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흔드는 ‘검은 손’ 추적

“보호는 못해줄망정…” 세계적 지도자 깎아내리는 부끄러운 대한민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2일 출국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많았다. 비록 방북 허가가 하루 만에 철회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지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대한민국 외교가 하루가 다르게 고립되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국내에 머문 100여 시간 동안 정치권과 언론 등 사회 각층에서는 반 총장 활용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반 총장이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는 동안에는 ‘성완종 사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급기야 반 총장은 일정 중 관련 의혹에 대해 진화에 나설 만큼 끊임없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일각에서는 관심을 받아야 할 공식 일정이 묻혔다며 지나친 표적보도를 우려했다.

4박5일 일정
성완종과는?

국내 최대 검색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기준으로, 반 총장이 국내에 있는 4박5일 동안 보도된 기사는 4000여건을 훨씬 넘는다. 이는 하루에 약 1000개 이상의 기사가 쏟아진 것으로 국내 언론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그 중 집중적으로 보도된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성완종과의 관계 ▲방북추진 ▲대권도전 의사가 그것이다.

언론은 연일 반 총장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를 보도했다. 두 사람 간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공식 석상에서도 성 전 회장과의 인연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이에 반 총장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직접 입을 열었다.

반 총장은 지난 1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15세계교육포럼’ 기자회견 자리에서 “성 전 회장과는 충청포럼 회원으로 몇 번 함께 참여한 일이 있고 장학재단을 설립해 많은 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일도 했다”며 “국내에 있을 때는 여러 차례 만났고 유엔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서울에 들어오면 간혹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 총장은 “성 전 회장을 포함해 누구와도 국내정치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성 전 회장과는)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 둘이 앉아서 그런 논의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대서특필했다. 200여건이 넘는 관련기사가 나가는 동안 세계교육포럼에 대한 내용은 뒷전이었다. 반 총장이 밝힌 내용 중 성 전 회장에 관한 발언만을 뽑아내 보도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세계교육포럼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한 현장관계자는 “포럼 내용보다 반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제사기 의혹’이라는 악재도 겹쳤다. 동생인 반기상씨의 아들로 알려진 반주현씨가 국제적 사기를 펼쳤다는 의혹에 휘말리면서 반 총장은 그에 대한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본의 아니게 친인척이 ‘반기문 흔들기’를 한 셈이 됐다.

결국 반 총장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조카와 관련한 보도를 한 것을 봤다”며 “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물의를 일으켜 저 자신이 민망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반 총장은 “조카의 사업활동 등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여한 일도 없고 아무런 관계없는 일이란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도와주지 않는
반기문 친인척

성 전 회장과의 관계와 묶여 주목받는 것은 반 총장의 대권도전 의사다. 그간 반 총장은 끊임없이 국내정치에는 뜻이 없음을 밝혀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반 총장은 방한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정치는 한국 발전에 헌신할 분들이 국민 판단을 받아서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아예 다음부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저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이 거부의사를 표했지만 정치권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의 발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은 없지 않느냐”며 반문한 뒤 “방북일정을 계획했다는 것은 엄연한 정치적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반 총장이 꾸준히 대권도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계전문가들은 여의도 한켠에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꾸준히 군불을 지피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여·야 모두 당내 유력 대권주자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 총장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 측면에서 친박·비노세력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는 한창 반기문 대망론이 기치를 높였던 2014년 11월에도 나왔던 주장이다.

4박5일 방한, 질문은 ‘성완종’이 전부?
성완종과의 고리 찾기 “하나만 걸려봐!”

새누리당의 경우에는 김무성 대표가 압도적 대선주자로 치고 나감에 따라 친박계가 반 총장 이름을 계속 거론하고 있는 것이라 보는 시선이 많다.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친박계에서는 반 총장의 국제·국내에서의 입지가 탐날 수밖에 없다.

우선 친박계는 반 총장을 영입하는 시나리오를 최고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영입하지 못하더라도 적임 후보자를 찾는 동안 김 대표 ‘견제카드’로는 꾸준히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비노계도 마찬가지다. 동교동계·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등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에 대한 견제카드로 반 총장의 이름을 꺼내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문 대표가 부침을 겪고 있는 지금 확실히 견제하겠다는 복안이 숨어있는 것으로 정계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발표된 내용을 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반 총장이 36.4%의 지지를 받아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새누리당 김 대표가 11.2%로 2위를 기록, 다음으로 새정치연합 문 대표가 10.3%로 3위에 랭크됐다. 지난 15일에서 16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김 대표와 문 대표를 각각 20% 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반기문 활용
여·야 군불

이번 여론조사 결과 중 친박·비노계에서 가장 탐낼만한 부분은 두 가지, ▲전 연령대와 ▲영·호남을 아우르며 나타나는 고른 지지가 그것이다. 반 총장은 20대(41.8%), 30대(34.2%), 40대(34.8%), 50대(35.0%), 60대 이상(36.6%) 등 전 세대에서 30% 이상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지역적으로는 고향인 대전·충청권에서 45.0%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에서도 33.7%, 호남권에서도 33.3%의 지지율을 나타내며 ‘어디서든 통한다’는 저력을 보여줬다. 친박·비노의 반 총장 활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다.


‘방북추진’도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못하면서 반 총장에게 숙제를 남겼다. 반 총장은 일정상 지난 21일 북한에 위치한 개성공단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하루 전날인 지난 20일 갑작스레 반 총장의 방문 허가를 취소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22년 만의 유엔사무총장의 북한 방문이 철회된 것에 대해 반 총장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반 총장은 “저의 개성공단 방북 허가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다.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은 없었다. 이런 평양의 결정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친박·비노 반기문 활용 ‘견제카드’ 전락
급작스런 북한의 변덕, 숙제로 남나?

북한에서는 별다른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 공정성과 형평성을 내버리고 주권존중의 원칙, 내정불간섭의 원칙들을 스스로 포기한 기구로 전락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지만 갑작스런 철회 이유로는 타당치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어서 대한민국에 대해 “핵 타격 수단 소형화와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 지 오래”라며 “도발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을 만나기 부담스러워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칫 들러리로 전락해 반 총장만 돋보일 것이란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전문가들은 “갑작스런 북한의 말 바꾸기로 한반도 긴장 완화는 물론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반 총장의 방북 가능성도 희박해졌다”고 보고 “이것이 반 총장의 숙제로 남게 됐다”고 분석했다.


반기문 흔들기
누가 득보나?

반 총장의 방북은 무산됐지만 여전히 그는 한국 정치판의 주요 변수다. 명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황이라 언제든 태세를 전환할 수 있다고 정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반 총장의 이름이 자의에 의해서가 아닌 타의에 의해 계속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측근은 “본인이 나서겠다면 누가 뭐라 하겠냐만은 주위에서 먼저 저렇게 (대망론에 대해) 말하니 반 총장 입장에서는 스스로 언행에 제약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반 총장이 남은 임기를 잘 마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내후년에 대권 도전 얘기를 꺼내도 늦지 않다”고 자중을 촉구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퇴 ‘왜?’
이래저래 시끄러운데 총선 준비나?


첫 여성 정무수석으로 화제가 됐던 조윤선 정무수석이 지난 18일 전격 사의를 표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국회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다른 여성의원들도 함께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지난해 6월부터 정무수석에 임명돼 11개월간 직무를 수행해 왔다. 정치권에서는 그녀가 그간 당·청 사이의 가교역할을 무난히 수행해왔다며 그녀의 이번 사퇴가 급작스러운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조 전 수석의 정확한 사퇴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이 직접 밝힌 이유는 ‘공무원연금개혁 변질’이다. 그녀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추구하셨던 대통령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서 개혁 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직접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청와대의 정치권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금 개혁의 주무부처를 이끌고 있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그대로 두면서 정무수석을 경질한 것은 국회로선 협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전 수석이 내년 총선 출마 등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사의가 미리 계획된 것이며 시기를 조절하던 중 마침 연금개혁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주장이다.

내년 총선 서초갑 필두로 종로 도전설
나경원과 쌍벽, 구로에서 박영선과 한판?


이에 조 전 수석이 과연 어느 지역에서 출마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종로와 서초갑, 그리고 구로가 꼽힌다. 서초갑의 경우 본인의 거주지라는 이점이 있어 출마가 가장 유력한 지역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선 조 전 수석의 이름값을 고려해 당세가 약한 험지로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따라서 종로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로의 경우 ‘정치1번지’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다. 당은 물론 조 전 수석 입장에서도 욕심나는 부분이다.

종로를 두고 나경원 의원과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도 동작을에 출마할 것이 유력한 나 의원은 그러나 종로 출마도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장에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 의원이 종로 당선을 시작으로 다음 서울시장 자리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내 수위를 다투는 미녀 정치인인 두 사람의 대결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구로구 출마의 경우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과의 여·야를 대표하는 여성들 간의 대결이 기대된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인 구로를 잡기 위해 조 전 수석을 전략공천 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략공천을 싫어하는 당 지도부의 성향을 고려해 봤을 때 이루어지기 힘든 시나리오라는 의견도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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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