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잔혹사’ 재론되는 진짜 이유

한번 했으니 무사통과?…새정치 “응답하라 2013”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무총리후보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내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이완구 전 총리가 전격 사퇴한 후 한 달여간의 장고 끝에 다시 한 번 ‘구관이 명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여론은 이번에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회전문 인사’라 질타 받는 황 후보자의 총리취임은 과연 무난할까? <일요시사>가 황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해부해봤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지난 5월21일 새로운 국무총리후보자로 내정됐다. 이완구 전 총리가 ‘비리 완구백화점’이란 오명을 받으며 사퇴했기 때문에 새로운 총리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연일 황 후보자에 대한 기사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 정도. 그러나 이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욱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박근혜정부의 ‘총리잔혹사’가 떠오르는 이유다.

황교안 장관
총리로 내정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황교안 국무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 달여 동안 장고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그간 100여명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검증 끝에 황 후보자를 낙점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청문회 검증 경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황 후보자는 이미 한 차례 송곳 검증을 거친 바 있다. 지난 2013년 3월경 법무부장관후보에 올라 야권의 검증을 받은 것. 물론 숱한 비리와 의혹들에 휩싸였지만, 결국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점이 박근혜정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라고 정계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그들은 지난달 28일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이하 청문특위) 구성을 완료하고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청문특위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야권이 이번 청문회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위 구성 이전에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대표급인 박지원, 박영선 의원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을 정도로 황 후보자는 안 된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박지원, 박영선 의원이라는 올스타급 특위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로 구성했다는 목소리가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구성된 위원은 여·야를 합쳐 총 13명. 의석수에 따라 위원장을 포함해 여당에서 7명을, 야당에서 6명을 선출했다. 그중 새정치연합은 대표적인 강성파로 꼽히는 우원식 의원을 간사로 선택함으로써 강경 의사를 내비쳤다.

새정치 ‘저격수’
새누리 ‘소방수’

그뿐만이 아니다. 황 후보자의 병역문제, 국가안보관 검증을 위해 국방위 소속 김광진 의원을, ‘공안’에 대한 의혹 부분 검증을 위해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을, 최근 국정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노동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을, 경제활성화 등 정책검증을 위해 기재위 소속 홍종학 의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원식 간사를 제외하면 모두 초선 의원들로, 새정치연합의 떠오르는 ‘최신예 저격수’로 불릴 정도로 무서운 입담을 자랑한다. 또한 검사 출신을 전격 배제함으로써 ‘봐주기’ 의혹을 미연에 방지한 구성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특급 소방수들을 전진 배치했다. 특히 선택된 7명 중 4명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황 후보자가 받고 있는 의혹 중 전관예우 등에 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방어할 계획인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장으로 뽑힌 장윤석 의원은 황 후보자와 검사 선후배 사이라는 점에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정가 내부에서 들려오는 얘기다.

여·야가 전열을 정비한 가운데 서로 주고받을 공방이 흥미롭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예상되는 비리 의혹들을 중심으로 정보를 모으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기되는 의혹들은 2013년 3월경을 기점으로 나뉜다. 황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서 청문회를 거칠 때 나왔던 의혹들 중 심대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대형 로펌에서 한 달에 1억원 상당의 수임료를 받은 부분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황 후보자는 1년6개월여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에 근무하면서 15억6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진 순간이었다.

의혹만 10여가지, 파도파도 ‘파도남’
1년6개월 근무에 15억, 월급만 1억?


이는 과거 청문회 자리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한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와의 형평성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 전 후보자는 당시 변호사 전업 후 5개월간 16억원 상당의 수입을 올린 게 문제가 돼 사퇴한 전력이 있다. 금액이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야당의 집중 공세가 예상된다.

과거 황 후보자의 해명에도 관심이 간다. 그는 당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급여를 받은 점에 송구스럽다”며 “일부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바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4년 연말까지 법정기부금과 지적기부금을 합쳐 1억3649만원을 기부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배우자의 기부금 629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라는 점에서 거짓말 논란이 예상된다.

병역문제는 이미 검증받은 사안 중에서 가장 문제시될 공산이 큰 대목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위 위원실 관계자는 “(황 후보자의) 가족과 관계없이 가장 명확하면서 확실하게 드러난 부분이 병역문제라 집중 검증이 예상된다”고 전했을 만큼 야권의 총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의혹이다.

황 후보자는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때 두드러기 질환 중 하나인 ‘만성 담마진’ 판정을 받고 병역을 면제 받았다. 그러나 이 질환으로 지난 10년간 면제를 받은 사람이 365만명 중 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치상으로 황 후보자는 ‘91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병역면제가 된 것이다.

야권에서 더욱 문제시하는 점은 그가 병역면제를 받은 다음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가정해 본다면 황 후보자는 군 면제를 받을 정도로 만성 담마진이 악화된 상태였음에도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저력을 보인 것이다.


황 후보자는 지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3년 동안 징병검사를 연기해왔다. 이후 1980년 7월경 ‘제2국민역’ 판정을 받게 되는데 이듬해인 1981년에 제23회 사법고시를 합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황 후보자는 한차례 해명을 한 바 있다. 그는 이어지는 병역기피 의혹에 “병역이행을 못한 점에 대해서는 늘 마음의 빚으로 생각해왔다”면서도 “1977년부터 1994년까지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했다”며 “그러나 치료를 받은 지 10년이 지나 관련 의료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40년 전 진단서를 들고 와 해명한 이완구 전 총리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전관예우
병역의혹

야권은 새로운 의혹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밝힌 ‘전관예우’ ‘병역의혹’이 비록 심대한 결격사유가 될 지라도 이미 한 번 짚고 넘어간 상황에서 더 깊게 파고들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달 초로 예정된 청문회 전까지 최대한 다양한 의혹들을 파헤친다는 복안이다. 특히 장관시절인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있었던 황 후보자의 언행과 행적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그 중 국정원 댓글사건 등 야권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추가 정보 찾기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후보자는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던 특별수사팀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밀어내기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사건에 대한 수사방해 의혹 후 황 당시 법무부장관과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간 불화설이 야기된 바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채 총장에 대한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때마침 황 후보자가 감찰을 지시하는 등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밀어내기 의혹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후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초기부터 외압이 많았다. (법무부장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폭로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서울시공무원 간첩증거조작사건,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들에 대한 집중 추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황 후보자에 대해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먼저, 과거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실수가 화근이 되고 있다. 그는 가정폭력의 원인에 대해 “부산 여자들이 드센 이유도 있다”며 “반면 남자들은 말싸움이 안 되니까 손이 먼저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국정원 댓글, 비선실세 수사개입 의혹
100점 총리? “80점 맞고 통과만 되자”

이에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가정폭력의 원인은 바로 황 총리후보자와 같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즉각적인 사죄를 요구했다.

또 다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는 황 후보자의 ‘기독교 편향’ 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 2012년 황 후보자가 저술한 <교회가 알아야 할 교회법 이야기>를 보면 “우리 기독교인들로서는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며 “하나님이 이 세상보다 크고 앞서시기 때문”이라고 명시돼 있다. 법조인으로서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다른 종교를 존중한다”라며 짤막하게 해명했지만 국정의 2인자가 될 사람치고 ‘국민통합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불교계는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불교소식을 전하는 언론사인 <불교닷컴>은 지난달 28일 한 중앙교역직 스님이 “황교안 후보가 총리가 되면 불교는 최소 10년 후퇴한다”고 말한 부분을 보도했다. 또한 “국무총리후보자가 종교적으로 심각한 사람이다. 대통령이 일부러 그런 것 같다.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고, 불사를 못하거나 감옥에 간다고 해도 우리 목소리를 낼 때는 제대로 내야 한다”고 당시 스님들 사이에서 나온 발언들을 전했다. 자칫 두 종교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보여 우려되는 상황이다.

총리 지명에 대한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수많은 국민들은 황 총리후보 내정의 이면에 ‘성완종 게이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즉, 원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성완종 사태’를 불법대선자금 수사에서 특별사면의혹 수사로 전환시키는데 적임자라는 것이다. 황 후보자가 지난 4월2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한 사람이 두 차례 사면 받은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며 “범죄단서가 나오면 수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한 것에 근거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당시 황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야권에서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대응 전략
80점 컷 통과

황 후보자와 그의 청문회 통과라는 중대 임무를 맡고 있는 ‘인사청문준비단’의 전략은 명료하다. 40년 전 진단서를 들고 오는 등 적극적 해명에 오히려 발목 잡힌 이완구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단 모습이다.

황 후보자는 최대한 ‘저자세’ ‘모범답안’ 전략으로 언론의 압박을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소상한 내용은 청문회에서 말씀 드리겠다” “국민께 걱정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등 모든 문제에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준비단도 마찬가지다. 내부에서는 “청문회에서 100점 맞을 생각 대신 80점으로 통과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다음 주로 예정된 청문회에서 과연 황 총리후보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총리로 거듭날 수 있을지, 100점 만점짜리 총리를 원하는 것은 과연 국민의 욕심일 뿐인지 인사청문회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 돕는 준비팀 대해부

‘총리 인사청문준비단’에 현직 부장검사가 차출되면서 준비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정수봉 부산지검 형사1부장, 권순정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 등 두 명. 이들은 인사·조직·예산을 관리하는 법무부 검찰과와 청와대 파견근무 경력자들로 ‘엘리트 기획통’ 검사들로 손꼽힌다.


정 부장은 개인 신상과 관련된 부분을, 권 부장은 법무정책 분야에 대한 답변 자료를 각각 준비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역부터 장관급까지, 엘리트만 모였다

이들과 함께 준비단 내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다. 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으며 진두지휘하고 있는 추 실장은 장관급임에도 이례적으로 직접 단장을 맡고 있다. 추 실장은 과거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완구 전 총리를 통과시킨 이력이 있어 청와대에서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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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