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21)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돈 없다"면서 장로행세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1화는 1109억9300만원을 체납한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다.

시계 애호가라면 한번쯤 들어봄직한 브랜드인 바쉐론 콘스탄틴. 풍문으로는 나폴레옹 1세가 아꼈던 시계로 전해진다. 바쉐론 콘스탄틴 투르비용 시계는 기본 시세가 1억원을 호가하는 명품이다. 서민은 평생 한 번 차보기도 힘든 시계가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경매에 나왔다.

버젓이 명품 구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하 최순영)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2013년까지 소장했다. "돈이 없다"면서 세금은 내지 않았지만 손목엔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가 번쩍였다. 그는 이 명품시계를 정부기관에 압류 당했다. 감정가는 1억1000여만원, 5번의 유찰 끝에 최순영의 시계는 5500만원에 낙찰됐다고 전해진다.

최순영은 1999년 10월부터 주민세 등 1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체납액은 36억7700만원이다.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최순영은 1996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19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이 거둘 체납액은 1073억1600만원이다.

최순영은 헌정사상 최초로 특검 수사를 받은 장본인이다. 그의 부인인 이형자씨는 지난 1999년 이른바 '옷로비' 의혹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대중정부 2년 차에 터진 옷로비 스캔들은 두 차례 검찰 수사와 한 차례 특검, 국회 청문회까지 거쳤지만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았다.


옷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이씨는 김태정 당시 법무장관 부인에게 고가의 코트를 선물했다. 앞서 남편 최순영은 2000억원대 외화 밀반출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김 장관 내외는 최순영 내외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교인이었다. 때문에 옷 선물이 구명을 위한 로비였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이씨의 자작극'으로 매듭지었다.

최순영은 선친인 최성모 신동아그룹 창업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재벌 2세다. 1963년 성균관대 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두 차례 회사를 차렸지만 번번이 경영에 실패했다. 하지만 최순영은 선친을 등에 업고 신동아그룹으로 돌아와 1976년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전두환정부가 들어서자 최순영은 신군부와 결탁해 서울 한복판에 63빌딩을 세웠다. 대한축구협회장과 전주대학교 이사장, 코스타리카 명예대사, 기독교선교재단 이사장 등을 맡아 인맥을 관리했다. 노태우정부, 김영삼정부를 거치면서 최순영은 '성공한 기업가'로 포장됐다. 하지만 IMF 사태가 터진 1999년 초 위기가 찾아왔다.

최순영은 1996년 5월부터 1997년 6월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4개 은행으로부터 1억8500만달러를 대출받아 편취하고, 이 가운데 1억6500만달러를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1999년 2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미화 밀반출 규모는 2억6000만달러로 늘었다.

서울 36억7700만원 국세청 1073억원
대한생명서 밀반출…해외 곳곳에 은닉

또 최순영은 계열사인 대한생명 회삿돈 1800억원을 1998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불법으로 빼돌리는가 하면 사건 공범인 김모씨를 회유해 죄를 덮어씌우려고 증거 조작을 시도했다. 그룹을 동원한 불법 대출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최순영은 용돈처럼 자신의 두 아들에게 월 500만원씩(상여금 연간 600% 별도) 급여를 지급했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는 대한생명 주식 50%를 해외 금융기관에 급매해 수사시기를 늦췄다. 외화를 유치하겠다는 명목이었는데 검찰은 봐줬다. 법무부도 마찬가지였다. 최순영은 구속 8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는 '저력'을 보였다.
 


옥중에서 이사회를 움직인 최순영은 대한생명의 주식을 확보하려 애썼다. 그가 해외로 도피시킨 재산은 차고 넘쳤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03년 최순영이 홍콩에 은닉한 비자금 30억원을 찾아냈다. 최순영의 은닉재산은 지금껏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다.

최순영은 일찍부터 탈세의 수단으로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다. 1997년 영국령 케이만군도에 GMF란 펀드를 만들어 1억달러를 송금했다. 이 돈을 다시 4개 유령회사로 나눠 빼돌렸다. 최순영이 은닉한 수입에 대해 대한생명은 2001년 293억원의 세금을 사실상 대납했다.

대한생명이 입은 피해는 또 있다. 기독교 선교가 목적인 횃불재단에 이사회 승인 없이 213억9000만원을 무단 제공한 것이다. 기독교 신자인 최순영은 문제의 돈을 '십일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생명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통해 이 돈을 다시 받아냈다.

현재 횃불재단 이사장은 아내 이씨다. 그의 교회 내 직함은 권사다. 횃불재단은 몇 년째 해외 선교를 목표로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는 등 돈 쓰는 일에 열심이다. 최순영 역시 횃불재단이 조성한 돈으로 생계를 영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내 그의 직함은 장로다.

아울러 최순영은 학교법인을 통해 거액의 재산을 보전했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전주대학교를 소유한 신동아학원에 200억원 넘게 기부했다. 이사회의 승인은 없었으며, 신앙행위라는 것이 최순영의 주장이다. 최순영은 신동아학원 외에도 아세아연합신학대학이라는 곳의 이사장을 겸임했다.

이처럼 최순영은 대한생명 공금, 외화 밀반출 혐의 등으로 2005년 1월 다시 구속됐다. 법원은 2006년 7월 최순영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1574억원을 확정 판결했다. 그렇지만 최순영은 건강 악화를 핑계로 형 확정 두 달 만에 병원에 드러누웠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 최순영은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추징금 1574억원은 내지 않았다. 최순영은 2011년 참가한 간증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6년 (기도 끝에) 하나님이 나를 풀어주기로 약속했다. 알 수 없는 병이 생겼다. 일주일 이상 주치의와 구치소 의사가 싸웠다. 노무현정부가 끝났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와서 날 특별사면 시켰다. 하나님의 약속이 이뤄졌다."

최순영은 가석방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부촌인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살았다. 사실상 아내 명의로 돼있던 게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그래도 최순영의 호화 생활은 계속됐다. 양재동 소재 2층짜리 고급 빌라로 거주지를 옮긴 그는 여기저기 간증을 다니며 재기를 확신하고 있다.

하나님의 약속?

2010년에는 분명 "낼 돈이 없다"라고 했는데 2013년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자택을 수색하자 3000만원이 넘는 귀금속과 현금 다발이 쏟아졌다. 당시 이씨는 "하나님께 드릴 헌금 가져가면 (당신들) 벌 받는다"라고 우겼다. 이씨는 횃불재단에서 월 1500~1800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최순영은 얼마 전까지 횃불재단이 연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하나님의 약속'을 들먹이며, 그가 믿는 '신'이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저와 아내에게 김대중정부 때 빼앗긴 63빌딩과 모든 기업을 하나님께서 찾아 주실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내의 기도로 건축을 시작한 63빌딩을 죽기 전에 찾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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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