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방미 보따리’ 풀어보니…

‘과공비례’ 뒤에 숨겨둔 ‘무대’ 속내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무대(무성대장)’가 미국을 방문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7박10일 동안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 1일 귀국했다. 연일 파격적인 소식이 언론을 통해 노출된 가운데 찹쌀떡 공조를 약속한 청와대는 김 대표의 입을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연일 파격 행보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미국을 방문했던 지난 7월25일부터 8월1일까지, 7박10일 동안 거침없는 행보와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부터 화제였다. 김 대표는 인천공항을 출발하기 전 정당대표의 자격으로 가는 것임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대선주자 그 이상의 위용이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27일부터 31일까지 4박5일 간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여의도 정가의 이목은 김 대표에게 집중됐다.

파격 일정

지난 5월 말부터 불어오기 시작했던 방미 바람이 현실이 됐다. 메르스 사태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미뤄졌지만, 김 대표의 미국 방문은 차질 없이 진행됐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보다 먼저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두고 오히려 ‘외교사절단’의 의미가 추가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김 대표와 함께 일정을 수행했던 방미단의 규모를 면면이 봤을 때 역대급이라는 점도 새누리당에서 이번 방미를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를 제외한 총 11명의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출입기자 30명까지 대동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얼마만큼의 규모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에게 경비를 제공했다고 말해 화제가 됐던 지난 2006년,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일 방문을 보면 수행인원 6명에 출입기자 10명이 전부였다. 지금의 김 대표와 달리 당시 박 전 대표는 그해 6월 대표직에서 내려온 상황이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규모면에서 근 3배 차이가 났다고 볼 수 있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는 “내가 본 것 중 최대 규모”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김 대표의 방미단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이들이 김 대표와 단순히 친분만 있는 인사들이 아닌 외교·북한 등의 문제에 있어서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물론이고 장윤석 재외국민위원회 북미주지역위원장, 심윤조 재외국민위원장, 양창영 재외국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김종훈 국제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옥임 외교특보까지 면면이 화려했다.

이들과 함께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원한 맹방인 미국과의 우정을 확인하고 다지는 정당 외교를 할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미국 내에서의 소식이 국내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집권여당의 수장으로서 안보·보수에 대해선 확실한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었다. 방미 후 처음 머문 워싱턴D·C에서 지난달 26일~29일 동안 보여준 모습이 이를 잘 나타낸다.

첫날 ‘큰절’로 방문 소감을 전한 김 대표는 다음날인 27일 알링턴 국립묘지 한국전참전용사비에 헌화하는가 하면 ‘낙동강 영웅’이라고 불리는 전 미8군 사령관인 월턴 워커 묘에 두 번이나 큰절을 올렸다. 묘비에 묻은 새똥을 닦아주는 ‘포토타임’도 가졌다. 같은 날 북핵 문제를 꺼내며 “창의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보다 미국” 발언, 정당 외교 맞나? 
박·김·새 지지율 동반 상승…보수층 집결


F-22 전투기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돌발 발언도 나왔다. 김 대표는 27일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면담에 배석한 미국의 대표적 군수업체 중 하나인 록히드 마틴사 관계자에게 “우리에게 F-22기를 팔면 얼마든지 사겠다”고 전했다. 조율 안 된 발언에 국방부는 28일 서둘러 브리핑을 갖고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F-22를 구매할 계획이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외교전문가들은 “F-22 구매 문제는 주변국, 특히 중국과의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실질적 성과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한파 의원들의 모임 ‘코리아 코커스’와는 시간을 가졌지만, 존 케리 미 국무장관·조 바이든 미 부통령 등 한반도 외교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고위인사들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뉴욕에서 회동을 가졌지만 미국의 직접적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외교가 아닌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입장으로 본다면 충분히 성과가 있었다고 여의도 정가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김 대표 간 일종의 시그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중이다. 그리고 그 시점이 ‘찹쌀떡 공조’를 약속했던 지난 7월16일, 박 대통령과 김 대표·원유철 신임 원내대표 등이 회동을 가졌던 자리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김 대표는 ‘방미에 대해 대통령과 얘기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씀드렸다”며 “대통령께서 잘 다녀오시라고 말씀하시더라”고 답해 서로 간 대화가 있었음을 알렸다.

따라서 김 대표가 미국에서 보여준 언행이 사실상 박 대통령의 뜻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가 회복되자 각종 여론조사지표에서 두 사람에게 모두 긍정적 상승효과가 나타났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37.1%(2.6%포인트 상승), 새누리당은 39.5%(2.2%포인트 상승), 김 대표는 24.0%(1.1%포인트 상승)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이번 방미를 두고 사실상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정당외교를 선언했지만 앞서 나왔던 발언의 수위가 국가 간 외교 수준이라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발언은 두 국가를 직접 비교했다는 점에서 자칫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는 순간이었음에도 청와대에서 특별한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보다 미국

지난 2014년 10월경 김 대표는 중국에서 ‘개헌’ 발언을 했다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그러나 약 1년여가 지나고 가진 이번 방미는 오히려 대권가도에 ‘순풍’을 맞게 됐다. 찹쌀떡 공조가 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안으로 있을 박 대통령의 방미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김 대표가 닦아놓은 길을 그대로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대 외교에 동행한 미녀정치인
좌옥임·우경원, 분위기 메이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방미 일정동안 지척에서 보좌한 두 미녀정치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정옥임 새누리당 외교특보는 방미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김 대표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7박10일 동안 진행된 김 대표의 방미일정에서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았다는 평가가 방미단 내에서 나오고 있다. 두 미녀정치인이 바쁜 일정 중에도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정 특보가 언니로서 나 위원장을 챙기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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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