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김무성 못 치는 이유

잘못 건드렸다간 역풍 맞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VIP가 가장 싫어하는 게 배신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정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향을 그렇게 진단한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국민께서 심판을 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부산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9·28합의’를 발표했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공천 룰에 대해 여·야 대표가 합의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에 자리를 비운 사이 이뤄진 합의였다는 점이다. 친박계에서는 즉각 ‘배신’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배신의 정치

이후 청와대와 김 대표 간 진실공방으로 비화됐다. 청와대는 지난 1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기 전 현기환 정무수석 채널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입장을 전했다. 당사자인 현 수석 또한 “국민공천제에 반대했다”고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상충되는 주장을 했다. 김 대표는 “현 수석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라는 표현을 한 기억은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청와대의 ‘같은 상황, 다른 대처’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국회법 사태’가 터지자 청와대·친박계는 합심해 유 전 원내대표를 끌어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 찍어내기’라는 표현도 나왔다. 반면, 김 대표의 경우 이미 수차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음에도 ‘대표직’에 대한 언급은 전무한 상태다. 김 대표는 ▲상하이발 개헌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국민연금 포함 문제 ▲국회법 개정안 사태 ▲9·28공천 룰 합의 등 이미 4차례 이상 청와대와 ‘대립·철회’를 반복해왔다.

그 이유에 대해 정가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개인차’에 무게를 뒀다. 지난 2일 YTN라디오 <신율의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제2의 유 전 원내대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인가’에 대한 세간의 의견에 “밖에서 볼 때 유 전 원내대표는 안 되면 부러지는 스타일이고, 김 대표는 휘어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타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노 전 대표의 예상처럼 김 대표는 이후 “청와대와 공방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전문가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일 TBS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 인터뷰를 가진 인명진 목사는 ‘노 전 대표가 평가한 것이 맞는 전망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상황의 차이’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정가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를 사퇴시켰던 당시와는 달리 김 대표를 쳐낼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대로 유 전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사태로 물러났다. 국회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이다. 정부의 수장인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월권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바람 앞에 ‘유’는 대나무 ‘김’은 갈대 형국
유와 달리 명분없어 고민…비박결집도 부담


반면, 공천 룰과 관련된 대립은 오히려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관여하는 모습이 된다. 실제 9·28합의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지적이 나오자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청와대의 선거개입”이라며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5일 “박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하고, 공천과 선거제도 논의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6일 청와대에서는 민경욱 대변인,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 사퇴하는 등 ‘총선대비 교통정리’에 들어가 공천개입 의혹을 미연에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명분이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본다면, 최소한 이번 사안으로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내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또 다른 이유로 ‘비박계의 규모’가 꼽힌다. 일설과는 달리 비박계에 속한 의원들의 수가 친박계 못지않다는 것이다. 세간의 평가를 종합·분석해보면, 서청원·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20∼30명 정도, 여기에 이인제·김태호 의원 등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인물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40∼50명 정도의 세가 된다.

반면 ‘비박계’는 김성태 의원을 포함한 ‘김무성계’가 20∼30명, ‘유승민계’가 10∼20명, ‘친이계’가 20∼30명 등 약 50∼8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 내 계파를 두고 정가에서느 ‘수에선 비박계, 결집력에선 친박계’가 우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사퇴를 압박한다면, 비박계의 세 결집을 불러와 ‘자충수’에 빠질 수 있다고 복수의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실제 친박-비박 간 계파 갈등이 고조되자, 비박계가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지난 2일부터 김 대표의 휴대폰을 통해 ‘청와대 관계자나 안심번호는 중요사안은 아니다. 대표님은 큰 명분만 얘기하면 게임은 유리해질 것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반납할지 아니면 대통령과 일부 세력이 행사할지에 대한 초유의 민주주의 수호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가야 하지 않겠나’ ‘정병국·원희룡·남경필에게 협조 요청을 해야 된다’ 등과 같은 전술·전략 문자가 공개됐다.

해당 문자들은 김성태·김영우 의원, 2007년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자문 역할로 활동한 김모씨 등 직·간적접으로 비박계와 연결된 인사들이 보낸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장에서 언급한 ‘대한민국 헌법 제 1조1항’처럼 ‘대의’를 전면에 내건 모습이다.

예고된 후폭풍

‘여론’ 또한 김 대표의 거취에 쉽게 손 못 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 이후 5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탄력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직접 ‘금융개혁’을 언급하며, 하반기 국정수행을 강조했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김 대표가 외압에 의해 물러나는 모습이 연출된다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유 전 원내대표 사퇴 당시 자료를 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난 지난 7월8일, 전일 대비 4.8%포인트 급락한 32.6%로 주간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사대상: 전국 성인 2500명, 조사방법: 유무선 RDD 전화면접, 조사기간: 7월6∼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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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