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정국 정치권 7인3색 동상이몽

위기일발 박근혜·이병호, 이환위리 안철수·원유철·이종걸, 천재일우 김무성·문재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원 해킹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민간을 대상으로 해킹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됨은 물론, 느닷없이 국정원 직원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정치권은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쁘다. 관계가 얽혀있는 이들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꿈보다 해몽이 큰 7인의 제각각 속내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육군 5163부대가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국내 유력 메신저인 카카오톡 해킹 기술 등을 문의한 내용의 문서가 인터넷에 나돌면서 민간에 대한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이후 해킹 소프트웨어 ‘리모트콘트롤시스템(이하 RCS)’을 구입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국가정보원
민간 사찰?

하루가 지난 14일 이병호 국정원장이 RCS구입 및 문의사실을 시인하면서 공론화됐다. 이 원장은 북한의 해킹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량 구매했으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해킹은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이하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을 대상으로 해킹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RCS 불법 구매 및 운영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15일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치권의 본격적 움직임이었다.

안 위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 명칭을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이하 국정위)로 변경하고 국정원에 RCS 사용내역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안 위원장은 “정쟁을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국정원은 로그(RCS 사용기록)를 제출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국정원을 압박했다.


이에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반박했다. 핵심은 현재 보유한 20대의 해킹장비로는 민간인 사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기밀자료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야당이 요구한 자료를 공개하고 방문조사도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안 위원장이 보안업체의 대주주라는 점을 들어 국정위 위원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안 위원장에게 “(국정원 사태를 조사하는 위원회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백지신탁과 주식을 팔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야의 단순 공방으로 끝날 것 같던 이번 사태는 그러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뇌관이 터져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근혜정부
이병호 원장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 야산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에서는 시신과 함께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돼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루가 지난 19일 가족의 동의하에 유서가 공개됐다. 유서에는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대테러·대북공작활동 자료를 삭제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자신이 오해를 살 만한 자료를 삭제한 것은 ‘실수’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살사건은 국정원 직원의 공동 성명서 발표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성명 발표가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성명에는 임모씨의 자살 책임을 야당과 언론에게 돌리는 듯한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정원 일동’이라고 적혀 있지만, 직원이 모두 회람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이 직접 결재해 발표된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국정원 바라보는 여의도, 제각각 속내
박근혜정부 위기, 이병호 기름 붓나?

소위 ‘해킹정국’ 속에서 이 원장과 박근혜정부는 위기를 맞게 됐다. 그 중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상 초유의 국정원 성명 발표를 승인한 이 원장은 자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법률전문가들이 이번 성명 발표를 두고 국가공무원법 66조(집단 행위의 금지), 국가정보원법, 국가정보원직원법 등의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이 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RCS 구입과 직원 자살, 국정원 성명 발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외신까지 관심을 보이며 이번 사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개입 의혹 건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는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9일 국정원 직원 자살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2012년 대선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상대 후보에 대해 비밀 온라인 비방 캠페인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국영방송인 BBC는 한국의 정보기관이 과거 납치와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등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대선개입 의혹도 같이 다뤘다. BBC는 더 나아가 최근 원 전 원장이 증거불충분으로 파기환송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일발’이 아닐 수 없다.


안·원·이
반등 기회

반면 위기이자 기회를 맞은 사람들이 있다. 국정위 장을 맡고 있는 안 위원장은 물론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는 ‘이환위리’ 전략이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알려진 바대로 국내 최고의 보안전문가인 안 위원장은 19대 국회 입성 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과거 유력 대선주자였음에도 좀처럼 힘을 못 쓰는 모습에 야권 일각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라는 맞지 않은 옷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안 위원장은 복지위 소속 위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인 바 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일 때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진데 반해 안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위기는 기회, 기회는 위기? 안·원·이
하늘이 준 기회, 리더십 다잡아 GO~


해킹정국이 도래하자 안 위원장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안 위원장은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해킹 시연회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를 실시해 화제가 됐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카카오톡 메시지 감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한 도촬 등 해킹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쳤다. 이후 안 위원장은 중앙당에 검사센터를 설치, 일반 국민들의 휴대폰도 검사해 주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광폭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안 위원장이 시연회를 하던 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수권정당임을 자부하는 제1야당이 뜬금없이 국회에서 해킹 시연회까지 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만을 조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여겨진다”며 “새정치연합의 이번 시연회는 의혹 해소를 위한다기보다는 정쟁용 이벤트에 가까운 퍼포먼스에 그쳤다”고 평가절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풍을 얘기하기도 한다. 만약 전문분야에서 안 위원장이 확실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의 말처럼 정치적 쇼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해킹’에 ‘인권’ 프레임을 씌운 상황이라 자칫 큰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연 해킹정국이 안 위원장의 지지율로 이어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의 협상력 또한 주목받는 대목이다. 그 중 원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협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내지는 자질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가 불명예 사퇴한 이후 당 내에서 원 원내대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이 원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원내대표 또한 마찬가지다. 당내에서 친노-비노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가 국정원 사태, 나아가 추경을 유리하게 이끌어 낸다면 자신의 입지뿐만 아니라 향후 친노 및 혁신위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원 원내대표와의 협상에 있어서 ‘소득세·법인세 정비’ 문구를 이끌어내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해킹정국과 관련해서는 청문회를 두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김무성·문재인
박근혜 탈출구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해킹정국이 박 대통령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게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당직 개편으로 수족이 묶였던 김 대표에게는 다시 본인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전환점이, 문 대표에게는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국정원에 대한 아픔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됨은 물론 계파 갈등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울 수 있는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대표 입장에서는 최근 탈당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해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에게는 이번 해킹정국이 흔들렸던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침묵하는 박근혜, 소리치는 국정원
침묵이 금? 무언의 압박에 국정원 갈팡질팡

국정원 해킹사태가 터진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화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는 반면, 음지에서 움직인다는 국정원은 오히려 전면에 나서 자신을 두둔하고 있다.

임모씨가 자살한 이후 국정원 직원들이 낸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성명서에는 “(숨진 직원은) 본인이 실무자로서 도입한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매도에 분노하고 있었다”며 임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이유를 나름 분석했다. 또한 “자국의 정보기관을 나쁜기관으로 매도하기 위해 매일 근거 없는 의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반면 박 대통령 및 청와대는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의 말에 따르면 국정원에 대해 “청와대 의견은 없냐”는 질문을 받으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만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원에게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던지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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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