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6월 방미 노림수

미·중·일에 끼인 외교 “혹 떼려다 혹 붙일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연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을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가시화되면서 그에 따른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고 있다. 결국 열쇠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 청와대로부터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예정된 방미 일정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일요시사>에서 한차례 보도한 것처럼 과연 ‘5월 위기설’을 딛고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방미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16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과의 만남이 외교적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방미

급변하는 아시아정세 속에서 박 대통령은 미국행을 택했다. 공식 방미는 이번이 세 번째, 취임 첫해인 2013년 5월에 이미 백악관을 한차례 방문한 적 있는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에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바 있다.

최근까지 청와대가 발표한 일정은 다음과 같다. 박 대통령은 최초로 기착하는 워싱턴 D.C에서 현지시각으로 16일까지 머문다. 이후 박 대통령은 17일과 18일 이틀간 휴스턴을 방문한 뒤 19일 귀국할 예정이다.

특히 워싱턴 D.C에 머무는 마지막 날인 오는 16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과연 어떤 의제를 논의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정무·경제분야 협력제고 방안 ▲동아시아 및 세계 주요정세 평가 ▲북핵 문제 등 대북공조 ▲동북아 국가 간 협력 ▲보건안보 ▲에너지 및 기후변화 등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와 상호 관심사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공식 실무방문’이라는 점에서 위 사안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다녀간 직후라는 점에서 방미준비팀의 더욱 기민한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일 두 정상 간 직접적 비교도 가능한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경 미국을 전격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우경화·왜곡된 역사관 등으로 현지 한인들과 언론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미국과 ‘신밀월 관계’를 만들어 내는 등 실익만큼은 충분히 챙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하 TPP)이나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등 원하는 성과를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방미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한·미 간 의제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헛걸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전문가들은 한·미가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내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북한 견제에 더욱 기치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이하 사드), TPP,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하 AIIB) 등 중국과 북한에 대한 민감한 현안보다 한·미 동맹 강화, 일본의 역사의식 규탄 등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미가 서로 외교적 교감을 하기에 공통분모가 적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북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서로 유의미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의제는 있나? 오는 14일 방미 진행
미·중 사이 갈팡질팡, 실익 챙기나?

북한 문제마저도 불리하게 작용될 공산이 크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사진을 공개하는가 하면, NLL 인근 해상에 스텔스 고속정을 10척 가까이 실전 배치하는 등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사드 배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드의 효용성 여부를 떠나 미국의 압박에 의한 배치는 분명 대한민국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의를 요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대니얼 러셀 미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압박을 받을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사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일 3각 동맹을 정상화 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주석이 오는 9월 ‘국빈’의 자격으로 다시 한 번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AIIB와 TPP에 관한 미국의 반응에도 관심이 간다. 박 대통령은 이미 중국의 주도하에 설립된 AIIB에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에 미국은 일본과 TPP를 맺으며 맞받아쳤다. 결국 미국은 박 대통령에게 TPP 가입을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 5월17일 시진핑 주석을 방문해 말한 것처럼 두 국가는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두 국가가 서로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 목적의 ‘아시아 회귀정책’을 핵심 전략으로 고수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TPP가입을 통해 중국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이에 일부에서는 무리하게 방문 일정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환대’ 수준이 지난 4월경 방문한 아베 총리, 지난해 9월경 방문한 시진핑 중국주석보다 한 단계 아래의 ‘격’으로 진행될 것이란 얘기도 돌고 있어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북한 도발

북한은 최근 방미를 결정한 박 대통령을 향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북한은 “오바마의 품에 기어들어 장단을 맞추면서 반공화국 대결 치맛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는 한·미 동맹의 강화, 그로인한 자국의 외교적 고립 심화를 우려한데 따른 표현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박근혜정부가 잘하고 있는 부분을 조사하면 외교·안보 분야가 1등을 놓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외교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박 대통령은 그러한 주변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인지, 14일부터 진행될 행보에 관심이 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영철 숙청은 말실수 때문?

지난 4월경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북한인민무력부장을 두고 ‘말실수’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아일보>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영철은 숙청당하기 직전 사석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젊은 사람이 정치를 잘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했다.

김정은 향해 “젊은 사람이 정치 잘 못해” 발언

발언의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영철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 자리에서 러시아 정부에 S-300지대공미사일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북한은 이미 최신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 않느냐”며 거절했고 사석으로 자리를 옮긴 현영철은 자신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 김정은의 잘못된 정치 때문이라고 탓했다는 것이다.

이때 현영철은 “젊은 사람이 정치를 잘 못한다”며 “(김정은의 북핵을 과시하는 정책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무기도 못 받게 된 것”이라고 불평을 늘어놨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영철은 이를 전해들은 한 사람의 밀고에 의해 숙청당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서열 2위인 현영철이 김정은에 대한 반역죄로 숙청당했다’고 지난 4월30일 발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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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