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5월 방한 노림수 해부

‘성완종’ 논란 잡고 ‘남북정상회담’ 분위기 띄우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오는 18일 방한한다. 1년 9개월 만에 밟는 고국 땅이다. 그러나 그 발걸음을 여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본의 아니게 ‘성완종 사태’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면서 진실을 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 시선은 그의 ‘발’이 아닌 ‘입’으로 모아진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국내에서 4박5일을 보낼 예정이다.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반 총장은 18일에 방한해 ‘세계교육포럼 참석’ ‘정의화 국회의장 면담’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외교부 고위관계자 면담’ ‘이화여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22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도 계획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기문 방한
4박5일 일정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이다. 그러나 결코 ‘충청대망론’과 ‘성완종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도 정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성완종 리스트’와 ‘녹취록에 나온 사람’에 대한 진실공방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나눈 대화에서 반 총장의 이름을 거론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사정드라이브에 대해 ‘반 총장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성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반 총장은 “이번 사안은 나와 전혀 관계없다.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 등 공식석상에서 본 적이 있고, 알고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등 성 전 회장이 밝힌 내용과 다른 주장을 했다.

따라서 방한에 대한 관심은 공식일정보다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정가와 언론계는 반 총장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특별수사팀 또한 ‘성완종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반 총장은 최대한 조심스런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반 총장은 기존 방한일정과 다르게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의 반 총장 종친회인 ‘광주반씨 장절공 종중’의 반선환 국장은 지난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선산이 있는 음성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없었다”며 “최근 국내외 정세가 민감한 데다 일정도 짧아 공식행사만 참석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가 쪽에서는 반 총장의 이러한 일정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평소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반 총장이기에 이번에도 고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고향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계에서는 “성 전 회장에 의해 오가는 ‘반기문 대망론’이 부담스러워 그런 것 아니겠냐”며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다.

고향방문 불발
대망론 때문?

정치권과도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식 행사 후 정의화 국회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및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지만 정계 인사들과는 최대한 거리를 둘 것이란 전망이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반 총장의 행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반 총장이 지금 시기에 방한하는 것은 성완종 사태에 대한 논란만 증폭시킬 뿐인데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 윤 외교부장관과 만나는 것에 주목한다.

반 총장이 소수의 사람들과만 만남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가 정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가능성이 높은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한편에서는 성완종에 대한 대화도 어떤 식으로든 나올 것이라 보고 있다.

직접 만날 것으로 알려진 정 의장 측은 지난 3일 “반 총장의 국회 방문 일정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정계관계자들은 “두 분이 (민감한) 국내 정치 현안보다 동북아 평화와 남북관계 등 외교 전반에 걸쳐 주로 대화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윤 장관과의 만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와 최근 급변하는 아시아관계 등 외교 전반에 걸쳐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8일 방한, 1년 9개월 만에 고국행
성완종 논란에도 입국 강행, 할 말 있나?

이에 일각에서는 다시 한 번 반 총장의 ‘남북정상회담 성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은 여러 차례 방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오준 주 유엔대표부 대사는 지난 4월2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남은 임기 중 한반도 문제, 즉 북한 문제에 어떤 역할을 더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적 있다. 이에 임기가 1년7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방북을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에 임명된 직후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의 중재자 역할로 주목받아왔다. 여권 일각에선 ‘반기문 총장 방북 → 남북정상회담 → 비무장지대 개발이나 북핵협상 진전 → 반 총장 대선 출마’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에서 반기문 영입설이 나온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결국 이러한 영향력과 가능성이 본인이 부인함에도 반 총장을 대권후보 0순위로 올려놓는 요인이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여론도 있다. 반 총장은 지난 9일 러시아 방문 기간 동안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지난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에게 반 사무총장이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짧은 시간 동안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회동 내용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했다. 반 총장이 이번 방한 때 박 대통령, 정 의장 등 핵심 인사들과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의 신년 전화통화에서 “남북대화 재개와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근본적 개선을 유엔과 함께 다뤄가겠다”고 밝힌 적 있다. 그러나 북한의 김 의장이 ‘실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성과가 없었을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김영남 만남
중재자 되나?

다른 쪽에서는 남북정상회담보다 성완종 사태를 풀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반 총장의 방한은 이미 2014년 말부터 확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시기적으로는 반 총장의 방한 일정과 성완종 사태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성완종 사태에 대한 얘기가 있을 것이란 것이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반 총장의 조카가 경남기업과 연루되면서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JT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추진하던 매각사업을 반 총장의 조카에게 맡겼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반 총장의 조카로 알려진 데니스 반은 경남기업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을 ‘카타르투자청’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주관사 담당임원으로 해당 계약을 주도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황상 반 총장이 성 전 회장에 대해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라고 한 주장이 힘을 잃게 된다.

이 외에도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반씨가 경남기업 측에 건넨 문서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카타르투자청 관계자는 해당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문서는 완전히 가짜다. 내 서명도 위조됐다. 우리는 경남기업을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경남기업이 반씨가 몸담고 있는 매각주관사에 인수의향서를 받는 조건으로 6억여원의 수수료를 선 지급한 것으로 전해져 ‘국제 사기’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박근혜·정의화·윤병세 만나 무슨 말 할까?
조카 경남기업 매각사업 연루, 변수 떠올라


반 총장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가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효과’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반 총장의 행보로 인해 차기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이미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올해 초 실시한 ‘차기대선후보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최근 한국리서치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반 총장이 18.1%를 차지, 16.4%를 기록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꺾고 1위에 올랐다. ‘방한 효과’가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4·29재보선 이후 리얼미터에 의해 조사된 바에 따르면 반 총장은 15.3%를 기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이은 3위를 차지해 여전히 주목받고 있음이 나타났다.

방한 노림수
논란 덥기?

반 총장은 이미 여러 차례 국내 정치에 뜻이 없음을 알린 바 있다. 은퇴 후 삶에 대해 그는 “아내가 나를 위해 많이 참아줬고, 내 일을 이해해줬다.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아내와 멋진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특히 손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고 밝혔을 만큼 뜻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문 대망론’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은 이런 논란들이 반 총장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수 있다며 자중할 것을 요청한다. 반면 충청권에서는 아직 강력한 대선주자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여전히 반 총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청권 지역언론들이 연일 ‘충청 대망론’ 재점화를 다루고 있는 와중에 과연 반 총장은 고국에서 보낼 100여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풀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상옥·한명숙 빅딜?

지난 8일 박상옥 대법관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1월26일 국회로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후 그동안 야당으로부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연루 의혹’을 받아 임명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결국 인준이 지연되다 지난 6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및 여당 당독 표결로 가결됐다.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100일 만이었다.

직권상정의 후폭풍은 거셌다. 5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있었던 지난 12일, 여야는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박상옥 대법관은 자진 사퇴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무리한 직권상정을 사과하실 것을 촉구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당기간 정계가 냉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이날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된 법안은 불과 3건에 그쳤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방안 등 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핵심 현안이 눈앞에 있지만 당장 있을 28일 본회의에서조차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만약 통과되지 못한다면 6월로 넘어가는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막혀버린 새누리당, ‘한명숙’ 보내고 주도권 잡나?

이에 정계관계자들은 5월 국회 내 통과를 위해 여당에서 박상옥·한명숙 빅딜을 타진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이미 박 대법관이 임명된 직후 언론을 통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가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 바 있다.

박 대법관이 배속된 대법원 2부에는 한 전 총리의 9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사건이 계류 중이다.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와 3심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여야에서도 이를 두고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새누리당에서 3월23일 당시 박 후보자에 대한 대법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한명숙 구하기’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한명숙 구하기 논란이 불거지자 새정치연합은 하루 만에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는 등 급변한 모습을 보여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한 전 총리를 두고 일련의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5월 국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정치권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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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