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완구 위기탈출 로드맵 셋

“지역민심 다독이고 무죄 밝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여의도로 돌아왔다. 그러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70일간의 짧은 외도를 마친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떠나는 길, 돌아오는 길 모두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금의환향’을 꿈꿨지만 비단옷은커녕 환대조차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권토중래’가 필요한 순간이다.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해 실망과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한때 충청맹주로 군림했던 거물 정치인의 몰락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의 연이은 거짓말 의혹에 큰 실망감을 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위기탈출 로드맵’을 언급하며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사퇴 직후 이 전 총리가 자택에서 두문불출한다는 소식에 정치평론가들은 ‘성완종 사태’를 벗어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국회의원직은?

총리직에서는 내려왔지만 의원직을 상실하진 않았다. 그러나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순 없다. 정가에서 불어오는 후폭풍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간 이 전 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내각에 발탁됨에 따라 총리와 국회의원직을 겸직해왔다. 그러나 총리직을 잃은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측으로부터 ‘의원직까지 내놓으라’는 공세를 받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의원직 제명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명예회복이 절실한 순간이다. 그러나 운신의 폭은 좁다. 법적으로는 금품수수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야권은 물론 여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것도 부담이다. 정상적인 의정활동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잠행’에 들어갈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잠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전 총리의 사퇴경위에 주목한다. 금품수수정황이 사실로 드러나 물러난 것이 아닌 거듭된 거짓말 논란으로 물러났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위기탈출 전략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지역민심 진화, 둘째 국회 내 입지회복, 셋째 무죄입증이 그것이다.

첫 번째 ‘지역민심 진화’의 경우 이 전 총리가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사안 중 하나다. 이미 충청지역에서는 이 전 총리에 대한 실망감이 많이 표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월17일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이 거짓말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충청민들은 “충청도가 언제부터 이 전 총리 혼자 사는 곳이 됐냐”고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누적된 피로 등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퇴원 후 검찰에 출석하기 전 대전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알 수 없으나 ‘완사모’ 등 지지층을 찾아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는 의혹에도 여전한 지지를 보내왔다.

위기탈출 넘버원? 새정치 “의원직까지”
시나리오 난무 최상의 열쇠는 ‘진솔함’


두 번째 ‘국회와 당내 입지회복’을 꼽는다. 일련의 사태로 이 전 총리의 입지는 많이 좁아졌다고 정계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당내 입지가 좁아진 부분이 가장 뼈아플 것으로 분석하는 이도 있다. 많은 정계관계자들은 과거 총리에 임명되기 전 원내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입지가 굳건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로 이 전 총리는 대대적인 사퇴 공세를 당한 바 있다. 특히 친이계를 포함한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자진 사퇴 얘기가 나왔다는 점에서 상황이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당적 문제도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수수 등 부정부패에 연루된 당원에 대해서는 검찰의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검찰의 수사가 이 전 총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당적박탈이나 탈당권유 등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총리는 원내대표 재임 당시 금품수수의혹이 제기된 유승우 의원에게 탈당을 권고한 전례가 있어 더욱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위기탈출 카드는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다. 무죄입증의 경우 그간 의혹을 모두 불식시킬 수 있다. 오히려 ‘재기’까지 얘기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직접적인 방법이다.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공세를 펼친 새정치연합에 반격을 가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 총리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검사 출신인 A변호사를 선임하고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변호사는 “선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변론전략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최고는 무죄입증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친박계 핵심 중 한 명인 이 전 총리의 사의 여파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주째 하락하고 있다. 자칫 친박계 내부에서 ‘레임덕의 원흉’으로 지목될 수 있다. 4·29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면서 김무성 대표가 전국구로 떠올랐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또다시 터진 악재다.

이 전 총리는 이임식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이 전 총리가 말한 진실이 무엇일지 검찰 소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경환 체제 가동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및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뒤를 이어 국정을 운영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최 부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으론 리더쉽 시험대에 올랐다는 측면에서 최 부총리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무대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타 넘어 국정 에이스될까?

전반적으론 이 전 총리가 취임 70일 만에 퇴진함에 따라 최 부총리의 임무가 막중해 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산적해있는 경제 관련 현안들을 직접 챙길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칫 직권을 남용한다는 평가가 야권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총리를 내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분간 최 부총리 체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계전문가들은 후임 총리가 취임할 때까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이상 직무대행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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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