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는 저축보험의 함정

쉽지 않은 목돈만들기 '어디에 묻지?'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1%대 초저금리시대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저축금리 인하로 소비심리가 증폭할 것이라는 부작용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에 이자로 인한 목돈 부풀리기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장기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보험의 원금 도달 기간을 살펴봤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 기준금리를 1.75%로 결정, 은행의 예금 금리도 1%대에 첫 진입했다. 실제로 전국 18개 은행사가 지난달 13일부터 28일까지 전국은행연합회에 공개한 은행 금리 현황을 살펴보면 1년 정기 예금의 평균 금리는 1.8%인 것으로 조사됐다.

1%대 저축이자
소비심리 증폭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1%로 하락 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적금의 가입 문의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연복리 운용 상품의 부족과 이자소득세 15.4% 감면 등으로 목돈 마련의 의미가 상실했다는 설명이다.

전국은행연합회의 목돈마련을 위한 1년 만기 상품의 은행금리를 비교해보면 수협의 파트너가계적금, 더플러스정액적금, SH월복리자유적금 상품이 2.3%로 가장 높은 반면, 한국씨티은행의 라이프플랜저축, 로얄고소득부금 상품은 1.3%로 가장 낮은 금리를 보이고 있다.(4월29일 현재)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은 김진하(31·공무원)씨는 “급여통장에 여유자금을 그대로 두면 이자도 적고 소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금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며 “1년 만기 적금을 만들려했더니 적금 만기 수령액이 원금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주식이나 펀드 등은 자산 운용에 위험을 감수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은행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면 목돈 불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은행의 1%대 금리로 인해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나 보험설계사를 통한 저축성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방카슈랑스의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양상이다. 신한은행은 2014년 12월 대비 113.7% 상승한 1692억원의 실적을 나타냈으며, 우리은행과 농협도 각각 82.3%, 49.3% 상승했다.

FM에셋 장남권 보험설계사는 “저축성 상품 가입 고객들이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축성 상품이긴 하나, 보험 상품이다 보니 사업비 등을 제하면 원금 도달까지 5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금 도달 이후에는 시중 은행보다 1%대 높은 금리가 월 복리로 운용돼 목돈 도달 기간이 그만큼 짧아진다는 점을 인지해주길 바라며 반드시 장기 목돈 마련 상품임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의 상품 비교 공시 자료를 월 납입금액 20만원, 10년 납입 기준으로 전국 22개 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을 조사해본 결과 저축성 보험(연금 및 변액 상품 제외)의 원금도달 기간은 평균 5∼7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자금 은행·장기자금 보험 ‘이젠 옛말’
초저금리시대 목돈마련 저축하려면 어디로?

해지환급금의 원금 도달 기간이 5년인 상품은 삼성생명의 인터넷저축보험(100.7%, 1208만3000원)과 하나생명 The새로운리치저축보험 수익형 상품(100.2%, 1202만6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익형, 단기수익형, 생활자금형으로 선택 가입이 가능한 KDB생명보험의 알뜰플러스저축보험도 5년 차에 원금에 도달한다. 공시이율 3.5% 적용 시 만 5년에 발생되는 납입금  1200만원 대비 99.8%(1197만7000원)의 해지환급금이 쌓인다. 교보생명의 빅플러스저축보험 적립형 상품도 공시이율 3.21%(4월) 적용 시 만 5년 해지환급금이 1188만2000원(99%), 농협생명보험의 행복모아NH저축보험 상품도 공시이율 3.25%(4월) 적용 시 해지환급금 1195만6000원(99.6%)이 적립된다.

저축성보험 가입
고객 급증 추세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의 적립형 저축보험인 그랑프리저축보험Ⅱ의 현재(3월) 공시이율은 3.62%, 최저보증이율은 5년 이내 2%, 5년 초과 1.5%다. 이 상품은 5년 만에 원금에 도달, 해지환급금이 1217만8000원이 된다. 해지하지 않고 상품을 유지할 시 7년 차에 1778만7000원, 10년 차에 2705만원의 적립금이 발생한다. 연금 전환 특약 가입 시 5년 이상 유효 계약에 한해 연금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확정연금형, 종신연금형, 상속연금형으로 연금지급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KB생명의 KB파워플러스저축보험도 만 5년에 해지환급금이 납입금액보다 4만7000원 높게 쌓인다. 이 상품은 고액계약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월납 25만∼30만원 가입 시 기본보험료 초과분의 1.5%, 30만∼50만원 가입 시 기본보험료의 0.3%+초과분 1%의 우대율을 적용한다. 월 납입금액이 50만∼100만원이면 기본보험료의 0.7%+초과분 1.1%, 100만원 이상이면 기본보험료의 1.25%, 납입회차가 49회 이상인 계약에 대해서는 기본보험료의 0.7%의 우대율을 제공한다.


반면 원금 도달 기간이 7년인 상품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생명보험의 행복키움NH저축보험은 만 7년에 납입금 1680만원, 해지환급금 1700만7000원이 발생한다. 동양생명의 수호천사라이프플랜재테크보험(101.5%, 1706만원)과 미래에셋 파워Rich저축보험 적립형 상품(102.4%, 1721만3000원), 삼성생명의 스마트저축보험(100.7%, 1691만8000원), 신한생명 신한Big플러스저축보험Ⅳ(100.9%, 1696만2000원), 현대라이프 저축보험(100.7%, 1692만1000원)도 모두 7년 이상 계약을 유지해야 원금 1680만원을 잃지 않는다.

에이스생명의 점점플러스저축보험의 현재(4월) 공시이율은 3.7%이며, 최저보증이율은 2%다. 5년간 매월 20만원씩 적립하면 총 적립금액은 1200만원이 되는데, 2년이 지난 후인 7년이 되어서야 1207만2000원의 해지환급금이 발생한다.

월 기본보험료의 1000%와 사망시점의 책임준비금을 기본 보장해주는 KB생명의 KBwise목돈만들기저축보험도 공시이율 3.5% 적용 시 만 7년에 해지환급금 1739만1000원이 발생한다. 이 상품의 최저보증 이율은 5년 이내 2.5%, 10년 미만 2.0%, 10년 초과 1.5%다.

DGB생명의 희망파트너든든저축보험무배당 상품을 월 납입 30만원으로 가입하면 7년이 돼야 납입금액보다 1만1000원(2521만1000원, 100.04%)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는 4월 공시이율 3.35%를 적용한 수치다.
삼성생명 2030저축보험과 신한생명의 VIP웰스플러스저축보험 상품은 10년 동안 계약을 유지해야 해지환급금이 납입금액을 넘어선다. 2030저축보험의 만 10년 해지환급금은 2567만5000원(107%), VIP웰스플러스저축보험은 2483만2000원(103.4%)에 도달한다.

손해보험회사의 저축형 상품도 원금 도달까지 5년 미만인 상품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해보험협회 상품 비교 공시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 손해보험회사 가운데 원금도달이 가장 짧은 상품은 삼성화재의 저축보험수퍼세이브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5년 만에 1130만원(납입금액 1200만원), 7년 만에 1704만원(납입금액 1680만원)의 해지환급금이 발생해 원금 도달은 대략 6년쯤으로 추정된다. 이 상품의 기본보장은 상해사망 및 고도후유장해 시 1000만원, 일반후유장해(후유장해 80% 미만) 시 800만원이다.

회사·상품별로 
비교하고 선택

메리츠화재의 모아Rich저축보험 상품은 원금 도달까지 7년이 소요된다. 만 7년 해지환금급은 납입금액 1680만원보다 15만원 높은 100.9%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에는 만 10년에 102.2% 수준인 2453만2000원대의 해지환급금이 발생한다. 이 상품은 기본계약 교통상해 후유장해 보장을 포함하고 있어 가입기간 중 80% 이상 상해 시 1000만원, 80% 미만 상해 시 1000만원×지급률을 보장해준다.

롯데손해보험의 행복더하기저축보험 상품도 만 7년에 101.9% 수준인 1713만원의 해지환급금이 쌓이며 현대해상의 리치웨이플러스저축보험은 납입금액 보다 24만원 높은 1704만원(101.4%)의 해지환급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IG손해보험이 지난 1월 출시한 LIG빅플러스저축보험과 LIG플러스저축보험의 만 7년 해지환급금은 각각 1696만원(100.9%), 1687만6000원(100.4%)으로 조사됐다.

일반상해 1억원의 기본보장을 포함한 동부화재와 농협손해보험의 저축성 상품도 원금 도달까지 7년이 걸린다. 만 7년 해지환급금은 웰스플러스저축보험이 1687만6000원(100.4%), 헤아림NH화재저축보험이 1717만원(101.2%)이다. 교통상해 3000만원의 기본보장을 포함한 MG손해보험의 MG상상플러스저축보험도 만 7년에 원금의 101.7%에 도달, 해지환급금 1708만원이 쌓인다. 흥국화재의 행복자산만들기저축보험의 7년 해지환급금도 1707만원(101.6%)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회사의 원금도달 기간이 10년 이상인 상품은 흥국화재의 행복자산플러스저축보험이다. 이때 해지환급금은 2526만원(105.2%)이다.

손해·생명보험사들 상품
대부분 원금도달까지 7년

한편 지난 1월1일 인터넷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창립 1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꿈꾸는e저축보험 상품은 가입 시점과 동시에 원금을 전액 보장해주고 있어 화제다. 실제로 이 상품의 1개월 해지환급금은 100.26%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공시이율 3.6% 적용).


표준이율 3.25% 적용 시 100.23%, 최저보증이율 2.5% 적용 시 100.17%로, 어떤 경우라도 가입 한 달 만에 해지해도 원금은 보상받을 수 있다. 타사 운영 저축보험의 3개월 미만 해지 시 원금의 상당액을 상실하는 경우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특히 월 납입금액 20만원으로 상품 가입을 하면 만 1년 242만3000원(100.96%), 만 5년 1256만원(104.67%), 만 10년 2736만3000원(114.01%)의 해지환급금이 적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박지은 마케팅팀 홍보담당자는 “보험설계사를 운용하지 않는 인터넷보험사다 보니 타 보험사에 비해 사업비가 적게 발생, 고객의 납입금액이 아닌 발생 이자에서 수수료(판매보수, 유지보수, 계약관리비용, 위험보험료)를 차감한다”며 “원금에서 단 1%의 사업비도 차감하지 않기 때문에 원금이 손실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7년이내 해지시
원금보다 못받아

이어 “업계 최초로 고객 지향적 상품을 출시한 만큼 20∼40대의 인터넷 가입이 급증하고 있다”며 “은행의 예·적금과 비교해 봐도 단연 우수한 상품이며 배타적 사용권도 획득했다”고 덧붙였다. 이 상품은 3개월 단위 변동금리로 매일 복리 운용되며, 10년 이상 계약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단 타보험사 상품이 운용하는 중도인출이나 추가납입 제도는 운용하지 않는다.

 

<evernur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