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7월 방미 노림수

대통령 뒤따라가 떡고물 줍기? 얼굴 알리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미국을 방문한다. 새누리당 측은 정확한 방문 날짜와 일정을 알리진 않았지만 7월 중 방미가 이뤄질 것을 암시했다. 방미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담당 부서에서는 당 차원의 행보임을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박정희정권 이후 이어져 온 대선주자들의 공통된 행보라고 해석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 측은 7월 중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정확한 출국 날짜와 일정은 미국 측과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 확정되지 않았으나, 7월 중에는 방미한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새누리당 측은 “당 차원의 방미”라며 확대해석을 우려했지만 여권 내에서도 대권으로 가는 ‘통과의례’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 대표
7월 미국방문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방미 소식은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복수의 언론은 ‘김무성 방미’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14일부터 18일까지 잡혀있던 상황이라 더욱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방미는 원래 5월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4?29재보선이 있어 부득이 연기하게 된 것이다. 6월에는 언급한 것과 같이 박 대통령의 방미와 공무원연금개혁이라는 중대한 현안 처리 때문에 부득이 7월로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출국 날짜는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언제 미국으로 떠날지에 정치권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날짜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7박 내외로 약 일주일간의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날짜는 7월14일 전후다. 알려진 바대로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7월14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됐다. 따라서 1주년이 되는 오는 7월14일을 기념해 미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는 행보를 선보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상징성을 우선순위로 둔다면 27일을 전후로 방미가 진행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여권 내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7월27일은 ‘UN군 참전의 날’이므로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대표가 14일에는 1주년 기념식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하며 국내에서 축하를 받고, 27일에는 미국에서 참전용사들과 뜻 깊은 시간을 가지는 것이 대 내·외적인 메시지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이라는 분석이다.

그 외에도 ‘제헌절’인 17일을 전후로 미국을 방문해 집권여당의 수장으로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설왕설래에 대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새누리당 측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모두 소설 같은 얘기”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LA·뉴욕 등
동포간담회

어디를 방문할지에 대한 부분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 행정수도인 워싱턴 D.C를 비롯해 경제수도라 불리는 뉴욕·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한인들이 많은 LA 등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동안 미국의 주요 4개 도시를 방문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 도시에서 어떤 일정이 진행될지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과 LA 등지에서는 한인들과의 간담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약 20만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되는 LA는 히스패닉계를 제외하면 한인들이 가장 큰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인회에서 먼저 김 대표를 초대하는 시나리오도 예상 가능하다. 실제 박원순 서울시장,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 등 굵직한 인사들을 초대한 전례가 있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현장 방문도 예상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방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인근 산호세 지역에 위치한 실리콘밸리 방문도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대로 ‘구글’ ‘애플’ 등 혁신기업이 즐비한 이곳은 미국 내에서도 ‘아이디어 창고’라 불릴 정도로 창의적 기업이 넘쳐나는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참모진 중 경제 관련 진용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 상황이라 실리콘밸리 방문이 그러한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국내 중소기업 관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저명인사들과의 만남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는 ‘동포간담회’ ‘기업방문’ 등과는 달리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만남이 예상된다. 방미 일정을 논의하고 있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김 대표와 ‘코리아 코커스’ 회원들과의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김 대표께서) 누구를 만나는지 알려줄 수 있냐”고 질문하자 관계자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를 테면 코리아 코커스 의원들과 만남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중국 이어 두 번째, ‘빅2’ 방문 가시화
7일간 워싱턴·뉴욕·LA·샌프란시스코 순회


코리아 코커스는 미국연방 하원의 지한파 의원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들은 공화당의 피터 로스컴 하원의원,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을 필두로 한국 또는 미국 내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우호적인 입장과 입법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워싱턴D.C에서 상·하원 원내대표와 고위 행정부 인사들과의 만남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에 우호적인 의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일본을 규탄하는 성명이 나올지에 대한 부분도 관심의 대상이다.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코널리 의원은 지난 3월31일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규탄하는 서한을 워싱턴한인연합회에 전달한 바 있다. 그는 서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폄하하거나, 일본 정부의 뉘우침을 약화시키는 노력은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일본은 자국 내 강제징용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에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리아 코커스 의원들이 다시 한 번 일본 규탄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김 대표와의 만남을 전후로 나올 확률이 높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만남도 계획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뉴욕에서 반 총장과의 만남이 추진 중이라는 말이 있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께서) 당연히 가서 인사드리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반기문 만남
국제무대 데뷔

반 총장과의 만남은 국내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작용될 공산이 커 과연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반 총장 영입 얘기가 나오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반 총장은 지난 5월18일, 2년 만에 고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정치권 한켠에서는 반 총장이 4박5일간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친박계 인사들을 만나고 떠났다는 말이 나와 다시 한 번 ‘영입설’과 ‘대망론’이 고개를 든 적 있다. 따라서 김 대표가 반 총장을 만나 새누리당 내부 사정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을지 여의도 정치권은 긴장한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계전문가들은 비박계 수장인 김 대표가 그동안 ‘친박계 내부에서 바람을 넣은 반 총장 영입에 손을 대겠냐’며 일축했다. 더욱이 반 총장이 국내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가 과거 중국에서 돌발발언을 한 전례가 있어 정치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16일 김 대표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행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끝난 후 개헌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말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반기문과 만남, 새누리당 영입 수순?
‘코리아 코커스’와 일본 규탄 나서나?


하루 뒤인 17일 “불찰이었다”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청와대는 중국에서 날아온 ‘김무성발 개헌론’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당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김 대표의 발언이 나온 뒤 며칠이 지난 2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대표라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개헌 관련 언급을 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때처럼 이번 방미 중에도 핵폭탄급 발언이 나올지 여부가 여의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김 대표의 방미와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중이다.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논의 중에 있다” 등의 대답을 하고 있다. 특히 4·29재보선 이후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가도를 가기 위한 신호탄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에 대해서는 “단순한 당대표 차원의 방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에서 확대해석을 경계함에도 다른 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김 대표가 4·29재보선 이후 5주 연속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장 유력한 대권 잠룡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김 대표는 23.3%의 지지율을 기록, 재보선 패배 이후 연일 하락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인 18.3%를 누르고 현재 가장 강력한 차기 대통령후보임을 과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미는 상승세의 ‘방점’을 찍는다는 의미로 통할 수 있다는 게 여의도 정치권의 해석이다. 결국 안보·경제·비전 리더십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메르스 변수
방미 연기?

새누리당이 김 대표의 7월 방미를 다루는데 있어서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메르스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일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다음 주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1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도 연기됐다. 그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먼저 미국으로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대표도 일정을 연기하지 않겠냐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메르스 사태가 언제 진정되고 박 대통령의 방미가 언제 다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 연기를 발표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관계 부서와의 전화 통화 결과 “만약 박 대통령보다 먼저 떠나는 상황이 되거나 일정이 겹친다면 당연히 연기를 해야 될 것이다”면서도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갖가지 변수가 산재된 ‘7월 방미’, 과연 김 대표는 자신의 별명처럼 난관을 뚫고 국제 ‘무대’로 올라설 수 있을지, 그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표 리더십 재조명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보여준 ‘메르스 사태’ 대응이 화제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추정되는 부산의 한 식당을 방문해 식사를 하는가 하면, 지난 11일에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곳인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을 찾아가 관계자를 격려하는 등 현장에 직접 찾아가는 리더십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 대표는 딸 김현진씨, 손자와 함께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에 위치한 돼지국밥집을 찾아 식사를 가졌다.
이 식당은 당초 메르스 확진자인 81번 환자가 식사를 하고 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매출이 10분의1로 줄어든 곳이었다.

메르스? “건강한 사람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이곳을 찾은 김 대표는 개인 SNS를 통해 식사를 하는 사진과 함께 “안전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점을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는 김 대표의 발언이 주목받았다. 지난 4일 이후 메르스 대응 현장을 두 번째로 방문한 김 대표는 “내가 이 병원에 다니고 있다”면서 “처음엔 1번 환자가 이 병원을 다녀갔다고 해서 사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또한 루머였다”고 말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경계했다. 또한 병원 관계자가 마스크 착용을 권함에도 “괜찮다”며 사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잇단 메르스 현장 방문에 대해 “국민적 공포와 불안감으로 민생경제가 갈수록 위축되는 데 대해 몸소 ‘안심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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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