은 참고인 조사만 받은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유병언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대다수다. 구원파 관계자는 “평범한 교인들에게 이런 통지서가 와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교단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각자 통신사에 확인해보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당시 교인들 반응은 '설마 내 것까지 봤을까 싶었다'였다. 2492명의 교인은 교단에 위임하거나 자발적으로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확인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130명을 제외한 2362명의 교인이 2014년 5월 중순∼7월 말까지 최소 10건에서 많게는 300여건까지 전국 각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다. 
 
일부 교인들은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은 신앙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국내 구원파 교인은 약 2만명으로 추산되며, 통신자료 제공 내역이 확인된 교인만 2362명인 것이다. 그래서 실제 수사기관에서 더 많은 교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열람된 개인정보가 수십만 건에 달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교인 A씨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보면 5월16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29개 수사기관에서 292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수사기관은 A씨의 통신자료를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여다봤다. 지난해 7월7일 검·경은 하루 만에 A씨의 통신자료를 17건이나 조회했다.
 

조회한 수사기관도 다양하다. 인천지방검찰청, 인천지방경찰청, 전남무안경찰서, 경북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전남목포경찰서, 서울강동경찰서, 서울서초경찰서, 강원지방경찰청, 경기지방경찰청, 충북지방경찰청 등에서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이날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다. 당시 검·경은 유병언의 도피가 장기화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이보다 앞선 6월19일 대검찰청도 A씨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는데 당시 각 언론은 “유병언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7개 수사기관은 일제히 A씨의 통신자료를 14건이나 조회했다. 관련 자료를 본 경찰 관계자는 “핵심 관계자가 아니면 이렇게 많은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가 조회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참고인 조사만 한 차례 받았을 뿐 구원파 내에서 핵심 간부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시간에 1번꼴
실시간으로 조회 
 
구원파 교인 B씨는 자녀들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사실을 확인됐다. 검·경이 열람한 B씨의 통신자료는 68건, 그의 두 자녀도 5∼10여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아무 관련 없는 아이들의 개인정보까지 굳이 들여다보는 게 맞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외 다수 교인 일가족의 통신자료 역시 비슷한 시기에 수십 건이 수사기관에 넘어갔다. 
 
그러나 똑같은 기관에서 수십 차례 한 사람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인천지방검찰청에서는 유병언 수사 기간 동안 60차례에 걸쳐 특정 교인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5월30일 하루 동안 이 교인의 통신자료를 6건이나 조회했다. 같은 기관에서 특정 개인의 통신자료를 이렇게 수십 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유병언 수사는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검거를 위해 기지국 수사(기지국에 발신된 전화번호를 추적하는 수사기법)를 했으며, 유병언 검거에 필요한 최소한 정보만 수집했다”며 “특정 개인을 표적 수사한 것은 아니며, 범인과 관련 있을 법한 번호만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경찰은 이에 대해 전기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신자료가 중요한 수사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 사이에 정보공유가 잘 안 된다. 심지어 같은 기관 사람끼리도 잘 안 한다. 당시 수사 인력은 많고, 정보 교류는 안 되서 한 기관에 속한 여러 사람이 조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수 교인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내역’도 수백 건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교인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지 받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집행 사실 통지서는 총 273건이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주체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얼마나 통신을 주고받았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다.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통신자료보다 더 민감한 개인정보다. 이 때문에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발급받기 위해선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이를 집행한 경우 처분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집행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아무 연관없는 일가족 대상
자녀들 자료도 무차별 수집
 
구원파 교인 수천명의 통신자료와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긴 주체는 통신사업자들(SK텔레콤, LG유플러스, KT)이다. 이들은 전기통신사업자법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신사는 고객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혹은 불필요하게 사용되는지 판단해야 한다. 유병언 수사 당시 각 통신사들은 이런 판단 없이 무조건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도 상황이 난처하다. 수사기관에서 주라면 줘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수사기관에 제공하면서도 이를 고객에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다. 구원파 교인들은 각 통신사에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통신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은 “당사자일 지라도 통신사실 확인자료 내역 제공은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비밀유지의무’가 있으므로 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은 정작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도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과 통신사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비밀보호법·전기통신사업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소송법 개정안 4건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냥 넘긴 통신사 
기본권 침해 우려
 
개정안을 발의한 정청래 의원실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정보의 자기 주체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는 자기 결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에는 통신자료를 폐지하는 법안이 포함돼 있다”며 “수사기관은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니인터뷰 박지환 변호사
“통신자료 제공 문제될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정부의 무분별한 사찰을 감시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오픈넷은 현재 이동통신를 상대로 수사기관에 부당하게 넘긴 통신자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구원파 교인 사찰과 관련 박진환 오픈넷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수사기관에서 구원파 교인들을 조회했다. 
유병언 검거작전 당시 수사기관은 구원파 교인을 대규모 사찰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수사기관들에게 한 사람당 많게는 수백 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무분별하게 통신자료를 들여다봤고, 통신사들은 기계적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동통신사도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줘야하나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은 통신사와는 달리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2012년 10월 법원은 이른바 ‘회피연아’ 사건에서 통신자료를 제공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1건에 50만원)을 인정해서다. 이동통신사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제공 행위가 그 자체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경우에 따라 통신사를 상대로 통신자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많이 요구한다는데
통신자료 제공에 의한 정보취득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이는 ‘영장주의’(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형사절차에서 강제처분을 함에는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야 한다는 주의)에 어긋난다. 2014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무영장 통신자료 제공에 대해 폐지 권고를 한 바 있다.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문제점은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2, 제9조의3과 제13조의3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집행한 경우 집행사실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 확인자료 및 압수수색 영장집행에 대해 당사자에 통지한 비율은 평균 38.5%에 불과하다. 
올해 2월 대법원은 ‘수사 종료가 되지 않았다면 당사자의 공개요구에도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 내역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혐의가 없는 당사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등을 조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판단으로 통지시점을 늦추거나 아예 통지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헌법상에서 보장하는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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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