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강' 신림동 조폭 이글스파 대해부

잡고 또 잡아도…잡초 같은 조직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지역에는 약 22개의 폭력조직이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신림동에서 주로 활동하는 토착형 폭력조직 ‘이글스파’는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으로 손꼽힌다. 1978년 고등학교 불량서클에서 시작된 이글스파는 주로 재개발 현장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조직의 운영자금을 모아왔다. 한때 조직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다시 살아나 활동 중이다. 최근 이글스파 두목이 재판에 넘겨져 말이 많지만 이글스파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단체 ‘이글스파’의 두목이 위세를 과시하며 수억원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이글스파 두목으로 활동한 윤모(53)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내가 누군지 알아?”
공갈 일삼은 보스
 
검찰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동 가야쇼핑 지하 1층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이던 윤씨는 2008년 3월 자신의 가게가 입주해 있던 건물이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에 들어가자 재건축 시행사 대표 정모(46)씨를 만나 이주비 명목으로 6억원을 요구했다.
 
윤씨는 그해 10월 자신이 운영 중이던 식당에서 정씨를 만나 “내가 누군지는 들었느냐”며 “난 6억원을 줘야 나가니까 그런 줄 알라”고 윽박질렀다. 이글스파 두목 윤씨는 평소에도 폭력조직원들에게 큰소리로 ‘형님’이라고 외치며 90도로 인사하도록 지시하는 등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윤씨의 협박에 겁을 먹은 정씨는 결국 재건축사업에 불이익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총 6억원을 윤씨에게 건넸다. 윤씨는 이후에도 조폭 두목으로서의 위세를 과시하며 정씨를 상대로 공갈·협박을 일삼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2013년 8월 정씨를 찾아가 새롭게 재건축된 주상복합아파트 가야위드안의 오피스텔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씨가 분양이 이미 완료됐다며 요구를 거부하자 윤씨는 ‘죽여버리겠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정씨와 직원들을 협박했다.
 
윤씨는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4개월 동안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사용하며 총 800만원의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또 윤씨는 이 아파트상가 2층에 약 100평 규모의 게임장을 운영하며 두 달치 월세 700만원도 떼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이밖에도 정씨를 상대로 소지하고 있던 칼을 꺼내 보이며 “옛날에는 이 칼 하나로 신림동을 제압했다”며 협박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도 받고 있다.
 
이글스파는 그간 다양한 악행을 저질러왔다. 지난 2005년 12월, 조직폭력사범 전담 서울지역 합동수사부는 유흥업소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뜯고, 재개발지역 아파트 창틀 공사 등의 이권에 개입해온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이글스파 우두머리 김모(43)씨 등 31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 24명을 지명수배했다.
 
특히 이글스파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중고교 폭력서클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일진’들과 접촉하며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하면 조직의 회원으로 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이글스파 조직원 대부분이 학교 불량 폭력서클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글스파는 중고교 폭력서클이 폭력조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밀수출하다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서울 강남경찰서는 장물 스마트폰 2만2460대(시가 180억원어치)를 홍콩으로 밀수출한 일당 29명 가운데 총책 이모(30)씨와 이글스파 조직원 홍모(32)씨 등 9명을 구속하고, 항공화물업체 직원 전모(46)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보호해줄게”

상습 금품갈취
 
당시 이씨 등은 2011년부터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매입한 장물 스마트폰을 163차례에 걸쳐 홍콩에 밀수출해 3억4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총책 이씨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밀수출 조직을 꾸렸다.
 
특히 이글스파 조직원들은 택시기사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장물 휴대폰을 모아 총책 이씨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에 앞서 ‘중고 휴대폰을 고가에 매입한다’는 전단을 서울 강남역 등 접근성이 좋은 거리에 뿌린 뒤 한 대당 3만∼32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대부분 택시에서 승객이 잃어버린 스마트폰이나 찜질방·술집 등에서 도난당한 스마트폰이었다. 시가 1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갤럭시S3의 경우 최고 25만원에 거래됐다.
 
이들은 이렇게 모은 장물 휴대폰을 매입가보다 1만∼2만원씩 더 받고 총책 이씨에게 넘겼다. 이씨는 항공화물업체 직원 전씨를 통해 스마트폰을 홍콩으로 빼돌린 뒤 다시 한 대당 1만∼2만원의 웃돈을 얹어 조선족 환치기 일당을 통해 중국 총책 장모(34)씨에게 팔아치운 것으로 조사됐다.
 
영세상인 협박 수억원 갈취한 두목 기소
‘달동네 주름’ 서민 상대로 인정사정 없어
 
당시 경찰은 “경찰 관리 대상인 신림 이글스파는 추종 세력 65명을 포함해 총 100여명이 활동 중인 ‘족보 있는’ 조직”이라며 “세력이 위축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결국 장물 스마트폰 밀수출에까지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에는 노름돈을 갈취했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는 조직원을 동원해 도박장에서 돈을 빼앗은 조직폭력배 이글스파 행동대장 정모(33)씨 등 조직원 12명을 공동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은 2012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도박장에서 도박 참가자들을 협박해 12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당시 도박장에서 850여만원을 잃은 조직 부두목 이모(46)씨의 연락을 받고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경찰은 노름돈을 빼앗은 이글스파 조직원 13명 가운데 부두목 이씨 등 10여명을 입건한 바 있다.
 
지난해 이글스파는 속칭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들을 폭행하고 상습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아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히기도 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로 신이글스파 조직원 고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최모(42)씨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이글스파는 이글스파와 상도동파, 시흥동 산이슬파 등이 연합해 지난 1999년 만든 폭력조직으로 관악구와 동작구를 근거지로 하며 조직원은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지난 2011년 초부터 지난해 2월까지 동작구 상도동과 관악구 신림동 일대 소규모 유흥업소와 보도방 업주, 여성 도우미 등 40여명을 상대로 폭행과 협박을 일삼으며 보호비 등 명목으로 총 3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이들에게 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보도방 업주와 여성 도우미들이었다. 이들은 불법으로 여성 도우미를 노래방 등에 공급하기 때문에 경찰에 피해신고를 하기 어렵다. 고씨 등은 보도방 업주와 실장, 여성 도우미 등에게 “신림동 일대는 ‘신이글스파’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 편하게 보도방을 운영하게 해주겠다”고 협박한 뒤 보호비 명목으로 4년 동안 2억2000만원을 갈취했다.


동네 장악하면서
재개발 이권개입
 
보도방 여성 도우미들은 수십차례에 걸쳐 신이글스파 조직원들의 회식자리에 불려갔지만 접대비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2차 성접대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여성 도우미들을 관리하는 보도방 실장 20여명은 도우미들이 보는 앞에서 쇠파이프로 수십차례 폭행 당하거나 고씨 등 신이글스파 조직원들의 가족 칠순잔치와 결혼, 돌, 개업 등 각종 경조사비 명목으로 지속적인 상납을 강요당했다.
 
또 갈취 대상 보도방 실장들에게 1만원대 치약 선물세트를 돌린 뒤 “난 선물했다. 너희들은 안 주냐? 나도 명절 지내야지”라며 10만원대 고급 한우갈비세트 등을 얻어내는 수법도 동원했다. 향후 경찰이 수사에 나설 경우 일방적으로 상납을 강요한 것이 아닌 ‘선물교환’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해 처벌을 피할 목적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상도동과 신림동에 문을 여는 소규모 유흥업소에 돈을 투자한 뒤 업소가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면 “투자금액을 상환하라”며 영업을 방해하는 식으로 다수의 건물주를 협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월세 300만원 상당의 건물에 월세 100만원 조건으로 2년 동안 입주해 임대료 차액 6000만원을 챙겼다. 헐값에 입주했는데도 월세 100만원도 매번 제대로 내지 않아 건물주가 밀린 월세 700만원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주점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3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조직와해 위기
보란 듯 부활해 여전히 세 과시
 
서울 서남부지역 최대조직인 이글스파는 서울 동작구와 금천구 일대의 세력을 연합해 신이글스파를 형성했다. 수도권에선 조폭들의 입지가 좁아지다 보니 조직 간 세력을 규합해 예전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글스파는 1978년께 당시 모 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윤모씨 등 12명이 결성한 불량서클 ‘이글스’에서 출발했다. 윤씨는 79년 8월께 강간치상혐의로 출교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인근 건달들을 한데 모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사거리를 중심으로 금품을 갈취하며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80년 신군부가 사회정화운동의 일환으로 단행한 ‘삼청교육대’에 윤씨 등 조직원 대부분이 끌려가 조직와해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멤버들이 다시 조직을 결정했다.
 
8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민정당 관악지구당 청년국장이었던 A씨는 이글스를 선거운동에 동원하기로 계획했다. 윤씨는 A씨의 요구에 따라 한가람청년회를 결성했다. 이후 이를 모태로 영세상인들을 상대로 한 금품갈취 행각이 본격화됐다. 이후 이글스파는 유흥업소에 조직원을 강제 취업시키고 발생한 수익을 갈취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그리고 인근 폭력조직인 ‘산이슬파’ ‘선우회’ 등 군소조직을 규합해 조직원을 늘렸다.
 
조직원 대부분이 신림동에서 자란 이글스파는 외부 세력의 침범을 허용치 않는 매우 배타적인 속성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진다. 88년에는 충북 괴산군 화양계곡에 집결해 씨름과 장기자랑 등 단합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글스파는 다른 조직과 유사한 행동강령을 정하고 지정한 합숙소에서 정기 모임을 가졌다. 매달 축구대회를 열어 땀을 흘리며 조직의 기강을 다졌다. 그리고 서울 관악구 일대 중고교 불량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조직원으로 키웠다. 윤씨는 이런 식으로 조직을 움직이며 신림동 일대의 상권을 차례로 장악했다.
 
1999년 1월에는 시흥과 상도동 일대의 폭력조직을 통합한 뒤 신림동 일대의 단란주점과 이발소, 나이트클럽에 지분을 넣고 조직원들을 영업부장 등으로 취직시켜 매달 200만∼300만원을 뜯어냈다. 유흥업소들에서 1억8000만원어치의 공짜 술을 마셨다. 2001년 11월에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 ㅇ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이권을 놓고 다른 폭력조직과 대치하는 등 재개발 지역의 이권에 개입하면서 총 공사액의 20%를 경비로 받아서 이 중 40%를 조직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글스파는 악랄한 범행 수법으로 유명했다. 업주들이 상납을 거부하면 비가 쏟아지는 대로변에 무릎을 꿇리고 폭행하는가 하면 옷을 찢어 알몸으로 만든 뒤 맥주병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피투성이로 만드는 등 신림사거리의 무법자로 자리했다.

예전같지 않지만
여전한 생명력
 
이글스파는 폭행, 갈취행각을 벌이면서도 자신들의 비행을 은폐키 위해 듀엣 가수 ‘수와 진’에게 심장기금을 제공하면서 자선단체인 것처럼 세간의 눈을 속이기도 했다. 또한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유명우와도 친하게 지내면서 그의 이름을 빌려 명우개발이라는 사무실을 개설해 합법적 기업으로 가장하기도 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검찰과 경찰은 수차례 집중 수사를 벌여 이글스파를 감옥에 잡아넣었지만 이글스파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특히 재개발현장이 많은 지역의 아파트 공사 이권에 여전히 개입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치킨·족발 들고 경찰서 간 '조폭 스토리'
 
범죄를 저지른 동네 조폭이 제발로 경찰서에 찾아와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놀이터에서 노는 초등학생 A(11)군과 A군의 어머니 B씨의 뺨을 때리고 동네 주점 등에서 상습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허모(50)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4월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논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A군의 뺨을 때리고 이를 말리던 어머니 B씨를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동종 전과 등 전과 18범인 허씨는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5차례에 걸쳐 용산구의 주점 상인 4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욕을 하고 손님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업무방해를 하기도 했다. 허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경찰서에 족발과 치킨, 음료수 등을 사와 “살려 달라”며 애원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가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며 “업무방해를 한 상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피해자들에게 반성의 모습을 비쳤다”고 말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