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엄마 살인사건 미스터리

도대체 둘이 무슨 관계기에…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 뒤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자, 피해자가 모두 숨져서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수사의 초점이 원한관계에 맞춰져 있지만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0대 남성이 친구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인근 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9분께 충남 보령시 신흑동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남모(22)씨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남씨의 친구 여동생 A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가깝게 지냈는데…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뒤 나를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왔고,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각 남씨가 발견된 아파트에서 1km가량 떨어진 단독주택에서 남씨 친구의 어머니 이모(42)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씨는 흉기에 목 부위를 수차례 찔린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확인 결과 남씨는 얼마 전부터 이씨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경찰은 일단 금전적인 문제가 없어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남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씨와 갈등을 빚어 오다가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와 피해자가 숨진 상태에서 하는 수사는 한계가 있다. 보령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경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경찰 수사가 갈피는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24일 오전 장례를 마쳤다.
 

이 사건을 풀기 위해서는 남씨와 이씨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알아야 한다. 남씨가 이씨를 흉기로 목 부위를 수차례 찌른 점과, 범행 직후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점을 미루어 볼 때 계획적 범죄에 무게가 실린다. 남씨는 범행 전, 식당에서 밤새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일행이 잠들자마자 흉기를 챙겨 나와 바로 이씨가 거주하는 단독주택으로 향한 뒤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후 자살
범죄자-피해자 숨져 사건은 미궁
 
사실 여타 살인 사건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런 사건의 경우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남씨는 이씨 집에서 이씨를 살해한 뒤 이씨의 중학생 딸인 A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남씨가 A씨를 끌고 인근 고층 아파트로 향했고, 남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하기 전까지 A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투신하기 전 A씨에게 “너 나 죽는 걸 봐다오. 나랑 같이 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가 A씨를 데려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으나 같은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에 물음표가 지어진다. 사건의 열쇠를 A씨가 쥐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변수가 있다면 A씨가 모르는, 남씨와 이씨와의 관계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
 
 
이처럼 가깝게 지내던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해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의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2일 만에 초등학교 동창생을 흉기로 살해한 50대 용의자가 경찰 검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이 빚어졌다.
 
용의자가 죽음을 선택하면서 살해 동기 등은 미궁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청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40분께 음성군 원남면 하당리 하당삼거리에서 이모(57)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흉기로 자해를 했다. 이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사건 발생 2시간 전쯤 이씨는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승용차로 도주하다 경찰의 검문검색에 적발됐고, 경찰이 차 문을 여는 사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다른 비극은 이미 청주에서 벌어진 뒤였다.
 
이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날 새벽 0시10분께 청주시 외하동 농어촌공사 배수장 인근 밭에서 복부 등을 수차례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김모(57)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에서 이들의 소지품이 떨어진 것으로 미뤄 밭 주변에서 다툼을 벌이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전날 오후 8시쯤 청주시 우암동에서 만나 이씨의 차를 함께 타고 이곳까지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옥천이 고향으로 초등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지난해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왜?
 
살해된 김씨의 유족은 경찰에서 “친구를 만난다며 집을 나간 것 밖에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유일한 살해 동기는 이씨가 경찰에 신고 당시 남긴 “내 욕을 하고 다녀 살해했다”는 내용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행적과 이들 사이에 오간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지만 범행 동기 등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조만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0대남 이웃집 소녀 건드린 사연
 
이웃집 10대 소녀에게 3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70대 노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변성환)는 지난달 28일 이웃집에 살고 있는 10대를 유인해 3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강모(73)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강씨는 지난 2월6일 오후 9시30분께 전북 김제시 용지면 자신의 집으로 A(13)양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달 7일 오전 1시께 성폭행 당한 채 쓰러져 있던 A양이 “아프다, 하지 말라”는 데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강씨는 지난 1월15일 오후 4시께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내 속옷을 벗기고 수차례 몸을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범행 직후 “서로 사랑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든 틈을 타 간음행위 등을 한 범죄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피해자가 사랑과 성의 의미도 인식하지 못함에도 사랑했다고 주장하며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은 점, 피해자 측과 합의하는 등 피해회복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의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가 입은 성적 수치심과 향후 성장과정에서 받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해 보이는 점, 1달간 3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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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