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완종 리스트’ 수사 출구전략

막다른 길에 선 검찰…청와대가 알려준 길 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어 국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최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기소로 확정됐다. 특별수사팀 내 특수3부는 ‘불법대선자금’과 ‘특별사면의혹’ 수사를 동시 진행 중이다. 출구전략이 발동된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진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는 실망스럽다. 최근 ‘특별사면’에 대한 수사가 더해지면서 수사력이 흐트러졌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들리고 있다. 검찰이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새삼스럽지 않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라는 수사 본질에서 이미 많이 벗어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야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성과 없는 수사
출구전략 발동?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확정짓고 수사대상을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지금껏 드러난 의혹이 가장 많았던 두 사람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 봐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중 한 사람은 과거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던 법조인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최근까지 검찰총장 위에 있었던 전직 국무총리다.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짙어지는 이유다.

국민들의 관심은 불구속 기소 이유로 모아졌다. 검찰에서는 당초 구속 가능성도 나왔지만 불구속 기소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이들이 증거인멸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고 뒷돈의 액수가 관행적인 구속 기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경우 금액이 2억원 이상일 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관례’가 있다. 홍 지사는 1억, 이 전 총리는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연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며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하면서 이완구, 홍준표의 증거인멸은 눈감아주고 있다. 현저히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그동안 숱한 증거인멸과 관련자 회유 의혹을 받아왔다. 홍 지사의 경우 측근들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상대로 “(홍 지사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 되겠느냐. 안 받은 걸로 해달라”는 등 말맞추기 또는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에서는 홍 지사가 직접 측근들에게 회유를 지시했는지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해왔으나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이완구
불구속 기소

이 전 총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동안 끊임없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과 관련자에 대한 회유 등 증거인멸 정황이 의심된 바 있다. 일례로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로 알려진 A씨가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했다”고 말한 이후 이 전 총리와 새누리당 측에서 A씨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적 있다. 그러나 이 전 총리가 회유를 직접 지시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고, 특히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의 액수가 3000만원에 불과해 불구속 기소로 일단락됐다.

그렇다 해도 ‘시간을 지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4월12일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지 40일 만에 첫 사법처리 대상자가 나왔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인사들이 증거인멸·회유할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실제로 불구속 기소가 발표된 직후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그 긴 시간 동안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정치인들이 입맞춤을 하고 증거를 은폐하고 심지어 증인을 회유하는 것을 버젓이 보고도 검찰은 신속히 수사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2년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리스트에 적힌 사람 중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던 인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

40일 만에 불구속 기소 ‘봐주기 의혹’
불법대선자금·특별사면의혹 동시 수사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이들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나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고, 이들이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시점과 장소, 전달 방식, 전달자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사실상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불법대선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3명, 2012년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들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이들은 모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으로 각각 2억, 3억, 2억의 금액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직접적으로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남긴 녹취록에서 서 시장의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3인의 당시 캠프 내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조직총괄본부장, 유정복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 서병수 시장은 당 사무총장 겸 당무조정본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들은 ‘3대 조직책’으로 불릴 정도로 캠프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선거캠프 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이 많이 나가는 자리”라고 말할 정도, 정치자금이 많이 필요한 자리라는 측면에서 불법적으로 수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의혹만으로 수사가 되지 않듯, 이들 3인에 대한 수사가 홍준표·이완구 등 이전 2명에 대한 수사보다 더 힘든 작업이 될 것이라고 검찰 쪽은 밝히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성완종 메모에 등장하는 8명 가운데 이 전 총리나 홍 지사는 확실한 증언과 물증을 확보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6명은 구체적 진술이나 의혹이 뚜렷하지 않아 동선 복원, 행적 재현 작업이 훨씬 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동시 수사 진행
진술 확보 노력

수사를 맡고 있는 특수3팀은 경남기업 전 재무담당부사장이 “지난 대선 기간에 경남기업 회장실로 찾아온 새누리당 인사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대상자들의 재산 변동 및 당시 행적에 대한 복기를 위해 진술확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하고 핵심물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증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에서 나온 압수물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산장학재단은 성 전 회장이 비자금을 세탁한 곳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검은돈이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다.

이에 검찰은 압수물품을 분석하면서 2012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유력 정치인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돈이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확인된 상태다. 서산장학재단의 돈줄이 2012년에 급격히 끊겼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단은 매년 3000명의 학생들에게 60만원에서 70만원가량 지원해왔다. 연단위로 계산하면 19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2012년 불과 266만원만 지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12년은 대선이 있었던 해로 검찰은 1년 전인 2011년에 비해 0.1%로 장학금 지급이 줄어든 것을 두고 돈이 어딘가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그간 자금난에 시달리면서도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금감원 수뇌부가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특혜성 자금지원을 해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이다. 검찰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김진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비롯한 금감원 고위층이 워크아웃 신청 이전부터 경남기업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내부 부정적 분위기 확산 “어렵다”
야권 “박근혜 알려준 출구전략 발동”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성 전 회장은 3차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직전인 2013년 10월27일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장을 맡고 있던 김 전 부원장보를 국회의원실로 불렀다. 성 전 회장은 그 자리에서 “추가대출을 받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김 전 부원장보는 “추가대출 대신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신규 자금지원도 빨리 되고 실사도 할 수 있다”며 워크아웃을 권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금감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다.

검찰의 이러한 수사가 무색하게 지속적으로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결정적으로 201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하는 특수3팀에서 2007년 특별사면의혹 수사를 병행하고 있어 수사력이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9일 “대통령 말씀을 좇아 실체도, 명분도 없는 특별사면 의혹을 수사하느라 허공에 애꿎은 활을 겨누겠다는 검찰의 처지가 참으로 답답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정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 수사가 방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28일 “최근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문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시그널
검찰 따르나?

검찰의 ‘투트랙’ 수사가 여·야 지도부와 모두 관련됐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한 국회관계자는 “2012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김 대표에게 2007년 특별사면 수사는 문 대표에게 맞춰져 있다”며 “처음과는 다르게 검날이 방향을 이상하게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총괄 선대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숱한 의혹을 짊어지고 달리고 있는 ‘성완종 사태’, 과연 국민이 바라보는 것처럼 출구전략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시그널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의 검찰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강제징용피해자 배상, 물 건너갔나?

과연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은 온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지난 24일 민법상 3년이라는 소멸시한을 넘겼다. 이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준이 되는 시점은 지난 2012년 5월24일,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박탈된 것으로 여겨졌던 손해배상 청구권한이 대법원의 판결로 소멸되지 않았음이 알려진 날이다. 대법원은 당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아니했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아니했다’고 판결해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처 전범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멸시효를 연장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효 연장을 위한 ‘일제강점하 강제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이하 특례법안)’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법원의 선고일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하면 오는 24일 시효가 만료돼 수많은 피해자가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없게 될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특례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이어서 이 의원은 “새누리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이유로 특례법안을 반대했다”며 특례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청구권 상실 가능성 제기

실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전에 특례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사위 심의가 지난 4일 있었지만 ‘일본과의 외교마찰’ ‘소멸시효 예외 인정’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처리되지 못했다. 이후 6일 법사위에서 재논의 할 것을 약속했으나 끝내 논의되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 측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아쉽다”며 “90세를 넘은 할머니 개개인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법정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본의 경우에는 외무성이 직접나서 전범 기업을 도와주는데 비해 대한민국은 개인 문제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의 힘겨운 싸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구권이 박탈됐는지 여부가 관심이 가고 있다. 이에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는 “민법상 안날로부터 3년인데 안날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선고일’을 기준으로 하면 24일이지만,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나중의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두 개의 판례가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 소멸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이 의원께서는 6월에는 이런 걸 다 포함해 심의해 충분한 기회를 드릴 예정이다. 6월 심의에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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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