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엄마 살인사건 미스터리

도대체 둘이 무슨 관계기에…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 뒤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자, 피해자가 모두 숨져서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수사의 초점이 원한관계에 맞춰져 있지만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0대 남성이 친구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인근 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9분께 충남 보령시 신흑동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남모(22)씨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남씨의 친구 여동생 A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가깝게 지냈는데…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뒤 나를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왔고,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각 남씨가 발견된 아파트에서 1km가량 떨어진 단독주택에서 남씨 친구의 어머니 이모(42)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씨는 흉기에 목 부위를 수차례 찔린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확인 결과 남씨는 얼마 전부터 이씨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경찰은 일단 금전적인 문제가 없어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남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씨와 갈등을 빚어 오다가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와 피해자가 숨진 상태에서 하는 수사는 한계가 있다. 보령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경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경찰 수사가 갈피는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24일 오전 장례를 마쳤다.
 

이 사건을 풀기 위해서는 남씨와 이씨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알아야 한다. 남씨가 이씨를 흉기로 목 부위를 수차례 찌른 점과, 범행 직후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점을 미루어 볼 때 계획적 범죄에 무게가 실린다. 남씨는 범행 전, 식당에서 밤새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일행이 잠들자마자 흉기를 챙겨 나와 바로 이씨가 거주하는 단독주택으로 향한 뒤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후 자살
범죄자-피해자 숨져 사건은 미궁
 
사실 여타 살인 사건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런 사건의 경우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남씨는 이씨 집에서 이씨를 살해한 뒤 이씨의 중학생 딸인 A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남씨가 A씨를 끌고 인근 고층 아파트로 향했고, 남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하기 전까지 A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투신하기 전 A씨에게 “너 나 죽는 걸 봐다오. 나랑 같이 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가 A씨를 데려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으나 같은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에 물음표가 지어진다. 사건의 열쇠를 A씨가 쥐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변수가 있다면 A씨가 모르는, 남씨와 이씨와의 관계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
 
 
이처럼 가깝게 지내던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해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의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2일 만에 초등학교 동창생을 흉기로 살해한 50대 용의자가 경찰 검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이 빚어졌다.
 
용의자가 죽음을 선택하면서 살해 동기 등은 미궁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청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40분께 음성군 원남면 하당리 하당삼거리에서 이모(57)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흉기로 자해를 했다. 이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사건 발생 2시간 전쯤 이씨는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승용차로 도주하다 경찰의 검문검색에 적발됐고, 경찰이 차 문을 여는 사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다른 비극은 이미 청주에서 벌어진 뒤였다.
 
이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날 새벽 0시10분께 청주시 외하동 농어촌공사 배수장 인근 밭에서 복부 등을 수차례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김모(57)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에서 이들의 소지품이 떨어진 것으로 미뤄 밭 주변에서 다툼을 벌이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전날 오후 8시쯤 청주시 우암동에서 만나 이씨의 차를 함께 타고 이곳까지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옥천이 고향으로 초등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지난해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왜?
 
살해된 김씨의 유족은 경찰에서 “친구를 만난다며 집을 나간 것 밖에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유일한 살해 동기는 이씨가 경찰에 신고 당시 남긴 “내 욕을 하고 다녀 살해했다”는 내용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행적과 이들 사이에 오간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지만 범행 동기 등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조만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0대남 이웃집 소녀 건드린 사연
 
이웃집 10대 소녀에게 3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70대 노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변성환)는 지난달 28일 이웃집에 살고 있는 10대를 유인해 3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강모(73)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강씨는 지난 2월6일 오후 9시30분께 전북 김제시 용지면 자신의 집으로 A(13)양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달 7일 오전 1시께 성폭행 당한 채 쓰러져 있던 A양이 “아프다, 하지 말라”는 데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강씨는 지난 1월15일 오후 4시께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내 속옷을 벗기고 수차례 몸을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범행 직후 “서로 사랑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든 틈을 타 간음행위 등을 한 범죄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피해자가 사랑과 성의 의미도 인식하지 못함에도 사랑했다고 주장하며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은 점, 피해자 측과 합의하는 등 피해회복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의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가 입은 성적 수치심과 향후 성장과정에서 받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해 보이는 점, 1달간 3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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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