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탈당카드’ 만지작거리는 사연

말 안 듣는 청개구리 비박계 ‘길들이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국회에서는 ‘메르스 정국’만큼 뜨거운 것이 있다. 지난 5월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당·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조짐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두고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지도부를 향한 채찍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야는 물론 당·청, 심지어 새누리당 내에서도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월29일에 있었던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할 때만 해도 의원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의사를 표하면서 정가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청와대의 계획된 ‘정치권 길들이기’ 전략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부권 행사
길들이기?

갈등의 양상은 이렇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합의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위헌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법안 통과 직후 청와대 측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등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삼권분립’ 원칙에 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공무원연금개혁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송부하기에 앞서 (국회가 개정안을) 면밀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무원연금개혁과 같이 묶어 통과시킨 것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 또한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회는 벌집을 쑤신 것 마냥 혼란에 빠졌다. 지난 5월30일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면 이는 해당 시행령에 실제로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라며 “그럼에도 국회의 수정 요구를 정부가 끝내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대법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행정입법 수정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강제성 여부를 두고는 아직 이견이 있다. 여당 측은 국회법 개정안이 청와대가 걱정하는 것처럼 행정입법권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국회법 개정안 통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시행령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순 있지만 강제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이 법으로 인해 그동안 모(母)법과 충돌되는 시행령을 수정할 수 있는 강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측은 지난 5월30일 강하게 청와대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삼권분립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법과 시행령의 충돌에 따른 최종 해결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라며 “시행령 파동을 보면 청와대의 오만과 월권이 도가 지나치다”고 청와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삼권분립 위배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일까.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삼권분립
위헌논란

알려진 대로 국회는 입법부다. 국회의원들은 각자가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기관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제안된 법안은 여·야 의원들의 논의를 통해 법으로 제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제정된 법과 행정부에서 제정하는 시행령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모법을 기반으로 행정기관은 시행령을 제정하게 되는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정하게 되면 이를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법의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이 늘어나게 되었고, 국회에서는 이를 개선·수정을 권고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행정부의 수장인 박 대통령은 이러한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의 행정입법권과 그에 따른 자율이 국회 등 입법부에 의해 침해받을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모법과 시행령이 충돌하는 경우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일 ‘법 위의 시행령’ 사례라는 시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시행령을 선정해 공개했다.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강기정 의원이 발표한 것은 총 11개. ▲세월호특별법 ▲누리과정 교부금 지원법 ▲학교보건법 ▲의료법 ▲5?18보상법 ▲노동조합법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법 ▲근로기준법 ▲국가재정법 ▲경제자유구역법 등이 그것이다. 특히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두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연석회의자리에서 ‘아비 없는 시행령’이라 말하며 청와대의 공세에 맞불을 놨을 정도로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 위헌 논란 휩싸여
청 “삼권분립 위배, 받을 수 없다” 입장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아직 청와대로 송부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친 이후 정부로 전달될 예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3일 “대통령께서 (미국에서) 돌아오시고 나서 편안하게 판단하시라고, 그렇게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는 23일에 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고 있는 와중에 정가에서는 친박계가 움직이고 있어 눈길이 간다. 마치 대통령의 시그널을 받은 것처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말씀하신 걸로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화살은 모두 유승민 원내대표로 모아지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자면 유 원내대표 찍어내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법이 통과된 지 3, 4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야당은 현재 시행중인 시행령을 모두 손보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또 오늘 손볼 시행령을 발표하겠다고 까지 이야기했다”며 “(한마디로) 가관이다”라고 말해 새정치연합 측과 합의해준 새누리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협상의 결과가 늘 청와대 당·청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새누리당 내 계파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 자리에서 고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메르스 관련 긴급간담회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처럼 위중한 시기에 우리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에 몰두한다면 설 자리를 영원히 잃지 않겠나 하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함께 참석해 있던 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메르스 문제만 얘기하려고 했으나 조금 전 김 대표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며 운을 뗀 뒤 “아무리 대표를 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들은 전부 당의 싸움을 일으킨 사람이고 본인은 아무 문제없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나무라는 식으로 회의를 이끌지 말기 바란다”고 언성을 높였다.


당내 갈등 심화
유승민 찍어내기

이렇듯 비박계를 향한 친박계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도부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자 친박계가 일제히 들고 일어난 것도 그렇지만 거부권 행사가 박 대통령에게 있어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않음에도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법률로 제정된다. 즉 야당이 130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석수 중에 친박계를 제외한 비박계만 찬성해도 3분의2라는 숫자를 넘게 되는데 그렇다면 거부권을 행사한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오히려 역풍을 맞아 앞으로 국정 운영에 있어서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무조건적인 국회법 개정안 수정 또는 철회를 이끌기 위해 다른 카드도 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카드가 바로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이라고 보고 있어 주목되는 바다.

탈당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탈당 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정가에서 들려오던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이 지난해 7·14전당대회 다음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당이 공격하면 정부는 일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며 “새누리당이 만약 그렇게 하면 내가 여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보도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일축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새누리당 계파 갈등 “유승민 내려와!”
대통령 탈당설 솔솔~ 지도부 압박용?

때문에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유사 시 탈당카드를 꺼내들 것이며 그로 인해 친박계를 결집시키는 등 새누리당의 권력지도를 재구성하는 복안을 만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박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온 보수층을 재집결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계속되는 갈등 속에 이정현 최고위원이 최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된다. 이 최고위원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서 이를 재의결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재의결하는 과정에서 폐기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지난 4일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간 박 대통령의 ‘입’을 자처해온 이 최고위원의 당내 역할을 봤을 때 쉽게 넘길 수 없는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이 최고위원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듣고 움직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과연 친박계로부터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야당과의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은 유 원내대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당·청협의를 중단시킨 청와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청와대 측에서 ‘당·청협의 회의론’이 나온 데 대해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 ‘진실공방’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청와대 측 관계자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병기 비서실장 채널로 ‘공무원연금법 처리가 안 되도 좋으니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하지 말라’는 뜻을 원내지도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 의견이 당 내부로 공유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의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이 비서실장이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때 아닌 진실공방에 당·청 간의 관계는 더욱 악화 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탈당?
기대효과 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결국 당·청 간의 갈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칫 장기화될 수 있는 갈등 양상으로 인해 다른 현안들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당·청 관계가 원활하게 정상화될 수 있을지, ‘메르스’ 진화를 위해서라도 관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발언 후폭풍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위헌이냐 아니냐를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이 헌법에 위배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입법권이 국회에 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없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학계서도 의견 분분 “누구 말이 맞나?”

모 대학의 한 법학과 교수는 “행정부에 위임된 시행령 제정 권한은 삼권분립 영역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국회가 시행령이 법률취지에 맞게 작동하는지 감독한다는 것은 명백히 행정부에 위임된 권한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한 교수는 “원래 입법권은 국회에 존속된 권한인데, 국회에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행정부에 위임한 것”이라며 “위탁자가 수탁자 권한을 감시·감독하는 것은 기본 원칙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내다 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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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