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증거인멸’ 진짜 이유

여의도판 <너는 내 운명> “걸리면 모두 공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와 기업은 운명의 붉은 실로 묶여 있는 것일까. 그들은 서로 원하는 것을 보완해주는 ‘상호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은밀한 관계는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잠행을 원하는 그들은 음지에서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비밀의 문이 열리는 순간, 지금의 ‘증거인멸’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다.

‘성완종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최근 측근의 ‘증거인멸’ 수사가 추가돼 복잡해졌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현재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의 트랙은 기존의 ‘리스트 8인’에 대한 수사다. 또 다른 트랙은 ‘측근의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에 따르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기 전부터 증거인멸은 진행되고 있었다.

조직적 증거인멸

앞서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가 있는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비서실장을 구속했다. 검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두 핵심 측근은 증거인멸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혐의가 인정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의 이유를 설명했다.

증거인멸 정황은 다음과 같다. 경남기업의 자원개발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2015년 2월 성 전 회장은 측근들에게 그간 금품을 전달한 대상자에 관한 자료를 취합하라고 지시했다. 그 후 2월에서 3월 사이에 성 전 회장은 박 전 상무 등에게 자료인멸·은닉을 지시함과 동시에 구명·폭로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3월1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으며, 검찰은 성 전 회장을 소환조사한다. 검찰의 수사가 점점 옥죄어오자 성 전 회장은 4월8일 박 전 상무, 이 전 실장과 마지막 대책회의를 가진다.


대책회의를 가진 지 하루 뒤인 4월9일 성 전 회장은 자살한 채 발견되고,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에 대한 1·2차 압수수색에 들어간다. 여기서 검찰은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 본격적인 투 트랙 수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때 검찰은 박 전 상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긴급체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검찰은 박 전 상무로부터 “성 전 회장 지시로 증거인멸했다”는 진술을 영장실질심사 때 받아냈다.

성완종 자살 전후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이유는 회사 비자금? 금품 전달? “둘다”

이 전 실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더욱 구체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 측 말에 따르면 경남기업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기 전인 3월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자료를 폐기·은닉했다. 이렇게 빼돌린 자료는 본사 지하 1층으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문서파쇄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거인멸을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됨에 따라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측근들을 대상으로 동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듣는데 집중하고 있다. 측근의 변호사는 최근 “증거 은폐 이유가 회사 비자금 의혹 때문인가 아니면 금품 전달 때문인가?”라는 모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둘 다”라고 대답해 외압 의혹을 증폭시킨 바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번의 증거인멸이 성 전 회장의 자살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후로 나뉘어 행해졌다는 점이다.

첫 번째 증거인멸은 3월18일 검찰이 경남기업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직원들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끈 채 자료를 은닉, 파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 전 회장이 살아있을 때여서 수사에 불리할 수 있는, 또는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그러나 의문이 제기되는 쪽은 두 번째 증거인멸 정황이다. 검찰의 말을 빌리면 경남기업은 성 전 회장이 자살한 지 3일 뒤인 4월12일 박 전 상무 등 측근의 지시로 대대적인 서류파쇄 및 은닉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소위 ‘성완종 리스트’가 대중에게 공개된 후라는 점에서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회유나 협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 전 회장의 주변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캐물었다’는 주장이 나온 적 있어 대중의 의심은 깊어져갔다.


일각에서는 ‘제3의 인물설’을 주장한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안의 ‘민감성’ 등을 따져봤을 때 리스트 내 인물이 외압을 가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특히 측근을 시켜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면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돼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리스트 8인’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지만 아직 언론에 거론되지 않은 제3의 인물이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설’이긴 하지만 언론을 통해 연일 ‘리스트’ 이외의 인물이 있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제3의 인물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불거진 외압의혹

검찰에서 주목하는 핵심측근이 또 한 명 있다. 바로 정낙민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이다. 그는 과거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바 있으며 의원직 상실 후에는 경남기업에서 일해 왔다. 앞서 말한 투 트랙 수사에 모두 관여돼 있다는 측면에서 특별수사팀은 정 팀장이 이번 성완종 사태를 풀어줄 핵심 ‘키맨’으로 보고 집중 수사 중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흔히 수사를 건축에 비유한다. 이에 빗대어보면 성완종 사태는 기초공사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팀장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 전 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본격 수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기둥을 세우는 단계로 보고 있다. 과연 기둥을 얼마만큼 높게 올릴지, 천장에 대한 공사는 마무리될 수 있을지 국민의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정치 자체 특검 실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기존의 상설특검법과는 별도의 특검법을 발의해 화제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달 28일 이 같은 내용의 특검법안을 만들었으며, 원내지도부의 동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그간 별도 특검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주장해왔다. 현행 상설특검법은 검사 임명절차와 수사기간 등을 비춰봤을 때 부실수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완종 정국에 ‘맞춤형 특검’을 도입해야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별도 특검법 발의, ‘몸통은 박근혜’ 정조준

발의된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8명과 경남기업 로비 의혹으로 한정했다. 또한 파견 검사수를 상설특검법상 5명에서 15명으로, 특별수사관은 30명에서 45명으로 확대했다. 추천인원수에서 2명 중 1명은 대통령이 임명해야 됐지만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여·야 합의 또는 야당이 1명을 추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기간의 측면에서도 기존 최대 90일인 것이 90일에서 최대 150일로 동안 수사할 수 있도록 차이가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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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