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엄마 살인사건 미스터리

도대체 둘이 무슨 관계기에…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간 뒤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자, 피해자가 모두 숨져서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수사의 초점이 원한관계에 맞춰져 있지만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0대 남성이 친구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인근 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9분께 충남 보령시 신흑동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남모(22)씨가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남씨의 친구 여동생 A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가깝게 지냈는데…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뒤 나를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왔고,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각 남씨가 발견된 아파트에서 1km가량 떨어진 단독주택에서 남씨 친구의 어머니 이모(42)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씨는 흉기에 목 부위를 수차례 찔린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확인 결과 남씨는 얼마 전부터 이씨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경찰은 일단 금전적인 문제가 없어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남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씨와 갈등을 빚어 오다가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자와 피해자가 숨진 상태에서 하는 수사는 한계가 있다. 보령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경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경찰 수사가 갈피는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24일 오전 장례를 마쳤다.
 

이 사건을 풀기 위해서는 남씨와 이씨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알아야 한다. 남씨가 이씨를 흉기로 목 부위를 수차례 찌른 점과, 범행 직후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점을 미루어 볼 때 계획적 범죄에 무게가 실린다. 남씨는 범행 전, 식당에서 밤새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일행이 잠들자마자 흉기를 챙겨 나와 바로 이씨가 거주하는 단독주택으로 향한 뒤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후 자살
범죄자-피해자 숨져 사건은 미궁
 
사실 여타 살인 사건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이런 사건의 경우 원한관계에 의한 살해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의아한 점이 있다. 남씨는 이씨 집에서 이씨를 살해한 뒤 이씨의 중학생 딸인 A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남씨가 A씨를 끌고 인근 고층 아파트로 향했고, 남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하기 전까지 A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투신하기 전 A씨에게 “너 나 죽는 걸 봐다오. 나랑 같이 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씨가 A씨를 데려간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으나 같은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에 물음표가 지어진다. 사건의 열쇠를 A씨가 쥐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변수가 있다면 A씨가 모르는, 남씨와 이씨와의 관계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
 
 
이처럼 가깝게 지내던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해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의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2일 만에 초등학교 동창생을 흉기로 살해한 50대 용의자가 경찰 검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이 빚어졌다.
 
용의자가 죽음을 선택하면서 살해 동기 등은 미궁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충북 청주청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40분께 음성군 원남면 하당리 하당삼거리에서 이모(57)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흉기로 자해를 했다. 이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사건 발생 2시간 전쯤 이씨는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승용차로 도주하다 경찰의 검문검색에 적발됐고, 경찰이 차 문을 여는 사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다른 비극은 이미 청주에서 벌어진 뒤였다.
 
이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날 새벽 0시10분께 청주시 외하동 농어촌공사 배수장 인근 밭에서 복부 등을 수차례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김모(57)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에서 이들의 소지품이 떨어진 것으로 미뤄 밭 주변에서 다툼을 벌이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전날 오후 8시쯤 청주시 우암동에서 만나 이씨의 차를 함께 타고 이곳까지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옥천이 고향으로 초등학교 동창생인 이들은 지난해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왜?
 
살해된 김씨의 유족은 경찰에서 “친구를 만난다며 집을 나간 것 밖에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유일한 살해 동기는 이씨가 경찰에 신고 당시 남긴 “내 욕을 하고 다녀 살해했다”는 내용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행적과 이들 사이에 오간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지만 범행 동기 등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조만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70대남 이웃집 소녀 건드린 사연
 
이웃집 10대 소녀에게 3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70대 노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변성환)는 지난달 28일 이웃집에 살고 있는 10대를 유인해 3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강모(73)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강씨는 지난 2월6일 오후 9시30분께 전북 김제시 용지면 자신의 집으로 A(13)양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달 7일 오전 1시께 성폭행 당한 채 쓰러져 있던 A양이 “아프다, 하지 말라”는 데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강씨는 지난 1월15일 오후 4시께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내 속옷을 벗기고 수차례 몸을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범행 직후 “서로 사랑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잠든 틈을 타 간음행위 등을 한 범죄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피해자가 사랑과 성의 의미도 인식하지 못함에도 사랑했다고 주장하며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은 점, 피해자 측과 합의하는 등 피해회복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의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가 입은 성적 수치심과 향후 성장과정에서 받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해 보이는 점, 1달간 3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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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