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졸음운전, 대형차 졸음쉼터 부족

도로 위에선 잠이 적이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한국도로공사가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1년부터 전국 고속도로 및 일반국도에 졸음쉼터를 설치·운영 중이다. 이로써 교통사고가 매년 평균 0.37%씩 줄고 있으며 사망자 및 부상자도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름휴가철을 맞아 <일요시사>가 전국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형차 주차공간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문제로 지적된다.

도로교통공단의 ‘2015년판 교통사고통계 요약’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111만115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2만5980명이 사망하고 170만4622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종류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0.32%(3583건)를 차지, 240건의 사망 교통사고에서 273명이 사망해 7.6%의 치사율로 조사됐다. 고속도로의 교통사고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조사된 반면 특별광역시도 및 시도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15만9904건(사망자 2428명, 부상자 23만7252명)으로 치사율은 1.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잦은 서해안선

여름휴가철인 7월16일부터 8월15일까지의 5년간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총 9만4687건(사망자 2122명, 부상자 14만9714명)이다. 월 평균 교통사고 발생건수(9만259건)보다 2091건이나 많은 셈이며 하루 평균 61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966명이 부상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휴가철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254건으로 집계돼 1.32% 수준이나 경미한 부상에 그치는 경우가 희박한 것으로 분석돼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도로교통공단의 조사와는 달리 한국도로공사는 졸음에 의한 교통사고 원인을 20% 수준으로 보고 있어 실제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는 교통사고 주요인으로 졸음운전을 비롯한 주시태만(28%)과 과속(21%)으로 꼽고 있으며 안전거리 미확보 및 타이어 파손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전국 고속도로와 일반국도에 운전자들의 휴식공간인 졸음쉼터를 설치·운영해 오고 있다. 졸음쉼터 설치 후 교통사고 발생량은 매년 평균 0.37%씩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실제로 졸음쉼터가 설치되기 전과 후의 4년간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비교해보면 졸음쉼터 설치 전(2007~2010년)에 88만6352건(사망자 2만3379명, 부상자 138만9201명)이 발생했으나 설치 후(2011~2014년) 88만4273건(사망자 2만475명, 부상자 135만2164명)으로 크게 줄었다. 4년간 교통사고가 2079건 줄어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2904명, 3만7037명씩 감소했다.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졸음쉼터 설치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19개 노선에 154개소의 졸음쉼터가 설치됐으며 2017년까지 56개소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2011년에 40개소, 2012년에 70개소, 2013년에 23개소, 지난해 21개소가 설치됐으며 올해 30개소가 추가 설치된다. 2016년과 2017년의 예정 추가 설치 졸음쉼터는 26개소다.

<일요시사>가 전국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설치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대형차 주차면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대형차 운전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고속도로 졸음쉼터의 주차면수별 현황을 살펴보면 소형차가 19개 노선 150개소 1490개면, 대형차가 11개 노선 36개소 134개면이다.

서해안선(340.8km), 제2중부선(31.1km), 서울양양선(61.41km), 호남지선(54km), 청주상주선(79.4km), 익산장수선(58.9km), 고창담양선(42.5km), 대구포항선(71km), 남해1지선(17.4km)의 9개 노선에는 대형차 주차공간이 확보된 졸음쉼터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곤한 대형차 꾸벅하면 대형사고
고속도로 쉼터 주차공간 부족 지적

대형차 주차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노선 가운데 가장 긴 구간인 서해안선의 상행에는 10개소, 하행에는 9개소의 졸음쉼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147개면 모두 소형차 주차 가능 공간으로 대형차 운전자들은 이용이 불가하다. 대형차 운전자는 휴게소에서만 휴식이 가능하나 화물차휴게시설을 갖춘 휴게소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해안선 하행의 경우 휴게소 간 거리는 화성휴게소-행담도휴게소(27.2km)-서산휴게소(35.3km)-홍성휴게소(21.8km)-대천휴게소(20.9km)-서천휴게소(30.4km)-군산휴게소(26.4km)-부안주차장(37.5km)-고창고인돌휴게소(26.8km)-영광휴게소(34.7km)-함평천지휴게소(19.9km)다.

서해안선 하행의 경우 휴게소간 평균 거리는 28.1km로 화물차 제한속도인 80km/h 주행 시 21분 정도를 이동해야 휴게소에서 휴식할 수 있다. 서해안선 내 휴게소간 거리가 가장 긴 구간은 군산휴게소-부안주차장(37.5km)간 이동에는 80km/h 주행 시 28분, 최저 제한속도인 50km/h 주행 시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특히 이 구간은 2차로로 대형차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할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해안선의 화물차 제한속도는 비봉IC-매송IC(최저 55km/h, 최고 90km/h)를 제외한 전 구간이 최저 50km/h, 최고 80km/h다.

전북경찰에 따르면 서해안선을 이용하는 대형차는 전체 이용차량의 5.5%에 불과하나 대형차량 사고 사망자가 4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차량의 치사율은 일반 차량의 치사율(7.6%)보다 2배 가량 높은 14.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3월12일, 대천휴게소 인근에서 대형차량 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2차선에 정차하고 있던 트럭을 뒤에서 주행하던 덤프트럭 운전자가 들이받으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또한 2월에도 대형차의 후미등 고장으로 뒤에서 승용차가 들이받은 사고가 발생해 승용차 운전자인 20대 남성이 사망했다.

지난 2013년 1월에는 서해안선 함평군 인근을 주행하던 6.5톤 화물트럭 운전자 김모(56)씨가 14톤 카고트럭을 들이받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광천나들목 인근에서 화물차와 승용차 간 추돌사고가 발생해 승용차에 탑승했던 승객 1명이 사망했다.

휴게소서만 쉬어야

100km/h 주행 시 1초간 이동거리는 28m다. 4초만 졸더라도 112m를 이동하는 것이다. 깜박 졸음에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형차와 승용차 간, 대형차량 간 교통사고는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형차 운전자를 위한 졸음쉼터가 추가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름휴가를 마치고 귀가하는 운전자들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아 졸음쉼터에서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vernuri@ilyosisa.co.kr>

 

<전국 고속도로 졸음쉼터 현황>

노선 쉼터(개소) 소형차 주차면수 대형차 주차면수
88선 1 2 5
경부선 22 291 13
고창담양 2 11 .
남해1지선 2 24 .
남해선 10 87 20
남해선(영암순천) 3 16 6
대구포항선 2 27 .
서울양양 1 5 .
서해안선 19 147 .
영동선 12 91 22
울산선 2 15 4
익산장수선 2 14 .
제2중부선 2 34 .
중부내륙선 11 90 16
중부선 23 224 9
중앙선 13 166 25
청주상주선 5 35 .
평택제천 2 22 6
호남선 15 143 8
호남지선 5 46 .
154 1490 134

 

구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예정)

2016년 이후(예정)

졸음쉼터(개소) 0 40 70 23 21 30 26 210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