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구 물갈이론’ 막전막후

선거 앞두고 난 데 없는 민생시찰 “냄새 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을 찾았다. 지난 7일, 박 대통령은 측근들을 대동한 채 대구를 전격 방문했다. 지난 4일 중국에서 귀국한 지 이틀 만에 보인 광폭행보였다. 정가가 주목하는 점은 박 대통령 주변에서 대구 지역 국회의원 누구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9일 인천을 방문했을 때는 지역 의원들을 공식 초청하는 등 대조를 이뤘다.


다가오는 20대 총선, 대구에 일대 혼란이 예고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아 민생을 살폈다. 특별할 것 없는 지역 방문이었지만, 정가와 언론은 이 소식을 집중 조망했다. 비단 대통령이 고향을 방문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 중 단 한 명도 초대하지 않은 채 TK(대구·경북)지역 출마가 예상되는 4명의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시찰을 돌았다.

대구 물갈이
시동 걸었나?

대통령이 지역을 방문하는데 그 지역 의원들과 함께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지역 의원이 방문하는 대통령을 맞는 것은 예의이자 오래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언론에서는 ‘대구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냐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정가 또한 마찬가지다. ‘박심’이 현직 대구 의원들에게서 떠나있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이미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박 대통령에게 각을 세웠던 지난 6월경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 9일 한 언론은 새누리당 핵심의원의 말을 빌어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태 당시 애매한 태도를 보인 대구 출신 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했다”며 “청와대 고위직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물갈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정가와 다른 언론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오전 청와대출입기자들과 만나 “어제(7일) 대구시 업무보고는 경제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며 “경제활성화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박 대통령은) 시민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셨다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대구시 업무보고의 형태와 참석 범위는 행사를 주최한 시와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결정됐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민 대변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정가가 바라보는 해석은 사뭇 진지하다. 그동안 벼려왔던 대구 물갈이를 시작하겠다는 신호가 아니겠냐는 관측이다. 지역을 방문하면서 그 지역 의원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는 점도 해석의 근거가 되지만 청와대가 밝힌 ‘직접적 소통’이 초대를 하지 않은 이유로써 빈약하다는 반응이다.

인천 행사는
여·야 초청

이를 증명하듯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인천을 방문할 때 의원들을 대거 초대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15 지역희망 박람회’ 행사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천 지역구 의원들 모두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여권은 물론 야권 의원들에게까지 보냈다고 한다. 실제로 참석한 사람은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인 안상수 의원과 박상은 의원 2명에 그쳤지만, 대구에서는 단 한명도 초청받지 못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구 방문을 준비했던 과정을 보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대구지역 의원들을 초대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달성군에 위치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하 기술원)을 가장 먼저 방문했는데, 자신의 뒤를 이어 달성군에 당선된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을 초대하지 않았다. 달성군은 박 대통령이 18대 국회 때까지 내리 4선을 지낸 곳으로 19대 국회에는 비례대표로 나선 박 대통령의 뒤를 이어 이 의원이 당선된 곳이다.

기술원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은 곧이어 지역주민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고, 이후 전국 5대 재래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서문시장을 방문해 민생을 살폈다. 이때도 박 대통령은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을 부르지 않았다.

박근혜 대구 방문, 지역 의원은 전무
청와대 “직접 소통 위해” 해석 경계


이종진(달성군)·김희국(중구·남구) 의원의 공통점은 정가에서 ‘유승민계’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대구지역 의원은 총 12명, 그 중 7명의 초·재선 의원이 유승민계로 분류되는데 새누리당 내 의원들의 모임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로 떠오른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들의 조력이 컸기 때문이라고 정가는 분석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로 유 전 원내대표가 위기에 몰리고 사퇴하기까지 과정 속에서도 이들 유승민계 7인이 주변에서 호위무사로서 유 전 원내대표를 지켜줬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구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의원들은 따로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대구시에게 언질을 했단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언론에 따르면 언질을 받은 권 시장이 행사 직전 새누리당 소속 대구 의원 12명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엔 대구시 위주로 행사를 치르니 못 부르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나만이라도 가면 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결국 모두를 초청하지 않는 선에서 준비가 마무리 됐다는 전언이다. 이번 결정에는 청와대 참모들의 입김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지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총선을 7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로써 물갈이론이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대구지역 의원들을 배제하고, 함께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가진 인물들이 청와대 측근 4인방이기 때문이다.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모두 TK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청와대 측근들
대구 출마설

안 수석은 이미 비례대표로 19대 의원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의정활동 중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사직한 그는 20대 총선 출마가 유력시 된다. 지난 4월경에는 이한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수성갑 출마가 유력하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뛰어들면서 사그라들었지만 이번 동행을 계기로 다시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출마 예상지역은 대구 서구다. 서구는 현재 유승민계로 통하는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의 지역구다.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신동철 정무비서관은 지난 17대 총선 당시 대구 중구·남구에 공천 신청을 한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재출마가 유력하다. 서문시장에 초청받지 못한 김희국 의원과의 경선이 예상된다.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은 학창시절을 보낸 대구 동구 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승민(대구 동구을) 전 원내대표와 경선장에서 만나는 그림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가에서는 그동안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의 대구 달성군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술원에 초대받지 못한 이종진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 달성군이다. 두 사람의 경합이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청와대 측근 4인방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모두 현재 유승민계로 통하는 인사들이 맡고 있다. 결정적으로 물갈이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그 외에도 전광삼 청와대 춘추관장은 대구 북구갑,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본관인 달성군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후 보여준 파격행보가 박 대통령이 대구를 찾게 만든 요인이라고 꼽고 있다. 지난달 5일 유 전 원내대표는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상갓집을 찾아 대구의 유력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조문객 중 한 명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유 전 원내대표와 김 전 의원에게 “앞으로 대구정치를 이끌 두 명의 유망주”라며 “신당을 만들어도 되겠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물갈이론? TK출마 유력한 측근 대동
유승민계, 오픈프라이머리 탈출구 될까?


또한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두고 시기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전승절을 마치고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고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물갈이론의 반향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을 때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는 하향곡선을 그렸다.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로 6월 3주차 지지율이 29%를 기록, 임기 내 최하점을 찍은 이후 7월 2주차에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머물렀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전승절 참석이 있었던 기간 동안 지지율은 34%에서 54%로 급등했다. 2주 만에 20%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치솟는 지지율과 더불어 힘을 얻지 못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도 물갈이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김 대표가 밀어붙이는 오픈프라이머리는 최근 친박계의 공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김무성 대표의 몫이지 우리 몫이 아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친박계 실세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달 18일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비용과 역선택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여야가 동시에 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친박계 핵심 중 한명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제도적으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고 야당도 비협조적이다. 상당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역임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픈프라이머리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우리가 해결책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픈프라이머리
유일한 탈출구?

오픈프라이머리는 유승민계의 생존과도 관련이 있어 주목된다. 아직 세가 약한 유승민계가 내년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는 사태를 막을 방법은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라는 관측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2일 유 전 원내대표와 김 대표, 대구지역 의원 11명(이한구 의원 제외)이 만찬자리를 가진 적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건배사로 ‘우리 대구는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지합니다’라고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유승민계 의원들 입장에서는 지지하는 유 전 원내대표가 전국구로 떠올랐기 때문에 오픈프라이머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유승민계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입김이 공천에 작용하는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승민 존재감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첫날부터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10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제2롯데월드 허가과정과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재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행정부가 스스로 조사할 생각이 없으면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감이 본격 복귀 신호탄?

감사장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논란이 시작될 때 18대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안전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하고 질타했지만 그냥 밀어붙였다”며 “(제2롯데월드 건축은) 지난 22년 간 군이 계속 반대한 상황이었는데도 (롯데측이) 안전하다고 해 (허가된) 사건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지뢰도발로 다리를 다친 하재현 하사의 치료비와 관련, “비단 하 하사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언론에 노출된 하 하사 한 명의 치료비 부담만 국방부에서 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보도되지 않은 과거의 환자들에 대해서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가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복귀 시점을 9월 국감으로 내다봤다. 논란이 됐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에서부터 국방부 차원의 도·감청장비 구입, 군대 내 성문제까지 국방위원회에서 지적 가능한 현안이 망라해 있기 때문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과연 잇단 논란을 딛고 국감을 ‘유승민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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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