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엄마 살인사건 미스터리

도대체 둘이 무슨 관계기에…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 뒤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자, 피해자가 모두 숨져서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수사의 초점이 원한관계에 맞춰져 있지만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0대 남성이 친구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인근 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9분께 충남 보령시 신흑동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남모(22)씨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남씨의 친구 여동생 A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가깝게 지냈는데…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뒤 나를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왔고,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각 남씨가 발견된 아파트에서 1km가량 떨어진 단독주택에서 남씨 친구의 어머니 이모(42)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씨는 흉기에 목 부위를 수차례 찔린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확인 결과 남씨는 얼마 전부터 이씨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경찰은 일단 금전적인 문제가 없어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남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씨와 갈등을 빚어 오다가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와 피해자가 숨진 상태에서 하는 수사는 한계가 있다. 보령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경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경찰 수사가 갈피는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24일 오전 장례를 마쳤다.
 

이 사건을 풀기 위해서는 남씨와 이씨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알아야 한다. 남씨가 이씨를 흉기로 목 부위를 수차례 찌른 점과, 범행 직후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점을 미루어 볼 때 계획적 범죄에 무게가 실린다. 남씨는 범행 전, 식당에서 밤새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일행이 잠들자마자 흉기를 챙겨 나와 바로 이씨가 거주하는 단독주택으로 향한 뒤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후 자살
범죄자-피해자 숨져 사건은 미궁
 
사실 여타 살인 사건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런 사건의 경우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남씨는 이씨 집에서 이씨를 살해한 뒤 이씨의 중학생 딸인 A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남씨가 A씨를 끌고 인근 고층 아파트로 향했고, 남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하기 전까지 A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투신하기 전 A씨에게 “너 나 죽는 걸 봐다오. 나랑 같이 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가 A씨를 데려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으나 같은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에 물음표가 지어진다. 사건의 열쇠를 A씨가 쥐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변수가 있다면 A씨가 모르는, 남씨와 이씨와의 관계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
 
 
이처럼 가깝게 지내던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해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의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2일 만에 초등학교 동창생을 흉기로 살해한 50대 용의자가 경찰 검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이 빚어졌다.
 
용의자가 죽음을 선택하면서 살해 동기 등은 미궁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청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40분께 음성군 원남면 하당리 하당삼거리에서 이모(57)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흉기로 자해를 했다. 이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사건 발생 2시간 전쯤 이씨는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승용차로 도주하다 경찰의 검문검색에 적발됐고, 경찰이 차 문을 여는 사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다른 비극은 이미 청주에서 벌어진 뒤였다.
 
이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날 새벽 0시10분께 청주시 외하동 농어촌공사 배수장 인근 밭에서 복부 등을 수차례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김모(57)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에서 이들의 소지품이 떨어진 것으로 미뤄 밭 주변에서 다툼을 벌이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전날 오후 8시쯤 청주시 우암동에서 만나 이씨의 차를 함께 타고 이곳까지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옥천이 고향으로 초등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지난해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왜?
 
살해된 김씨의 유족은 경찰에서 “친구를 만난다며 집을 나간 것 밖에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유일한 살해 동기는 이씨가 경찰에 신고 당시 남긴 “내 욕을 하고 다녀 살해했다”는 내용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행적과 이들 사이에 오간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지만 범행 동기 등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조만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0대남 이웃집 소녀 건드린 사연
 
이웃집 10대 소녀에게 3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70대 노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변성환)는 지난달 28일 이웃집에 살고 있는 10대를 유인해 3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강모(73)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강씨는 지난 2월6일 오후 9시30분께 전북 김제시 용지면 자신의 집으로 A(13)양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달 7일 오전 1시께 성폭행 당한 채 쓰러져 있던 A양이 “아프다, 하지 말라”는 데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강씨는 지난 1월15일 오후 4시께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내 속옷을 벗기고 수차례 몸을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범행 직후 “서로 사랑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든 틈을 타 간음행위 등을 한 범죄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피해자가 사랑과 성의 의미도 인식하지 못함에도 사랑했다고 주장하며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은 점, 피해자 측과 합의하는 등 피해회복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의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가 입은 성적 수치심과 향후 성장과정에서 받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해 보이는 점, 1달간 3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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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이 위원장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