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행 파문 남종현 ‘황혼 이혼’ 내막

20년 만에 나타나 “갈라서자”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폭행 파문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남종현 그래미 회장(대한유도회장)이 부인과 갈라선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는 두 사람이 극비리에 ‘황혼 이혼’소송을 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늦은 나이에 남남이 된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내막을 공개한다. 
 
 
남종현 그래미 회장(대한유도회장)과 그의 부인 김모씨가 비밀리에 이혼 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 20년 차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이라 눈길을 끈다. 남 회장이 평소 가정의 소중함과 윤리적인 생활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책배우자”
 
소장에 따르면 올해 71세(1944년생)인 남 회장과 김씨의 인연은 4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1968년 결혼해 1남3녀를 낳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부부이자 동업자였다. 상류층끼리 혼맥을 맺는 ‘정략혼’과 거리가 먼 로맨틱한 연애 끝에 결혼, 남들 보란 듯이 ‘알콩달콩’잘 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도 잠시, 둘의 사이가 틀어졌다. 별거에 들어갔고, 끝내 합치지 못했다. 한 측근은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갈등을 빚다가 별거에 들어갔다”며 “이후 거스를 수 없을 만큼 관계가 악화됐다”고 귀띔했다.
 
둘은 1980년 이혼했다. 남 회장은 이듬해 다른 여성과 재혼했지만, 2년 만에 다시 이혼했다. 그가 돌아간 곳은 조강지처의 품이었다. 남 회장과 김씨는 우여곡절 끝에 1983년 재결합했다. 이렇게 부부의 연이 다시 시작되는 듯 했다.
 

바람기는 어쩔 수 없었다. 남 회장은 김씨와 재결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여자를 만났고, 급기야 동거를 시작했다. 혼외자녀까지 낳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분노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남 회장에게 배신을 당한 김씨는 1989년 남 회장과 동거녀를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 수사는 금방 종결됐다. 남 회장과 동거녀가 잠적했기 때문이다. 둘은 간통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혼 후 재혼…헤어지고 본처와 재결합
다시 내연녀와 동거하다 간통 피해 잠적
 
김씨는 남편 없이 홀로 자녀들을 키웠다. 처자식을 외면한 남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사업이 크게 성공했다. 남 회장이 직접 발명했다는 숙취해소 드링크 ‘여명808’이 히트를 친 것이다. 여명808을 생산하는 그래미는 지난해 247억원의 매출(영업이익 43억원·순이익 16억원)을 올렸다.
 
재벌 소리를 들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외부 직책을 맡는 등 사회적으로도 명성을 얻은 남 회장은 뒤늦게 나타나 김씨에게 또다시 이혼을 요구했다. 법적으로 부부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위자료를 요구하면서 ‘도장’을 찍지 않았다. 이혼은 부부가 합의하에 갈라서는 ‘협의이혼’과 재산분할, 양육권, 위자료 등을 두고 의견이 맞지 않아 재판에 맡기는 ‘소송이혼’으로 나뉜다. 남 회장은 소송을 택했다. 
 
 
<일요시사>는 남 회장과 김씨가 극비리에 이혼 소송을 진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의정부지방법원에 따르면 남 회장은 2011년 10월 김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두 달 뒤인 12월엔 김씨가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김씨는 남 회장의 재산 처분을 금지하는 등의 사전처분 신청도 같이 냈다. 이때부터 조정, 합의 실패, 기각, 변호사 변경 등 기나긴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이 재판에 이름을 올린 양측 변호사만 10여명에 이른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진 소송은 2년 만에 일단락됐다. 법원은 2013년 11월 남 회장이 김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을 기각했다. 이혼이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남 회장이 결혼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라고 판단했다. 반면 김씨가 남 회장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 대해선 “재산분할 8억원과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보통 이혼할 때 부인이 재산의 절반가량을 분할 받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금액이다. 판결 근거는 남 회장의 재산이 김씨와의 혼인 관계가 사실상 끝난 이후 형성됐다는 점이었다.
 
성공하더니…소송 제기
패소하고 10억 위자료
 
재판부는 “남 회장의 재산 전부가 부부가 사실상 별거한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취득한 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남편의 부정행위로 인한 부재중에도 김씨가 1남3녀의 자녀를 포기하지 않고 양육한 기여 등을 인정해 별거 이후 형성된 재산의 일부를 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그동안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위자료도 일부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그래미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장님이 이혼했냐. 글쎄, 잘 모르겠다”며 “개인적인 일을 왜 알려고 하냐.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남 회장을 통한 사실 확인 요청도 거부했다. 해명이나 반박 등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남 회장은 폭행 파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만찬 도중 유도협회 임원에게 “무릎을 꿇으라”며 충성 맹세를 요구한 게 화근이 됐다. 임원은 거부했고, 남 회장은 맥주잔을 던졌다.  얼굴을 맞은 임원은 치아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다.
 
남 회장의 ‘힘 자랑’은 처음이 아니다.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출입증이 없는 지인들의 유도장 입장을 시도하다 제지를 당하자 “내가 왕”이라며 난동을 부려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두 사건이 도마에 오르자 남 회장은 결국 대한유도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폭행 파문 곤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빠진 여론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당장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 급기야 ‘갑질’논란으로 번져 회사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제2의 ‘땅콩 사태’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남 회장으로선 사업은 물론 인생의 최대 고비가 아닐 수 없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매운동 여명808은?
 
1998년 등장한 ‘여명808’. ‘807번 실패하고 808번 만에 성공했다’해서 이름 붙여진 여명808은 숙취해소용 캔음료 시장에서 CJ의 ‘컨디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비결은 천연차. 여명808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 각국에 산재하고 있는 오리나무와 마가목의 잎, 줄기 또는 뿌리의 추출물을 주원료로 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해독작용을 하는 천연성분과 간장을 보호하는 천연성분을 배합비를 달리해 음주 전 또는 음주 후 복용할 때 숙취해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명808은 기존의 화학드링크제뿐이었던 숙취해소음료 시장을 천연차라는 새로운 콘셉을 내세워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안 들어가는 룸살롱이 없을 정도였다. 국내 시장을 넘어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세계 11개국에서 특허를 따내고 수출 중이다. 성장률은 해마다 30% 이상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사 그래미는 숙취해소뿐 아니라 스태미나 증진용 천연차, 화상치료제, 고지혈증치료제, 아토피치료제, 발모·육모제, 100% 천연양념 등을 발명해 연매출 300억원의 중견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수상 내역도 화려하다. ‘대한민국 브랜드’에서 7년 연속 숙취해소 음료부문 브랜드가치 1위에 선정됐다. 한국표준협회 소비자 웰빙지수에서 9년 연속 1위, 제43회 발명의날 금탑산업훈장 수훈,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등을 수상했다. 여명808 제품 겉면엔 개발자인 남종현 회장의 사진이 앞뒤로 크게 박혀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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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